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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스
스팅스로 돌아가기 이틀 전.
준은 정보창을 열어 남은 경험치를 확인했다.
사용자 ; 준 알스버그
레벨 ; 3
클래스 ; 초보자
칭호 ; 델타의 소유자(모든 능력치 +10)
능력치
체력 306/306 마나 200/200 경험치 21 잔여 스탯 0
힘 16(+10) 민첩성 8(+10) 지능 21(+10) 정신력 19(+10)
기술
엔지니어링(초급) ; 오랜 숙련과정을 통해 사용자의 뇌에 공학적 사고가 자리 잡았습니다. 기본적인 물품을 손쉽게 제작, 수리 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5%)
건강(초급) : 규칙적인 생활과 좋은 식단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회복됩니다.(숙련도 0%)
이틀만에 130여마리의 외도를 잡아 경험치를 41을 만들었던 준은 개중 20을 건강기술을 찍는데 사용했다. 남은 경험치로 다른 기술 하나를 더 찍을 수 있어, 준은 지금 고민중이었다. 남겨두었다가 레벨업을 하는데 사용할지, 아니면 장민성이 가진 기술 중 새로운 것을 찍을지 어느쪽도 중요한 일이라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급한 것은 없었기에 고민을 미루고 식사에 집중했다. 준과 장민성은 쿨리킨 눈알요리를 주문했다.
“맛있군.”
으적으적.
장민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모기눈알을 씹어먹었다. 준은 그 비주얼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먹어야 할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눈물을 머금고 눈알을 먹었다.
와그작.
“응?”
생각보다 식감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겉부분은 약간 단단한 초코볼 느낌의 식감이었지만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즙이 생각보다 향이 좋았다. 약간 짭잘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맛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맛있네.”
준은 흡족한 표정으로 열심히 먹었다. 이 요리 한 접시가 자그마치 십만원 짜리였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건강기술의 숙련도는 얼마나 건강관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숙련도가 올라간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삼시세끼만 잘 먹어도 하루에 1퍼센트 정도는 오른다. 하지만 더욱 빨리 숙련도를 올리는 방법이 있었다. 쿨리킨의 눈알 같은 엑조틱 에너지가 함유된 음식을 먹으면 곧바로 숙련도가 오르는 것이다.
그걸 알아낸 것은 다름아닌 장민성이었다. 전날 사냥을 마치고 쿨리킨 요리를 먹은 그가 건강숙련치가 오르는 것을 확인 한 것이다.
“한 끼 식사로 약 1퍼센트가 오르는 건가?”
준은 정보창을 열어보고 건강숙련도가 오른것을 확인했다. 하루 세끼를 모두 챙겨먹으면 약 3퍼센트가 오르는 셈이니 그리 나쁘진 않다. 하지만 한 끼 식사가 자그마치 십만원이다. 이걸 한 달만 먹어도 3백만원이라는 돈이 깨진다. 약간 애매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체력회복 효과는 좋으니 돈이 좀 들더라도 틈틈이 먹어두는 것도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오늘은 쿨리킨 사냥을 나가볼까?”
준의 말에 장민성도 동의를 표했다. 쿨리킨은 사냥도 쉽고, 돈도 꽤 벌 수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게다가 요 며칠 사이 너무 유명해지는 바람에 다른 사냥터를 돌아볼 필요도 있었다.
준은 불스원샷 2호를 두개 더 만들어 서은설과 홍창만에게 건넸다. 경험치를 4나 소모했지만 돈을 따로 받지는 않았다.
“정말 돈 안받을거야? 나도 그냥 공짜로 받는 건 싫은데?”
“투자하는 거야. 어차피 사냥속도가 올라가면 그만큼 돈이 벌리는 거니까.”
“그렇다면 뭐 받겠지만, 나중에 돈 달라고 하기 없기?”
“속고만 살았나.”
준과 일행은 그렇게 남쪽 습지로 향했다. 쿨리킨을 잡을 때는 굳이 큰 트럭이 필요 없었기에 평소에 타고다니던 2.5톤 트럭을 몰고 나갔다.
쾅! 쾅!
네 명이서 신나게 불스원샷을 날려대니 쿨리킨이 퍽퍽 나가떨어졌다. 그들의 눈앞에는 지금 다섯마리의 쿨리킨이 시커멓게 타서 뒹굴고 있었다. 낮에는 활동을 하지 않는 쿨리킨이지만, 그들이 접근만 하면 잠에서 깨어난 쿨리킨들이 덤벼드는 것이다.
“광역 도발이라도 시전하는 기분이군.”
장민성이 한마디 했다. 꽤나 멀리 있는 쿨리킨도 어그로가 끌리는 걸로 봐선 델타가 근처의 외도를 불러모으는 것은 확실했다.
“덕분에 편하니까 좋긴 한데. 조절을 할 수는 없는 건가?”
“레벨이 더 오르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면 난이도 조절 같은 게 되는 건가?”
어쩐지 실현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델타가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고, 준이 레벨업을 할때마다 축적된 경험치를 이용해 하나씩 그 기능이 개방되고 있었다. 지금보다 더 레벨을 올리면 분명히 난이도 조절도 가능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온다!”
서은설이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외쳤다. 눈에 보이는 쿨리킨만 해도 이미 두 자릿수에 가까웠다.
준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은 그나마 불스원샷을 이용해 공격을 하는 것이라 괜찮았지만, 매번 이런 식이면 조금 위험할 수도 있었다.
“난이도 조절 꼭 있어야 겠다.”
“동감이다.”
쾅! 쾅! 쾅!
네명이서 쉴새없이 불스원샷을 날려대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실드도 깎지 않고 그냥 날려대는 공격에 쿨리킨들이 퍽퍽 나가떨어지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던 인근의 다른 헌터들은 준과 호랑이 길드원이 외도를 독점하고 있는 것보다도,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에 더욱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저기...”
막 십여마리의 쿨리킨을 죽이고 눈알을 회수해서 돌아오는 준에게 한 헌터가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시죠?”
“그거, 대체 무슨 무기인가요?”
“보시다시피 가스토치 인데요?”
“가스토치?”
“네. 이렇게 부탄가스통을 넣고 쏘면!”
쾅!
준은 허공에 한발을 날렸다. 일부러 마나를 실어서 쐈기에 소리도 엄청나게 컸고, 화염도 평소보다 훨씬 더 크게 번져나갔다.
“어, 엄청나네요.”
“그렇죠? 다른 놈들에게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쿨리킨에게는 큰 데미지를 입힐 수 있어요.”
“설마, 그걸로 실드를 깎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네.”
“씁... 그럴리가 없는데...”
준의 말에 그 헌터는 고개를 15도 정도 꺾으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준이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직접 쏴보실래요? 그럼 믿으실려나?”
“정말로 그래도 되나요?”
“네. 저랑 같이 가서 쏴보는 걸로 하죠.”
준은 잠시 호랑이 길드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헌터와 함께 쿨리킨을 사냥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백여미터를 벗어나니 파티설정이 해제가 되는지 다행히도 한꺼번에 여러마리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저기 위에 한놈 보이죠? 이걸로 쏘세요. 한방에 죽는 건 아니고, 여섯발을 전부 맞춰야 죽으니까 한발이라도 놓지면 안됩니다.”
“끙.”
그 헌터는 자신이 없는 듯 신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설 순 없었다. 만약 정말로 이 가스토치가 제대로 기능한다면 대박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럼 조준하시고... 쏘세요!”
쾅!
준의 신호에 맞추어 그 헌터가 방아쇠를 당겼다. 큰 소리와 함께 불길이 일었고, 갑작스레 집을 잃은 쿨리킨이 분노하며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계속 쏴요! 죽을때까지!”
“네, 넵!”
쾅! 쾅! 쾅! 쾅! 쾅!
연속으로 다섯발을 발사하자, 미친듯이 날아오던 쿨리킨의 속도가 점점 줄어들더니 이내 날개를 태워먹으면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어... 정말 죽었네...?”
그 헌터는 얼이 빠진 표정으로 불타고 있는 쿨리킨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준이 눈알을 채집하고 그 헌터에게 건네주자 그는 돌연 정신을 차리고는 준을 향해 외쳤다.
“이, 이거 저에게 파세요!”
‘나이스. 걸렸다.’
준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서 겉으로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좀... 가진게 몇 개 없어서요...”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백? 이백?”
“글쎄요. 그게 좀... 만드는데 돈이 좀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사실 백만원이 원가였다. 하지만 만들때마다 엔지니어링의 숙련도가 올라간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원가로 팔아도 남는 장사였다. 하지만 당장 내일 모레 돌아가야 하는 판에 한푼도 아쉬운 준이었다. 가능하면 비싸게 팔고 싶었다.
“한 오백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은근 슬쩍 찔러보자, 그 헌터는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잠시 우물쭈물 하더니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너무 비싼데... 조금 싸게는 안될까요? 지금 제가 가진게 삼백 정도 밖에 없는데.”
하지만 준은 그 헌터의 표정에서 좀 더 돈을 긁어낼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딱히 확신을 가진 것은 아니고 단순히 느낌이었다.
“글쎄요. 이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확실히 쿨리킨 사냥도 쉬워질테고, 한마리 잡으면 적어도 이삼십은 버는데, 적어도 하루에 열마리 이상씩 잡는다고 치면 이틀이면 본전은 뽑고도 남지 않나요? 사실 오백도 싸다는 느낌인데. 아까도 이야기 했지만 이거 만드는 재료가 상당히 비싸서 몇 개 만들지도 못해요.”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건 사실이었다. 어디까지나 준이 가진 경험치로 만드는 것이니까. 준의 말에 그 헌터는 약간 초조해 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조금만 더 찌르면 넘어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준이 결정타를 날렸다.
“정 그러면 사백에 해드리죠.”
“네? 정말인가요?”
“네. 대신에 이 물건 가지고 다니면서 홍보좀 해주세요. 제가 이곳에 내일까지만 있을 예정이라서 몇개 가지고 있는 물건을 다 처분할 생각이거든요. 남들에게 이야기 할때는 오백만원이라고 이야기 해주시구요. 만약 그쪽에서 데리고 온 손님이면 커미션으로 백만원 정도 떼드릴게요.”
“그렇게 합시다. 제가 당장 내일이라도 사람들 데리고 가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스마트 패널을 꺼내들고 준에게 계좌이체를 했다. 준은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는 불스원샷과 몸에 주렁주렁 달고 있던 부탄가스 한세트를 넘겼다.
“참고로 그거 이름 불스원샷 2호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할때 이름도 꼭 말해주세요.”
“하하. 걱정마십시오. 제가 확실하게 홍보해드리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준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재빨리 마을로 향했다. 곧바로 사냥을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커미션 쪽이 더 돈이 될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뭐, 이걸로 되려나.”
사실 당장 많이 팔려는 생각은 아니었다. 어차피 사냥을 할 수 있는 것은 내일까지고, 그 다음날엔 일찍 출발해야 했기에 물건을 팔 수 있는 시간도 내일 뿐이었다. 홍보가 별로 되지 않아도 아쉬울 것은 없었다.
일행들 사이로 돌아온 준을 향해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팔았어?”
“어? 내가 그거 팔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준님이 쓸데없이 그런데 시간 쓸 사람이 아니잖아.”
“부업이지. 부업. 잘 팔리면 좋고 아니라도 크게 걱정은 안해. 어차피 내일 모레면 가야하고.”
“그, 그렇지. 이제 가야하는 구나.”
준의 말에 서은설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말고 사냥이나 열심히 하세요.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내가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오늘 천 마리쯤 잡아버릴까?”
“화이팅.”
준은 서은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트럭에 올라탔다. 이 근처에는 더이상 쿨리킨이 없어 자리를 옮겨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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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이 몰려옵니다만... 커피한잔빨고 한 편 더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