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5 ----------------------------------------------
던전 출현
다다다-
준은 스쿠터를 타고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름 좋아하는 클래식 음반을 틀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서 달리고 있으니 이곳이 악명높은 알카트뢰즈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휘잉!
“윽. 모래.”
하지만 모래가 섞인 바람만은 아직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준은 눈을 깜빡이며 모래먼지가 빠져나가길 기다렸다.
피---잉!
그때 이상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 준의 코를 스치고 지나갔다. 깜짝 놀란 준은 황급히 음악을 끄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른 쪽 언덕 위에서 다섯 명의 헌터가 이쪽을 향해 화살을 당기고 있었다.
“뭐야? 저 녀석들! 말도 없이 다짜고짜 화살부터 날려?”
준은 스쿠터를 세웠다. 그러자 언덕위에 있던 놈들도 활을 거두곤 천천히 준을 향해 접근하기 시작했다. 준이 겁을 먹고 스쿠터를 세운 것이라고 생각한 듯 했다.
“인사치곤 요란한데?”
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갈색머리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준 알스버그 맞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 걸 보니, 그냥 도둑놈들은 아니로군.”
“배짱이 두둑한 놈이로군. 신입이라고 들었는데. 스쿠터까지 있는 걸 보니 확실히 결정체를 많이 가지고 있겠어. 크크크.”
그자가 웃기 시작하자 다른 네 명도 따라서 웃었다. 당장이라도 준을 죽이고 빼앗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쩌나, 결정체는 집에 두고왔는데.”
“웃기지마. 그런 물건을 숙소에 놓고다니는 놈이 있을 리가 없지.”
“오. 꽤나 예리한 추측인데.”
“흐흐. 그러니 얼른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싫다면?”
준의 말에 갈색 머리 사내가 뺨을 실룩이며 말했다.
“죽는 수밖에.”
“그래? 어디 한번 해봐.”
왱-
돌연 준이 스쿠터의 악셀을 당기며 빠르게 돌진했다.
“쏴!”
화살이 날아왔다. 준은 순간적으로 스쿠터의 방향을 돌렸다.
키이이익-
힘으로 억지로 돌려세운 스쿠터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긁어댔다. 먼지가 자욱이 일어나며 적들은 순간적으로 준의 모습을 놓쳤다.
쐐액!
오른쪽 다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화살. 준은 코웃음을 쳤다. 적과의 거리는 겨우 10여미터. 아무리 스쿠터를 타고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이 거리에서 명중을 시키지 못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하급 헌터라고 볼 수도 없었다.
“계속! 쏴!”
녀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준은 재빨리 언덕의 오른쪽으로 달려 화살의 사각지대로 위치를 옮겼다.
“저쪽이다!”
놈들이 큰 소리로 외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준은 재빨리 스쿠터를 인벤에 넣고선, 대흉근을 꺼냈다.
쿵!
“헉?”
갑자기 눈앞에 골렘이 나타나자 달려오던 헌터들 중에 하나가 자리에서 우뚝 멈춰섰다.
“젠장! 갑자기 이게 왜 여기에!”
“제대로 확인 안한놈 누구야!”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태, 탱커! 빨리 어그로 좀!”
“지금 레이드 할 상황이냐!”
“정신차려! 일단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쾅!
갑자기 나타난 골렘에 당황해서 우왕좌왕 하는 사이 대흉근이 가장 가까이에 있던 헌터를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급하게 피하느라 충격파의 범위 내에 있던 자가 그만 중심을 잃고 바닥을 굴렀다.
“더블 애로우!”
마나가 20이 빠져나가면서 준의 손끝에서 두 개의 마법화살이 날아갔다.
퍽! 퍽!
“끄르륵!”
그 화살은 시간차로 바닥에 있던 헌터를 향해 날아가 쓰러진 헌터의 등과 목덜미에 꽂혔다. 그 꼴이 된 이상 살아날 방법은 없었다.
“후안!”
헌터 중 하나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아마 바닥에 쓰러진 자의 이름이 후안 인 듯했다. 하지만 곧 그자도 가슴에 마법화살이 꽂히며 후안과 같은 모습으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단숨에 두 명이 죽자, 나머지 헌터들이 사기를 잃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준은 결코 그자들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왼쪽에 있는 녀석을 쫓아.
-응.
대흉근에게 명령을 내린 준은 나머지 두녀석을 쫓았다. 놈들은 본능적으로 서로 다른방향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일단 가운데로 도망치는 녀석에게 더블 애로우를 날린 준은 스쿠터를 꺼내어 오른쪽으로 도망치고 있는 녀석을 쫓았다.
‘그래 더 따라와라.’
알카트뢰즈에 온지 2년차에 접어든 올센은 꽤나 경험많은 헌터였다. 알카트뢰즈에 오기 전부터 레이드에 자주 참여했었고, 이곳에 오고나서도 실력으로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었다.
게다가 가끔씩 레이드가 지겨울때면 지금처럼 다른 헌터를 사냥하면서 여흥을 즐기기도 했다. 대부분의 헌터는 결정체를 자신의 몸에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잡을 수만 있다면 특이외도를 잡는 것 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새로 들어온 신입 중 하나가 일주일도 안돼서 숙소를 잡고 상점을 들락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상점에서 나올때마다 무언가를 잔뜩 짊어지고 나왔다. 올센은 거기에서 돈 냄새를 맡았다. 저 녀석을 털면 뭔가 나올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다행히도 그 신입은 딱 봐도 10대 후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전투기술도 별볼일 없을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안전을 도모하는 의미에서 최하급 2명 하급 3명을 끌어 모아서 습격을 계획했다.
도저히 실패할 수 없는 계획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운이 너무 없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골레밍 나타나 공격을 시작하는 바람에 계획이 엉망이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마법사라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지.’
하지만 모든 일이 계획대로 움직일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람과 싸울때는 항상 변수가 있었다. 이정도 변수는 충분히 예상가능한 범위내에 있었다.
쿵. 쿵. 쿵.
등뒤에서 외도의 걸음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다른 녀석을 쫓아 움직인 것을 확인 한 그는 쾌재를 불렀다. 죽은 녀석들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그는 혼자서라도 준을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그 녀석은 스쿠터를 타고 맹렬히 쫓아오고 있었다.
‘이쯤이면 되겠군.’
이제는 누구의 방해를 받지 않고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 올센은 도망치는 것을 멈추고 검을 뽑아들었다. 녀석은 무기도 없이 그저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와라! 단숨에 쪼개주마!’
그렇게 생각하고 검을 치켜세웠다. 헌데, 바로 그순간 스쿠터에 타고있던 준 알스버그가 허공에 오른손을 휘저었다.
‘뭐하는 거지?’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두 눈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허공에서 갑자기 커다란 해머가 튀어나온 것이다.
준은 열심히 올센을 쫓았다. 녀석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듯 했지만 아무리 헌터가 빨리 달린다 해도, 결국 스쿠터의 속도를 이길 수는 없다. 결국 그는 검을 뽑아들고는 뒤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세가 잘 잡혀있는 것을 보니 검술자체는 꽤나 단련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급헌터 쯤은 되겠군.’
예전이라면 장담할 수 없는 상대지만, 지금의 자신은 6레벨을 넘어섰다. 적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아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닐 것이다.
준은 승리를 확신하며 스쿠터에 탄 상태로 니들리스를 꺼내들었다.
“헉?”
허공에서 커다란 망치를 꺼내는 모습에 올센이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하아앗!”
준은 스쿠터를 한손으로 움직이며 그대로 올센을 향해 해머를 휘둘렀다. 그는 번득 정신을 차렸다. 저 속도로 달려오면서 휘두르는 해머에 정면으로 부딪힌 다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올센은 황급히 바닥으로 몸을 굴렸다.
후웅!
“칫.”
정면으로 맞붙어 올 거라고 생각한 준은 스쿠터의 방향을 틀어 다시 녀석을 향해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스쿠터에서 내린 준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자세로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올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서로의 거리가 10여미터 쯤 되었을까.
“더블애로우!”
준이 순간적으로 마법을 쏘며 돌진했다. 올센은 침착하게 날아오는 마법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마법화설은 일반 화살과 달리 얼마든지 날아가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었기에, 피하는 것보다는 쳐내는 것이 나았다.
파팡!
마법화살을 깨뜨린 올센은 코앞까지 다가운 준을 향해 검을 깊게 찔러넣었다. 하지만 검이 닿은 곳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었다. 순간적으로 준의 동작을 놓친 것이다.
‘위?’
고개를 들자 태양을 등지고 자신을 향해 해머를 내려치는 준의 모습이 보였다.
“젠장!”
그는 혼신의 힘들 다해 옆으로 몸을 날렸다. 저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한한 멀리 떨어지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콰앙!
“커헉!”
완벽하게 피했다고 생각했던 올센의 몸을 충격파가 휩쓸고 지나갔다. 반경 10미터 가량을 휩쓸어버리는 준의 충격파 공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애초부터 없었던 셈이다. 차라리 올센의 입장에서는 목숨을 걸고 허공에서 떨어지는 준과 정면대결을 하는 편이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선택은 끝났고, 결과는 패배였다.
“쿨럭.”
올센은 검을 지지대로 삼아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자신이 흘린피가 흥건했다. 이게 대체 무슨 기술일까, 그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었다.
준은 비틀거리는 올센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미 충격파에 휩쓸린 녀석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골렘마저도 단번에 절반의 실드를 날려버리는 기술이다. 아무리 빚맞았다고 해도 하급헌터의 내구력으로 충격파를 버텨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올센은 준 알스버그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가 천천히 손바닥을 펴 자신을 향했다. 심장을 파고 들어오는 마법화살의 서늘한 느낌과 함께 올센은 의식의 끈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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