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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26화 (26/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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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스

탱커는 스타일에 따라서 여러분야로 나눌 수 있다. 셀럼처럼 온갖 갑옷을 덕지덕지 껴입는 스타일은 주로 덩치가 크고 힘이 강한 이들이 선호한다. 이들은 어지간한 공격은 그냥 몸으로 받아버리면서 한방 한방의 데미지를 극대화해 어그로를 끄는 방식을 사용한다. 덩치가 크다보니 한꺼번에 여러 외도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에 비해 장민성은 테크니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셀럼처럼 힘이 세지 않아 방어구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툴리오 처럼 빠른 몸놀림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오랜시간 갈고닦은 기술을 이용해 ‘적절하게’ 공격과 방어를 해낸다.

이는 사실 가장 어려운 방식이었다. 왜냐하면 어떤 육체적인 월등함이 없이 오로지 자신의 감각과 기술만을 가지고 인간이상의 괴물들을 상대해야하기 때문이다. 소위말하는 외줄타기 운영의 정점인 것이다. 단 한번이라도 흐트러지면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것인데, 장민성은 초월적인 정신력으로 단 한순간도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힘들어 죽겠다.”

어지간해선 앓는 소리를 하지 않는 장민성도 한꺼번에 두마리를 상대하려니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준은 그나마 방어력이 약한 엔트부터 처리하기로 마음먹고 니들리스를 들어 녀석의 뿌리부분을 내리찍었다.

쩌엉!

마치 쇠봉을 때리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손아귀에 엄청난 반탄력이 느껴졌다. 어그로가 끌리지 않도록 힘 조절을 했음에도 그 정도였다. 하지만 그 한방에, 엔트의 실드는 절반이상 날아갔다.

키리릭!

엔트의 가지부분이 심하게 흔들리며 동요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차피 실드만 날리면 잡는 건 순식간이기에 서은설과 홍창만도 전력으로 딜링을 하기 시작했다.

슈슝! 팡!

더블 애로우와 파동권이 연이어 터지고 준이 한 번 더 밑둥을 찍어대자, 엔트의 실드가 전부 날아가버렸다.

키아아아!

엔트는 돌연 발광하며 준에게 달려들었다. 어그로가 풀린 것이다. 하지만 장민성도, 준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자신의 할일을 했다. 장민성은 엔트를 버려두고 크립토디라에게 집중했으며, 준은 엔트의 가지공격을 몸으로 맞으면서 니들리스를 휘둘렀다. 엔트의 나뭇가지가 준의 가슴께에 생채기를 남기면서 튕겨나갔다. 일반인의 육체라면 간단히 뚫어버릴 그 공격도 준의 육체를 관통하진 못했다.

-엔트의 날카로운 가지공격으로 인해 체력이 20감소합니다.

“하아앗!”

쾅!

준은 시스템메시지를 귓등으로 흘리면서 다시한번, 같은 자리에 니들리스를 내리찍었다. 그러자 그자리가 큰 소리를 내며 터져나갔다. 엔트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절규했다.

크에에에!

퍼펑!

뒤이어 서은설과 홍창만의 기술이 명중하고 준이 마무리 일격을 날리자 단단한 엔트도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쿵,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질긴 놈.”

준은 쓰러진 엔트를 보며 입술을 비죽였다. 준의 입장에서는 방어력이 높은 녀석들이 제일 까다로웠다. 딱히 장민성처럼 회피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공격을 하면 하는대로 맞아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체력이 높았기에 버티면서 싸울 수 있는 것 뿐이었다.

“하아. 하아.”

준은 트럭에 기대어 어깨를 들썩였다. 크립토디라를 마지막으로 사냥이 끝났다. 한 번에 열마리를 사냥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누구도 크게 다치지 않고 끝낼 수 있었다. 그것이 모두 델타의 힘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 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탱커인 장민성이 그 힘을 가장 크게 체감하고 있었다.

“일단 잠시 쉬자. 이정도로 잡았으면 이 근처는 위험한 일이 없을테지만 혹시 모르니 멀리 나가지는 말고.”

“우아아. 힘들었어용.”

서은설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준의 옆에 앉았다. 원딜들이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어보여도 마나를 끌어다 쓰는 것 자체가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 일이다. 게다가 그녀의 경우 한두대만 맞으면 죽을수도 있다는 긴장감까지 더해 이만저만 힘든게 아니었다.

가만히 앉아서 숨을 고른 장민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대단하군.”

장민성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두마리를 상대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 근방에서는 가장 강력하다는 크립토디라와 엔트를 상대했음에도 별다른 상처가 없었다.

“체력이 모두 떨어지기 전까지 전투력의 상실이 없다는 건 정말 엄청난 메리트다. 이정도일거라곤 생각지 못했군.”

처음 판테라 일곱마리를 상대할때는 너무 순식간에 끝나 체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맞기도 많이 맞았다. 현재 장민성의 체력도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는 위기감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다. 그만큼 여력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델타는 확실히 근접딜러에게 더 시너지가 있는 것 같아. 맞아도 고통이 그리 심하지 않고, 치명적인 상처는 알아서 튕겨내 주니까.”

“헌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일종의 항력같다는 생각이 든다.”

장민성의 말에 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 그런 생각을 처음한 것은 다름아닌 머리에 총탄을 맞았을 때였다. 화살을 맞았을때는 그래도 피부를 뚫고 박히기라도 했다. 헌데 총탄은 아예 튕겨나가 버린 것이다. 치명적인 상처는 시스템에서 물리적으로 막아버리는 것이 아닐까? 준의 생각은 그러했다. 그리고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을 가능하게 하는 힘은 이 우주에 단 한가지 밖에 없다.

바로 항력이다.

“그래도 완전히 같지는 않아. 어쨌든 상처도 입고 출혈도 생기니까. 그래도 항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지. 참. 너는 무슨 기술 얻은 거 없어?”

“직접 확인해봐. 할 수 있잖아.”

장민성의 말에 준이 정보창을 열어 장민성의 프로필을 탭했다. 그러자 주르륵, 하고 기술정보가 열렸다.

가만히 그걸 지켜보던 준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너 대체 뭐하는 놈이냐?”

“왜?”

“아니... 대체 무슨놈의 기술들이...”

준은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서은설이나 홍창만은 기술을 하나씩 열었다. 최하급에서는 그것이 보통이고 아예 기술이 없는 이들도 있었다.

헌데 준의 눈앞에 나타난 장민성의 정보창은 그런 상식을 아득하게 뛰어넘고 있었다.

사용자 ; 장민성

레벨   ; 1

클래스 ; 초보자

칭호   ; 펠로우쉽의 대상자(모든 능력치 +1)

능력치

체력 103/191  마나 23/73 경험치 5  잔여 스탯 0

힘 17(+3)  민첩성 16(+2)  지능 12(+2)  정신력 35(+2)

기술

근성(초급) : 초월적인 정신력으로 모든 것을 이겨 냅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합니다.(+1)

강인함(초급) : 타고난 근성으로 근력의 한계를 뛰어넘습니다. 힘이 상승합니다.(+1)

냉철(초급) :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습니다. 전투시에도 평소의 절반만큼 마나를 회복합니다.

건강(초급) : 규칙적인 생활과 좋은 식단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회복됩니다.

자그마치 패시브 기술만 네 개였다. 지금이야 그리 커보이지 않는 능력이지만, 패시브의 특성상 성장을 하면할수록 그 효용성이 커지기 마련이었다.

“너 포텐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구나.”

“고생의 대가라고나 할까.”

장민성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들을 데리고 혼자서 고군분투 하다보니 이런저런 속성이 붙은 모양이었다. 액티브 기술은 하나도 없고 패시브만 잔뜩 있는 걸로 봐선 이렇다 할 기술을 배운 적도 없었던 것 같았다.

“건강 스킬은 진짜 좋은 것 같은데?”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것 하나는 신경 썼지.”

“모기눈알 때문인가.”

“우웩. 설마.”

서은설이 비위가 상한다는 듯 헛구역질을 하며 말했다.

“어쨌든 내 생각에도 지금 네가 배우기엔 이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장민성이 권하자, 준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준의 입장에서 서은설이나 홍창만의 기술은 그다지 도움이 안되었다. 멀리서 마법을 뿅뿅날리는 것은 성미에도 안맞았고 니들리스에 바탕한 준의 강력한 딜링을 제대로 써먹지 못한다.

차라리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체력회복이 꿀같은 기술인 것이다.

‘배우는데 얼마나 경험치가 드는 거지...?’

준이 ‘건강’스킬을 탭하자 경험치가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보아하니 각 기술마다 드는 경험치가 조금씩 달랐고, ‘건강’의 경우 20의 경험치가 필요했다.

“20이라... 애매한 양이네.”

어차피 레벨업을 하기에는 턱도 없는 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17마리를 잡았는데도 들어온 경험치는 겨우 5밖에 되지 않았다. 20을 모으려면 간단히 계산해서 서른마리를 더 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래도 외도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나타나니까 금방 모일거야. 잡는 속도가 느린 것도 아니고. 문제는 짐칸이 금방 차버린다는 거지만.”

서은설이 트럭에 실어놓은 외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어느새 열일곱 마리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트럭이 소위말하는 두돈반, 2.5톤 트럭인데 최대한 외도를 실으면 서른마리까지는 실을 수 있었다. 결국 한두 번 더 사냥을 하고 나면 도시에 갔다와야한다는 뜻이다.

“더 큰 트럭을 빌려야 겠군.”

장민성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서른마리를 채운 일행은 그날의 사냥을 끝내기로 했다. 어차피 다음날은 아침부터 사냥하기로 했기 때문에 잠을 자두는 쪽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장민성은 약속대로 준에게 모든 판매대금을 넘겼다. 자투리 떼고 딱 천오백만원이었다. 이미 약속했던 바였기 때문에 이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돈 보다, 일행들은 얼마 남지 않은 레벨업을 기대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날, 장민성은 아예 5톤 트럭을 빌려서 나타났다. 짐칸의 넓이에 한계는 있어 50마리 정도밖에는 싣지 못하지만 이보다 크게 되면 숲길을 제대로 다닐 수 없게 된다. 이게 끌고다닐 수 있는 형태의 탈것으로는 가장 큰 크기였다.

그리고 역시 가장먼저 레벨업을 한 것은 다름아닌 장민성이었다.

“드디어...”

하얀빛이 뿜어져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하얀빛을 보았다고 했다.

결국 그 빛은 레벨업을 하는 당사자만 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레벨업을 하는동안은 시간이 아주 천천히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 사실은 준이 보는 시간과 장민성이 느낀 시간이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었다.

준이 보기에는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장민성에게는 몇 분의 시간이었던 것이다.

뒤이어 차례로 서은설과 홍창만이 레벨업을 했고 두 사람은 모두 지능과 정신력에 나누어 스탯을 투자했다. 아무래도 원거리 딜러, 그중에서도 마력탄 형태의 투사체를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지능과 정신력 수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레벨업을 하자 사냥은 훨씬 수월해졌다. 결국 그날 하루 준과 호랑이 길드가 잡은 외도가 100마리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저 녀석들인가?”

“백마리나 잡았다며?”

“북쪽숲을 아예 싹 쓸어담다시피 했다는데?”

“젠장. 그러면 우리는 뭘 사냥하라는 거야?”

“저 녀석들 하급헌터쯤 되는거 아냐? 왜 이런데 와 있는거야? 딴데로 꺼지라고 해.”

“니가 해. 왜 나한테 시키는거야?”

“아오. 젠장. 내가 힘만 있었으면...”

“그럼 여기에 왜 있냐. 벌써 하급사냥터로 옮겼지.”

호랑이 길드는 단숨에 유명해 졌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부터 엄청난 숫자의 외도를 한번에 사냥하고 다니는 길드가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는데, 오늘 백마리를 한꺼번에 사냥함으로서 그 소문에 종지부를 찍어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부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다른 헌터들도 슬슬 눈빛이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밥줄을 끊어버린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준과 호랑이길드가 한번 다녀간 구역은 외도를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 작품 후기 ============================

선작추천코멘트 감사드려요.

그리고 쿠폰 주신분들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잘 쟁여놓았다가 나중에 치킨먹는데 쓰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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