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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50화 (250/275)

250화

락스카 덕분에 검은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

서리스는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가 되었다.

세계 침식자들의 세계 침식을 고스란히 흡수해도 그림자가 이를 받쳐주니.

서리스의 성장세가 끊이지를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세계에 위협이 되는 대전쟁이 서리스에게 있어서는 다시 없을 새로운 성장 발판이 되어 주고 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이제껏 모아온 세계 침식보다 이번 전쟁에서 모은 양이 더 많은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끝없는 성장.

그 속에서 서리스는 넘쳐흐르는 힘을 느꼈다.

‘이거,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한 단계 또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나긴 전쟁도 서서히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해 여름 초에 시작된 전쟁은 어느덧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래도 해가 가기 전, 얼어붙은 새하얀 입김이 흘러나올 때쯤 완전한 종식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22살이 되는 해를 앞에 두고.

대전쟁은 최종 국면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세계 침식자들의 히든카드였던 최흉 폭주 탓에 실제로 몇몇 대가문조차 무너질 뻔하기도 했으나.

서리스와 아크단, 그리고 여러 인물의 활약으로 그마저도 잘 해결되어 갔다.

‘우리는 계속 준비했었으니까.’

반대파 세계 침식자가 이쪽 세계에 합류했을 때부터.

어찌 보면 전쟁의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뒤흔들린 전쟁이 끝이 보였을 때쯤이었다.

“서리스 님.”

해를 넘겼음에도 아직 이어지고 있는 전쟁 속에서 22살을 맞이한 서리스는 출전 준비를 하던 도중.

정보원 역할을 톡톡히 해주던 아이랑에게서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세계 침식자들이 전부 마굴로 모여들어 가고 있다고요?”

“네, 그런 모양이에요.”

서리스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세계의 중심부 지역을 바라보았다.

중심에 세워진 워너힐 아카데미를 제외하면 수많은 마굴이 포진해 있는 장소.

많은 마굴이 분포해 있는 곳에 침공파 세계 침식자들이 숨어들고 있었다.

“설마 최흉과 같이 마굴을 폭주시키려는 건가.”

서리스가 한 의견을 추측 삼아 던지자 아이랑의 얼굴이 편치 못했다.

그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어떻게 하죠? 최흉은 대가문이 전문이지만 마굴은 다르잖아요.”

마굴은 최흉에 묻혀 저평가되고 있었을 뿐이지.

마굴 자체만 놓고 봐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세계 침식이다.

저번 조사에 의하면 세계 침식자들이라도 최흉의 주인은 폭주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마굴의 주인들이라면 세계 침식자들이 폭주시킬 수 있을지도 몰랐다.

“직계님!”

그러는 순간 서리스가 쉬고 있던 방에 도로시가 찾아왔다.

“아빠가 찾아왔어!”

때마침 마왕 아라만이 찾아왔다는 말에 서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아이랑에게 잠깐 나갔다 오겠다고 눈짓한 뒤, 서리스는 곧바로 밖으로 걸어 나왔다.

“뭐야. 서리스 후배, 무슨 일 있는 거야?”

그러다 때마침 방을 지나치던 엑스널과 마주쳤다.

서리스는 혹시나 자신이 자리를 비운다면, 아크 단을 맡길 수 있는 게 그뿐인 만큼.

그도 같이 데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엑스널 선배, 마왕님께서 찾아왔어요. 같이 좀 가시죠.”

아라만이 찾아왔다는 시점에서 중요한 이야기임을 눈치챈 엑스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치 빠른 행동에 서리스는 감사하며 그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임시 거처로 지내던 저택의 방문을 열자, 거기에는 아라만이 앉아 있었다.

왜인지 녹이 슨 듯한 단검을 매만지고 있던 그는 서리스를 보곤 손을 흔들었다.

“그림자 꼬마, 오랜만이야.”

“그렇게 절 부르시는 건 오랜만이긴 합니다만, 저희 얼마 전에도 봤었습니다.”

“흐흐, 그런가?”

그가 마탑주인 서리 마탑은 그라말테 가문에 속해 있는 만큼.

구태여 그가 그곳에 머무르지 않아도 신왕 그라말테 세라 에이징이 지켜준다.

그렇기에 아라만은 별동대 역할로 서리스와 같이 반대파 세계 침식자들을 지원하고 있었던 만큼.

서리스와도 몇 번인가 마주친 적이 있었다.

“흐음, 못 본 사이에 더 강해지고 있는 모양이네?”

“언제까지고 천하오장성의 자리가 유지될 거로 생각해서 방심하시면 안 될 겁니다.”

“아하핫, 거침없이 말해주기는, 신성은 역시 무서워.”

그러면서도 무척이나 느긋해 보이는 아라만은 그만큼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듯했다.

“반갑습니다. 엑스널이라고 합니다.”

“응, 반가워. 얼음 친구도 마침 잘 왔네.”

역시, 아라만은 서리스의 생각이 맞았는지 미소를 그렸다.

“서리스, 나랑 마굴로 좀 가줘야겠어.”

“역시 세계 침식자들 때문입니까?”

“응, 세계 침식자들이 최흉을 폭주시킨 방법을 최근에 겨우 알아냈거든.”

아라만은 그렇게 말하곤 녹슨 단검을 탁자 위에 탁 내려 두었다.

“그건.”

서리스가 그 단검을 바라보자 아라만은 자기 손을 그걸로 지익 그었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에서 묻어 나온 세계 침식의 힘이 고스란히 단검에 전달되었다.

연구를 위해 자기 목에 직접 검은별을 심은 그이기에 가능한 짓이었다.

화륵!

그 순간, 단검에서 보라색 불길이 퍼져 나갔다.

그것을 본 서리스는 갑자기 목 뒤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마치 검은별이 폭주할 때와 비슷한 감각이었다.

“소모성이긴 한데, 세계 침식자들 중에 이런 단검을 만들 줄 아는 놈이 있나 봐.”

“이런 걸 만들 수 있다는 겁니까?”

“응, 문제는 이걸 만드는 소재겠지.”

그렇게 말하며 아라만은 다 타버려서 없어진 단검을 바라보았다.

“이거, 검은별로 만든 거야.”

그 말을 들은 검서리스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렇다는 건.”

“세계 침식자 중에 오보로스라는 녀석이 있는데, 그 녀석의 육체에는 세계 침식의 폭주를 일으키는 특별한 힘이 있는 모양이야.”

“그 녀석의 육체를 깎아 이런 걸 만들었다는 겁니까?”

“응, 대해의 마굴에 숨어 있었던 걸 놈들이 발견해 사로잡아 그렇게 사용 중인 모양이야.”

그리고 이어진 대해의 마굴이라는 말에 서리스가 한차례 침묵했다.

과거 대전쟁 당시 세계 침식자들은 최흉을 폭주시키거나 하지 않았었다.

그 당시에는 오로보스라는 세계 침식자를 찾지 못했었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일이 벌어졌다.

‘왜냐하면, 흑마녀가 나를 찾아다니고 있었으니까.’

흑마녀는 당시 자신을 찾기 위해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씨앗을 심어놨었다.

그리고 그러한 씨앗들이 세계 침식자들에게 있어 오로보스를 찾는 단서가 되었을 것이다.

“알아보니 오로보스는 세계 침식을 폭주시키는 거로 유명한 흑마녀보다도 더 강한 폭주를 일으키는 거 같아.”

오로보스는 흑마녀와 같이 세계 침식을 폭주시킨다.

그러니 세계 침식자들은 세계 침식이 폭주하던 이유를 좇다가 흑마녀가 대해의 심어 놓았던 씨앗까지 도달했고.

거기에 숨어 있던 오로보스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흑마녀도 그 사실을 이제야 알아차린 것인지 검은색 브로치가 미약하게 빛났다.

반응을 보아하니 그녀도 설마 자신이 뿌렸던 씨앗을 세계 침식자들이 좇다가 이 사달이 났을 거라고 생각도 못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그 원인을 제공한 꼴이 된 서리스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과거로 돌아오고 하는 일 중에는 분명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만큼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며, 사건이 전보다 더 커지기도 했다.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

서리스는 이번 대전쟁을 확실히 자기 손에서 끝내야 한다는 깊은 결심을 내렸다.

“그래서 세계 침식자들이 오로보스의 육체를 갈아 만든 단검을 이용해 마굴마저 폭주시킬 거라는 겁니까?”

“그렇게 될 거 같아. 침공파 쪽도 이제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니까.”

최흉 근처에는 대가문이 성벽과 함께 최흉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가문의 체계도 확실하게 잡혀 있으므로 최흉이 폭주해도 비교적 수월하게 막을 수 있었다.

반면에 마굴은 워너힐 아카데미가 가끔 원정을 보낼 뿐.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마굴이 폭주한다면 근처의 소수 민족이나 일반 시민들이 죄다 죽어 나갈지도 몰랐다.

그것만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만 했다.

“제가 막으러 가겠습니다.”

서리스가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하자 아라만이 미소를 지었다.

“그럴 줄 알았어.”

예상하던 대답이었다고, 아라만은 답했다.

“그리고 아크 단도 같이 가줘야 할 거야.”

그 말을 듣고 서리스는 그게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밖으로 튀어나오는 마수 처리군요.”

“맞아. 주인들은 우리가 막을 수 있지만, 일반 마수들까지 다 막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아. 지금은 고양이 손이라도 필요한 시점이야.”

“그렇다면 다른 가문에서도 지금쯤.”

“응, 마굴로 향할 지원군들이 속속히 모여들고 있지.”

서리스는 그 말을 듣고 염려되는 부분이 있었다.

“혹시 세계 침식자들의 잔당이 남아 있다면 전력이 빈틈을 타 공격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괜찮아.”

서리스의 물음을 듣고 아라만은 걱정하지 말라는 양 씨익하고 웃어 보였다.

“마황이 돌아왔거든.”

그리고 이어진 말을 듣고 서리스의 눈이 한차례 커졌다.

천상사성 중 한 명이자 새벽 마탑주.

마황 올스타드 스타로드가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성위의 입에서 거론되었던 그의 재등장의 서리스가 놀라고 있자 아라만이 추가로 말해주었다.

“새벽 마탑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더 이상 세계 침식자들은 다른 가문들을 공격 못 해.”

새벽 마탑은 어디로든 이동 가능한 요새다.

아무리 세계 침식자들이라도 전쟁통에 그 세력이 상당히 줄어든 마당.

마황과 함께 새벽 마탑이 움직인다면 그들이라도 뚫어낼 재간이 없었다.

“그러니 사실상 이게 이번 전쟁의 최종 국면이야.”

세계 침식자와의 전쟁의 종결을 알리듯 아라만이 그리 말했다.

“서리스 너와 난 마굴의 주인들을 상대하게 될 거고.”

서리스는 그 말을 듣고 잘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서리스는 엑스널을 돌아보았다.

“엑스널 선배님, 제가 없는 동안 아크단을 잘 부탁합니다.”

“나한테 너무 큰 일을 맡기는 거 아니야?”

“엑스널 선배라 맡기는 겁니다.”

서리스가 아라만과 같이 주인을 처치해야 하는 만큼 아크단을 직접 통솔하는 건 무리였다.

그렇기에 서리스는 아크 단에서 사실상 부단장 역할을 맡고 있는 엑스널에게 뒤를 맡긴 것이었다.

“어깨가 무겁네.”

이번 대전쟁에서 가장 높은 주가를 올린 건, 다름 아닌 아크단이었다.

임시지만 그런 단의 단장 역할을 맡게 된 엑스널은 한차례 한숨을 내쉬곤 서리스를 돌아보았다.

“조심해서 다녀오기나 해. 이렇게 짧은 시간에 또 단장을 갈아 치우고 싶지는 않으니까.”

“절대로 안 죽어야겠네요.”

덕담 아닌 덕담을 들은 서리스가 아라만을 돌아보자 그는 싱긋 미소 짓곤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지금 바로 출발할 거야. 다른 단원들도 다 모아오도록 해. 저쪽도 이미 다 모여있거든.”

다들 모여있다.

그 말을 듣고 서리스가 고개를 기울였다.

“누가 모여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야 우리 세계를 지키는 일인데, 뻔하잖아.”

예상하기 어렵지도 않은 이야기라는 듯 아라만이 싱글벙글 웃었다.

“엉덩이 무거우신 천상사성 분들과 천하오장성들이지.”

세계의 중심.

세계의 정상들이 마지막 전쟁을 위해 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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