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9화 (3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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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트뢰즈

“5레벨부터 제대로 된 시작이라는 느낌이군.”

특히 직업선택과 인벤토리 기능이 마음에 들었다. 준은 시험삼아 침대 위에 있던 베개를 인벤토리로 전송시켰다.

그러자 베개가 마치 공기중에 녹아드는 것처럼 사라졌다. 인벤토리 창을 열어보자, 그곳에 베개가 들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큐브라고 했지?”

이것저것 물건을 넣다보니 어느순간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인벤토리를 비운 후, 결정체를 넣었다 빼보았다. 결정체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무기 같은 걸 넣고 다니면 편하겠군.”

일단 니들리스를 인벤에 넣었다. 크기만 맞으면 무게에는 제한이 없는 것 같았다. 마음만 먹으면 정말로 손쉽게 밀수같은 걸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벤토리에 대한 실험이 끝난 준은 직업 생성란을 살폈다.

‘전사와 엔지니어라.’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베이스로 해서 직업이 나타나는 듯 했다. 만약 서은설의 더블 애로우나, 홍창만의 파동권을 가지고 있었다면 마법사와 기공사라는 직업도 열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사가 나타난 이유는 기존에 계속해서 근접딜러로 활동했던 경험 때문인 듯 했다.

“어떤 걸 해야하지.”

엔지니어로 마음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준에게 ‘전사’라는 직업은 꽤나 필요한 직업이었다. 솔로잉을 하기위해서는 방어를 위한 높은 체력과 큰 한방을 위한 근접전투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도 약한 외도를 상대로는 충분히 솔로잉이 가능하지만 특이외도 부터는 다소 버겁다는 느낌이 있었다.

“검도 같은 거라도 배울 걸 그랬나.”

아무리 스탯이 높아도 그걸 잘 써먹지 못하면 의미가 없었다. 준은 헌터가 되기 전까지 제대로 된 싸움을 해본적이 없었고, 헌터가 된 이후로도 근접딜러로서 일방적으로 딜링을 하기만 했지 ‘전투’라는 것을 거의 해본적이 없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전사를 선택하는 것이 옳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알카트뢰즈라는 곳에서 제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방 양면으로 밸런스가 잡혀있는 전사를 선택해야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의 선택은 엔지니어였다.

“뭐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준이 헌터가 되고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롭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선택한 길이니 만큼, 직업의 선택 정도는 마음이 따르는 쪽을 고르고 싶었다.

그렇게 엔지니어를 선택하자,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축하합니다. 직업 ‘엔지니어’가 선택 되었습니다. 엔지니어는 기계에 대한 높은 이해력을 바탕으로 더 능숙하게 제작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강화가 가능해집니다. 경험치를 추가하여 랭크업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도안을 저장하여 제작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도안을 저장하여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일단 눈에 띄는 건 ‘강화’ 인데.”

기존의 엔지니어링 스킬에는 제작과 수리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강화를 통해 랭크업이 가능해졌다. 준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상위랭크의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결정체도 아직 팔십 개 가량 남아있었고,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연습삼아 기존의 니들리스를 강화해보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일단 그 전에 남은 결정체를 처리해야했다.

5레벨로 올랐을 때 310이 필요했으니 이제 규칙대로라면 다음은 460이면 레벨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결정체를 서른 개쯤 집어먹을 무렵 왠지 레벨업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적중했다.

“경험치가 500이 넘어가는데 레벨업이 안되는 군.”

5레벨부터 직업도 생기고 이런 저런 능력들이 생겨났다. 그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경험치 테이블도 새롭게 작성되는 것 같았다.

준은 결정체를 10개 남겨두고 모두 경험치로 흡수했다. 그렇게 하니 남은 경험치가 정확히 729가 되었다.

남은 결정체는 인벤토리에 넣어두고, 니들리스를 꺼내서 강화를 시도했다.

-경험치를 10투자해서 강화를 시도하시겠습니까?

생각보다 많은 경험치가 필요했다. 하지만 700이 넘는 경험치를 가지고 있다보니 10정도는 그다지 아깝게 여겨지지 않았다.

준은 가볍게 ‘네’를 누르고 결과를 지켜보았다.

그러자 준의 몸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바닥에 있던 니들리스 해머로 천천히 흡수되기 시작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델타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준은 그저 멀뚱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다시한번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안타깝게도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기존의 강화효과가 사라집니다.

“응? 실패?”

실패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던 준은 당황했다. 지금까지 제작기술에서는 단 한번도 실패메시지가 뜬 적이 없었기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젠장. 강화는 확률이 들어가는 모양이구나.”

어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시스템도 사정이 있는 모양이었다. 준은 오기가 생겨 다시한번 강화를 시도했다.

-안타깝게도 강화에 실패했습니다. 기존의 강화효과가 사라집니다.

“윽.”

결국 준은 세 번 만에 겨우 강화를 성공할 수 있었다. 강화성공 메시지를 보면서도 어쩐지 기뻐할 수 없었다. 랭크업 하나 하는데 경험치를 30이나 써버린 것이다.

“이래서 도박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 것 같아. 행운스탯 같은 건 없나...?”

만일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만 잔뜩 올려서 라스베이거스에 가면 떼돈을 벌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준은 니들리스의 정보를 열었다.

쓸데없이 큰 해머 (A급)

쇠로 만들어 진 대형 망치입니다. 주로 철공소에서 달아오른 쇠를 두드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 해머는 지나치게 크고 무거워 건물 철거에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데미지에 파괴 효과가 붙습니다. 암석을 부술 때 유용합니다. 사용자의 의지로 파괴효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30초의 쿨다운이 있습니다.

“오. 나쁘지 않네.”

기존에는 파괴효과가 랜덤으로 터졌기에 딜량을 조절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비록 쿨다운이 있다고는 해도 파괴효과를 조절할 수 있다면 좀 더 유연한 딜링을 할 수 있게 된다.

파괴효과자체가 ‘데미지’에 붙는 것이기 때문에 풀차지 어택같은 강력한 일격을 먹일 때 터뜨려 준다면 더욱 강력한 파괴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경험치가 너무 많이 소모 돼.’

재수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30이나 경험치를 사용했다. 그 경험치면 니들리스를 8개를 만들 수 있었다. 아무래도 강화는 당분간 봉인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또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퍼졌다.

-엔지니어링(초급)의 숙련도가 100퍼센트를 달성했습니다. 엔지니어링(중급)으로 기술이 진화합니다.

기술

엔지니어링(중급) : 오랜 견습기간을 거쳐 사용자는 진정한 공학자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기계를 능숙하게 다루며 더 많은 물품들을 손쉽게 제작, 수리 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0%)

“오늘은 진짜 날인 모양이네. 대체 뭐가 이렇게 많이 오르는 거야?”

넘치는 경험치로 강화를 세 번이나 실행하다보니 숙련도가 엄청나게 오른 모양이었다. 계산해보니 한 번에 숙련도가 5씩 오른 셈이었다.

제작목록을 죽 살펴보았더니 확실히 이전에 비해서 제작가능한 물건들이 많아졌다. 도구들도 기본적인 것들 외에 전기를 사용하는 산업용구들의 제작까지 가능했다. 예를 들면 용접기 같은 것들이 그러했다. 그래봐야 전기가 없으면 사용하지 못하지만 예전보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 유용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엔진 쪽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원래는 기본적인 화석연료 엔진만 있었는데, 이제는 배터리 팩을 이용한 하이브리드 엔진과 고용량 전기모터까지 생산가능하게 된 것이다. 물론 중요한 전기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밥에게 말하면 배터리팩 정도는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통신모듈의 경우에는 위성을 이용한 2세대 통신기까지 제작가능 했다. 위성을 쓸 수 있느냐 하는 건 별개이지만, 어쨌든 그쪽도 잘만 운영하면 쓸 수 있는 범위가 넓어 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흠. 그러고 보니 도안을 저장할 수 있다고 했지.”

기존에는 새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설계도를 짜거나, 아니면 기본으로 제공되는 도안에 따라서만 물건을 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번 사용된 설계도는 파괴되었다. 때문에 한 번 만들때마다 시간이 오래 걸린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 번 만든 도안을 저장해서 나중에 불러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훨씬 편해지고 제작속도도 빨라졌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준이 주목하는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새로운 도안을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겠어. 헌데 기존의 도안을 저장한다는 것은 뭐지?’

어차피 시스템에서 제공하지 않는 도안이라면 모든 것이 다 새로운 도안이다. 굳이 두 가지를 나누어 구분할 필요가 없다. 헌데 굳이 ‘기존의 도안’이라고 명시한 것을 보면 거기에는 다른 뜻이 숨겨져 있을 것이다.

‘설마 다른 사람이 만든 기존의 설계도를 그대로 올릴 수 있다는 뜻인가?’

너무 좋게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무려 직업으로 ‘기술자’를 선택하고 얻은 능력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점에 설계도가 있으려나.’

밖을 보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늦기 전에 상점으로 내려가 설계도가 있는지 물었다. 그런 물건이 있을 리가 없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밥에게는 온라인이 가능한 스마트 패널이 있었다.

10분에 1크리스탈이라는 말도 안되는 조건으로 스마트패널을 빌린 준은 미친 듯이 검색질을 시작했다.

제일 처음 검색한 것은 차량의 설계도였다. 그 과정에서 준은 차량의 설계도가 매우 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준이 원하는 것은 메이저 회사의 최신형 설계도가 아니었다. 그저 백년 전 엔진모델로도 돌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구동부와 프레임 설계도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런 식으로 차량 몇 종류의 설계도를 구했다. 그 외에도 소형 스쿠터, 태엽 시계, 증기기관차, 2차고체추진로켓, 그리고 쌍발형 경비행기의 도면을 얻었다.

‘뭔가 쓸데없는 것들이 끼어있는 느낌이지만 쓸만한 것도 있으니까...’

준은 남은 100킬로그램의 강철바를 이용해 도안제작을 시도했다. 처음은 태엽시계였다. 그렇게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물건이기에 시험용으로는 최상이었다. 만약 이것이 실패하면 다른 것들은 다 안된다고 보면 됐다.

-태엽시계 도안을 불러들였습니다. 제작을 시도하겠습니까?

간단한 물건인데도 경험치가 10가량 들었다. 복잡한 구조때문인 모양이었다.

촤르르-

제작이 시작되자, 강철바에서 일정량의 철이 가루가 되어 날리더니 현대에 존재하는 그 어떤 3D프린터로도 보일 수 없는 속도로 제작이 완료되었다.

태엽손목시계 (B급)

고전적인 형태의 손목시계입니다. 태엽을 감아 이틀간 움직이며 하루에 1초씩 오차가 일어납니다. 실제적인 성능보다는 디자인적 요소가 많이 고려되어있습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내구도가 상승합니다. 100미터 깊이에서도 방수가 가능합니다.

“아싸!”

준은 제작이 완료되자 환호성을 질렀다. 지금까지는 그저 제공된 도안들을 약간씩 개조해서밖에 만들 수 없었다. 애초에 준의 전공분야는 엔진이었고 그 외의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설계도만 있으면 자신이 모르는 분야의 물건이라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엔지니어링의 수준에 따라서 기술제한이 붙긴 하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

“태엽시계가 성공했다면 차량도 만들 수 있을거야.”

간단하다고 이야기 하긴 했지만 태엽시계의 미세공정은 차량의 구동계를 가볍게 뛰어넘는 난이도를 자랑했다. 재료만 충분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지. 재료만 충분하면... 잠깐, 차량 하나 만드는데 재료가 얼마나 들어가는거야?”

준은 차량의 설계도 중에서 27년식 딕시세단을 선택하고 재료를 확인했다.

강철 1톤과 경험치 1000.

준은 그 양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모두모두 감사드립니다(__)

다음편은 조금있다가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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