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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49화 (4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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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한팀이 더 도착하고, 본격적으로 그랑튀르 형제단을 공격하기로 정했다. 놈들은 불안한 듯 연신 이쪽을 주시했지만 현실적으로 믿을 거라곤 그랑튀르 뒤부어가 최대한 빨리 던전을 클리어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우리도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네. 어차피 공조도 안될테니 각자 놈들을 상대하는 걸로 하지. 내가 좌측으로 돌아서 놈들의 옆을 치지. 자신감 넘치는 볼칸대위님께서 정면을 맡아주시겠지?”

“흠. 늦게 합류하지나 마라.”

“역시 정부놈들 답게 생각하는 것도 치사하군.”

“뭐라?”

“그럼 난 일단 이쪽으로 합류하지. 내 팀은 아직 오려면 멀었으니.”

싸움이 발화 되기 전에 준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그리고 새로 온 팀이 우측으로 돌격하기로 했다. 준은 어차피 군인들과 함께 움직이기로 했으니 양쪽의 헌터들이 움직이기 시작할때까지 느긋하게 상황을 지켜보았다.

어차피 자신은 원거리 딜러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무리해서 전투를 할 이유도 없었다. 물론 그가 전력을 다한다면 군인들 만으로도 그랑튀르 형제단 스무명 정도는 처리할 수 있었다. 대흉근 혼자서 최소 하급헌터 서넛은 잡아둘 수 있고, 준이 마법을 난사하면서 니들리스 해머를 이용한 근접전을 펼치면 대흉근 정도의 파괴력은 충분히 보일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집단전에서 강력한 헌터 한두명의 존재는 전투의 판도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준이 움직이지 않는 것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도 아니고, 던전이라는 것에 호기심이 있을 뿐인데 생사대적을 만난 것 처럼 날뛰어봐야 손해보는 것은 자신이었다.

그저 한발짝 물러서서 남들이 움직일때 한 발 담그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바스라 팀과 나머지 한팀이 빙 돌아 우회하며 미리 약속된 위치에 자리잡았다. 던전 자체가 언덕아래에 있었고 양팀은 반대쪽 언덕 그림자에 숨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는지 움직임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전원. 돌격하라!”

볼칸이 돌격명령을 내리자, 전원이 빠르게 언덕아래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신호에 맞추어 양쪽에 있던 헌터들도 움직임을 시작했다.

준은 뒤쪽에서 루나와 함께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원거리 딜러이기 때문에 굳이 전투의 한가운데 들어갈 필요가 없었고, 루나를 누군가는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후. 이게 22세기인지 중세인지.”

준은 빠르게 달려내려가 검을 휘두르는 사람들을 보며 한숨같은 탄식을 내뱉었다. 어느쪽이 낫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인류의 발전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하는 회의가 머리를 스친 것 뿐이다. 물론 그 생각은 나타났을 때만큼이나 빠르게 사라졌다.

“앞으로 수억년이 지나더라도, 인류는 똑같이 싸울거에요. 그 형태는 바뀔지언정 본질은 달라지지 않겠죠.”

“뭐, 그렇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냥 감상일 뿐이었어. 전쟁이 싫다거나, 싸움을 부정하는 건 아니었다고.”

루나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도 손에 피를 묻힐대로 묻혔다. 이제와서 그런 감성에 빠져 전쟁반대를 외치는 평화론자 대열에 낄 생각은 없었다.

전투가 치열하게 전개 되었다. 양측 모두 20대 20의 팽팽한 전력이었지만 애초에 개개의 전력차가 나는 상황이었다. 저쪽에서 그랑튀르 뒤부어라도 나타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질 수 없는 싸움이었다.

준도 간간이 더블애로우를 날려가며 이쪽을 지원해주자, 싸움의 향방은 금새 가려졌다. 그랑튀르 쪽에서 희생자가 한두 명씩 나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전열이 무너졌다. 그러자 놈들은 서서히 뒤로 물러서더니 던전쪽을 향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잡아! 녀석들 안으로 도망칠 생각이야!”

볼칸이 외치지 않아도 이미 모두가 녀석들을 생각을 알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추격한 끝에 도망치는데 성공한 녀석들은 채 다섯이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모두 이쪽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어차피 놈들은 잡히는 즉시 즉결처분 대상이었다. 재판이고 뭐고 살아날 가망이 없는 이들이었기에 항복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잠시 쉬었다 던전에 진입한다.”

“나머지 팀들은 어떻게 한다...?”

바스라가 약간 걱정이라는 듯 입을 열었다. 어쨌든 본래 던전탐사팀은 함께 진입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우리는 마냥 기다릴 수 없다. 그쪽이 나중에 진입하겠다면 말리지는 않지.”

“같이 가도록 하지. 안에 뭐가 나올지 모르니. 일단은 여기 있는 인원들만으로도 어떻게든 될거라고 생각은 하네.”

볼칸의 말에 바스라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랑튀르는 안에서 던전을 클리어 하고 있을 것이다. 늦는 팀들은 해가 질때까지 오지 않을 수 도 있다. 그들을 기다리다가 던전이 깨져버리면 그야말로 닭쫓던 개가 지붕을 바라보게 되는 셈이다.

이후 불칸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은 시신을 한쪽으로 모아 불을 질렀다. 헌터들도 몇몇 그들을 도왔지만 대부분은 그냥 손을 놓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준도 그중 하나였다.

자신들은 죄인이고 저들은 군인이다. 굳이 이런 일 까지 힘을 합쳐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었다.

“우우.”

곁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준이 고개를 돌려보자, 루나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사람이 죽는 걸 처음 보는 건 아닐텐데? 아까전만해도 멀쩡하던 것 같더니.”

“아... 네. 하지만 두 번 연속은 힘드네요. 솔직히 허세를 부리고 있었으니까.”

“그런가. 하지만 이 안으로 들어가면 무슨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이런 녀석들은 상대도 안될만큼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올 수도 있어. 목숨보다 직장이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 그만 돌아가는 것이 어때?”

준은 사실반 농담반을 섞어 입을 열었다. 루나의 표정이 더 딱딱해졌지만, 그녀는 질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단순히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에요. 제가 이런 오지에 있는 연구소까지 자원해서 온 이유는 어디까지나 웜홀의 생성이유와 그것을 막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였어요. 알카트뢰즈는 그런 쪽으로 연구하기 좋은 환경이니까.”

“일반인이 전혀 없기 때문이지?”

“그런 것도 있죠. 모든 지역의 권한을 정부가 쥐고 있으니 소개명령도 쉽고, 결정체도 저렴하게 생산되니 각종 실험을 하기에도 좋죠. 게다가 원한다면 많은 인원도 지원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은 웜홀의 생성이 잦은 편이에요.”

“그렇다고 해도 굳이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연구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런 데이터 수집은 군인들에게 맡기고 연구원이면 그냥 연구원답게 연구실에서 실험이나 하는게 낫지 않아?”

“이 엑조틱 미량 검출기 같은 경우, 양자단위까지 세밀하게 엑조틱 에너지의 흐름을 측정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섬세한 기기이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저뿐이에요.”

“직업의식이 투철하군. 뭐, 내 알바는 아니지.”

“그쪽은 무슨 이유로 던전에 들어가려고 하는 거죠?”

“아까 말했잖아? 결정체에 관심이 있다고. 솔직히 이곳에 있는 헌터들이 필요한 게 그거밖에 더 있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보이던 걸요. 전투에도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았고.”

“그거야 그쪽 보호하느라 그런거고.”

준의 말에 루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제가 이래봬도 사람 보는 눈은 좀 있는 편이에요. 헌데 준의 눈에는 욕심이라는 것이 별로 보이지 않아요. 뭐라고 해야할까... 그저 재미있어 보여서 참여한다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보이는 건가?”

준은 말을 이었다.

“부정하지는 않아. 던전이라는 것에 대해서 궁금한 것도 사실이고. 하지만, 나 역시 나름대로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곳까지 찾아 온 거다. 그저 흥미때문에 목숨을 걸기에는 너무 손해 보는 일 아닌가?”

“아... 그렇네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넘겨짚은 것 같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너무 신경쓰지마. 내가 저들과 다르게 보인다는 건 이해하니까.”

준은 바닥에 앉아서 쉬고 있는 헌터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흘깃흘깃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준이 아니라 루나를 훔쳐보는 것이었다.

“그건 그래요. 솔직히 궁금하군요. 준은 대체 어쩌다 알카트뢰즈에 오게 된거죠?”

“글쎄. 그건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군.”

준은 그렇게 말하며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슬슬 던전으로 진입을 준비할 시간이었다.

웃기게도 던전에 먼저 진입하는 것으로 또 한바탕 다툼이 있었다. 결국 볼칸이 가장 나중에 진입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어차피 던전을 조사하기 위한 일행이었으니 굳이 선봉을 설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 였다.

바스라 팀이 먼저 들어가고 다음 팀이 이어 들어갔다. 그리고 준은 마지막 볼칸 팀에 끼어서 던전에 진입했다.

‘이것이 웜홀인가...’

눈앞의 공간이 일렁이고 있었다. 빛이 원형으로 왜곡되어 주변의 빛을 산란시키고 있었는데 계속해서 보고 있다보니 눈이 어질어질 할 정도였다.

그 안으로 한명씩 차례로 헌터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들어가자 마자 전투가 벌어질 수 있으니 모두 무기를 손에 들고 있는 상태였다.

볼칸과 함께 군인들도 진입했고, 마지막으로 준과 루나가 남았다.

“행운을 빌어요.”

“뭐, 죽지만 말자고.”

루나가 먼저 들어가고 준이 마지막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눈앞이 새하얗게 명멸했다.

던전에 진입하셨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여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수행하시겠습니까?

‘응? 퀘스트?’

준은 갑자기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튜토리얼을 열었다. 목록이 갱신되며 ‘퀘스트’라는 것이 생겨있었다. 목록을 열자 간단한 설명이 주르륵 펼쳐졌다.

퀘스트란 정해진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가이드로,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을 챙겨주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나쁘진 않군. 굳이 결정체를 챙기지 않아도 경험치를 주는 것인가?’

처음에 던전탐사를 생각했을때 마음에 걸렸던 것이 수많은 다른 헌터들과 결과물을 나눠야 한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굳이 던전탐사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퀘스트를 통해서 별도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결정체에 욕심을 내지 않고 그저 목표달성에만 성공해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으니 꽤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은 퀘스트를 수행하기로 하고 ‘네’를 선택했다. 그러자 새로운 메시지가 주르륵 떠올랐다.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던전 레벨은 쉬움으로 측정됩니다.

던전을 클리어 하기 위한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던전 내부에 존재하는 핵을 발견하여 파괴합니다.(0/1)

‘쉬움?’

이 쉽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은 이상, 마냥 안심을 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준의 능력에 비견해서 쉽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던전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쉽다는 것인지 지금시점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부디 전자이길 바라며 준은 퀘스트 창을 닫았다.

그러자 천천히 눈앞이 밝아지며 어두침침한 동굴의 내부가 보였다. 마법사들이 빛을 발하자 주변이 다소 밝아지며 시야가 넓어졌다. 준은 맵을 열어 보았다. 던전안의 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목표가 되는 핵의 위치는 녹색으로 깜박이며 위치를 드러내고 있었다. 무턱대고 뒤져보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여기서 흩어지도록 하지.”

볼칸이 입을 열었다. 바스라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하면 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군.”

바스라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슬쩍 쳐다보았다. 어쩔거냐는 뜻이었다. 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바스라를 따라가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루나는 탐사가 목적이었지 던전 클리어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다.

퀘스트를 수행해야할 준이 그녀를 따라다닐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럼 난 이만 간다. 운이 좋다면 살아서 보자.”

“네. 그럼 다음에.”

루나는 진심으로 다음을 기약하는 태도로 악수를 건넸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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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아침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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