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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70화 (270/275)

270화

마치 먹구름처럼 새까맣게 몰려오는 사상지평을 보고,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들었다.

우웅―

그러자 악스판시온 쪽에서 한차례 울림이 들려왔다.

마치, 성난 황소처럼 언제든 날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반응하는 악스판시온을 보고, 서리스는 웃음을 한차례 지었다.

“너도 이제 끝이 보인다 이거냐.”

우웅―

서리스의 물음을 듣고 또 한 번 악스판시온이 짧게 울었다.

예전에 이 녀석 목소리를 분명히 들은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앞으로는 그 목소리를 들을 일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럼 너한테도 선물을 좀 주마.”

그렇게 말한 서리스는 아르마를 악스판시온에 건네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날이 조금씩 흰색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꿀떡꿀떡 잘도 받아먹는 녀석을 보며 서리스는 시선을 하늘 쪽으로 옮겼다.

“저기 있다.”

그러는 순간, 서리스의 예민한 귀에 저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하지만, 저들이 날 찾은 게 아니라, 내가 그들을 기다린 거다.

서리스의 등 뒤로 거대한 검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바닥에 거대한 그림자가 질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의 제왕의 검이 나타났다.

그리고 거기엔 아르마와 신룡월단의 기운이 동시에 서렸다.

무형의 기운과 함께 금빛이 검에 휘감기기 시작했다.

세 가지 색을 동시에 흩날리는 검을 들고, 서리스가 숨을 당겼다.

제왕신룡도(帝王神龍刀)

하늘을 향해 제왕의 검이 울부짖었다.

그 순간 먹구름 쪽에서 새까만 팔이 튀어나왔다.

마치 거인의 팔과도 같은 것은 제왕신룡도를 그대로 막아섰다.

쿠웅!

한차례 공간이 뒤흔들리며 주변 공기가 거세게 떨렸다.

뒤이어 먹구름 사이로 거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머리는 새까만 줄로 칭칭 감겨 보이지 않았지만 부풀어 오른 양팔은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고 거대했다.

꾸득!

그와 동시에 거인과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검을 잡은 서리스의 팔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동시에 서리스의 몸 위로 아르마와 검은별이 동시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맞춰 용인화가 발동되었다.

그러자 제왕신룡도의 힘도 한층 더 강해졌다.

쿠웅!

그 순간 거인의 팔이 밀려났다.

이에 사상지평 쪽에서 당황한 반응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먹구름 아래, 새하얗게 변한 머리카락 아래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인이 있었다.

검은색의 도복과 허리에 붉은색 띠를 맨 그는 사상지평의 대주교 록산느였다.

그는 흰색의 굵은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서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복합적인 기운은 사상지평의 대주교로 평생을 살아온 그가 보기에도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열쇠의 배신을 알았음에도 일부러 최흉을 흡수할 때까지 지켜보았건만.

설마하니 이 정도로 터무니없는 괴물이 되었을 줄이야.

‘범을 키우고 말았구나.’

처음으로 용신께서 실수하신 게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대주교 록산느는 이를 아득 깨물었다.

사상지평의 힘으로 만들어낸 거신(鉅神) 게르마르가 힘 싸움에서 밀려나고 있다니.

열쇠 자체가 커져도 너무 커졌음을 록산느는 깨달았다.

“용신님의 가호를 받았으면서, 어찌 그분의 뜻을 거역하느냐!”

검은색 염주를 손에 쥔 록산느가 피를 토하듯 외쳤다.

그러나 서리스에게 그 외침은 콧방귀를 뀌게 할 뿐이었다.

“놈이 우리 세상을 망가트리려 하는데, 그걸 그냥 둘까 보냐.”

서리스는 그렇게 답하곤 그 즉시 검을 굴렸다.

이에 그의 검로를 따라 제왕신룡도가 움직였다.

서리스가 한층 더 강화한 제왕신룡도는 그림자를 이용해 검을 만드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제왕신룡도의 진짜 정수는 다름 아닌 제왕신룡도를 이용한 검술에 있었다.

서리스의 두 눈동자가 짙은 금빛으로 물든 그 순간 제왕신룡도가 신묘한 검로를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제왕신룡도(帝王神龍刀)

일식(一式)

제왕신룡로(帝王神龍路)

하늘 위에서 검의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거신 또한 그에 대응하듯 거대한 쇠사슬을 손목에 감으며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쩌엉! 쩡! 쩌엉! 쩡!

제왕신룡도와 거신의 권이 계속해서 부딪쳐 갔다.

그럴 때마다 폭풍이 일어나며 공간이 일그러져 갔다.

뚜득!

하지만 제왕신룡도에 서린 신룡월단은 모든 흐름을 박살 내는 힘이었다.

아무리 거신이 사상지평의 힘으로 두른 사슬로 방어했다고 하더라도 그 한계가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상황이 돌이킬 수 없게 되어 가고 있음을 깨달은 록산느는 양손을 번쩍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아귀에 있던 염주가 갈라지며 깨져 나가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지직!

검은색 스파크가 록산느의 주위에 튀어 올랐다.

거신은 그가 조종하고 있기는 하나, 엄연히 별개의 존재다.

하지만 서리스의 경우에는 제왕신룡도를 직접 휘둘러야만 한다.

그러니 거신과 제왕신룡도가 대치하고 있을 때, 놈을 직접 공격해야만 한다.

그렇게 확신한 록산느의 주위로 새까만 먹구름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파직!

마치,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나는 양 하늘에서 많은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먹구름에서 솟아 나온 검은색 번개를 록산느가 쥐었다.

“용신님의 뜻을 거역한 죄를 알아라.”

그러곤 그 즉시 그 번개를 서리스를 향해 내리꽂았다.

파지지지지지지직!

터져 나온 스파크와 함께 서리스를 향해 검은색 번개가 일직선으로 떨어졌다.

그게 제왕신룡도와 거신의 사이를 순식간에 뚫고 지나가자 뒤늦게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번쩍!

주변 공간을 갈가리 찢어 나가며 내려쳐 진 번개는 순식간에 주변 일대를 박살 내놓았다.

주변 땅이 갈라지며 검은색 번개가 바닥 전체로 터져 나갔다.

‘이걸로는 부족하다.’

록산느는 그렇게 판단하고, 그 즉시 번개를 더 만들었다.

새까만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나는 땅을 향해 록산느는 그 즉시 번개를 내리꽂았다.

마치, 번개의 신이라도 강림한 양 그는 번개를 마구잡이로 쏟아 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록산느의 두 눈은 부릅떠진 채 감길 줄을 몰랐다.

왜냐하면, 거신과 맞부딪치고 있는 제왕신룡도가 아직도 사라지지를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록산느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를 까득 깨물었다.

그러곤 번개가 안된다면 다른 거로 해결하겠다는 듯, 록산느의 손이 또 한 번 어둠에 휘감기던 순간이었다.

검은색 연기를 뚫고,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그것을 본 록산느가 급히 염주를 쥐었지만, 서리스는 이미 그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대주교라더니.”

그와 동시에 용인화를 발동한 서리스의 입에 스산한 웃음이 깃들었다.

신룡월단(神龍狘斷)

이식(二式)

천룡(天龍)

백색의 용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구름을 찢어버리며 등장한 용과 함께 록산느가 쥐고 있던 염주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박살이 났다.

“이놈!”

록산느는 깨져 버린 염주를 신경 쓰지 않고, 그 즉시 권을 날려왔다.

코앞에서 날아든 그의 공격엔 검은색의 기운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것을 보고, 서리스의 고개가 옆으로 틀어졌다.

얼굴 바로 옆으로 권이 스쳐 지나갔다.

거기에 깃든 검은색 기운이 회전하며 서리스의 얼굴에 옅은 상처를 냈지만, 서리스의 검은 이미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한순간 록산느와 서리스의 두 눈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 마주친 눈에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끝으로 앞으로 뻗어져 나간 서리스의 검이 록산느의 뱃가죽을 뚫고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제왕신룡도 또한 거신의 목을 잘라 버렸다.

주룩 하고 핏물이 튀어 올랐다.

록산느는 마지막에 분명 방어 마법을 끌어 올렸지만, 서리스의 검은 그마저도 뚫어 버렸다.

서리스는 무너지는 놈의 몸을 받친 채, 손을 뻗어 그 목을 꽈악 잡았다.

그러곤 그의 목숨이 끊어지지 않도록 강제로 악스판시온에 깃든 세계 침식을 밀어 넣었다.

“그윽!”

“너도 검은별을 가지고 있으니 세계 침식을 흘려 넣으면 신체가 복구되겠지.”

그리고 그 물음의 답하듯 록산느의 배는 일부 복구가 되었다.

그것을 보고, 록산느가 두 눈을 부릅뜨자 서리스의 눈동자가 금색으로 번뜩였다.

“너는 용신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그윽, 감히, 그, 분을.”

“시끄러워. 어차피 용신이 나를 데려오라고 했을 거 아니야.”

록산느가 한차례 입술을 벙긋거렸다.

그 말대로 록산느는 서리스를 데려오라는 임무를 받았다.

록산느는 지금 잘 알고 있다.

자신으로서는 서리스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원래는 그를 제압해서 데려갈 속셈이었지만.

일이 이리 되어 버렸으니, 차라리 그를 직접 데려가는 게 맞을지도 몰랐다.

“네깟, 놈이 아무리 강해져 봤, 자 용신님, 에게는 아무런 피해도 입힐 수 없을 거다.”

그 말을 듣고 서리스는 검을 안으로 더 박아 넣었다.

그러자 록산느 쪽에서 더 진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마라. 넌 안내만 하면 돼.”

“흐, 흐흐, 후회하게 될 거다.”

그는 입에서 침을 줄줄 흘리면서도 오직 용신만을 숭상했다.

자신을 직접 안내하는 상황에서도 그의 안위에 대한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는 그 모습은 용신에 지대한 믿음이 가슴 속 깊이 자리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서리스는 겁먹지 않았다.

왜냐하면, 서리스 지금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더 위로 올라갈 방법은 더 이상 존재치 않는다.

여기까지가 마지막.

그렇기에 서리스는 자신을 믿기로 했다.

“안내해라.”

용신을 하늘에서 떨어트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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