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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출현
일반 군인들은 총기를 휴대하지만, 헌터부대는 가능한 한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특히 알카트뢰즈의 경우에는 총기탈취를 우려한 나머지 병적으로 총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둔다.
닐슨 같은 보안관에게는 개인화기를 주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혼자서 1000명에 가까운 헌터들의 신상을 관리하기 때문에 내려진 예외적인 결정이었다.
볼칸의 부대는 총원 13명으로 이루어진 특수부대였다. 방금 전 이루어진 전투로 인해 3명이 사망한 현재10명만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시신은 일단 수습해서 매장한다. 본부에 위치전송하고 사람 보내라고 해. 나머지는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지.”
죽은 대원은 천으로 싸서 땅을 판 후에 돌무덤을 만들었다. 그냥 내버려 뒀다가는 외도에 의해 훼손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헬기 같은 걸 띄우면 굳이 걸어서 갈 필요가 없지 않아?”
“그거 한번 띄우는 것도 돈이니까요. 위에서는 최대한 예산을 줄이길 원하거든요.”
“이곳에서 나오는 결정체만 해도 엄청날텐데, 그 정도도 지원이 안되는 건가?”
“그건 연합정부의 것이에요. 저희 회사에서는 그저 위탁을 받아서 관리만 할 뿐이죠. 사실 연구소도 이번에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하면 인원감축이 거의 확정적입니다.”
갤럭시 인더스트리 산하 PMC(Private Military Company:민간군사기업) 불릿타임은 최근 경기악화로 인해 대규모 인원감축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소속되어 있는 연구소도 불릿타임의 기관이었기 때문에 그 여파에서 피해가기 어려웠다. 그런 중 던전의 이상발생은 루나에게는 호재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전에도 몇 번 던전을 탐사하려고 준비한 적이 있었지만 모두 그녀가 던전을 찾기 전에 헌터들에 의해 파괴되었다. 당시의 실패를 교훈삼아 이번에는 최대한 일정을 빠르게 잡았다. 이번에는 늦지 않게 도착할 거라 생각했지만, 갑작스런 습격으로 군인을 셋이나 잃게 된 상황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정말로 성과가 필요했다.
“출발하지.”
볼칸이 입을 열었다.
던전에 도착하기까지는 대략 두 시간 가량 걸렸다. 유일한 일반인인 루나 미스틸테인의 속도에 맞추어야 했기에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약 3킬로미터 거리를 두 시간에 걸려 도착한 일행은, 인근에 한 무리의 헌터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놈들이군.”
던전과 일행의 거리는 대략 300미터. 볼칸이 헬멧에 달린 망원렌즈로 근처를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그랑튀르?”
준이 입을 열자 볼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이 약 스무 명가량. 그랑튀르 뒤부어로 보이는 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던전안에 들어간 것일 수도 있지.”
준의 말에 볼칸도 동의했다. 부하들 몇을 밖에서 대기시켜두고 자신들이 먼저 던전탐사를 들어갔을 확률이 높았다.
“어떻게 할 거지? 조사를 하려면 일단 안으로 들어가야 할 텐데. 설마하니 저 녀석들과 타협을 하기는 어려울 테고.”
“놈들이 던전을 발견했을거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이거 꽤나 곤란하게 되었네요.”
루나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볼칸이 뒤를 볼아보며 수하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전투준비.”
“잠깐만요. 정말 싸울 생각입니까?”
루나의 말에 볼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던전 탐사는 중요한 임무입니다.”
“차라리 지원요청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총기를 가진 부대가 지원을 해준다면 저들을 상대하기 수월하지 않을까요?”
“지원병력이 오기 전에 던전이 파괴당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총기사용은 인근 외도들을 끌어들일 위험이 있습니다. 이 인원으로는 특이외도 세 마리이상만 나타나면 위험해집니다.”
“하지만 지금 인원으로 싸운다는 건 확실히 무모한 짓이지.”
준이 입을 열자 볼칸이 얼굴을 굳혔다.
“외부인은 참견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아니. 정말로 승산이 있다면야 나도 말리진 않겠지만 말이야. 두 배의 병력차라면 아무리 당신 부하들이 잘 단련되어 있다고 해도 어렵다고.”
“기습을 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도적떼에 불과한 녀석들인데다가 지휘체계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지.”
“그래도 위험한 것만은 사실이지. 던전탐사가 중요하긴 하지만, 또 다시 부하를 잃을 셈인 것은 아니겠지?”
“그럼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신호탄 있어?”
“있긴 하다만.”
“그거 한 발만 쏴. 그러면 인근의 헌터들이 이쪽으로 몰려올테니까.”
준의 생각은 간단했다. 현재 이 산 근처를 수색하고 있을 나하라의 헌터들을 불러모으려는 것이다. 볼칸은 잠시 고민하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우리의 위치도 노출 될텐데.”
“그래봤자 저 녀석들이 던전을 버리고 이쪽으로 올 수도 없어. 입구를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을 테니까. 굳이 온다 해도 전원이 오지는 않을거야. 그리고 공격보다는 방어가 쉬운 법이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던전을 조사하는 것은 힘들어 진다.”
“그렇다고 내버려 두면 그랑튀르가 먼저 던전을 깨버릴 수도 있지. 일단 저 앞의 놈을을 처리하고, 다른 헌터들과 함께 던전에 입장해서 안쪽을 탐사하던지 하자고. 이제와서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 조사한다는 것은 어려워.”
“그래요. 볼칸대위님. 지금 공격하는 것은 확실히 무모해요.”
루나마저 나서서 준의 의견에 동의를 표하자, 결국 볼칸은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 역시 부하들의 죽음을 대가로 임무를 진행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던전 탐사가 실패로 돌아간다면 연구소뿐만이 아니라 부대원들까지도 감원대상에 들어가게 된다.
다른 레이드 팀이나 PMC에 들어가면 되지 하는 것은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이야기였다. 어디든 그렇지만 이쪽 업계도 좋은 조건으로 스카웃되는 것이 아닌 이상, 새 직장을 찾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이들은 군인이다. 아무리 사설업체라고는 하지만 군인으로 살던 이들이 일반인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적응을 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피이이--- 퍼엉!
맑은 하늘에 노란 색의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발견한 그랑튀르 형제단 측에서 동요가 일었다.
“벌집이라도 건드린 것 같군.”
망원렌즈로 적진을 살피던 볼칸이 입을 열었다. 이쪽의 위치를 노출했으니 녀석들도 어떤 식으로든 행동이 있을 것이다.
준도 눈을 가늘게 뜨며 적들의 행동을 살폈다. 거리가 멀긴 하지만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없어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 같은데?”
“뭐가 있을지 모르니 무리해서 싸우지 않겠다는 뜻인 것 같군.”
“일단 우리도 기다리지.”
준의 말에 볼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삼십분쯤 지나자, 헌터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오며가며 한번쯤은 본적이 있는 얼굴들이었다.
준이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쓸데없이 먼저 그랑튀르와 부딪힐 필요는 없었다.
“나하라의 헌터, 준 알스버그라고 한다. 이쪽은 정부쪽 군인들.”
“바스라라고 한다. 헌데 이런 곳에 왜 군인이 있지?”
바스라라고 자신을 소개한 중년의 헌터가 불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냥 정부쪽 인사도 아니고 군인이라면 그들에게는 사실 원수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서로 대화를 해봤자 얼굴만 붉힐 것이 뻔하다 보니 준이 먼저 중재에 나섰다. 사실 준에게도 대뜸 욕설을 퍼붓는 불칸이다. 다른 이들에게 친절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원래는 이쪽에서 먼저 던전을 발견하고 조사를 할 생각이었다고 하더군. 헌데 골치아픈 놈들이 먼저 자리를 잡았지 뭐야?”
준이 손을 들어 그랑튀르 형제단이 있는 지역을 가리키자 바스라가 눈을 좁히더니 입을 열었다.
“그랑튀르 형제단인가?”
“그게 보여?”
준이 약간 놀랍다는 듯 입을 열자 바스라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냥 이근처에서 문제를 일으킬 만한 놈들이라면 녀석들 밖에 없겠다 싶었지. 그래서 신호탄을 쏘아올린 건가?”
“그래. 일단 힘을 합쳐서 놈들을 처리하고, 서로의 목적대로 움직이면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가? 넌 어느쪽이지? 정부쪽 인사인가?”
“아니. 그럴 리가. 던전을 탐색하다가 우연히 만났을 뿐이야. 나 역시 저 안쪽의 결정체에 관심이 많다고.”
“어느 팀 소속이지?”
“막스.”
“아. 그 조교 녀석. 이번 신입중에 괜찮은 녀석이 있다고 하더니 그게 너였나보군.”
신입들을 데리고 다닌다고 기존의 헌터들 사이에서는 '조교'라고 불리는 모양이었다.
“이런. 그자가 내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나 보지?”
“서로서로 돕고 사는거지. 그런 정보들은 교환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건가?”
“전혀 몰랐네. 그렇다면 좀 더 몸을 사릴 걸 그랬군.”
준은 막스에 대한 생각을 약간 더 수정했다. 안좋은 쪽으로. 신입을 부려먹는 것도 모자라 그들에 대한 정보까지 팔고 다닐줄은 몰랐다.
다행인 것은 아직 자신이 니들리스의 제작자라는 사실은 알리지 않은 듯 했다. 그게 알려졌다면 이렇게 조용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준은 막스앞에서 괜히 스쿠터를 꺼내서 타고다녔나 하는 후회가 잠시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모든 것을 감출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 그에게 자신의 모든 밑천을 드러내보인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막스도 분별력이 있다면 아무렇게나 자신의 일을 떠벌리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그 이야기가 자신에게 까지 들려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을테니까.
‘애매하구만. 애매해. 어떻게 날 잡아서 한번 푸닥거리를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막스는 줄타기에 능숙했다. 조금 기분은 나쁜데 그렇다고 대놓고 싸움을 걸거나 비난할 수는 없을 정도로 사람을 이용해 먹었다. 굳이 아군으로 삼고 싶지는 않지만, 적이 되어서도 곤란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인간이었다.
“대화는 그만하고, 언제 시작할 거지?”
볼칸이 기다리기 지겹다는 듯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준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는 말했다.
“적어도 이쪽의 숫자도 비슷하게는 맞춰야지. 너무 시간을 끌어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숫자로 싸움을 걸면 이쪽의 피해도 커질테니까.”
“내 부하들은 일당백의 전사들이다. ”
볼칸의 말에 바스라가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내 부하들은 일당천의 전사들이겠군?”
“뭐라고?”
볼칸의 눈썹이 모로섰다. 그렇지 않아도 범죄자들과 같이 행동해야한다는 것이 불편했던 그가 이런 도발을 그냥 참고 넘어갈리 없었다.
“그만해요. 볼칸 대위님. 어쨌든 지금은 협력해야 할때에요.”
“여자?”
군인들의 뒤에서 나타난 루나의 모습에 바스라가 놀란 듯 눈을 크게떴다. 그 눈에 탐욕이 어리는 것은 누구라도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준이 입을 열었다.
“우리끼리 싸우고 싶은거 아니면 그만 쳐다보시고. 한 팀만 더 오면 저들과 싸우는 걸로 하지. 적어도 숫자는 동일하게 맞춰야 하니까.”
“큼. 그, 그러도록 하지.”
아무리 중년의 나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경험많은 헌터라 할지라도 그 역시 몇 년간 여자는 구경도 못한 상황이다. 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안구의 통제권을 잃은 상황이었다.
거의 정신을 놓고 루나의 얼굴과 몸을 노골적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끙... 그리고 루나는 뒤쪽에 숨어서 얼굴이라도 가리던가 해야겠군.”
준의 말에 루나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군인들의 뒤쪽으로 숨어들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바스라가 헛기침을 연신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이거 못난 꼴을 보였군. 여자를 보는 건 너무 오랜만이라.”
“이해못할 것도 없지.”
지나가는 할머니만 봐도 그곳이 설 판에, 루나처럼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눈앞에 있으니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이 경우 문제는 바스라가 아니라 루나쪽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행동으로 옮기지만 않으면 뭐...’
물론 그렇다고 손을 대거나 하는 건 범죄다. 제발이지만 그 정도 자제력은 있어줬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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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쉬려다가 이틀을 쉬어버렸네요. 다른건 아니라 술먹고 이틀간 앓아누웠습니다...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었읍죠.
어쨌든 오늘은 이 거 한편뿐이지만 좀 다 밤에도 하나 올라갈겁니다. 좀있다 뵙겠습니다.
꾸벅.
그리고 소소한 오류 수정이 있었습니다. 볼칸의 부대원은 소대수준이 아니라 분대급입니다. 그걸 왜 헷갈렸는지;;
오타 수정했습니다. 쓰고난다음에 한번씩 검수하는데도 계속 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