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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13화 (1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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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2

쾅쾅쾅!

그러나 준이 미처 잠들기도 전에 방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브랜든이었다.

“엔진룸 수리 시작해.”

“네? 이제 돌아온 지 몇시간 되지도 않았는데요? 좀 쉬면 안될까요?”

“하루가 늦어 질 때마다 얼마나 큰 손해를 보는 줄 알아? 그 손해를 네가 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든지.”

브랜든의 말에 준은 하는 수 없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엔진룸으로 향했다. 아무리 사람을 막굴린다고 해도 방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온 사람에게 이렇게 일을 시키지는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결정체를 나눠먹지 않은데 대한 분풀이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꼬박 하룻밤을 새며 엔진을 수리한 준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방안이 이리저리 어지럽혀져 있었다. 도둑이 든 모양새였다.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열심히 찾아보세요. 결정체는 이미 내 뱃속에 들어가 있거든요.”

아마 브랜든일 것이다. 그의 이런 행동은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을 엔진룸에 밀어넣고 결정체를 찾아볼 생각이었겠지.

그래봐야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준은 몇 시간 동안 이 잡듯이 자신의 방을 뒤졌을 브랜든을 생각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날. 준은 셀럼을 찾아다녔다. 어차피 목적지까지 도착하기 위해서는 20일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당분간은 엔진에도 이상이 없을 거고, 근무시간 외에는 가능하다면 셀럼에게 헌터가 되기 위한 방법을 묻고 싶었다.

셀럼은 함선내에 있는 체력단련장에 있었다.

“셀럼.”

“어. 보이. 좀 수척해 보이네. 죽은 녀석들이 꿈에 나타나거나 그런거야?”

“재미없거든요.”

사실은 헌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준은 약간 자기혐오가 일었다. 아무리 기쁘기로서니 이렇게 까지 아무렇지 않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괴로워하는 것도 성격에는 맞지 않는 일이다.

준은 셀럼이 누워있는 벤치 옆에 풀썩 앉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생각보다는 괜찮네요.”

“쓸데없이 징징대는 것 보다는 훨씬 낫군.”

셀럼은 벤치에 누워 거의 400킬로그램이 넘는 바벨들 들고 있었다. 쇠봉이 휘어 당장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보였다.

그런 짓을 하면서 저렇게 평온하게 입을 놀리다니 정말 힘에 있어서는 괴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준이 질린 표정으로 쳐다보자 셀럼이 입을 열었다.

“너도 해볼래?”

“그렇지 않아도 그 이야기 때문에 찾아왔어요.”

“무슨?”

“저 헌터가 되고 싶어요.”

“또 그 이야기야? 보이에게는 재능이 없다고 말했잖아. 빈말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요만큼의, 털끝만큼도 재능이 없다고. 절대로 헌터가 될 수 없어. 그냥 본업에 충실하는게 보이를 위한 일이야.”

“마나가 있다면요?”

“무슨 소리야. 바로 이틀 전에 내가 확인했잖아.”

“다시 한 번만 확인해 주세요. 아무래도 그 우주선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것 같아요.”

“흠...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까지 말하면 한 번 봐주지. 읏차!”

셀럼은 벤치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준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하던 그는 크게 놀란 듯 눈을 떴다.

“하. 정말이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툴리오에게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고 난 이후에 몸을 치료 했더니 이상한 힘이 생긴 것 같더라고요. 그게 아마 마나가 아닐 까 싶어서...”

준은 미리 생각해둔 변명을 읊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은 준도 잘 알았지만 그렇다고 델타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는 없었다.

“흠. 죽음의 위기를 넘기면 마나를 각성한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했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처음 보는 군.”

셀럼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준의 등에 다시 손을 가져다 댔다. 준은 무언가 등을 타고 자신의 몸을 헤집어 다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 간지럽네요.”

“그게 마나야. 내 거라서 약간 이질감은 느껴질 수 있어. 어쨌든 며칠 만에 이정도의 마나가 쌓이다니 믿을 수 없을 정도야. 불쌍한 소년이라고 생각했더니 행운아였구만 그래?”

“하하. 이제와서 운이 좋아봐야...”

준은 대충 웃음으로 얼버무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헌터가 될 수 있는 거죠?”

“마나에 재능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몸 안에 마나가 쌓여있네. 사용하는 방법만 알면 충분히 헌터가 될 수 있겠어.”

“정말인가요? 얼마나 걸릴까요?”

준은 뛸 듯이 기뻤다.

“음. 어차피 할 일도 없었으니 시간나는대로 내가 가르치면 도착하기 전까지는 어느정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보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달렸지.”

“저 열심히 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하겠습니다!”

준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그의 유일한 희망은 셀럼이었다. 그가 아니라면 누가 자신에게 그런 기술을 가르쳐 줄까.

“씁. 이거 돈 받아야 되는 건데.”

“헌터가 되고나서 갚으면 안될까요?”

“그렇지 않아도 빚이 일억이나 있다면서?”

“헤헤. 일단 그거부터 갚고. 셀럼껀 나중에.”

준의 능청스러운 대꾸에 셀럼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결정체 세 개로 목숨 빚을 퉁치는 건 좀 염치없는 짓이지. 그럼 내일부터 일과 끝나면 헬스장으로 와.”

“오, 오늘부터 하면 안될까요?”

“안될 건 없지만... 일단 물어볼게 있는데, 보이는 어떤 헌터가 되고 싶은거야?”

“탱커할거냐 딜러할거냐 묻는거죠?”

준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되물었다. 셀럼이 고개를 끄덕였다.

“딜러를 한다고 해도 궁수나 마법사 같은 원거리 딜러를 할 수도 있고, 헌터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한 가지를 정해야지.”

“근거리 딜러요. 탱커는 아무래도 덩치도 크고 힘도 좋아야 할 것 같아서...”

마음 같아선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었지만, 일단은 셀럼에게 배울 수 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근거리 딜러밖에 없었다. 탱커도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셀럼만 보던 준에게 탱커의 이미지는 우락부락한 전사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도 탱커는 장비가 많이 필요했다. 그것도 다 돈이고 지금의 준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사실 제일 추천해 주고 싶지 않은 직업이 근거리 딜러인데... 보이 입장도 이해가 가는 지라 어쩔 수 없네. 제일 위험한 포지션인 건 알고 있지?”

“네. 하지만 활은 배운 적도 없고, 배우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 잖아요. 마법은 말할 것도 없고, 탱커는 돈이 없죠.”

“딜러도 최소한의 장비는 필요해. 어쨌든 한 방 맞고 죽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그건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최하급이라지만 체력 100일 때 헌터가 쏜 화살 세 방을 맞고도 버텼다. 지금은 체력이 200이 넘는 만큼 외도에게 맞더라도 한두 방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일단 무기를 정해야 되는데. 무기술 배운 적 있어?”

“아니요.”

“격투술은.”

“전혀요.”

셀럼은 고개를 저었다.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할지 막막한 기분이 드는 모양이었다.

“외도의 항력을 깨뜨리기 위해선 무기에 마나를 발현할 줄 알아야해. 그리고 마나를 발현하기 위해선, 가장 손에 익은 무기가 필요하지. 자신의 분신과 다름없는, 손발처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역시 어렵겠죠?”

“후. 일단 이것저것 실험해보자. 나에게 무기 몇 가지가 있으니까.”

하지만 준은 그날 셀럼이 꺼내준 무기 중 단 하나도 마나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첫날임을 감안하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얼마 없는 준의 입장에서는 초조할 뿐이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마. 며칠정도 연습하다 보면 하나쯤 맞는 무기가 나올수도 있으니까.”

셀럼은 그렇게 말하면서 준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셀럼도 걱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최소한의 무기술은 있어야 마나를 다룰 수 있는데 준은 그야말로 초심사였던 것이다.

“아오. 이게 왜 안되는 거야!”

숙소로 돌아온 준은 셀럼이 빌려 준 나이프에 마나를 불어넣고 있었다. 길이가 20센치정도 되는 짧은 칼이었다. 주로 야외에서 동물의 가죽을 벗기거나 고기를 자를 때 쓰는 칼이라고 했다.

준은 최대한 집중하며 나이프에 마나를 밀어 넣으려 애썼다. 손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느낌은 있는데 그게 나이프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

몇 시간을 끙끙거리며 시도하던 준은 결국 포기하고 나이프를 책상위로 던졌다.

“하. 안되는 건가. 마나만 있으면 쉽다고 했는데.”

이제 막 마나를 깨닫고 쌓아가는 초심자라면 준처럼 오래걸릴 수 있었다. 하지만 준은 이미 체내에 마나를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나를 발현하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이런 건 익숙한데.”

준은 침대옆의 공구함에서 커다란 스패너를 집었다. 준은 사실 얼굴에 기름묻혀가며 기계를 만지는 쪽은 아니었다. 워프엔진의 조작은 양자컴퓨터로 조작하는 것이고, 사실 이쪽은 기계적인 것보다는 이론에 능숙해야 했다.

하지만 새크리파이스에서 썩은 4년 동안 배관공 역할까지 도맡아야 하다보니 스패너가 마치 자신의 수족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걸 무기로 쓴다면 마나발현 같은 건 금방할 수 있을텐데.”

준은 키득거리며 스패너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몽키스패너의 머리 부분이 푸르스름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준은 할 말을 잃고서 마나를 발현시키고 있는 스패너를 보았다.

“보이. 지금 나랑 장난 하자는 건 아니겠지?”

셀럼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준을 쳐다보았다. 준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크크크. 스패너에다가 마나를 발현시켰단 말이야?”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놀랄 정도였어요. 무기가 자신의 수족처럼 느껴져야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구요.”

“그래도 그렇지... 스패너라니. 큭큭큭.”

“좀 그만 웃어요! 나도 쪽팔리니까!”

셀럼은 숨이 넘어갈것처럼 웃어댔다. 준은 얼굴을 붉히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아. 하아. 알았어. 근데 그걸로 뭐 어떻게 하려고.”

“그래서 말인데요. 이걸 좀 크게 만들면 어떨까요?”

준이 밤새도록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어차피 무기라는게 때려서 죽기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스패너의 크기를 키우고 무게를 싣는다면 꽤나 커다란 둔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어... 안되는 건 아니겠지만. 아니, 생각해보니까 나쁘진 않겠구나. 그거 머리부분에 맞으면 엄청 아플 것 같기도 하고.”

스패너의 머리부분은 동그랗게 튀어나와 있어서 타격점을 잡기 좋았다. 크기를 키우고 손잡이만 제대로 마감 질 할 수 있으면 두 손으로 써도 괜찮은 무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무기로 쓸만한 크기의 스패너를 어디서 구하지?”

“그것도 가지고 왔어요.”

“벌써? 그런 크기의 스패너가 있는거야?”

“찾아보니까 있더라구요.”

준은 그렇게 말하며 가방속에서 일미터가 넘는 스패너를 꺼내들었다. 이미 손잡이 부분까지 만들어져 있어 충분히 둔기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야. 괜찮은데? 어디서 이런 걸 구한거야?”

“엔진룸에 굴러다니던 걸 찾았어요.”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그 정체불명의 대형 스패너는 제작스킬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었다.

만능공구세트.

밤새 고민하던 준의 생각이 거기에 닿은 것은 정보창에 있던 경험치 ‘1’을 보고 나서였다. 제작 스킬은 경험치를 필요로 했고, 만능공구세트라는 이름이 달려있는 이상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공구도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아 떨어졌다.

공구제작에 필요한 재료들은 다른 공구들을 끌어모아 충당했다.

미리 자신이 쓰기 좋게 형태를 잡고 간단하계 설계도를 만든 후, 기술을 발동하자 간단하게 스패너가 완성되었다.

‘덕분에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으니, 경험치가 아깝지는 않은 건가.’

제작을 완료하자 기술에 변화가 생겼다.

============================ 작품 후기 ============================

음.... 한 번 공돌이는 영원한 공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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