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21화 (21/540)

0021 ----------------------------------------------

세일럼의 마녀

쾅!

화르륵!

키에엑!

“후. 이걸로 스물네 마리.”

준은 어깨위에 올린 ‘불스원샷 2호’를 내리며 입을 열었다. 호랑이 길드에 1호를 넘겨준 이후 새로 만든 2호는 가스 팩을 좀 더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개조한 버전이었다.

6연발 가스토치 (B급)

각종 산업현장에서 범용적으로 쓰이는 가스토치입니다. 캠프파이어나 숫불을 키우는데도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치게 높은 화력으로 인해 본래의 목적을 잃었습니다. 총 여섯 개의 탄창을 가지고 있으며, 사용된 가스 팩은 버려집니다.

B급 이상부터는 특수효과가 붙습니다.

특수효과 : 가스 팩의 폭발확률이 낮아집니다.

리볼버 형식으로 탄창이 돌아가도록 설계했고, 등급은 역시 B등급을 받았다. 1호 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설계했고, 공도 많이 들였지만 등급은 쉽사리 올라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A등급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재료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 ; 준 알스버그

레벨   ; 2

클래스 ; 초보자

칭호   ; 델타의 소유자(모든 능력치 +10)

능력치

체력 249/249  마나 68/100 경험치 95 잔여 스탯 5

힘 6(+10)  민첩성 8(+10)  지능 21(+10)  정신력 19(+10)

기술

엔지니어링(초급) ; 오랜 숙련과정을 통해 사용자의 뇌에 공학적 사고가 자리 잡았습니다. 기본적인 물품을 손쉽게 제작, 수리 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5%)

정보창을 열어보자 늘어난 경험치와 숙련도가 눈에 띄었다. 초급 엔지니어링은 불스원샷을 제작할 때마다 숙련도가 2퍼센트씩 올랐다. 니들리스에 비해 경험치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숙련도 상승치도 높았다.

경험치도 95에 이르렀다. 100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경험치가 40일 때 2레벨이 되었으니까, 80이면 레벨 업이되지 않을까 했는데 3레벨은 경험치 요구 폭이 더 높은 모양이군.’

준은 오늘내로 3레벨을 찍을 생각이었다. 아마 100을 채우면 3레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탕.

멀리서 총소리가 들렸다.

‘밴디트?’

헌터를 사냥하는 자들.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헌터들이 가지고 다니는 장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장민성만 해도 방어구를 엄청나게 껴입고 다닌다. 현재 그가 입고 있는 것만 팔아도 최소 이천만원 이상은 나올 것이다. 서은설은 마법사용 지팡이와 판테라 가죽으로 만든 로브를 입고 있었고, 홍창만은...

“그 녀석 미움 받고 있던걸까...”

사실은 그가 서은설에게 양보를 해 먼저 장비를 맞출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거지만 준이 그런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다, 다섯 마리만 마저 잡고 가자.”

저녁까지 솔로잉을 할 생각이었던 준이지만, 밴디트들이 돌아다니는데 혼자서 사냥하고 싶진 않았다. 준은 방탄복도 없고, 갑옷같은 것도 입지 않았다. 총탄 한발이면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아직 총소리는 먼 것 같으니까...’

조금 겁이 났지만 그보다는 레벨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다섯 마리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준은 최대한 빠르게  근처의 나무들을 수색하면서 쿨리킨이 보일때마다 불스원샷을 날렸다.

쾅!

쾅! 쾅!

일단 보이는 대로 날리고 녀석이 죽은 것을 확인한 준은 눈알을 챙길 생각도 하지 않고 다른 놈을 찾아다녔다. 한 마리만 잡아도 20~30만원은 벌 수 있었지만 눈알을 채집하는 게 은근히 시간이 오래걸리는 편이라 그냥 경험치만으로 만족했다.

쾅!

키에엑!

그리고 준은 마침내 경험치 100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러자 밝은 빛과 함께 기다리던 시스템 메시지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퍼졌다.

-성장에 필요한 경험치를 충족하셨습니다. 경험치를 소모하여 레벨을 올리시겠습니까?(네/아니오)

준은 주저없이 ‘네’를 선택했다. 그러자 밝은 빛과 함께 녹색의 시스템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인간은 때때로 벽에 부딪히고, 쇠락하기도 하고, 한없이 정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이겨낸 당신은 이제 한 단계 높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잔여 스탯이 5 주어집니다. 체력과 마나가 상승합니다.

전과 다를 바 없는 메시지였다. 헌데 이번에는 하나가 더 붙어 있었다.

축하합니다. 3레벨을 달성하셨습니다. 새로운 기능 ‘펠로우쉽’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펠로우쉽?”

이름만 봐서는 무슨 기능인지 알기 어려웠다. 튜토리얼을 열어보자 새롭게 펠로우쉽이라는 항목이 생긴 것을 알 수 있었다.

준은 목록을 열어  자세한 정보를 읽기 시작했다.

펠로우쉽

사용자는 펠로우쉽을 맺을 수 있습니다. 사용자와 대상자는 하나의 파티로 간주되어 경험치가 공유되며 언제든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험치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반경 100미터 안에 있어야 가능합니다.

최대 펠로우쉽은 5명입니다.(현재 0/5)

추가사항

사용자는 펠로우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대상자의 사용하지 않은 경험치는 회수됩니다.

대상자가 사망할 경우 사용하지 않은 경험치는 회수됩니다.

사용자는 경험치를 소모하여 대상자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와 대상자는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펠로우쉽 사이에서는 공격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헉?”

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펠로우쉽이라는 것은 결국 델타가 보조하는 길드시스템이다. 델타가 구현하는 기술력이라면 그 정도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담긴 의미였다.

신체교정프로그램 델타의 핵심은 바로 경험치 시스템이다. 그것을 공유하겠다고 한 시점부터, 이미 펠로우쉽에 속한 자들을 델타의 신체교정프로그램 속에 포함하겠다는 이야기와 매한가지였다.

‘펠로우쉽을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나에게 있다는 것도 아마 그것 때문일테지.’

펠로우쉽에 속한자가 멋대로 탈퇴할 경우 델타는 그를 위해 투자한 많은 자원을 잃게 된다. 그럴 경우를 방지해 해제 권한을 오로지 사용자에게만 국한 시킨 것이다.

“쓰기에 따라서 좋을 것 같긴한데... 경험치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네.”

현재 2레벨에서 3레벨까지 이르는데 자그마치 경험치가 100이나 들었다. 경험치와 엑조틱 에너지는 등가로 교환된다. 즉, 결정체 가격으로 따지면 자그마치 5000만원인 것이다.

그런 것을 펠로우쉽의 대상자들과 공유를 하게 된다면 자신이 얻게 되는 경험치의 양이 사람숫자만큼이나 줄어들게 된다. 그것도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진다. 2분의 1, 3분의 1 하는 식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만약 5명을 모두 채우게 된다면 5분의 1... 끔찍하군.’

극단적으로 말하면 펠로우쉽은 대상자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 사용자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는 기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던 준은 결론을 내렸다.

“이건 쓰지 말아야겠다.”

그야말로 사람 호구 만들기 딱 좋은 기능이었다. 겨우 3레벨에 도달해서 얻은 기능이 이런 거라니, 준은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레벨이 오르면서 생기는 기본기능인지라 그리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 레벨업을 더 하게 되면 또 다른 기능이 생성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마저 들었다.

준은 마지막 확인 작업으로 정보창을 띄웠다. 늘어난 체력과 마나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용자 ; 준 알스버그

레벨   ; 3

클래스 ; 초보자

칭호   ; 델타의 소유자(모든 능력치 +10)

능력치

체력 306/306  마나 200/200 경험치 0 잔여 스탯 10

힘 6(+10)  민첩성 8(+10)  지능 21(+10)  정신력 19(+10)

기술

엔지니어링(초급) ; 오랜 숙련과정을 통해 사용자의 뇌에 공학적 사고가 자리 잡았습니다. 기본적인 물품을 손쉽게 제작, 수리 할 수 있습니다.(숙련도 5%)

“생각보다 체력은 별로 안 올랐네. 마나는 두 배가 올랐고.”

1레벨에서 2레벨로 갈 때 보다 오히려 체력 상승폭이 줄었다. 랜덤으로 수치가 오르는 모양이었다. 마나가 100씩 오르는 이유는 본래 마나가 0이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아닌가 했다. 그 부분은 사실 뭐라 말하기가 힘들었다.

스탯은 이번에도 패스하기로 했다. 마나가 올라가는 수치를 봐선 지능이나 정신력 수치를 더 찍는다고 마나통이 커진다던가 하지도 않을 것 같고, 힘을 찍는다고 체력이 늘어난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다.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나중에 꼭 필요한 순간, 그러니까 갑자기 힘이 많이 필요하다던가 높은 지능이 필요한 순간이라던가 하는 때가 오면 올리려고 마음먹었다.

“아아~ 그럼 이만 돌아가자.”

준은 기지개를 쭉 펴며 말했다. 밴디트도 있고, 레벨업도 했으니 일단은 이만 도시로 들어가 쉴 생각이었다.

탕.

쾅!

그리고 그런 말을 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총소리가 들려왔다. 준은 깜짝 놀라며 황급히 근처에 세워 둔 자전거에 올라탔다. 뒷자석에는 짐을 싣기 위한 큰 바구니가 있었고, 쿨리킨에게 얻은 눈알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이것만 팔아도 얼추 오백만원은 넘게 벌겠군.”

원래라면 더 나와야 했지만 초반에 눈알수집이 익숙하지 않아 꽤 터뜨려먹었다. 그래도 워낙 잡은 녀석들이 많아 큰 문제는 아니었다.

눈알채취도 익숙해졌으니 당장 다음날부터는 더 많은 수익을 올릴 것이 확실했다. 여럿일 때보다 혼자 움직일 때 수익이 더 좋다면 그건 혼자 다니는 게 맞았다.

그리고 준은 혼자인데 익숙했다. 지난 4년간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그에겐 친구도 가족도 없었으니까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법은 누구보다도 잘 연습해 왔다.

그러니까 자신은 괜찮았다.

그러니까 지금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은 심심해서 그런 것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하루종일 귓전에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여자애에게 익숙해져 있었던 것뿐이다.

그러니까 또 며칠, 혼자서 지내면 거기에 익숙해 질 것이다.

하아.

준은 한숨을 쉬었다. 단 며칠이지만 사람이 그리워 질 줄은 몰랐다.

“빌어먹을.”

쾅!

움찔!

준은 근처에서 들리는 폭발 소리에 놀라며 얼른 자전거를 출발시켰다. 아무래도 근처에서 밴디트와 헌터들의 싸움이 있는 모양이었다. 총소리도 근처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폭발음도 점점 커졌다.

아무리 준이 오지랖이 넓다고 해도 그는 셀럼이 아니었다. 남의 싸움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어...?”

끼익!

준은 자전거를 세웠다. 뭔가 이상했다.

쾅!

“이런 젠장!”

준은 욕설을 내뱉었다. 이 소리는 자신이 제작한 가스토치의 폭발음이었다. 밴디트와 싸우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호랑이 길드원이었던 것이다.

준은 자신의 어리숙함에 화가나기 시작했다. 어째서 더 빨리 눈치채지 못했을까. 하루종일 그 소리만 듣다보니 그만 익숙해져 버린 것 일까? 그 때문에 뇌에서 그 소리를 듣고도 잡음으로 처리해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그 소리는 한참 전부터 들려왔다. 아직 전투가 지속중이라고 할지라도 전원이 생존중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준은 자전거의 방향을 돌리고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착착착착!

준의 자전거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하다 생각했던지 준은 뒷자석에 있던 쿨리킨 부산물을 전부 버렸다. 자전거가 가벼워지며 더욱 빨라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느렸다.

“정보창!”

고민할 시간도 아까웠다. 준은 힘에 남은 스탯을 모두 몰아 넣었다. 순식간에 눈앞이 밝아지고 온몸의 근육과 뼈가 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초의 고통은 없었고, 그 시간도 매우 짧았다.

“우아아앗!”

준은 갑자기 달라진 자전거의 속력에 스스로가 놀라며 미친 듯이 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한창 전투중인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탕! 타탕!

쾅!

밴디트들과 호랑이 길드원들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총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밴디트들은 모두 여섯. 그리고 호랑이 길드 쪽은 두 명이었다. 장민성과 홍창만이 바위 뒤에 숨어 있었고, 밴디트들은 길 옆의 나무 사이에 몸을 숨긴 채 총을 쏘고 있었다. 여섯 명 모두가 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개 중 두 명만이 권총을 들고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활을 들고 있었다.

장민성 옆에는 두 명이 쓰러져 있었다. 아마 서은설과 새로 영입한 근접딜리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철렁하며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젠장. 벌써 당한건가?’

마음은 급했지만 더 이상 접근하면 밴디트 들의 총에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준이 자전거를 급히 세웠다.

끼이이익!

거의 80km를 육박한 속도로 달리던 자전거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아스팔트 바닥에 바퀴자국을 내며 정차했다.

============================ 작품 후기 ============================

선추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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