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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교정프로그램
시스템 업로드............70퍼센트, 80퍼센트, 90퍼센트........
99퍼센트.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접속 중.... 접속 완료.
사용자 준 알스버그.
신체교정프로그램 델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튜토리얼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준은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가장 먼저 확인 한 것은 몸 상태였다.
‘통증이 사라졌다. 그 흰색 결정체가 정말 내 몸을 치료한 건가?’
눈을 뜨자 캄캄한 어둠이었다. 그 어둠속에서 뭔가 이상한 것들이 보였다.
‘이게 뭐지?’
시야를 채우는 익숙하지 않은 GUI(Graphical User Interface;사용자가 컴퓨터를 사용할 때 그래픽을 통해 작업할 수 있는 환경)가 있었다. 우주복 헬멧에 기본적으로 탑재되어 있는 디스플레이가 아닌, 완전히 생소한 형태의 인터페이스였다.
시야 왼쪽상단 구석에 자신의 이름과 함께 붉은 색, 푸른 색, 두 개의 직사각형 바가 있었고 오른쪽 상단에는 정체불명의 사각형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시야 한가운데를 떡 하고 차지하고 있는 문구가 매우 거슬렸다.
-튜토리얼을 시작하시겠습니까? (네/아니오)
준은 눈앞을 가득 채운 저 녹색의 문자에 담긴 뜻을 이해하기 위해 한참동안 고민에 빠져들었다.
‘튜토리얼이라면 사용지침서를 말하는 거니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설명해주겠다는 뜻이겠지?’
준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거짓말처럼 아픈 곳이 다 나아 있었다.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보았다. 다리도 제대로 움직였고, 오히려 예전보다 몸이 가벼워진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준은 헬멧의 라이트를 켰다. 실내는 자신이 정신을 잃을 때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일단 설명은 한 번 들어봐야겠지.’
준은 선택지의 ‘네’를 선택했다.
-신체교정프로그램 델타는 사용자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사용자의 육체는 델타의 보조를 받아 엑조틱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며, 엑조틱의 흡수 여부에 따라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친절하게도 목소리와 함께 텍스트도 제공되었다. 준은 멍하니 그것을 읽다가 양 손으로 자신의 뺨을 때렸다.
짝!
“아, 아프다. 확실히 꿈은 아니로군.”
대단히 고전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정신이 온전함을 확인한 준은 이어지는 튜토리얼의 안내를 읽어 나갔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정보창의 존재였다.
‘흠 그러니까, 내 신체 정보를 수치화해서 보여준다는 건가?’
백문이 불여일견. 준은 UI를 조작하여 정보창을 불러냈다.
사용자 ; 준 알스버그
레벨 ; 1
클래스 ; 초보자
칭호 ; 델타의 소유자(모든 능력치 +10)
능력치
체력 121/121 마나 0/0 경험치 14
힘 5(+10) 민첩성 8(+10) 지능 21(+10) 정신력 19(+10)
기술
없음.
정보창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심플했다. 인간의 능력 중 대표적인 것 몇가지만 추려서 보여주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 모든 걸 다 보여주려면 끝도없겠지.’
오히려 힘민지정 식으로 간략화 하니 자신의 현재 상태를 알기에 상당히 편리했다. 개 중에 준의 눈길을 끄는 것은 ‘마나’부분이었다.
‘셀럼이 나에게 재능이 없다고 한 게 틀린 말은 아니었구나.’
자신의 몸이 치료된 시점부터 델타라는 이 시스템이 진짜라는 것을 받아들인 준에게 마나가 0이라는 것은 조금 뼈아픈 현실이었다.
‘역시 헌터가 되는 것은 어려우려나.’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면 외도를 잡을 수 없다. 한숨을 쉬던 준은 문득 튜토리얼의 설명을 떠올렸다.
‘엑조틱 에너지의 흡수 여부에 따라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 했지? 그 말은 즉, 이 상태에서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인가?’
신체교정프로그램. 인간의 육체를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뉘앙스의 이름이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앞으로 엑조틱 결정체를 더 얻을 수 있다면, 어쩌면, 마나도 사용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경험치란에 저 숫자...’
14.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이 델타를 깨우는데 사용한 붉은 색 결정체의 결정도였다.
“즉, 결정도가 경험치가 되는 시스템이로군. 엑조틱 에너지를 이런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니 이걸 만든 놈은 대체...”
최소한 현세대 인류의 기술은 아니었다. 단순히 자신의 시각과 청각에 정보를 뿌려주는 것만해도 일단 오버테크놀러지에 속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델타라는 그 시스템이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에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준은 그것이 자신의 신체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외과적 수술 없이 단시간에 자신의 신경계를 장악한 그 시스템이 두렵기도 했다. 그래도 덕분에 목숨을 건졌으니 찝찝함을 애써 털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한다...”
일단 몸은 회복됐다. 하지만 아직도 바깥에서는 툴리오가 자신을 찾으러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
‘이왕이면 그냥 도망갔으면 좋겠지만...’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놈은 자신에게 붉은색 결정체가 있다고 알고 있으니 어떻게든 찾아서 가지고 가려할 것이다.
최선은 셀럼을 먼저 만나 둘이서 도망치는 것이다. 이런 곳에 갇혀 있어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준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직경 이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천장의 높이는 삼미터가 넘는다. 처음에 떨어졌을 때만해도 절망적으로 높아보였다. 헌데 지금은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느껴졌다.
“어디 한 번 해볼까?”
책상과 의자를 가져와 쌓으니, 얼추 점프하면 손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준은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의자를 박찼다.
“웃차!”
턱!
아슬아슬하게 구멍의 가장자리에 손이 닿았다. 겨우 손끝만 걸렸지만, 준이 힘을 주자 조금씩 상체가 딸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후. 내가 이렇게 힘이 셌던가.”
준은 생각보다 간단히 구멍위로 올라서고선 자신의 두 팔을 내려다보았다. 적당히 군살없이 잡힌 몸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근육이 단단하게 박혀 있었다. 정신을 잃은 잠시 동안 갑자기 생겼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이것도 델타때문인가? 아, 그러고보니...”
준은 정보창을 불러들였다. 눈앞에 반투명한 창과 함께 현채의 신체수치가 나타났다.
‘힘이 15라... 겨우 10이 늘어났는데도 체감은 확실히 다르군.’
현재 준의 힘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다름아닌 칭호 효과 때문이다.
‘델타의 소유자’라는 칭호는 사용자에게 모든 수치를 10이나 올려주는 좋은 칭호였다. 그 덕에 팔굽혀 펴기도 제대로 한적 없는 준이 단숨에 암벽타기가 가능할 정도의 근력을 쌓게 된 것이다.
“이 정도 힘이면 헌터들에게도 그다지 밀릴 것 같지 않은데....?”
헌터들의 특징이라면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힘을 바탕으로 인간이상의 위력을 내며, 인간이상의 회복력을 바탕으로 신체를 단련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최하급이나 하급 헌터들은 보통의 인간에 비해 초인적으로 강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들은 단지 마나를 능숙하게 다룸으로서 외도를 사냥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을 뿐이다.
최소한 셀럼과 같은 중급이상의 헌터 정도는 되어야 인간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셀럼의 힘 수치는 얼마나 될까?’
수백킬로그램은 넘어 보이는 철문을 힘으로 열고 닫았던 셀럼이다. 지금 준의 힘으로는 흉내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적어도 30은 넘을 것 같군. 뭐, 나도 지능은 30이 넘으니까 쌤쌤으로 하지.’
그렇게 정신승리를 한 준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라이트는 켠 채였는데, 컴컴한 곳에서 이동하다가 이전처럼 또 떨어지기 싫기도 했고 지금이라면 툴리오를 만나도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치익- 치익- 준! 브랜든! 들려?]
그때 통신회선을 통해 셀럼의 목소리가 들렸다.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셀럼의 목소리를 듣자 너무나도 반가웠다.
‘델타가 내 몸에 들어오는 바람에 통신도 회복이 된 모양이구나.’
준은 통신 회선을 열고 입을 열었다.
[어디에요. 셀럼?]
[응? 하하핫! 살아있었구나 보이! 내가 그럴줄 알았어! 넌 쉽게 죽지 않을 것 같았다니까!]
셀럼은 진심으로 기쁜 듯, 큰 소리로 웃었다.
[네. 운이 좋았죠. 그나저나 브랜든도 없어진건가요?]
[그래. 툴리오가 말하기로는 외도와 싸우던 중에 도망쳤다고하는데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어.]
[그렇겠죠. 저도 죽다가 살아났으니.]
준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툴리오 생각만 해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뭐? 무슨 소리야? 툴리오가 무슨짓을 한 거냐?]
[말대꾸 했다가 죽을 뻔 했죠. 갈비뼈가 폐를 찢고 들어갔어요.]
[뭐? 그럼 지금 위험한 거 아니야?]
셀럼의 목소리가 급격히 커졌다.
[아, 아니에요. 운좋게 고쳤어요. 이 우주선에 치료키트가 있더라구요. 굉장히 운이 좋았죠. 정말... 하하.]
생각해보니 정말로 운이 좋았다. 아니, 운이 좋았다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적적으로 운이 좋았다.
‘운이 좋을거면 그냥 처음부터 좋았으면 오죽이나 좋아.’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 지내온 세월이 4년이다. 이제와서 운이 좋다고 해서 마냥 기뻐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다행이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 하자. 현재 위치정보 좀 알려줘.]
[흠... 이상하네. GPS가 연결이 안돼요.]
[당연하지. 스팅스하고는 통신이 안되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델타를 먹었으니, 스팅스와의 통신도 연결이 되어야 정상이다. 헌데 무슨 이유에선지 아직도 연결이 되지 않고 있었다.
‘아직 잔여 에너지가 남은 모양이지. 아니면 정말로 메탄구름때문일 수도 있고.’
준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셀럼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우리가 처음에 들어왔던 통로에 가있을게요. 혹시나 툴리오를 만나게 되면 절 만났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도 녀석들 보이면 일단 도망칠테니까요.]
[몸조심해. 보이. 일단 이곳에서 벗어난 다음에 그 자식들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자고.]
[네. 그럼 조금있다 봐요. 준 아웃.]
[오우케이. 셀럼 아웃.]
통신을 마친 준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처음부터 그리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기 때문에 철문이 있는 곳에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툴리오는 그곳에 없었다.
“후. 그나마 다행이군.”
셀럼은 통신을 끊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엑조틱 결정체를 찾기 위한 탐사조를 이끌다 보면 수많은 위험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항상 가장 먼저 죽어나가는 것은 별다른 힘이 없는 크루들이다. 외도에 대해서 어느정도 대항을 할 수 있는 헌터와, 오로지 지원역할에 그치는 보통의 인간들은 위기대처능력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나 준과 같이 떠밀려서 탐사 조에 오게 된 크루들이 유난히 신경이 쓰였다.
오지랖이다. 값싼 동정이다. 그렇게 비난하는 자들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셀럼은 그런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성격이기에 자신이 자신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역연합이라는 이 비정한 국가체계에서 자신 같은 인간 한둘쯤 있다 해도 그리 나쁠 건 없었다.
“브랜든도 찾아야 할텐데...”
이 어둡고 긴 통로 어딘가에서 두 명의 일반인이 길을 잃었다. 사실 준이라도 살아있는 것이 기적같은 일이다. 셀럼은 우선 준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 그를 만난 이후, 브랜든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키리릭.
그때 단단한 무언가가 금속에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셀럼은 순간적으로 뒤로 몸을 날리며 검을 뽑아들었다.
콰앙!
천장이 무너지며 곤충을, 그중에서 사마귀를 닮은 외도하나가 뚝 떨어졌다. 크롭스였다.
“퍼킹몬스터! 이 안에 같은 녀석이 몇 마리나 더 있는거야?”
벌써 세 번째로 만나는 크롭스였다.
셀럼의 눈동자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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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