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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53화 (5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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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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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두면 남은 딜러들까지 작살 날 판이라 준은 기술을 난사했다.

“더블애로우!”

“파동권!”

퍼펑! 파앙!

두개의 기술이라 각각 쿨이 돌기 때문에 연속으로 두개를 번갈아가면서 쓰니 티그리스도 준을 무시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멈칫거렸다. 그사이 밀려났던 크루시오가 다시 자리를 잡고 어그로를 잡기 시작했다.

두 명이서 어그로를 잡는 것은 사실 그리 효율적은 방식은 아니었다. 가능한 한 한명에게 모든 딜을 몰아주는 쪽이 외도의 신경을 한쪽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서 딜러들이 딜을 하기에 편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딜을 한 사람이 모두 받을 수 없을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이 나누어서 어그로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딜 조절!”

준이 기술을 난사하기 시작하자, 바스라가 다시한번 제동을 걸었다. 준은 이번에는 별 말없이 그의 지시를 따랐다. 여기서 불화가 생기면 레이드팀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어그로를 잡는 일은 지지부진했다. 준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풀딜을 넣으려 했던 것은, 티그리스의 실드 량이 거의 줄지 않는데다가 그 때문에 어그로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때문이었다.

차라리 그럴바에야 빠르게 딜을 하는 것으로 녀석을 때려잡는것이 낫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도박수에 가까운 노림수였고, 준의 능력을 백퍼센트 알지못하는 바스라 입장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선택지였다.

카앙!

“큭!”

결국 잠시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한번 같은 모습이 반복되었다. 크루시오가 튕겨나가고, 준이 풀딜을 쏟으며 녀석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사이, 다시 돌아온 크루시오가 녀석의 진로를 막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몇시간이 지나도 녀석을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모두 한꺼번에 풀딜을 쏟아서 녀석을 잡는게 어때?”

“안돼! 딜이 모자라!”

지금은 바스라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제대로 어그로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고, 준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남은 딜러가 하나도 없었을 거라는 사실도 인지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무턱대고 딜을 해봐야 녀석을 죽일수도 없고 어그로만 튄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시간만 흘러갔고, 바스라의 체력도 슬슬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젠장. 이러다가 다 죽겠구만.”

준이 투덜거리며 딜을 넣었다. 더블애로우 한두방으로는 녀석의 실드에 생채기도 내지 못했다. 그냥 니들리스 해머를 들고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다시 처음의 반복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원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준은 대흉근을 꺼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대흉---”

“쯧. 이럴 줄 알았지.”

준이 인벤토리에서 대흉근을 꺼내려는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볼칸?”

준이 고개를 돌리자, 볼칸과 루나를 비롯한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별다른 전투를 거치지 않은 듯 다친 사람 하나없이 전력을 보존하고 있었다.

“저건 티그리스가 아니냐? 저런 것에 이렇게 당하고 있다니, 실력을 알만하군.”

“우습게 보지마. 저건 보통 놈이 아니야. 정예외도라고.”

“정예?”

대답한 것은 다름아닌 루나였다. 웜홀 연구가 전공이긴 하지만 어쨌든 외도와 관련된 분야에 있어서 그녀는 전문가였다.

거의 발견사례가 없는 정예에 대한 이야기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 것이 여기에 있단 말인가요?”

“지금 그런것 따질때가 아니야! 빨리 도와달라고!”

준은 마법을 날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볼칸은 못마땅한 듯 한 얼굴이었지만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정도는 인지하고 있었다.

“끼어들지 말라고 할때는 언제고.”

마치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입을 연 그는 뒤이어 부하들과 함께 티그리스를 향해 접근했다. 어그로를 잡느라 정신이 없던 바스라와 크루시오는 그제서야 볼칸일행을 발견하고 약간 표정을 구겼지만 한편으로는 안도하고 있었다.

꼼짝없이 죽게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기 때문이었다.

“피차 말은 필요없겠지. 상황은?”

“크윽. 어그로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이렇게 된 이상 딜을 퍼부어서 잡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바스라는 말을 하는 도중에도 몇 번 휘청거렸다. 티그리스가 공격할때마다 겨우겨우 버티는 모양새가 언제 쓰러질지 모를 정도로 다리가 풀려있는 상태였다.

“확실히 보통놈이 아닌 것 같긴 하군. 좋아. 신호를 주면 일제히 공격하도록 하겠다. 근접딜러들은 번갈아가면서 모든 딜을 쏟고, 원딜들은 최대한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공격해! 어그로가 튀는 것은 내가 잡아보겠다!”

작전이라고 할 것도 아닌 일단 때리고 보자식의 계획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 이상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준은 인벤에서 니들리스 해머를 꺼내들까 하다가 이내 마음을 바꾸었다. 그렇지 않아도 근접딜러가 많은 판에 거기 끼어서 딜을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대신 두개의 기술을 최대한 빠르게 난사할 생각이었다.

“신호는 그쪽에서 주지!”

“알았다.”

볼칸의 말에 바스라가 대답하더니, 이내 큰 소리로 외쳤다.

“지금!”

“공격!”

바스라와 볼칸의 말이 떨어지자, 군인들과 함께 나머지 헌터들이 일제히 티그리스에게 풀딜을 쏟기 시작했다. 준도 그 순간에는 마나를 아끼지 않고 쏟아부었다. 아직 초급기술이라는 한계때문에 최대마나가 20밖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딜레이없이 마법을 난사했다.

퍼펑! 쾅! 쿠웅! 슈칵!

사방에서 근접딜러들이 공격을 시작하자 티그리스도 흥분했는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어차피 어그로고 뭐고 일제공격이었기에 녀석의 머리는 이곳저곳으로 움직였고, 그와중에 상처를 입거나 피격당한 딜러딜이 뒤로 튕겨나왔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게 되면 더욱 위험했기에 딜러들은 필사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크아아아-

결국 그렇게 파상공격을 행한 끝에 티그리스의 실드를 모두 깎아내고, 곧 녀석의 목덜미에 검을 꽂아넣는데 성공했다.

촤악!

상처에서 엄청난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근처에 있던 헌터들이 모두 녀석의 피를 뒤집어 쓴 채 무기를 휘둘렀다.

피를 많이 쏟은 녀석은 점점 움직임이 둔해지더니, 공격조차도 하지 못한채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기 시작했다. 실드가 사라진 외도는 마나를 싣지 않은 공격에도 큰 피해를 입는다. 이미 녀석은 전의를 거의 잃고 있었다.

쿠웅!

그리고 결국 녀석이 힘을 잃고 쓰러졌다.

허억. 허억.

모두의 숨소리만이 조용한 던전을 채웠다. 목숨을 건 혈투끝에 정예외도를 잡은 이들은 적을 물리쳤다는 기쁨보다는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을 느끼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철푸덕.

몇몇은 체력이 다했는지 자리에 주저앉아 티그리스를 쳐다보았다.

“징그러운 놈...”

누군가 입을 열었고, 그제서야 사람들은 승리의 기쁨을 느끼며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러니까, 이곳까지 오는데 외도의 공격이 없었단 말인가?”

바스라의 질문에 볼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있었다. 그리 무서울 것도 없는 놈들이어서 피해없이 처리하면서 지나왔는데, 어느시점부터는 나타나지 않더군. 아마도 너희들이 지나온 길로 접어들면서 부터였던 듯 하군.”

“이상하군. 길이 갈렸으니 우리가 온 길로 접어들었다 해도 그즈음이면 외도들이 리스폰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을텐데?”

“이유는 모르지. 정 궁금하면 다시한번 왔던 길로 돌아가보던가.”

바스라는 볼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발이 빠른 부하하나를 왔던 길로 돌려보냈다. 그가 돌아온 것은 약 이십 분 후였다.

“개미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모르겠군. 어쨌든 우리에게는 다행인건가.”

그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쓰러져서 신음을 흘리고 있는 부상자들을 둘러보았다. 티그리스와의 싸움에서 여섯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중 두명은 군인들이었지만 어쨌든 이번 전투로 인해 이쪽의 헌터들은 던전을 더이상 탐색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남은 인원은 탱커 2명 근딜2명 원딜 1명인가?”

준을 포함해 다섯에 불과했다.

“이렇게 된 이상 함께 움직이는게 어떨까요?”

루나가 입을 열었다.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모였다. 아무래도 힘들지 않을까 하는 준의 생각과는 달리, 볼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뭐가 나올지 모르는 이상, 함께 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

“이제와서 이러는 이유가 궁금하긴 하군.”

바스라도 여기까지 와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볼칸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것이 마음에 걸렸다.

“대답은 제가 대신할게요. 엑조틱 에너지 조사를 하던 중에 특이한 흐름을 발견했어요. 에너지가 어느 한 점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것을 발견 한 거죠. 우리는 그 길을 따라서 이쪽으로 온 것이구요.”

“그 조그만 기계로 그게 된다는 말인가?”

바스라는 루나가 들고 있는 손바닥만한 기계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크기는 작았지만 실상은 그녀가 메고 있는 백팩안에 들어있는 기계와 연동되는 것이었다.

거의 15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무게이니 만큼 결코 작다고 말할수는 없었다. 그녀는 백팩을 슬쩍 보여주고는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는 그 흐름의 중심이 바로 이 던전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의 엑조틱 에너지가 어떤 식으로 순환하는지 측정할 수 있다면 웜홀의 비밀도 어느정도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쪽도 이 던전의 끝을 봐야할 이유가 생겼다는 거군.”

바스라는 대강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결정체에 대한 배분은 머릿수대로 할 테니까 불만은 없겠지?”

“마음대로.”

볼칸은 굳이 그쪽에 욕심을 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주는 것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부상자들은 일단 이곳에 남겨두기로 했다. 외도들이 리스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굳이 그들을 데리고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부상자들 중에서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사람이 나머지를 돌봐주는 것으로 하고 일행은 계속해서 전진했다.

“이제 앞으로 약 100미터 정도만 가면 돼요. 거의 다 온 것 같아요.”

루나가 입을 열었다. 일행의 걸음걸이에 좀 더 힘이 실리는 것 같았다.

‘저 기계 꽤나 좋은 것 같은데.’

준은 그녀가 가진 기계가 엑조틱 에너지 뿐 아니라, 그 방향성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이론적 한계 때문에 엑조틱 에너지준위와 방향성을 동시 측정하지는 못하지만 그거야 각각 계산하면 되니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요즘 세상에 그런 물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걸 들고 다닐 정도로 소형화 시켰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거 직접 만든 건가?”

“네. 정부보조금이 잔뜩 들어간거라서 결국 제건 아니지만요. 꽤 비싸요.”

“꽤 비싼 정도가 아닐텐데... 그거 적어도 억 단위의 기계인 것 같은데.”

“좀 아시는게 있나봐요?”

루나는 의외라는 듯 준을 돌아보았다. 이런 초미량 엑조틱 검출기 같은 물건에 관심을 가지는 헌터는 처음이었다.

“자세하게는 모르고 비슷한 건 만져봤으니까. 하여튼 조심하라고. 그런 물건 들고 있다가 빼앗기기라도 하는 날에는 큰일 날테니까.”

“이게 뭔지 아는 사람이 이 행성이 있을까 싶은데요.”

“음. 그건 그렇군. 그럼 고장나지 않게 조심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저런 물건을 아무렇지 않게 들고 다니는 그녀가 걱정되긴 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오지랖일 뿐이라는 생각에 관심을 거두었다.

준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은 꽉 막힌 벽이었다. 가로세로 약 4미터 크기의 넓은 통로였지만 열명이 넘는 사람들이 움직이니 그리 넓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미니맵을 펼쳐보자, 루나의 말대로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여기까지 오긴 했는데...’

이곳까지 오는 동안 경험치를 거의 150가까이 얻었다. 마지막에 잡은 정예 티그리스에게서 얻은 경험치만 해도 50이 넘었다. 그래도 사실 니들리스 해머를 팔면서 번 금액에 비하면 한참이나 적은 금액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하면 얼마나 줄까?’

던전의 난이도가 낮은 편이긴 하지만 정예외도 까지 나타나니 그 수치가 낮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왕이면 퀘스트를 줄때 경험치 양도 같이 표시해주었으면 했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델타 자체도 준이 성장함에 따라 성장하고 있으니 나중에는 어찌될지 모를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던전 진입 초반부에 크립토나이트를 잡기전에 특이외도와 전투를 벌였다고 써놨더군요. 그 부분 수정했습니다.

글 읽어주시는 분들 코멘트 달아주시는 분들 선작 해주시는 분들 쿠폰 쏴주시는 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하루에 두 편을 지키면서 쓴다는게 쉽지 않네요. 어쨌든 오늘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ps. 12시 넘겨서 올려도 좋겠지만 하루에 한편만 올라가있으면 맘이 불편해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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