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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트뢰즈
준은 남은 결정체로 일주일치 식사권을 구매하고, 사흘간 머물 방을 빌렸다. 각각 1크리스탈로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비싸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래도 필요한 데는 써야지.”
단 며칠에 불과하지만 의식주 중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를 해결한 준은 우선 펍의 2층에 있는 숙소 침대에 앉아 정보창을 확인했다.
사용자 ; 준 알스버그
레벨 ; 3
클래스 ; 초보자
칭호 ; 델타의 소유자(모든 능력치 +10)
능력치
체력 306/306 마나 200/200 경험치 39 잔여 스탯 0
힘 16(+10) 민첩성 8(+10) 지능 21(+10) 정신력 19(+10)
기술
엔지니어링(초급) ; 오랜 숙련과정을 통해 사용자의 뇌에 공학적 사고가 자리 잡았습니다. 기본적인 물품을 손쉽게 제작, 수리 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33%)
건강(초급) : 규칙적인 생활과 좋은 식단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회복됩니다.(숙련도 3%)
어떤 것은 변했고, 어떤 것은 그대로였다. 엔지니어링의 숙련도가 33퍼센트로 올랐고 건강 숙련도는 그대로였다. 수감되어 있는 동안 규칙적인 생활을 하긴 했지만, 역시 먹는 음식이 중요한 것 같았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이 또 있었다.
“경험치가 올랐어?”
니들리스 해머를 제작하고 남은 경험치는 30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경험치는 39를 나타내고 있었다. 딱 9가 오른 셈인데 결정체를 먹은 것도 아니니, 이 경험치는 방금 전 골렘을 잡았을 때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결정체가 파괴되면서 흘러나온 엑조틱에너지가 경험치로 환산되는 모양이군. 헌데 9라니 뭔가 좀 애매한 수치인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경험치를 얻으면 약간의 손실을 감안해야 한다는 건가.”
붉은색 결정체는 최소 10의 결정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결정체가 만들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에너지량이라고 생각되고 있었다. 때문에 경험치가 9가 올랐다는 것은 부서진 결정체를 델타가 흡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의 손실이 있다는 뜻이었다.
“역시 그냥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한데... 골렘에게서 결정체를 얻기 위해선 특수한 방법이 필요하단 말이지.”
막스에게 10크리스탈을 주고 결정체를 분리하는 방법을 배울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개당 손실되는 엑조틱 에너지의 양이 10퍼센트만 된다고 해도 열 번을 잡았을 때 한 개의 결정체를 손해보는 셈이다. 그렇게 백번을 잡으면 10크리스탈의 가치를 충분히 하는 것이다.
잠시 생각하던 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어차피 니들리스 해머로 공격하다보면 자연적으로 파괴가 되는 것도 많을 텐데, 일일이 결정체를 찾아가며 사냥을 하게 되면 오히려 손해야.”
어쨌든 골렘의 몸속에 있는 결정체를 찾는 것은 섬세한 작업이었다. 파괴효과 옵션이 붙어 있는 니들리스를 쓰면서 결정체를 온전한 상태로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럴바에야 그냥 에너지 손실을 감안하고 때려잡는 편이 이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준은 일단 경험치를 소모하여 니들리스 해머를 하나 더 만들었다. 혹시라도 C급이 나오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B급이 나와주었다. 세일럼에서 대량생산했던 가스토치가 C급이 나왔던 것으로 보아, 여러개가 아니라 한 개씩 정성을 들여 만들면 최소 B급은 나와 주는 것 같았다.
다행히 옵션은 암석파괴가 붙었다. 같은 크기 같은 모양으로 만들면 어지간해선 특수옵션도 같은 것으로 뽑아주는 듯 했다.
“역시 정확한 수치는 정확한 결과를 내어주는 법이지. 과학만세.”
걱정했던 일이 해결되자 준은 기분이 좋았다. 굴속에서 잠을 청하던 어제보다는 훨씬 나은 오늘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결정체의 처리 문제였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결정체의 숫자는 모두 여섯 개로 전부 먹는다고 했을 때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더해 약 100정도의 경험치를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레벨업은 무리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가까워 질 수 있었다.
“다음 레벨업 수치는 190언저리쯤 되려나.”
델타를 깨우고 1레벨을 만드는데 붉은색 결정체 하나, 즉 10정도의 경험치가 들었다. 거기에서 2레벨로 오르는데 약 40의 경험치가 들었고, 3레벨로 오르는데 100이 들었으니 그 다음에는 190정도에 레벨업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턱대고 예상한 숫자는 아니고 일종의 규칙이 있었다.
1레벨을 만들때는 10의 경험치가, 1레벨에서 2레벨로 갈 때는 거기에 30을 더해 40의 경험치가 필요했다. 2레벨에서 3레벨로 넘어갈때는 40에서 60을 더한 100의 경험치가 필요했다. 그렇다면 3에서 4레벨로 갈때는 100에서 90을 더한 190이 되지 않을까?
즉, 추가되는 경험치의 양이 30, 60, 90... 이런식으로 수열을 이루고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계차수열이지만 주의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준은 결정체를 집어들었다.
“다 먹기는 그렇고 두 개 정도만 남겨두자.”
결정체가 화폐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급히 사용해야할 곳이 있을 수도 있었다.
준은 ‘역시 현금유동성을 확보해두어야 기업이 건전하게 운영되는 법이지.’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입안에 결정체들을 털어넣었다.
순식간에 흡수된 결정체들은 모두 경험치로 환산되었다. 정보창을 확인해보니 경험치는 81를 찍고 있었다. 네 개를 먹었는데 총 46이 늘어난 것을 보면 결정도 10이 넘는 물건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었다.
백팩에 남은 결정체를 넣은 준은 니들리스 해머를 들고 숙소를 나섰다. 어차피 이제 막스네 팀에서 사냥을 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준의 딜량이 그 팀의 나머지 모든 사람들의 딜량보다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팀에서 레이드를 한다는 건 시간낭비에 불과했다. 결국 더 강한 레이드 팀을 찾거나, 아니면 당분간은 솔로잉을 할수밖에 없었다.
‘골렘 정도는 할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준은 그렇게 생각하는 스스로에게 약간 놀랐다. 얼마 전까지 일반외도조차도 장민성의 도움을 받아 사냥을 해야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 그 사이 달라진 것은 레벨이 하나정도 오른 것 뿐이었다.
‘겨우 1레벨이지만 그만큼 차이가 큰 건가? 아니지, 사실 이건 니들리스를 제작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으니 기술빨이라고 해야겠지.’
만능공구세트를 통해 만든 무기들에 외도의 항력을 중화시키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이후부터 준의 딜량은 본래 가진 능력에 비해 몇 배는 더 상승했다.
“무리하진 말자.”
그래도 자신의 몸은 자신이 챙겨야 했다. 조금 강해졌다고 방심하다가는 언제든지 죽을 수 있었다.
이미 이곳에 온 첫날 그 모습을 목격한 준은 스스로를 다잡았다. 약간 무리해서 특이외도를 잡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최대한 안전한 사냥을 해야한다는 점이었다. 사냥이라는 것이 하루이틀만 하고 말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누군가 자신의 앞에서 탱킹을 해주었기에 마음놓고 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자신을 향해 살기를 뿜어대는 외도를 코앞에서 상대해야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역시 골렘의 공격력이 마음에 걸렸다. 체력이 300을 넘는 준이라 할지라도 골렘의 주먹에 맞으면 과연 버틸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갑옷이라도 사야하나. 아니지. 골렘앞에서 어설픈 갑옷따위 아무 소용없지.”
셀럼이 껴입고 있는 수십킬로그램짜리 강화방어복 정도는 되어야 골렘의 펀치에도 버틸 수 있다. 그런 물건이 아니라면 차라리 몸을 가볍게 해서 공격을 한대도 맞지 않는 쪽으로 가는게 나았다.
‘아니면 좀 더디더라도 일반외도를 사냥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준은 혼자서 고민해 봐야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이외도고 일반외도고 어디서 나타나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잡을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막스와 함께 갔던 곳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외의 지역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했던 것이다.
이럴때는 이곳을 잘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이었다. 준은 일단 상점으로 향했다. 상품을 정리하고 있던 주인이 그를 반겼다.
“뭐 잊은 거라도 있어?”
“혹시 이 근처 지리를 좀 알고 있나해서. 막상 사냥을 하려고 해도 정보가 없으니 곤란하더군. 무작정 다닐 수는 없잖아.”
“오. 그런거라면 내가 좋은 걸 하나 가지고 있지.”
상점주인은 그렇게 말하며 카운터 위쪽의 수납장에서 깔끔하게 프린트 된 종이 한 장을 꺼내들었다.
“나하라 인근 지도. 위성사진을 토대로 만들었으니 99.9%정확도를 자랑하지. 게다가 지형만 있는게 아니라 외도의 엑조틱 패턴까지 분석해서 서식위치와 종류도 기재되어 있으니까 도움이 많이 될거야.”
손에 들고 팔랑거리는 모양새가 공짜로 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얼마?”
“알면서.”
“끙.”
상점주인의 말대로라면 꼭 필요한 물건이긴 했다. 하지만 종이 조각 하나에 결정체 하나를 사용하자니 그 정보의 중요성을 떠나 굉장히 아깝게 느껴졌다.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던 찰나 문득 준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만 봐도 돼? 결정체를 주고 살 거라면 제대로 된 지도인지는 먼저 확인해 봐야할 것 같은데.”
“그냥 보고 외우거나 하려는 거 아니야?”
“그게 될 것 같아?”
“하긴.”
그는 약간 의심스러워 하면서도 준에게 지도를 건네주었다. 준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지도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기만해도 어지러운 등고선과 각종 숫자들, 그리고 다양한 기호들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다 이 지도에는 각 외도들의 출몰위치와 그 숫자까지도 어느정도 기재되어 있었기에 한 번 보고 외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통사람의 기준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현재 준의 지능스탯은 31. 초인급의 지능을 지닌 준은 앉은 자리에서 소설책 한 권을 통째로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준은 지도를 받자마자 단번에 외울 작정으로 슥 훑어보았다. 그런데 지도의 정보들을 머릿속으로 전부 옮기기도 전에 갑자기 시스템메시지가 울려퍼졌다.
-나하라 인근 지도를 얻었습니다. 맵을 업데이트 하시겠습니까?
‘헐? 나이스!’
골치아프게 외울 필요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준은 곧바로 ‘네’를 선택했다. 그리고는 맵에서 나하라의 정보가 업데이트 되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지도를 상점주인에게 도로 넘겼다.
“별로 나에게 필요 없는 것 같네.”
“뭐야. 이상한데? 진짜로 외운 건 아니겠지?”
“참내. 내가 봤으면 얼마나 봤다고 그러십니까. 딱 보니까 별로 필요한 정보가 아닌 것 같아서 그런 것뿐이야.”
“으음... 아무래도 수상한데.”
상점주인은 의심스러운 눈빛을 거두지 않은 채 지도를 접어 다시 수납장이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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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올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