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11화 (1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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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교정프로그램

“으아아아!”

쩌적.

눈이 뒤집어진 준이 계속해서 헬멧을 내려치자, 강화유리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 어? 야! 얘 좀 말려봐!]

[뭔 소리야. 일반인 하나 상대 못해?]

[히, 힘이 말도 안되게 세다고!]

준의 힘 스탯은 15. 이 정도면 어지간한 운동선수와 맞먹는 근력이었다. 헌터라고는 하지만 최하급 마법사인 그가 이겨낼 만한 힘이 아니었다.

[귀찮게스리...]

휙!

근처에서 화살을 날리고 있던 헌터하나가 얼른 준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대강 날린 화살이지만 워낙 가까운데다가, 준이 입은 강화수트는 방어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물건이었다.

푹!

가볍게 준의 옆구리에 화살이 박혔다. 하지만 준은 마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계속해서 헬멧을 내리쳤다.

[미, 미친새끼.]

퍼퍽!

“컥!”

속사로 날린 화살 세발 중 두발이 준의 등과 갈비뼈에 명중했다. 세발이나 되는 화살을 달고서야 준은 내려치기를 멈추었다. 마법사는 준을 걷어차서 떨어뜨리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힘없이 굴러가더니 픽 쓰러졌다. 정신을 잃은 모양이었다.

[시발... 죽을 뻔했네. 뭐 저런 자식이 있지?]

퍼억!

그때 엄청난 소리와 함께 툴리오의 몸이 마법사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아니, 정확히는 튕겨나갔다는 표현이 맞았다. 준이 마법사와 궁수 둘을 상대하고 있는 동안, 운신이 자유로워진 셀럼이 검을 휘둘러 툴리오를 날려버린 것이다.

[젠장! 툴리오!]

마법사가 그를 불렀지만, 툴리오에게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들 중 가장 강한 툴리오가 나가 떨어졌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빌어먹을. 일단 셀럼부터 처리해!]

궁수가 마법사를 향해 외치곤 화살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셀럼의 앞에는 창을 든 근접딜러 한사람이 있었다.

셀럼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노려 3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고 창을 찔러대고 있었다.

[딜이 왜 끊긴거야! 개자식들아! 나 죽는 꼴 보고 싶은 거냐!]

[저 자식이 공돌이한테 맞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은 듯 그들은 서로 욕을 하면서 셀럼에게 딜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살에 맞아 체력이 30감소 했습니다.

-화살에 맞아 체력이 29감소 했습니다.

-화살에 맞아 체력이 30감소 했습니다.

준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 아니었다. 단지 갑자기 나타나는 시스템 메시지를 읽느라 생각에 잠겨있었던 것 뿐이었다.

헌터들은 딜에 집중하느라 준이 움직이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하니 화살을 세대나 맞은 녀석이 다시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공격을 받으면 체력이 감소한다. 당연한 거지만 생각보다 유용하군. 얼마나 맞아야 죽는지 알 수 있다는 것 만해도 충분히 괜찮은 기능이야. 게다가 생각보다 고통이 그리 심하지 않아. 이것도 델타의 영향인가?’

원래 121이던 체력이 확 줄어들어 32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재수 없으면 화살 한방으로도 죽을 수 있는 체력이었다. 하지만 출혈로 인한 체력저하도 없었고 고통도 일시적인 것일 뿐 지금은 뭐에 맞았나 싶을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어쨌든 체력만 남아 있다면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그거지?’

그건 엄청난 메리트였다. 보통 사람은 화살 한두 대를 맞거나 칼에 찔린다 해도 단번에 죽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로 인해 생기는 전투력의 저하였다. 이어지는 출혈과 장기의 손상으로 결국 죽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준은 처음의 충격으로 인한 체력손상을 제외하면 이어지는 추가 피해가 없었다. 게다가 고통마저 사라지니 전투력의 손실없이 싸울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는 근처에 떨어진 툴리오의 무기를 발견했다. 날길이만 30센치 정도 되는 단검을 손에 쥔 준은 떨리는 손으로 한창 주문을 외고 있는 마법사의 등뒤로 다가갔다.

그런 준의 기척을 느꼈는지, 마법사가 고개를 돌렸다.

[뭐, 뭐야. 이 자식 살아있었어?]

[또 뭐야?]

[공돌이 자식이 아직 안죽었... 히익?!]

푸욱!

준은 주저없이 마법사의 등에 단검을 찔러넣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손을 떼기는 커녕 더욱 힘을 주어 단검을 밀어넣었다.

뿌직! 뿌지직!

[컥! 커헉!]

단검이 뿌리만 남기고 모두 파고들었다. 결국 마법사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힘없이 무너졌다. 준은 충혈 된 눈으로 그의 몸에서 단검을 뽑아들었다.

하아. 하아.

점점 숨이 가빠졌다.

황당한 얼굴을 하고 있던 궁수가 돌연 정신을 차리고는 화살을 날렸다.

쉭!

준은 재빨리 몸을 틀며 화살을 피했다.

설마 준이 화살을, 그것도 코앞에서 쏜 것을 피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궁수가 당황하며 다음 화살을 재었다. 하지만 첫발을 놓친 대가는 컸다. 어느새 궁수의 코앞에 접근한 준은 소리를 지르며 단검을 휘둘렀다.

[우아아아!]

쿠당탕!

다급했던 궁수가 활을 버리고 바닥을 굴렀다. 준은 재빨리 그를 따라가며 두 손으로 쥔 단검을 계속 휘둘렀다. 무기술을 배운 적은 없지만, 날이 제대로 선 단검은 그저 휘두르기만 해도 엄청난 위협이 되었다.

[젠장! 이 자식 뭐야! 왜 이렇게 빨라!]

궁수는 필사적으로 몸을 뒤틀며 준이 휘두르는 단검을 피했다.

최하급 헌터의 육체적 능력은 그렇게 높지 않다. 사실상 육체적인 능력치만 놓고 보면 준이 상대를 압도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단지 제대로 전투를 해본 경험이 없는데다가, 방금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이 손끝이 흔들리다 보니 공격이 자꾸만 빗나가는 것뿐이었다.

[사, 살려줘!]

[웃기지마! 내가 모를줄 알아? 내가 맞고 있을 때 제일 쳐 웃던 새끼가 너였어!]

준은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아니야! 난 아니라고! 살려줘! 제발!]

[닥쳐! 감히 누가 누구에게 살려달라고 말하는 거야? 내가 당하고 있을 때는 뭐했는데? 내가 맞고 있을때는 뭐했는데! 내가 죽어가고 있을 때 너희들은 대체 뭐라고 했었는데!!]

촤악!

궁수의 몸에 상처가 점점 늘어나가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구석에 몰린 궁수를 향해 준은 단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아, 안돼...!]

[돼. 이 씨발새끼야.]

푹.

[커헉!]

단검은 정확히 궁수의 심장에 틀어박혔다. 궁수의 심장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며 준의 온몸을 적셨다. 하지만 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단검을 내리찍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온몸이 피에 젖을 때까지 준은 멈추지 않았다.

턱.

누군가 자신의 팔목을 잡았다. 두껍고, 강인한 손. 한없이 단단해서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한 팔. 그리고 자신을 향해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고릴라를 닮은 남자.

준은 자신의 팔목을 붙잡고 있는 셀럼을 보더니 천천히 팔을 늘어뜨렸다.

땡그랑.

단검이 바닥에 떨어지고, 준은 천천히 궁수의 처참한 시신에서 물러났다.

[끝... 났나요?]

준의 말에 셀럼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준의 어깨를 툭툭 쳤다.

[잘했다. 보이. 덕분에 살았다.]

셀럼은 흑인 특유의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흥분이 가라앉으며 서서히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제가... 사람을 죽였네요.]

[이놈들은 죽어도 싼 놈들이야. 신경쓰지마.]

[그래도 한동안 잠을 못잘 것 같아요.]

준은 무거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고개를 돌려 툴리오가 쓰러져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셀럼이 확인사살을 한 듯, 이미 목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그렇지. 그래도 너무 자책하지마라.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때문에 널 망칠 필요는 없으니까.]

[셀럼은 이런 일 겪어 본적 있나요?]

[흔하지. 헌터일 하다보면 별의 별놈들을 다 만날 수 있어. 욕심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일 따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야.]

[그렇군요. 헌터는 그저 쉽게 돈을 버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했어요.]

[세상에 쉬운일이 어디있겠어. 그래도 이일은 위험한 만큼 보상은 확실하지. 일단 나가는게 좋겠다. 따라와라.]

셀럼은 옆구리에 박혀 있던 화살 절반을 뚝 부러뜨리며 걸음을 옮겼다. 준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숨을 쉬곤 그를 따라 움직였다.

멀리 착륙선이 보였다. 운이 좋았던지 우주선을 빠져나온 이후 외도들을 마주치지 않았다. 델타를 얻은 이후, 외도들의 행동이 달라진 것으로 봐선 분명히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델타가 레이더에 잡힌 엑조틱 에너지원이 맞다면, 그것에 끌려 모여들었던 외도들도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를 느끼진 못한 거겠지.’

그렇다고 해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단 한번 웜홀을 통해 넘어온 놈들은 수명이 다해 죽기 전까지는 죽지 않았다. 행성 이곳저곳을 떠돌며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아니면 다른 헌터들에 의해 죽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번식은 못하기 때문에 개체수가 늘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치익-

착륙선은 무인으로 작동되는 방식이었다. 착륙선의 해치가 열리고 안으로 들어간 준과 셀럼은 의외의 광경에 놀랄수밖에 없었다.

[브랜든?]

준이 입을 열자,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준?]

[어떻게 된 거에요? 혼자서 여기까지 왔어요?]

[그, 그게... 나도 잘 모르겠어.]

브랜든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적어도 거짓말을 하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브랜든이 모르면 그걸 누가 알아요?]

[그게... 툴리오 녀석들이 싸울때 도망치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서 어디론가 빠졌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여기더라고. 나도 방금 해치가 열리는 소리를 듣고 깨어난거야.]

[그건...]

말도 안되잖아요, 라고 말을 하려던 준은 뒷말을 삼켰다. 그가 하는 말이 어쩐지 자신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거기서 뭔가를 발견하거나 한 건 없나요?]

[그, 글쎄... 뭔가... 사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끄응. 기억이 안나.]

브랜든은 인상을 푹 쓰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러더니 문득 이상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헌데 너 몸 괜찮아?]

[네?]

[아니... 그게 분명히 툴리오가 널 거의 죽일뻔했던 것 같은데.]

[아. 우주선 안에 치료키트가 있더라구요. 뭔지는 모르겠는데 뼈가 부러진 것까지 고쳐주던데요.]

준은 대충 그렇게 얼버무렸다. 하지만 브랜든은 셀럼과 달리 그렇게 쉽게 속아넘어가지 않았다.

[대체 무슨 치료키트 인지는 모르겠지만, 너 거의 죽음직전이었어. 그런 걸 그렇게 짧은 시간안에 고친다는게 말이 돼?]

[그렇긴 한데... 일단 브랜든이 여기있는 것 부터 말이 안되잖아요.]

[끙. 그건 그렇지.]

[그만들 해. 보이도 브랜든도 어쨌든 살아 돌아왔으니 된거지 뭐. 얼른 스팅스로 돌아가서 쉬고 싶다고. 정말 힘든 하루였어.]

셀럼의 말에 브랜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툴리오와 나머지 헌터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준의 상태와 셀럼의 상태를 보면 대충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참. 보이에게 줄것이 있어.]

셀럼이 준에게 작은 주머니를 던져주었다. 검은색 밀폐주머니 안에서 은은한 붉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건...?]

내용물을 짐작한 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엑조틱 결정체야. 목숨을 살려준데 대한 보답이야. 그걸 가지고 몰래 팔아먹던지 선장에게 보고하던지 알아서 하라고. 브랜든도 별말 안할거야 그렇지?]

셀럼은 브랜든을 향해 눈을 찡긋했다. 브랜든은 잠시 입맛을 다시다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툴리오처럼 되기는 싫었다.

[그... 고마워요. 잘 쓰겠습니다.]

준은 거절하려 하다가 문득 델타에 생각이 미쳤다. 그가 준 세개의 결정체라면 충분히 레벨업을 하고도 남을 것 같았다.

[원래 가지고 있던 건 엔진에 써야 하니까 그것까지 삼키진 말고. 너무 욕심 부리면 배탈나거든.]

[아, 아니에요. 그건 잘 가지고 있어요.]

준은 적당히 거짓말로 얼버무렸다. 벌써 먹어버렸다고 말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면 남은 것 중에 두 개만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주머니를 열어보니 붉은 빛의 영롱한 엑조틱 결정체가 있었다. 눈으로 봐선 정확한 결정도를 확인 할 수는 없었지만 대체로 평균치는 나올 것으로 보였다.

============================ 작품 후기 ============================

이거 19금 붙여야 하나...

초반부 오류를 수정했습니다. 물론 이 공지를 보시는 분들은 이미 수정된 부분을 보시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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