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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50화 (5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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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던전은 매우 조용했다. 일단 앞서서 그랑튀르가 한번 휘젓고 간 것만은 확실했는지 여기저기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속도를 조금 더 올려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앞서간녀석들이 있는 이상 어느정도는 클리어 된 것 같은데?”

바스라 팀의 헌터인 훌리오가 입을 열었다. 남미스타일의 외모를 지닌 그는 머리에 검정색 끈을 매고 검은색 도복을 입고 있었는데, 딱 보기에도 무술가 타입인 듯 했다. 맨주먹으로 외도를 상대하기 위해선 엄청난 단련이 필요한 일이라, 꽤나 희귀한 종류의 헌터라고 할 수 있었다.

“안 돼. 던전에서는 한번 죽은 외도라도 다시 나타난다고 들었어. 만약 무리해서 앞서가다가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위험해진다.”

바스라의 말에 훌리오가 머쓱한 얼굴로 물러섰다.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출발하기 전에 들었던 것을 이제야 기억한 것이다.

‘죽었던 외도가 다시 나타난 다는 것은 이 곳의 핵에서 엑조틱 에너지를 계속해서 공급한다는 이야기겠지?’

외도의 핵심은 결정체다. 생명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외도라 할지라도 결정체가 파괴당하게 되면 급격히 그 힘을 잃고 쓰러진다. 수미터의 크기에 몸무게만 해도 수백에서 수톤에 달하는 그들의 체중을 생명체의 몸으로 버텨낼리 없는 것이다. 즉 엑조틱 에너지의 보조없이는 그들은 정상적으로 기동하기 어렵다.

반대로 말하면 한번 죽어나간 녀석들이라 할지라도 계속해서 엑조틱 에너지가 공급되면 다시금 부활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필드에서는 그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지만, 던전안에서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핵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던전의 핵심은 그 엑조틱 에너지를 뿜어내는 핵이고, 그것이 던전 자체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걸 파괴해야하는 건 좀 아쉽군.’

하지만 일단 퀘스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던전 안에는 그것이 아니더라도 결정체가 여기저기 쌓여있다고 들었다. 넘치는 엑조틱 에너지가 결정화 되어 굴러다니는 모양이었다.

“쉿!”

바스라가 입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모두가 침묵하자 아주 멀리서 전투가 벌어지는 듯 한 소음이 들려왔다. 아주 미세해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누군가 저 안에서 아직도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그랑튀르 놈 아직도 죽지 않고 있나보군.”

바스라가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

“헌데, 정말로 놈과 마주치게 되면 어쩌지? 여기서 그 놈을 상대할 만한 자가 있나?”

훌리오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입을 열어 말하지 않은 그 당연한 사실에, 모두가 새삼스럽게 충격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지. 일단은 갈 수 있는데까지 가본다. 그랑튀르도 계속된 전투로 지쳤을테고, 놈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있다면 우리쪽에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수도 있다.”

준은 과연 그럴까, 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저쪽에서 몇 명을 동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쪽도 겨우 열 명뿐이고, 외도와 전투를 하다보면 더 줄어들 수도 있었다.

사실 정말 이 던전을 제대로 클리어 하고 싶었다면 서로 소닭보듯 하더라도 볼칸을 데리고 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도 이쪽을 탐탁치않아 했으니 서로 협조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한쪽이 머리를 숙여서라도 그리 했어야 했다.

물론 천만다행히도 이 파티에는 그랑튀르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한명 끼어있었다. 문제는 그 당사자인 준이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준 본인이 전력을 다해 그를 상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여차하면 뒤로 빠졌다가, 핵만 부수고 튀어야지.’

준에게 가장 중요한 목적은 퀘스트의 완료였다. 굳이 그랑튀르와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맵에는 핵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기에 코스만 잘 잡는다면 그와 마주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던전에는 특별한 함정 같은 것은 없었다. 애초에 이 던전이라는 것이 인간이 만든 것은 아니었으니 함정이 있는 쪽이 이상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엔 뭐하지만 외도들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일반 외도만 나타나고 있었다. 준은 약간 안심했다.

‘쉬움이라는 난이도가 이정도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클리어할 수 있겠어.’

일반외도 뿐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하급헌터인 이 열 명짜리 파티가 손쉽게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드디어 붉은색 특이외도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그로 인계 부탁한다!”

“접수!”

바스라가 입에서 단내를 풍기며 외치자, 훌리오가 맹렬히 공격을 퍼부었다. 무술가인 그는 갑옷하나 없이 탱킹을 해내는 회피계열 탱커였다. 신체를 극한으로 단련한 만큼 움직임 자체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재빨랐다.

준이 보기에는 자신보다도 훨씬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저정도면 민첩 스탯 20은 그냥 넘겠는데.’

초인급인 30까지는 아니더라도 20중반은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준은 자신의 남은 스탯이 15인 것을 떠올리고 잠시 민첩에 찍어볼까 하고 생각했다. 확실히 몸놀림이 빠르다는 것은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당장 지능과 정신력을 올려봐야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힘은 셀럼만큼은 아니지만 현재상태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었고, 가장 낮은 수치인 민첩을 올리게 되면 그만큼 적의 공격을 피하기 수월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일단 생각해 봐야겠어.’

적어도 20이상은 찍어두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모든 능력치가 20을 넘게 되니까 나름 상징적인 의미도 있었다.

투웅!

훌리오의 주먹이 동굴거북인 크립토나이트의 옆구리를 거세게 후려쳤다. 녀석은 일반외도인 크립토디라와 유사한 녀석으로 같은 거북형태였고 공격방법등도 거의 같았다. 하지만 붉은색 특이외도 답게 덩치와 무게도 훨씬 컸고, 공격력도 수준급인 상대하기 까다로운 외도였다.

녀석의 등껍질은 중급헌터들이 공격해도 끄덕도 하지 않을 만큼 단단했다. 때문에 보통이라면 조금의 타격도 받지 않아야 정상인, 하급헌터인 훌리오의 공격에 녀석의 몸이 크게 휘청였다.

“통배권!”

투웅!

큰소리로 외치면서 보이는 엄청난 박력과는 별개로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위력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 공격에 던전의 통로를 꽉 채울 만큼 커다란 덩치의 크립토나이트가 몸을 움찔움찔 거렸다. 보기에는 발경계통의 공격인 모양인데, 아마도 놈의 두꺼운 껍질안쪽으로 공격력을 실을 수 있는 기술로 보였다.

‘흠. 저런 기술도 있네. 홍창만이 배울 수 있으면 좋긴 하겠는데.’

어차피 저것도 기공류 기술이니까 크게 궤를 벗어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준이 저 기술을 배울수도 없고, 배워도 홍창만에게 가르칠 수 없으니 일단은 생각만으로 그칠 뿐이었다.

“어그로 인계 성공.”

훌리오가 외치자 곧바로 딜이 쏟아졌다. 어차피 통배권으로 안쪽에 딜을 넣는다고는 하지만, 개념적으로 외도는 실드를 먼저 제거하지 않으면 절대로 피해를 입힐 수 없다. 그저 그 기술 덕에 실드가 더 잘 깎인 다는 것 이상의 효과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크립토나이트의 몸 자체는 여전히 쌩쌩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런 평범한 공격만을 할 수 있는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들 중 상당수는 이미 준이 팔아치운 니들리스 해머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크립토나이트의 등껍질에도 니들리스 해머의 파괴효과가 발동되고 있었다.

콰앙! 콰지직!

근접헌터들은 녀석의 등 위로 올라가서 신나게 해머를 내려찍고 있었다. 준과 달리 딜이 충분히 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방한방 파괴효과가 터질 때마다 어그로가 돌아갈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준보다 덜하다는 것이지 보통의 공격보다는 위협적이었다.

훌리오가 참다못해 소리를 빽 질렀다.

“적당히 해 이것들아! 탱커 돌아가시겠다!”

“어! 미안미안! 이게 생각보다 잘 터져서!”

녀석의 등껍질 위에서 니들리스를 내리찍던 한 헌터가 미안하다는 듯 한 손을 들었다. 준은 그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파괴효과가 터질때의 니들리스가 주는 손맛은 대어를 낚을 때의 낚시꾼의 그것만큼이나 짜릿했다. 그 짜릿함이 거의 삼십초마다 한번씩 터져주니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저걸 판 게 맞은 건지 모르겠네.’

니들리스에 재미를 들리면 다른 무기를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저러다가 크게 한번 데일 것 같아 걱정이 되기도 했다.

‘뭐, 지팔자지.’

준은 그렇게 생각하며 멀리서 더블 애로우를 날렸다. 어차피 저런 거북형태의 외도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나으니 적당히 마나의 고갈을 조심하면서 마법을 시전했다.

굳이 자신이 없어도 레이드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헌데 이렇게 가면 좀 많이 늦지 싶은데.’

아무래도 훨씬 앞에 그랑튀르가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자신이 나서면 훨씬 빨리 통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슬쩍 들었다.

‘그냥 대흉근을 불러내버려? 그게 아니더라도 니들리스를 들고 찍어버리면 그냥 손쉽게 끝날텐데.’

하지만 준은 애써 그런 욕망을 내리눌렀다. 니들리스를 사용하는 것 정도는 사실 보여줘도 큰 문제가 없었다. 딜이 좀 강력하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으니까. 그저 어린놈이 꽤 강하다는 생각정도나 할 것이다.

하지만 풀딜을 쏟다 보면 또 어그로가 풀리거나 여타 다른 문제가 생길수도 있었다. 또 나중에 저쪽 탱커에게 또 일일이 설명을 해야했다. 막스때만해도 귀찮았는데, 또 뭐라고 할 것인가.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 까지 나서지 않는 것이 나았다.

게다가 대흉근은 더했다. 물론 소환마법사라면서 거짓말을 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헌터들이 바보도 아니고, 자신들이 수년간 싸워온 골렘이다. 설령 소환용 골렘이라고 해도, 조금이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참자. 어차피 이 던전은 핵을 부숴야 깨지는 거니까 아무리 그랑튀르라고 해도 핵을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거야.’

던전 자체가 일자방식이라기 보다는 길이 여기저기로 뚫려 있었다. 미로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빙빙돌게되면 계속해서 외도의 습격을 받게 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었다.

아직 이쪽에도 승산이 있는 것이다.

뿌직!

십여분간 열심히 망치질을 한 끝에 크립토나이트의 실드를 완전히 벗겨내고 본체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위기를 느낀 녀석이 머리를 집어넣고 회복을 시도했지만, 니들리스 해머의 충격을 회복만으로 견디기는 어려웠다.

우워우어어!

결국 견디다 못한 녀석이 다시 고개를 내밀더니 갑자기 두 팔을 크게 휘둘렀다. 일반외도인 크립토디라의 경우에도 신축성 있는 두 팔로 멀리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도는 무위로 끝났다. 실내가 워낙 좁다보니 휘둘러치기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앞으로 쭉 내밀듯이 공격을 했지만 회전력이 부족하다보니 그리 큰 데미지를 입힐 수는 없었다.

재수없게 그 공격에 맞은 헌터하나가 뒤로 훌쩍 날아갔다. 그래도 특이외도의 공격이니 만큼 큰 충격을 받은 것 처럼 보였다. 팔다리 중 어느하나만 부러져도 전투력에 큰 지장이 오기 때문에 준은 그가 사지멀쩡하게 무사하기를 바랄수밖에 없었다.

‘힐러가 하나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운이 없게도 현재 이곳으로 들어온 헌터들 중에서는 힐러가 없었다. 힐러자체가 굉장히 귀한 데다가, 그렇게 귀하다 보니 어지간한 범죄를 저질러도 알카트뢰즈까지 오는 경우는 잘없었다.

게다가 힐러들은 대체로 성품이 온화하다. 애초에 범죄를 잘 저지르지도 않는 것이다.

이래저래 알카트뢰즈에서의 힐러란 그야말로 상상속의 동물이나 마찬가지 취급을 받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드립니다^^

다음편 업로드는 자고나서 오늘이 지나기 전 할게요.

늦은밤이 되겠지만 하여튼 오늘 세편까지는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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