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2화 (4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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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 1호

쿵!

퍼석!

대흉근의 두손 내려찍기가 전갈의 등껍질에 정확하게 꽂혔다.

키에엥!

전갈이 괴이한 비명을 지르며 입에서 진녹색의 체액을 내뿜었다. 체액이 대흉근에게 튀자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체액 자체가 강산성의 물질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대흉근은 바위골렘. 산성용액따위 아무리 들이부어봐야 겉만 조금 상할 뿐 큰 타격은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괴수대격돌이네. 이거 돈 주고 봐도 되겠는데?”

인간과 인간의 싸움에서 볼 수 없는 박력이 넘쳤다. 한방한방 때릴때마다 돌이 튀고, 땅이 패이고, 서로의 파편이 허공을 비산했다.

그렇게 한창 재미있게 보는 와중에 준은 두 외도가 서로의 실드를 무시하며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자세히 관찰을 해보니 항력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일격을 먹이는 순간, 타격범위에서 기이한 에너지 파동이 일어났다. 아무생각없이 볼때에는 그냥 충격파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한번 의식하니 단순히 충격파라고 하기엔 특정패턴이 반복되고 있었다.

“엑조틱 에너지끼리 상쇄시키는 모양이군.”

준의 니들리스도 마찬가지 원리로 항력을 상쇄한다. 정말로 쓸모있는 펫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그 싸움의 승자는 대흉근이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전갈외도가 대흉근에게 독침을 발사했고, 대흉근은 몸으로 맞아가며 독침을 발사하기 위해 바짝 세운 꼬리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대체 꼬리에 주먹을 휘둘러서 무슨 데미지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하던 준은 다음 순간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윗덩이에 불과했던 대흉근의 주먹이 갑자기 쩌적하고 갈라지더니 인간의 손처럼 변한 것이다.

“별 걸 다하는 군.”

텁!

그러더니 전갈의 꼬리를 잡고서 그대로 집어올려서는 좌우로 패대기 치기 시작했다. 3미터에 달하는 전갈이 사정없이 메다꽂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바닥이 들썩이며 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다.

먼지가 가라앉았을 무렵에는 이미 전갈은 온몸에 체액을 쏟아내며 납작하게 찌부러져 있었다. 대흉근은 가슴을 쿵쾅쿵쾅 치면서 승리의 기쁨을 표현했다.

-잘했어.

준은 그렇게 말하며 대흉근에게 다가가 등을 툭툭 쳤다. 그러자 대흉근이 몸을 구부리면서 머리를 가져다 댔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녀석은 기분이 좋은지 자르르르- 하고 울었다. 정확히 말해 울었다기 보다는 몸을 구성하는 작은 돌들을 서로 맞부딪힌 거지만.

“그럼 어디 볼까.”

준은 전갈외도의 몸을 뒤적여 결정체를 찾아냈다. 골렘과 싸우다 보니 몸의 거의 바스러져 있었는데도 운이 좋았다.

대흉근이 먹고 싶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았지만 준은 고개를 저었다. 자꾸 결정체를 주면 버릇이 나빠질 것 같았다.

-다음에.

쿠쿠쿠쿠-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 ‘다음에’가 나타났다.

두 번째 사냥은 준도 참여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다만 대흉근과 전갈외도가 격렬하게 싸울때는 도저히 끼어들 틈이 없었기에 어느정도 어그로가 잡혔다 싶은 순간, 직접 대흉근에게 명령을 내려가며 싸워야했다.

다소 불편했지만 사냥 속도 자체는 빨라졌다. 일격의 데미지로만 따지면 대흉근보다는 준의 딜량이 더 높았기 때문이었다.

“파워 덩크!”

쾅!

쩌적!

촤악!

준이 점프 후 내려찍기를 시전하지 파괴효과가 터지면서 전갈의 등에서 체액이 뿜어져 나왔다. 암석이 아닌데도 파괴효과가 터진 것은 니들리스가 A급이 된 후 나타난 현상이었다. 대신 전갈의 몸이 암석은 아닌지라 골렘에게 주는 것 보다는 비교적 데미지가 낮았다.

치익!

“이크!”

-산성액에 의해 피해를 입었습니다. 체력이 40감소합니다.

재빨리 피한다고 피했지만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준은 머릿속에서 메시지가 울리는 것을 들으며 니들리스를 휘둘렀다.

준의 딜량이 크긴 했지만 기존에 대흉근이 끌어놓은 어그로가 워낙 큰데다가, 혹여라도 준에게 머리가 돌아갈 것 같으면 큰 공격을 해대는 대흉근 때문에 전갈은 결국 어영부영하다가 준이 날린 마무리 일격에 머리가 터지면서 죽음을 맞이했다.

“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진 않네.”

받은 피해는 산성체액에 의해 받은 것과, 전갈이 날뛰다가 앞발이 스친 것 때문에 입은 피해 뿐이었다. 준의 체력도 어느덧 500이 넘어가고 있었고, 정타가 아닌 스친 것 정도로는 준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없었다.

쿠쿠쿠-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 잠시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세 번째 전갈을 잡고나서야 준은 겨우 쉴 수 있었다. 아무래도 특이외도를 여러 마리 연속으로 상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펠로우쉽 때문인가.”

그나마 한 마리씩 나타났다는 것은 이 근처에 특이외도가 많지 않다는 뜻이었다. 한꺼번에 나타났다면 아무리 대흉근의 체력이 3000이 넘는다고 해도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준은 대흉근의 결정도를 더 높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헤이. 컴온.”

준은 대흉근을 불렀다. 녀석이 쿵쿵거리면서 다가오자 준은 녀석에게 결정체 하나를 더 던져 주었다. 결정도가 10일 경우에 붉은색 외도와 상대가 가능하니, 결정도를 100으로 만들면 주황색 외도와도 상대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혼자 내버려 두어도 붉은색 외도정도는 씹어먹고 다닐 수 있었다.

녀석은 황급히 두 손으로 받아들더니 천천히 붉은 색 결정체를 몸 안으로 흡수했다. 준은 펠로우쉽창을 열어 대흉근의 정보를 확인했다.

사용자 : 대흉근

결정도 : 11

클래스 : 골렘

속성 : 흙

체력 : 3591/3591

기술

크게 휘둘러 치기 : 두 팔을 회전하며 휘둘러 강력한 데미지를 줍니다.

내려찍기 : 두 손을 내리쳐 강력한 일격을 합니다.

짓밟기 : 발을 들어 내리 찍습니다.

“음?”

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결정도가 겨우 1이 올라간 것이다. 기본적으로 결정도가 10이 넘어가는 결정체인데 겨우 그 10분의 1만 올라간 것이다.

‘온전한 형태로 흡수를 할 수 없는 건가?’

이정도로 흡수 효율이 낮다면 대흉근의 진화는 쉬운일이 아니었다. 100의 결정도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결정체가 필요할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1000의 엑조틱 에너지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었다.

붉은색 결정체의 결정도가 10에서 19사이에만 존재하는 이유가 이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대흉근의 체력이 오른 것을 확인한 준은 결정체 두 개를 더 먹였다. 그러자 체력이 4000을 념겼다.

‘일단 이정도로 만족하자.’

단번에 주황색 외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거라 기대했던 것이 무위로 돌아가자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전투 몇 번으로 대흉근의 기술이 전부 열린 것은 희소식이었다. 혹시나 배울만 할까 하고 들여다 봤지만, 이내 무기없이 맨몸으로 사용하는 기술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포기했다. 기술 대부분이 질량을 기반으로 하는 것들이라 준의 몸무게로는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오지도 않을 것 같았다.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한 준은 해가 지는 것을 확인하고는 마을로 돌아왔다.

웅성웅성.

준은 아침부터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에 잠이 깼다. 전날 밤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볼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늦게 잔 때문인지 잠이 충분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한번 깨고나니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간단히 씻고 일층으로 내려가보니 펍 앞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바깥에서 떠드는 소리를 들어보니 그랑튀르 형제단이 숨어 있는 곳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다.

준은 자리에 앉아 식사를 주문했다. 그의 곁으로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막스였다. 그 옆으로 무스타파와 마흐무드가 자리했다.

“합석 좀 할게. 보다시피 자리가 없어서.”

“마음대로.”

식사를 할 곳이 이곳밖에 없다보니 아침부터 펍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나같이 인상들이 범상치가 않았다. 범죄자이면서 헌터인 인긴들이다. 거기에 생존하기 힘든 환경까지 더해지니 다들 악이 받쳐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 시이에 있는 준의 여유로움은 꽤나 눈에 띄는 편이었다.

“돈을 좀 벌어서 그런지 얼굴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군. 그러다가 오래 못산다?”

“아침부터 무슨 악담이야?

퉁명스럽게 대답하긴 했지만 막스가 악의없이 한 말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단지 아침이라 신경이 예민해져 있을 뿐이었다.

“조심하라는 거지. 그래도 인연인데 나는 네가 오래살았으면 좋겠거든.”

“고맙다고 해야하나?”

“진심이니 그렇게 비꼬지 말라고. 덕분에 사냥도 수월해졌고, 친해지면 득이 될 것 같은 사람에게는 나쁜 짓 안하거든.”

“솔직해서 좋네.”

준은 가볍게 웃었다. 매일 같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저렇게 능글맞게 굴 수 있는 것도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스의 존재는 사실 준에게 상당히 껄끄러웠다. 나이나 생김새, 혹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전의 문제. 준이 가지고 있던 세계관의 문제였다.

헌터가 되기 이전의 준의 세계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만이 존재했다.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그에게 좋은 사람의 상징은 아버지였다.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베풀어 주었던 유일한 사람. 나쁜 사람은 그 외의 모든 사람이었다.

이후 셀럼을 만나고 호랑이 길드를 만나면서 준의 세계는 좀 더 넓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세상에 좋은 인간은 생각보다 많았다. 광속으로 질주하는 배금주의의 행렬에서 용기를 내어서 핸들을 틀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리엘에게, 브랜든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에도 그가 절망하지 않았던 이유는 델타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들의 덕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준의 세계는 이분법적인 세계였다.

모든 것을 옳다, 그르다로만 판단해왔다.

하지만 막스는 그런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곤란했다. 그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좋은 사람이라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사람이라면 적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준은 좀처럼 결론을 내리기 힘들었다.

그는 사람을 이용할 줄 알았다. 사람의 목숨을 가벼이 여길 줄도 안다. 그러면서도 친구를 만들 줄 알았다. 친구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무스타파와 마흐무드가 그를 따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 바탕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도, 그것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은 이유는 그가 보이는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나는 너를 이용하겠지만 너도 그것을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

친하게 지내자며 보이는 저 늙은 너구리의 우습지도 않은 행동이, 그 행동에 자꾸만 웃음이 나오는 것이 준은 어지간히 불편했다. 그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욕망과, 언젠가 뒤통수를 맞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자꾸만 가슴을 간지럽혔다.

“어쨌든 조심하라고. 요즘 혼자 다니는 것 같은데, 너 같은 미소년은 당하기 딱 좋거든.”

“풉!”

준은 먹던 카레덮밥을 뿜었다. 하필 정면에 있던 막스의 얼굴에 밥알과 카레 덩어리가 덕지덕지 들러붙었다.

막스가 탁자 위에 있던 냅킨으로 얼굴을 슥슥 닦았다. 민망해진 준이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갑자기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은 생각을 못해서.”

“아니. 밥먹는데 그런 이야기 하는 나도 잘못이지. 하하하.”

막스는 호탕하게 웃고는 갑자기 준을 향해 상체를 숙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진심이야. 조심하라고.”

“대체 왜 나만 보면 다들 그런 이야기를 하는거야?”

준은 먹던 스푼을 탁자위에 탁 소리나게 내려놓고는 한숨을 쉬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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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조금있다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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