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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델타-7화 (7/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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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교정프로그램

쉬익!

크롭스의 낫처럼 생긴 발톱이 허공을 갈랐다. 툴리오의 머리칼이 흩날리고, 아래로 파고든 그는 빠르게 접근하며 단검을 휘둘렀다.

캉!

첫발은 불발. 하급 헌터인 툴리오의 공격은 크롭스의 실드를 뚫지 못했다. 특이외도의 실드는 하급헌터가 쉽사리 뚫을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툴리오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캉! 캉! 캉!

세 번 찌르기 후, 턴.

키이이익!

크롭스의 발톱이 바닥을 긁었다. 철제 바닥이 날카롭게 패이며 불꽃을 튀겼다.

[인스턴스 파이어볼!]

쾅!

화염의 구체가 크롭스에게 명중하며 뜨거운 열기가 통로내부에 확 퍼졌다. 툴리오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좁은 곳에서 범위마법을 쓰면 어떻게 해!]

[미, 미안. 젤 강한걸 쓰려다가...]

[이래서 최하급들은...]

툴리오는 뒷말을 씹으며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촤촤촥!

통로 벽, 바닥, 천장 할 것 없이 사방에 발톱 자욱이 새겨졌다. 하지만 툴리오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그 공격을 피해가며 크롭스에게 공격을 명중시켰다.

몇 번의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전투는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었다.

‘셀럼이 없어도 되겠는데?’

툴리오는 회피탱커의 역할을 능숙하게 해내고 있었고, 다른 딜러들도 딜을 쏟아내며 크롭스의 실드를 상당수 걷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특이외도를 상대로는 잠깐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았다.

탓!

툴리오는 상체를 두 동강낼 기세로 휘두른 크롭스의 발톱을 백덤블링을 하며 피했다. 굳이 그렇게 큰 동작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전투가 순조롭게 풀리다 보니 나온 커다란 동작이었다.

뎅겅!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크롭스는 가장 가까이에 있던 근접딜러 하나의 목을 날렸다.

[빌어먹을! 딜 적당히 해! 하나 죽었잖아!]

툴리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탱커는 본래 외도의 공격범위 안에서 계속에서 시선을 끌며 공격을 퍼부어야 한다. 어쨌거나 탱 역할을 맡고 있는 지금 거리를 벌린 것은 백퍼센트 툴리오의 잘못.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소리내어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알았어! 조절 할테니 어그로나 꽉 잡고 있어!]

헌터 하나가 화살을 쏘며 외쳤다. 딜러가 하나 죽었다. 남은 것은 근딜 2명과 원딜 4명. 그래도 아직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크롭스의 실드도 완전히 벗겨져, 이제 딜을 할 때마다 외골격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크윽...]

준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눈을 떴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가슴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신음을 뱉은 그는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제부터 정신을 잃었던 걸까. 어느정도 의식이 돌아오자 그제서야 전투를 벌이고 있는 헌터들의 모습이 보였다.

상황은 급박해 보였다. 바닥에는 벌써 한 명의 목없는 시신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죽는다.’

준은 통신채널과 라이트를 끄고 조용히 바닥을 기었다. 움직일때마다 가슴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윽.”

악 다문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통신채널을 끈 덕에 소리가 들리진 않을 테지만 혹시나 싶어 준은 이를 악물고 신음을 참으며 기어갔다. 거의 이십여 미터를 기어간 준은, 코너를 돌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까지 와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라이트를 켜자, 아무것도 없는 통로가 길게 뻗어 있는 것이 보였다.

“쿨럭. 젠장. 치료비 장난 아니겠는데...”

갈비뼈가 성한 곳이 없었고, 폐도 상당히 손상을 입은 것 같았다.

기적적으로 이곳에서 살아돌아간다고 해도 치료비로 수천은 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이름으로 의료보험은 들어 있지만, 본래의 목적이 아닌 탐사 중에 입은 상처를 보장해 줄 리가 없었다.

‘숨 쉬기가 너무 어렵다.’

쉬익- 쉬익-

숨을 몰아 쉴 때마다 목구멍에서 바람빠지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가슴에서 느껴지는 통증. 산소가 모자라는 데서 느끼는 공포감. 그리고 반복되는 토혈로 준의 의식은 점점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

[셀럼. 셀럼.]

준은 셀럼의 통신회선을 열었다. 하지만 우주선 안에 들어온 이후로는 근거리 통신도 일정거리 이상에서는 잘 되지 않았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엑조틱 에너지원 때문인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셀럼이 있어야...’

그렇다고 이런 곳에서 쓰러질 수는 없었다. 준은 억지로 의식을 부여잡고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준은 거의 무의식 적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목적도 없이, 그저 툴리오에게서 떨어지겠다는 일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피를 많이 흘려서인지 점점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닥이 무너져 있다는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쑤욱!

“헉?”

한쪽 발이 허공을 딛었다. 준의 몸은 그대로 시커먼 어둠아래로 곤두박질 쳤다.

전투 중에 두 명이 더 죽었다. 하지만 결국 툴리오는 녀석의 배를 갈라내는데 성공했다.

툴리오는 이마에서 뚝뚝 흐르는 크롭스의 체액을 닦아내며 녀석의 몸에서 결정체를 분리했다. 크기가 꽤 큰 것이 처음에 얻었던 것보다 결정도가 더 높아 보였다.

어둠속에서 결정체는 은은하게 빛났다.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이것을 보석으로 만든다면 훨씬 더 비싼값을 받을 수 있을텐데, 하고 생각하던 툴리오는 문득 준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몸으로 도망을 간건가? 삶의 의지가 대단하군. 뭐해? 빨리 가서 찾지 않고?]

툴리오가 살아남은 헌터들을 향해 고개짓을 했다. 그러자 궁수 헌터가 입을 열었다.

[굳이 쫓아갈 필요가 있을까? 그냥 내버려 두고 우리끼리 도망가면 되잖아.]

[이 멍청한 녀석아. 그 자식에게 결정체가 하나 더 있잖아.]

툴리오는 단검을 갈무리 하고는 준이 도망갔을 법한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때 맞은 편에서 불빛이 보였다. 셀럼이었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크롭스와 죽은 세 명의 헌터를 보면서 인상을 지푸렸다.

[외도? 어떻게 들어온 거지?]

[몰라. 원래 이 안에 있던 녀석인 것 같아. 어쩌면 몇 마리쯤 더 있을지도 모르지. 대체 뭐하다가 이제 온 거야?]

[생각보다 넓더군. 일단 나갈 만한 곳을 봐두긴 했는데... 두 사람은?]

죽은 자는 세 명. 모두 헌터였고, 준과 브랜든이 보이지 않았다.

[몰라. 무서워서 도망친 모양이지.]

셀럼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들을 찾아야 해.]

[흩어져서 찾지. 찾으면 통신으로 연락하고.]

툴리오의 말에 셀럼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을까? 희미하게 의식이 돌아오자 준은 먼저 자신의 상태를 먼저 점검했다. 가슴의 통증은 그대로고, 숨은 여전히 쉬기 힘들었다.

‘다리가 안움직인다.’

높은곳에서 떨어지면서 부러진 모양이었다. 아직 고통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정신이 완전히 들면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죽지 않은 게 기적인가.’

그는 가까스로 눈을 떴다. 보이는 것은 커다란 구멍. 생각보다 높이는 높지 않았다. 기껏해야 삼사미터 정도. 하지만 무방비 상태에서는 그 정도 높이만으로도 사람이 죽을 수 있었다.

‘엉망이군.’

갈비뼈는 부러지고 폐는 구멍이 났다. 다리는 아예 감각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바깥의 외도들을 뿌리치고 도망가기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죽을 순 없었다.

“윽!”

상체를 일으키려던 준은 가슴과 척추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을 삼켰다. 아무래도 다리가 부러진 것이 아니라 척추가 망가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직 희망을 놓을 때는 아니었다. 줄기세포 재생프로그램이 비싸긴 하지만 목숨만큼은 아니다. 어떻게든 살아만 간다면, 척추정도는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다.

그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고는 조금씩 움직였다.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기어서라도 이곳을 빠져나갈 작정이었다.

아직도, 절망은 이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라이트로 이곳저곳을 비춰보던 준은 결국 긴 한숨을 내쉬었다.

“나갈 방법이 없군.”

겨우 삼사 미터 정도의 높이지만, 지금 상태의 몸으로는 도저히 올라갈 방법이 없었다. 사방은 막혀 있었고, 문이랄 것도 없었다.

밟고 올라갈만한 물건들은 여기저기 있었지만, 지금의 몸상태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셀럼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걸까?”

통신채널은 열어두었지만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어느정도 까지 가까워야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준은 조용히 누웠다.

‘참. 개같은 인생이다.’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살아계실때만 해도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석사까지 딸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머리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뒷바라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헌데 단 일순간에 삶이 뒤바꼈다. 그리고 그 뒤집어진 인생은 이제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았다. 준은 필사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수도없이 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라고 되뇌였다.

만약에 죽는 다면 스스로의 손으로 죽고 싶었다.

이렇게 무력하게, 아무것도 못하고 죽게 되는 것은 너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툴리오 그 개자식!”

제대로 움직이는 것은 입뿐이다. 준은 할 수 있는 모든 욕설을 내뱉었다. 이 위험한 곳까지 오게 된것도,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도, 아무도 없는 이곳으로 떨어진 것도 전부다 툴리오 때문이라고 원망했다.

더 이상 입을 열 힘이 남지 않을때까지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고 나니 들끓던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준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어차피 통신이 들어오기 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간헐적으로 피가 섞인 기침과, 가슴에서 이어지는 통증이 그를 괴롭혔지만 준은 오히려 그것이 반가웠다. 통증은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그러고 보니 라이트는 꺼야겠군.”

이곳에 얼마나 있게 될지 몰라 일단 헬멧에 달린 조명등을 껐다. 통신채널만 살려놓으면 이 상태로 몇 달은 더 버틸 수 있었다. 물론 그전에 자신의 몸이 버티지 못할테지만.

“응?”

헌데 라이트를 껐음에도 실내에는 은은한 빛이 남아 있었다. 헬멧을 이리저리 조작하던 준은 그것이 라이트 불빛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억지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떨어진 방의 한쪽 구석에 새하얀 크리스탈이 바닥에서 살짝 떠 있었다. 라이트로 비출때는 그냥 잡동사니라고 생각하고 지나쳤던 물건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헛것을 보는게 아닌가 생각했다.

완전히 부서진 우주선 속에 빛을 내는 물건이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설마... 저게 바로 그 강력한 에너지원의 정체였던 건가?”

계속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엑조틱 에너지는 대체로 특이외도의 몸에 결정체 형식으로 저장되어 있다. 헌데 이곳에서는 단 한 점의 강력한 에너지원만이 발견될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준의 눈앞에 있는 이것이 그 정체라면, 레이더의 스캐너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이 강력한 에너지원의 파장에 잠식되어 다른 결정체들을 제대로 감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장비가 있으면 결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레이더 장비는 우주선으로 도망치기 전에 버려두고 왔다. 그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달리기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상자에 넣어두었던 엑조틱 결정체는 우주복의 밀폐 주머니에 넣어 챙겨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 작품 후기 ============================

그냥 외도였던 크롭스를 특이외도로 바꿨습니다. 일반 외도는 하급헌터 혼자서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라서요.

내일 또 뵙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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