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젝트 델타-3화 (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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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알스버그

오비-프리츠카야 항성계는 두개의 항성으로 이루어진 쌍성계로, 행성 바로쉬는 개 중 오비를 공전하는 행성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행성이군.”

준의 호출을 받고 나타난 브랜든이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메탄행성이에요. 일단은 무역연합의 권역 내에 있기는 한데,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어서 버려진 곳이에요. 사람도 없고, 플랫폼도 당연히 없어요.”

플랫폼은 우주선이 정박하기 위한 기지였다. 스팅스 정도의 화물선만 해도 행성표면에 직접 착륙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행성을 개발하기 시작하면 플랫폼을 건설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었다.

“아쉽긴 하지만 탐사하는데는 큰 문제가 안되겠지.”

오래 머물 것도 아니고, 착륙선이 있으니 문제될 것은 없다. 브랜든은 그렇게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엑조틱 반응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주는 무한히 넓고, 항성계 사이의 거리도 천문학적이다. 헌데 엑조틱 반응은 대체로 1~2광년 이내가 아니면 탐사되지 않는다.

때문에 각 레이드 산업체들은 엑조틱 반응을 찾기 위해 탐사대를 우주곳곳에 뿌린다. 개중 성공하는 비율은 아주 낮지만, 하나만 성공해도 어마어마한 부를 쌓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헌데 기껏해야 화물수송선에 불과한 ‘스팅스’가 엑조틱 반응을 찾아낸 것이다.

브랜든은 얼굴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이는 대단한 기회였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계약직에서 벗어나 정직원으로 승급하게 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 해도 상당한 금액의 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직장생활 20년 만에 찾아온 기회였다. 어떻게든 이득을 보고 싶었다.

“헌데 뭔가 좀 이상해요.”

“뭐가?”

브랜든의 목소리가 커졌다. 혹여나 행운이 달아날까 초를 치는 준의 말투가 달갑지 않게 느껴진 것이다.

“바로쉬는 여기서 22광년이나 떨어져 있거든요.”

“그렇게 멀어?”

“네. 이 정도거리에서 탐지될 정도의 엑조틱 반응은 처음 봐요. 게다가 거기까지 가는 것도 문제구요.”

평상시라면 그 정도의 거리는 먼 것도 아니다. 인류는 항속거리 1만 광년 시대를 달성했다. 당장 이 스팅스만 해도 1천 광년을 가는데 일 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단순계산으로도 22광년이면 일주일이면 충분한 시간. 하지만 지금 가려는 곳이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는 것이 문제다.

거기까지 가게 되면 부족한 연료로 인해 화물선은 움직일 수 없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곳에서 엑조틱을 구하지 못하면 발이 묶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초광속통신을 사용하면 구조신호를 보낼 수는 있겠지만, 만약 신호를 받은 이들이 해적이라면 그건 또 그거 나름대로 골치아파진다. 아니 높은 확률로 해적일 것이다.

이곳은 무역연합. 해적질도 이익사업의 일종으로 취급받는 곳이다. 멀쩡한 탐사선도 언제든지 해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것이다.

“흠... 어떻게 한다.”

브랜든은 함장인 마리엘 쿤을 떠올렸다. 그는 야망이 넘치는 사내였다. 이제 갓 서른 줄에 들어선 젊고 패기만만한 장교가 이런 작고 낡은 함의 함장으로 자원한 이유는 간단했다.

우주선의 함장만큼이나 큰 실적을 올릴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함장님께 일단 말씀드려 보지. 만약 일이 잘 풀린다면 너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이 될거야.”

“네. 신경 좀 써주세요.”

준은 실없이 웃으며 말했지만 브랜든의 속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잘되면 자신이 한 일. 잘못 되면 준의 탓이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좋든 싫든 이 일이 잘 풀리기를 빌어야 했다. 어차피 그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행성 바로쉬.

메탄이 대기의 98퍼센트를 차지하며 생명체는 전혀 없는 죽음의 행성. 물은 미량이 지각아래에 존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땅은 풍화작용으로 인해 고운 모래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산맥의 존재는 이 행성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행성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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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톤 급 화물선인 ‘스팅스’에서 착륙선 한 척이 소리도 없이 빠져나왔다.

엑조틱 반응이 있는 곳은 십중팔구 ‘외도’가 존재했다. 결정체가 있는 특이 외도가 아니라면 최하급 헌터들만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되지만 그런 녀석들을 잡기 위해 나선 것이 아니다.

노리는 것은 결정체를 지니고 있는 특이외도. 그를 위해 최대 열 명이 탑승할 수 있는 그 착륙선에는 전투원들이 가득 탑승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최하급 헌터뿐만 아니라, 중급헌터도 한 명 끼어 있었다. 본래라면 이런 화물선에 있을 필요가 없는 인물이지만 마침 다른 지역으로 배치되는 중이었다. 이곳을 직접 탐사할 생각을 가진 것 자체가 그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준도 끼어 있었다.

“하아. 내가 왜...”

“힘내라고 보이. 다들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니까.”

한 흑인 남성이 준의 어깨를 격렬하게 치며 입을 열었다. 준은 어깨와 등으로 부터 전해지는 고통에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셀럼. 저는 헌터가 아니라 일반인이라고요.”

“하하. 너무 걱정마. 나만 믿고 따라오면 돼. 엑조틱 행성을 탐사하는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거든.”

셀럼이라고 불린 흑인은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 그가 바로 이번 탐사의 중심이었다. 중급헌터인 그는 새크리파이스 소속의 정식 헌터로 이미 수십회의 레이드를 거친 경험이 있었다.

붉은색과 주황색은 물론이고 초록색 결정체를 지닌 특이외도와도 싸워봤다고 하니 어느정도는 든든한 느낌도 있었다.

“그래도 전 엔지니어에요. 제가 없으면 이 우주선은...”

“그만 투덜거려. 너만 가는 거 아니니까.”

브랜든이 반쯤은 우거지상이 되어서 입을 열었다. 스팅스 자체는 애초에 화물선이고, 그러다 보니 승조원이 많지 않았다. 결국 전투원을 제외하고 밑에서 굴러야 하는 일에 최초보고자인 브랜든과 준이 함께 딸려가게 된 것이다. ‘나는 수석항해사라고...’ 하며 투덜거리는 사이 브랜든과 준 일행이 탄 착륙선은 빠르게 바로쉬 행성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콰아아!

대기를 뚫고 엄청난 속도로 하강하는 착륙선은 10분간 회전하며 낮은 각도로 돌다가 서서히 역추진을 시작했다.

치이이-

역추진 로켓이 서서히 줄어들고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착륙선이 무사히 대지에 착륙했다.

아래쪽 해치가 열리고, 준과 나머지 일행은 천천히 바로쉬의 땅에 발을 디뎠다.

영하 71도의 동토의 땅. 하지만 물이 거의 없는 바로쉬 행성에서는 얼음조차도 볼 수 없어 사막이나 다를 바 없었다.

[표준중력이 0.8에 가까우니까 움직이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준이 굳이 입을 열어 말하지 않더라도 일행은 이미 바로쉬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항성간 여행은 이미 흔한일이고, 중력에 대한 적응훈련은 모두 어느정도 마친 상황이었다.

우주복은 외부와 완전히 차폐되어 있었고, 탄소나노튜브 재질의 강화수트는 어지간한 충격에도 찢어지거나 파손되지 않을 정도의 내구성을 지니고 있었다.

[보이. 방향은 어디지?]

일행의 대표인 중급헌터 셀럼이 입을 열었다.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가 몸을 일으키니 마치 산맥이 움직이는 것처럼 위압감이 느껴졌다.

[북서쪽. 붉은 색으로 깜빡이는 지역이에요. 여기서 10킬로미터 쯤 됩니다.]

[음... 좀 멀군.]

HUD(Head Up display: 고글에 직접투사하는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조작하던 셀럼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북서쪽을 바라보았다. 단순히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높은 산맥이 이어져 있었다. 눈에보이는 저 산을 넘어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착륙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형이 이곳이에요. 중력도 낮은 편이니 빠른 걸음으로 세 시간이면 될 겁니다.]

[그럼 렛츠고 하자고!]

셀럼이 먼저 나섰다. 그의 등에는 거대한 양손검 두개가 걸려 있었다. 그는 저 사람키 만한  대검을 한손에 하나씩 들고 휘두른다고 했다.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거구의 셀럼이 사용하기에 좋은 무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의 걸음은 빠른 편이었다. 중력도 낮은 편이고 온몸에 달라붙는 재질인 강화수트의 특성상 근력에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헉, 헉.]

겨우 2킬로미터 남짓 움직였는데도 숨이 차올랐다. 평지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서서히 오르막길이 나타나자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무엇보다도 등에 지고 있는 장비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헌터들은 항상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기 이외에는 다른 짐은 최소화 한다. 때문에 준과 브랜든이 온갖 장비를 짊어져야 했다. 속도가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너무 느린 것 같은데. 이래서는 어두워지기 전까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겠어?]

툴리스라는 이름의 하급 헌터가 투덜거렸다. 겨우 이런 오르막길에서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 영 못마땅한 것이다. 그의 말에 다른 헌터들의 시선이 준에게 쏠렸다. 느린 것은 브랜든도 마찬가지였지만, 제일 만만한 준에게 그 짜증이 향했다.

[죄송합니다.]

울컥했지만 이런 곳에서 헌터와 일반인의 차이를 가지고 항변해봐야 의미없는 일이다. 준은 숨을 몰아쉬면서도 연신 사과를 하며 걸음을 빨리 했다. 하지만 한번 터진 짜증은 계속 이어졌다.

[왜 함장님은 저런놈을 붙여준거야? 저 하나때문에 몇 명이 피해를 보는지.]

[보다가 영 아니다 싶으면 버리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준의 고개는 더더욱 숙여졌다. 온갖 모욕이 쏟아졌지만 그렇다고 항변할 수는 없었다. 저들은 헌터다. 최하급에 가까운 자들이라고 해도, 자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존재. 브랜든에게 했던 것처럼 욕이라도 뱉었다간 그 자리에서 목이 잘려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속은 부글부글 끓었지만, 현실적으로 힘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준의 속내가 보였는지, 아니면 그저 기분이 나빴던 건지 툴리스가 다가왔다.

[이 새끼. 기분 나빠 보이는데?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지금 기분나쁜 티내냐?]

이탈리아계 헌터인 툴리스는 출신답게 성질이 과격한데다가 인종차별주의자였다. 그렇지 않아도 셀럼의 명령을 받는 것이 유쾌하지 않은 판에 동양계인 준이 미적대니 더더욱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조금 천천히 가지. 보이가 힘든 것 같으니까. 급할 것 없잖아?]

그때 셀럼이 끼어들었다. 그가 한마디 하자 방금전까지 죽일듯이 준을 타박하던 헌터들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툴리스는 무언가 불만스런 표정이었지만, 돌아서는 것 외에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고마워요. 셀럼.]

[힘들면 말해. 헌터들 중에서는 크루를 무시하는 녀석들이 많지만 난 달라. 굿가이거든.]

크루란 레이드 조에서 헌터를 제외한 지원병력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쪽 눈을 찡긋하는 셀럼을 향해 준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의 말대로 셀럼은 그럭저럭 괜찮은 녀석이다.

셀럼은 연봉 일억을 받는다. 주황색 외도와도 일대일로 싸울 수 있는 중급 헌터에게 주는 돈 치고는 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연봉 천만원을 받는 자신에 비하면 훨씬, 어마어마하게 고액연봉자다. 돈이 권력으로 이어지는 무역연합에서 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 작품 후기 ============================

비축분 같은 건 없습니다. 그래도 일일 연재는 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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