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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23화 (2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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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스

그때 혼자서 울먹이고 있던 홍창만이 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뭔가 해봐요. 뭐라도 좋으니까... 당신 뭐든지, 할 수 있잖아요. 제발 부탁이니까...”

훌쩍이며 입을 여는 그를 향해 준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 나라도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순 없어.”

“당신은 안죽었잖아요.”

“응?”

“총 맞고도 안죽었잖아요. 그거...”

준은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준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그가 총을 맞고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델타의 보조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펠로우쉽을 이용해 그녀에게 델타의 보조를 받을 수 있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이 나온다. 델타의 피해시스템은 심플했다. 오로지 최초의 타격에 의한 피해만을 계산한다. 그 피해로 인해 출혈이 생겨도 추가적인 체력의 손실은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서은설은 죽어가고 있는 중이었지 죽은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펠로우쉽만 맺을 수 있다면 그녀도 역시 출혈에 의한 사망은 막을 수 있다.

준은 다급히 서은설의 숨을 확인했다. 아직 죽지 않았다. 그렇다면 벌써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었다.

“펠로우쉽.”

준은 정보창을 불러들여 펠로우쉽을 활성화 시켰다. 본래 이 과정은 서로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 하지만 현재 서은설의 의식은 없는 상태였다.

준은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무의식속에서 과연 이 과정이 성립될 수 있을것인가? 델타의 설계자도 이러한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살아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면, 죽음앞에서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갑자기 달라진 준의 태도에 홍창만도 뭔가를 느낀 듯 서은설의 반대편 손을 꽉 잡았다. 멀리서 장민성의 외침소리와 함께 5톤 트럭의 배기음이 들려왔다.

서은설은 눈을 번쩍 떴다. 온통 흰색뿐인 낯선 방안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보더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그리고는 잠시 가슴을 더듬더니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잤냐.”

“어? 준님도 죽었음?”

“그래. 하필 내 근처에서 총격전을 할 건 뭐냐?”

“씁. 안됐네요. 아직 젊은 나인데.”

서은설은 키득키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팔에 달린 링겔을 이리저리 걷어내더니 기지개를 폈다.

“아오. 죽었는데 이런 건 왜 달아놓은 거야.”

“누가 죽었다는 거야?”

그때 문을 열고 장민성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서은설이 갈아입을 옷이 들려 있었다.

“오, 오빠도 죽음? 그 자식들 내가 귀신이 되어서라도 복수하고 말거야! 준님. 귀신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걸 알 것 같냐? 이쯤 되면 이제 현실을 인정해라.”

준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서은설은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준과 장민성을 돌아가며 쳐다보았다. 아무리 봐도 죽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가리키며 말을 더듬었다.

“서, 설마. 나 아직도 안죽은거?”

“그래. 체력은 좀 떨어졌지만.”

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갑자기 서은설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펑펑 쏟아졌다.

“왜, 왜 울어?”

퍽!

준의 얼굴에 베개가 날아들었다.

“진짜 죽은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왜 그런걸로 사람을 놀리는 거야! 대체 왜! 다 죽은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데!”

“사람을 걱정시켰으니 그 정도는 당해도 싸지.”

퍽! 쿵!

준은 베개를 다시 서은설에게 던졌다. 그녀가 도로 침대에 파묻힐 만큼 강렬한 일격이었다. 준은 잠시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힘 스탯 26은 실로 무서웠다.

“아... 미안. 힘 조절이 안됐다.”

“야이... 죽었다 살아난 사람한테 무슨짓이야!”

“미안. 정말 실수였어.”

“잠깐... 근데 이거 뭐라는거야?”

서은설은 갑자기 고개를 좌우로 돌리더니 울상을 지었다.

“뭐가?”

“나 지금 환청같은게 들리는 것 같은데?”

“뭐라는데?”

“음... 체력이 1 감소했다나 뭐라나?”

“아. 그거 시스템 메시지야.”

“그게 뭔데?”

“그걸 설명해 주려고 내가 여기 있는거야. 헌데 일단 뭐 좀 먹고 하자. 배고프지 않아?”

꼬르륵-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은설의 배에서 천둥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의 얼굴이 급격히 핼쓱해졌다.

“이, 이렇게 배가 고프긴 처음이야. 나 고아원에서도 이렇게 배고팠던 적이 없는데.”

“서은설.”

장민성이 황급히 그녀를 부르자 서은설이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차. 이건 못들은 걸로.”

“...너희들 내가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모르는 구나?”

준은 서은설의 한마디로 대강의 사정을 모두 알 수 있었다. 서로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성이 달랐던 이유. 그리고 그들이 연방이 아닌 이 먼나라까지 와서 레이드를 하고 있는 이유까지 얼추 추측이 갔다.

연방, 정식명칭 자유총연방(FSLU, the Federated States of Liberty Unions)은 미국을 중심으로 과거의 1세계 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정부체계다. 중심국가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이고 호랑이 길드원들의 모국인 한국도 그중 하나였다.

이들은 외우주에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는데 가장 열심인 국가였다. 하지만 먼 우주는 인간이 살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주를 하려는 사람도 극히 적었다. 때문에 연방에서는 비공식적인 루트로 부모가 없는 고아들을 주로 이주민으로 보냈다. 어린아이들이 새로운 행성에 적응이 빠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장민성, 서은설, 홍창만 이 셋이 함께 자란 고아원에서도 아마 같은 일이 행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나이가 많은 장성민이 뿔뿔이 흩어진 동생들을 찾아다니다 이런 곳까지 오게 되었을 것이다.

준은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이야기 했다.

“준님. 대단해. 난 내가 왜 그런 이상한 행성에 가게 됐는지도 몰랐는데.”

“원래 안 겪어 본 사람이 더 잘 아는 법이야. 헌데 한 가지 이해가 안되는 건 있어. 대체 어떻게 전부 헌터가 될 수 있었던 거야? 무슨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었던 거야?”

준은 그렇게 말하며 장민성을 쳐다보았다. 그는 아마 자연스럽게 헌터가 되었을 것이다. 그재능으로 헌터생활을 하면서 서은설과 홍창만을 찾기 위해서 전 우주를 돌아다닌 거고.

어쩌면 그의 그 노력에 하늘이 감동해서 서은설과 홍창만에게 헌터의 재능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가 바보 같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서은설이 입을 열었다.

“전부 헌터가 된 건 아니야.”

“‘전부’라고? 그럼 너희 셋 말고 또 있다는 거야?”

“응. 몇 명이더라...”

서은설이 손가락을 꼽더니 헤헤헤 웃으며 장민성을 쳐다보았다. 장민성은 한숨을 쉬더니 그녀의 정수리를 꾹 눌렀다.

“동생들이 몇 명인지도 모르냐?”

“너무 많잖아.”

“대체 몇 명이길래...”

손으로 꼽지 못할 정도면 최소한 열 명은 넘는다는 이야기였다. 장민성은 이걸 말해야 하나 하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더니 입을 열었다.

“98명.”

“98명?”

준은 방금 자신이 잘못들은게 아닐까 하고 장민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한없이 진지했다.

“나까지 포함해서니까 지금 여기 없는 애들은 95명이다. 원래는 더 있었지만 잘 살고 있는 애들은 그냥 두고 왔다.”

“너... 몇 살부터 돌아다닌거냐?”

“13살부터.”

“여기와서 사기도 많이 당했다며?”

“그건 이 녀석이고.”

그러니까 헌터의 쓴맛을 알려주기 위해서 일부러 절벽에서 밀어뜨렸다는 뭐 그런 이야기인가?

준은 새삼 장민성의 인간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또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잠깐, 13살 때부터 헌터를 했다면 8년 동안 최하급으로 머물렀다는 이야기잖아. 그게 가능한 이야기야?”

“준 알스버그. 생각이라는 걸 좀 하고 말하는 게 어때? 도대체 내가 왜 널 때렸다고 생각하는 거냐?”

“아...”

준은 급격히 미안해졌다. 자신은 겨우 4년간 노예생활 했다고 서러움이 골수까지 사무쳤는데, 8년간 최하급 헌터로 살면서 겪었을 갖은 고초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미안해. 설마 그렇게 까지 재능이 없으리라고는.”

으득.

어디선가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준은 얼른 말을 돌렸다. 장민성의 성격으로 봤을 때, 저건 정말, 아주 많이 참은 것이다. 생명의 은인이 아니었다면 바로 주먹부터 날라갔을 것이다.

“자, 일단 밥이나 먹자. 너 사흘 동안 누워있었어.”

“사흘이나?”

“밥 먹고 이야기 해. 그렇게 질문하다가 해지겠다.”

자고있던 홍창만을 깨우자 서은설에게 붙어 울고불고 난리치기 시작했다. 장성민이 한마디 하자 울음을 그치긴 했지만, 식사를 하러가기 까지는 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결국 점심 겸 저녁을 먹게 된 일행들에게 준은 델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었다. 사실 그는 서은설이 죽은 듯 자고 있던 사흘간, 이 이야기를 해아하나 말아야 하나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바꿔가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서은설이 죽지 않은 이유를 설명해야했고, 무엇보다도 그녀가 깨어나게 되면 스스로에게 생긴 이상현상을 알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가 깨어나기 전에 펠로우쉽을 해제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체력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해제했다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봐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준이 간단할 설명을 마치자, 서은설이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입을 열었다.

“그럼 준님이 내 생명의 은인인거야?”

“비극적이게도, 그렇지.”

“그럼 결혼하는 수밖에 없겠네. 우리나라에서는 생명의 은인에게 시집가야하는 법이 있거든.”

“넌 무슨 중세시대에서 왔냐!”

“몰랐어? 한국은 철저한 유교국가야. 남존여비 몰라?”

“공돌이라고 무시하냐? 이래봬도 석사까지 3년 만에 패스한 몸이야. 애초에 유교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는 건 너 아냐? 남존여비가 무슨 뜻인지는 알고 말하는 거냐?”

“남자가 존나 일해서 여자에게 비싼 물건 사준다는 뜻 아냐?”

“...”

준은 그만 할 말을 잊고 서은설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부끄럽다는 듯 몸을 배배꼬았고, 장민성이 머리를 짚고 한숨을 쉬었으며, 홍창만이 주스를 마시다 말고 줄줄 흘렸다.

“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할지 모르겠다.”

“내 동생이 못나서 미안하다.”

“진심으로 사과하지마!”

그렇게 무식의 폭풍이 한 차례 테이블을 쓸고 지난 후, 겨우 정신을 수습한 준이 아직 할 말이 남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하여튼 지금 서은설은 펠로우쉽을 통해서 나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야. 그렇게 되면 외도를 사냥 할 때마다 일정량만큼 경험치를 얻게 되지. 그 경험치가 쌓이게 되면 레벨업을 하게 되고 그럴 때 마다 더 강해지게 돼.”

“정말인가?”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장민성이었다. 8년간 최하급 헌터 생활을 하면서도 실력의 증진이 없었으니 누구보다도 가장 강해지고 싶은 것은 바로 그일 것이다. 서은설은 그런 것 보다 준과 연결되어있다는 말에 혼자 얼굴이 벌겋게 변해서 탁자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그래. 하지만 이게 내 입장에서 보면 마냥 좋은 게 아니야.”

“그렇겠지. 지금까지는 혼자서 경험치를 얻었을 테니까.”

“맞아. 만약 이대로 사냥을 나가게 되면 난 지금까지 얻었던 경험치 중 절반을 서은설에게 나눠줘야하는 거야. 이 녀석이야 좋겠지만 난 손해가 막심하지.”

“그래서 이야기 하고 싶은게 뭐지?”

장민성은 준이 뭔가 제안을 하려한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말했듯이 난 이곳에 단 열흘밖에 있을 수가 없어. 헌데, 벌써 오늘이 7일째야. 오늘 밤부터 사냥을 한다고 해도 겨우 4일밖에 시간이 없어.”

“그래서?”

“너희 모두에게 펠로우쉽을 걸어줄게. 대신 외도에게서 나오는 수익을 전부 나에게 줘.”

그것이 준이 지난 사흘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지금 당장 준에게 급한 것은 레벨업이나 경험치가 아니라 바로 돈이었다.

새크리파이스에 빚진 돈. 그 돈은 엄청난 이자율로 하루가 다르게 불어가고 있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서 갖다 바쳐도 원금은 계속 불어만 갔다. 이번 기회에 원금을 최대한 갚지 않으면 자신이 새크리파이스에서 벗어나는 날도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 작품 후기 ============================

선추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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