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40화 (4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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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렘 1호

따다다다-

준은 분홍색 비너스 스쿠터를 타고 황무지를 달렸다. 남은 강철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이동수단이었다. 그런데 만들고 보니 하필 분홍색이었다. 강화를 하면 색을 바꿀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아도 스쿠터를 만드는데 경험치를 200가까이 투자한데다 인벤토리 확장을 위해서 다시 300을 써버렸다. 총 4큐브를 만든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스쿠터를 인벤에 넣어두기 위해서였다.

휘발유는 상점에 비축된 것을 들고 나왔다. 어차피 두 사람 사이에 결정체 거래는 준이 이곳에 있는 동안은 계속해서 이루어 질 테니 나중에 일괄정산하기로 했다.

“어쨌든 편하긴 하구만.”

걸어서 삼십분이 걸리던 거리를 오분만에 주파하니 기분이 그렇게 상쾌할 수 없었다. 눈아래에는 골렘협곡이 있었고, 아직도 그곳에는 잡다가만 골렘 백여마리가 남아 있었다. 일반골렘을 잡기 전에 마지막으로 니들리스 테스트도 할 겸 잔챙이들을 모두 정리할 생각이었다.

스쿠터를 인벤에 넣고 니들리스를 꺼내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준은 인벤토리의 편리함에 다시한번 감동하며 미니골렘들을 향해 언덕을 뛰어내려갔다.

쿵쿵쿵.

준의 발소리에 미니골렘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처음과 달리 준은 그러거나 말거나 놈들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미니골렘이 준을 향해 모여들었다.

그러자 준은 기다렸다는 듯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으라차! 파워 덩크!”

준은 큰 소리로 외치며 온 힘을 실어 니들리스 해머를 지면에 내리찍었다.

콰앙! 콰지직!

파괴효과가 터지며 반경 10미터를 충격파가 휩쓸었다. 파워 덩크라는 기술은 사실 엄밀히 말해 완성된 ‘기술’은 아니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준이 가장 강력한 파워를 낼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밤새 고민하다 만들어 본 것이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 몸에 익게 되면 시스템이 혹시라도 기술로 인정해주지 않을까 해서 생각해낸 꼼수였다.

30초마다 한 번씩 파워덩크를 쓰면서 골렘들을 쓸어버리니 시간이 채 얼마지나지도 않아 근처의 골렘들이 씨가 말랐다.

“이제 정말 여기는 만만하구나. 어차피 이 녀석들에게는 맞아도 별로 아프지가 않으니까.”

확실히 일반외도들이 손쉽게 경험치를 얻기에는 좋았다. 그것도 오늘 나머지 녀석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면 끝이라 약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에도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이 모여있는 곳은 없었다.

연이은 기술의 남발로 마나가 고갈상태인 것을 확인한 준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던 준의 시야에 미니 골렘 한 마리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것이 눈에 보였다. 충격파에 쓸렸다가 아직 죽지 않은 녀석인 듯 했다.

“귀찮구만.”

준이 니들리스 해머를 들고 천천히 다가가자, 자리에서 비척비척 일어나던 미니골렘이 움찔 하며 뒤로 물러섰다.

“어라? 이놈봐라?”

마치 겁을 먹은 듯한 모습이었다. 외도가 인간에게 겁을 먹는 다는 사실은 들어본적이 없기에 정말로 신선한 광경이었다.

준이 한 발짝 다가가자, 녀석이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바위골렘 주제에 겁먹은 고양이처럼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가 의외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너무 강해서 겁먹은 모양인데... 하지만 지금까지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왜 갑자기 이제와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걸까?”

생각해보면 달라진 것은 자신이 5레벨에 도달했다는 사실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것이 골렘의 상태에 영향을 미친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5레벨이 되면서 골렘이 나를 자기보다 더 상위의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건가?’

실제로 외도들 사이에서는 상하우열이 확실했다. 인간이라면 미친 듯이 죽이려고 드는 것과 달리 외도들 사이에서는 결정체의 결정도에 따라서 서로의 서열이 정해지는 양태를 보였다.

그렇다면 저 미니골렘은 준을 자신보다 강한 외도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아마도 준이 가진 특성 때문인 듯 했다. 그는 다른 헌터들과 달리 오로지 엑조틱 에너지만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의 몸은 사실상 결정체 덩어리들의 집합체. 지금까지 준이 먹은 경험치만 해도 거의 2000에 달했다. 결정도로 따지면 노란색 외도에 준했다. 물론 준은 에너지를 결정체 형식으로 저장하는 것이 아니기에 숫자 그대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반외도에게 겁을 주기에는 충분한 듯 했다.

뻘뻘.

궁지에 몰린 미니골렘이 마치 땀을 흘리듯 흙먼지를 흘렸다. 부들부들 떨기까지 하는 걸 보니 준은 어쩐지 녀석이 불쌍해졌다.

“나참. 외도에게 동정심을 느낄 줄이야.”

준은 이 녀석을 살려주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미니골렘은 이 녀석 말고도 많았으니까 경험치 1짜리 하나쯤 살려줘도 별 상관은 없었다.

그렇게 녀석에게서 등을 돌려 걸어가는데, 등뒤에서 미니골렘의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녀석이 짧은 다리로 쫓아오다 말고 우뚝 멈추었다.

‘뭐지? 왜 따라 오는거야?’

다시 고개를 돌려 걷자 놈이 다시 따라붙었다. 준은 한숨을 쉬며 몸을 돌려 녀석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살려주려고 마음을 먹었다지만 이렇게 등뒤를 노리면 죽이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준이 니들리스를 치켜들자 녀석은 다시 도망쳤다. 외도가, 특히 생물형도 아닌 광물형 외도고 저렇게 생존에 대한 집착을 보이니 신기함을 넘어서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그래. 살려줄테니까 이제 따라오지마라.”

준은 그렇게 말하곤 뒤돌아섰다. 하지만 곧 등뒤에서 들리는 골렘의 발자국 소리에 준은 한숨을 쉬면서 걸음을 멈추었다.

“나에게 뭐 원하는 게 있는 거냐?”

준이 공격의사를 보이지 않자, 녀석은 슬금슬금 다가와서 준에게 몸을 비볐다. 그야말로 애완동물이 하는 짓과 다를바가 없어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애완동물로 삼기 좋긴 하겠네. 밥 안먹지, 똥 안싸지, 털 안날리지.”

어린시절에 개를 키운적이 있던 준이었다. 처음에는 귀엽다고 끌어안고 쓰다듬고 씻겨주고 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이 엄청나게 귀찮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녀석은 몇 개월뒤 갑자기 사라졌다.

“갑자기 생각나네. 그 녀석 대체 어디로 간걸까. 그 더운 여름에.”

준은 아직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젓다가 자신의 다리에 몸을 비비고 있는 미니골렘을 보았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준은 골렘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혹시 이게 되려나?”

-사용자 준 알스버그가, ???에게 펠로우쉽을 신청합니다.

골렘에게 따로 이름이 없는지 이름 부분이 물음표로 표시되었다. 설마되겠어 하고 가벼운 마음에 시도했던 것인데 정말 신청이 되자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이 펠로우쉽 신청을 받을 수 있을까?’

골렘이 갑자기 몸을 후두둑 떨더니 갑자기 두 팔을 하늘로 뻗었다.

좌라라락-

녀석의 몸에 있는 자그마한 돌들이 떨리며 마치 바닷가의 조약돌들이 파도에 쓸리는 듯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는 곧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님과 펠로우쉽을 맺었습니다.

“진짜?”

준이 얼빠진 얼굴로 소리쳤다.

사용자 ; ???

레벨   ; 1

클래스 ; 골렘

칭호   ; 펠로우쉽의 대상자(모든 능력치 +1)

능력치

체력 371/371 마나 0/0 경험치 0 잔여 스탯 0

힘 21(+1)  민첩성 17(+1)  지능 3(+1)  정신력 1(+1)

기술

없음.

“어... 음...”

준은 펠로우 쉽 창을 열어 미니골렘의 스탯을 보고 있었다. 골렘이다 보니 1레벨임에도 불구하고 육체적인 능력은 확실히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지능과 정신력 수치가 너무 처참했다. 말 그대로 동물 이하였다.

특히 이 녀석은 유난히 정신력이 낮았다. 그러다보니 준에게 겁을 먹고 도망친 것으로 보였다.

“생각해보자. 어쨌든 펠로우쉽이 걸린다는 이야기는 이 녀석도 델타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겠지.”

준이 혼잣말을 하는 와중에도 골렘은 준의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흙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어쩐지 굉장히 신나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좋다고 따라다닌 녀석인데 펠로우쉽의 호감도 보정까지 받으니 준을 거의 주인으로 여기는 듯 했다.

“그렇다면 이 녀석도 나와 경험치를 공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재미있군.”

준의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만약 이 녀석이 레벨업을 하면 어떻게 될까? 외도는 인간과 달리 엑조틱 에너지를 결정체 형태로 모아서 사용한다.

델타의 보조를 받아서 스탯만 달라질 것인지 아니면 체내에 결정체를 만들어서 특이외도로 진화하게 될지 실험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준은 인벤토리에서 결정체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러자 골램의 시선이 그쪽을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도 없는 녀석에게서 시선을 느끼다니 어쩐지 이상했지만 어쨌든 기분이 그랬다.

“뭐냐? 먹고 싶은 거냐?”

준이 입을 열자, 골렘이 팔을 뻗어서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줘. 줘.

그때 펠로우쉽의 창으로 텍스트 메시지가 날아왔다. 준은 너무 놀라서 뒤로 자빠질뻔했다.

“뭐, 뭐야? 이 녀석 말하잖아?”

정확히는 말이라기 보다 본능적인 외침이 델타를 거쳐 해석된 것이지만 준을 놀라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펠로우쉽 끼리는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설마 이런 뜻이었나?’

준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델타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무서울 정도였다. 준은 계속해서 깜빡이는 텍스트 창을 내리고는 골렘에게 결정체 하나를 던져주었다. 어떻게 하려는지 보는 것이다.

골렘은 결정체를 두 손으로 추정되는 바위덩어리로 받았다. 잠시후, 결정체가 골렘의 몸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던 준의 머릿속으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데이터처리에 오류가 발생되었습니다. 원인을 분석합니다...80퍼센트, 90퍼센트, 99퍼센트. 분석완료. 예상되지 않은 사용자입니다. 새로운 정보를 입력합니다......

준은 가만히 앉아서 다음 메시지가 나오길 기다렸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순간적으로 처리하던 델타가 왠지 이 순간만은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렇게 약 1분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분석 완료. 정보부족으로 인해 통합종에 대한 분석 실패. 단일 개체에 적합한 형태로 시스템을 변경합니다.

메시지가 끝나자마자, 준은 미니골렘의 몸에서 붉은 색 기운이 퍼져나오는 것을 느꼈다.

투툭. 툭.

그러더니 주위에 흩어져 있던 미니골렘의 잔해들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여든 잔해들이 서로 합쳐지더니 키가 2미터가 넘어가는 커다란 골렘이 완성되었다.

“오오. 진화완료!”

준은 감탄하며 손뼉을 쳤다. 설마했던 일이 일어나 버린 것이다. 펠로우쉽 창을 열어보니 녀석의 정보가 변화되어 있었다.

사용자 : ???

결정도 : 10

클래스 : 골렘

속성 : 흙

체력 : 3421/3421

기술

없음.

대부분의 능력치가 사라지고 오직 결정도와 체력만을 알 수 있도록 바뀌어 있었다. 사실상 능력치의 대부분이 뼈와 근육이 있는 인간을 기준으로 잡은 것이라 골렘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대신 결정도가 있으니 대략의 능력은 추산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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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모두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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