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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42화 (242/275)

242화

새까만 용 두 마리가 부딪치며 만들어 낸 아수라장 속.

두 사람이 부딪칠 때마다 터져 나오는 충격에 공간이 일그러졌다가 돌아오는 게 반복했다.

두 사람의 별이 너무 강한 탓에 마왕의 저택에 걸린 공간 마법들이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둘은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림자와 새까만 작은 용들이 뒤섞여 퍼지며 마치 파도가 치듯 주위를 집어삼켜 나갔다.

그 속에서 용인화를 발동한 서리스가 바닥을 박찰 때마다 작은 용들이 찢겨 나갔다.

그 압도적인 광경을 눈에 담으며 스타리즈와 샬롯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천재인 두 사람이 보기에도 지금 서리스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성장했는지가 감도 안 왔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살룡이 서리스의 다리에 얻어맞아 바닥에 내려꽂혔다.

울컥하고 솟아 나온 핏물을 토해낸 그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려 하자 서리스는 멈추지 않고 검을 퍼부었다.

자기 친구들을 건드린 시점에서 서리스에게 자비란 존재치 않았다.

“윽, 큭!”

하지만 살룡은 그런 서리스를 상대하면서 당혹스러움을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서리스가 왔을 때부터 살룡은 그가 검은별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세계 침식자가 아니다.

그래서 아마 용신과 관련된 인물일 거로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이 정도 수준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용신이 괴물을 키우고 있었군.”

“개소리는.”

살룡의 주먹을 고개를 틀어 피한 서리스가 눈살을 팍 일그러트렸다.

“나는 나 혼자 컸어.”

그 말을 듣고 붕대 속 살룡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용신의 열쇠와 사상지평은 오로지 용신만을 숭배한다.

하지만 서리스에게는 용신을 향한 숭배심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녀석 뭔가.’

기존에 열쇠들과 달랐다.

‘설마, 용신에게 대항하고자.’

이 녀석 일부…….

서걱!

그 순간 서리스의 검을 피하지 못하고 허용한 살룡의 가슴팍에서 핏물이 튀어 올랐다.

그런 서리스의 검에는 무형의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사실 살룡에게 있어 가장 문제 되는 것은 검은별도, 그림자도 아닌 바로 신룡월단이었다.

살룡의 작은 용들은 악스판시온과 유사하게 별을 삼키지만.

신룡월단의 기운 만큼은 삼킬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작은 용들이 신룡월단에 닿을 때마다 죄다 갈려 나가고 있었다.

“꽤 오래 살아왔건만.”

이렇게나 위기에 처한 것은 살룡에게도 처음이었다.

붕대 사이로 또 한 번 진물이 흘러나왔다.

그는 서리스에게 베인 가슴팍을 작은 용들이 메꿔 가는 것을 느끼며 양팔을 늘어트렸다.

박투술로 싸우기에는 서리스와 자신의 상성이 좋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식을 바꾸는 게 나았다.

“그 기운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몰라도.”

살룡의 발아래에서 새까만 물이 퍼져나갔다.

이내 그를 중심으로 모든 공간이 갉아 먹혀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살룡의 몸 또한 서서히 무너져 내려가 작은 용의 일부가 되었다.

“별이 모두 삼켜지고 나서도 그게 가능할지 궁금하군.”

마왕의 저택을 삼켜 나가기 시작하는 그를 보고 서리스의 얼굴 위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별을 모두 삼켜?”

이제는 작은 용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바다가 마왕의 저택을 부수며 몰아쳐 왔다.

그것을 앞에 둔 채 서리스는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그의 부름을 받은 강렬한 별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터무니없는 별은 눈이 멀어 버릴 정도로 너무 강해 작은 용들이 일부 배 터져 죽어 버릴 정도였다.

그 순간 마왕의 저택 위 공간이 찢어지며 거대한 검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별의 정점에 도달한 제왕의 검이 밤하늘 위에 생겨났다.

“삼키려면 삼켜봐.”

제왕월영도(帝王月影刀)

마왕의 저택을 가르며 내려온 제왕의 검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마치 바다가 두 쪽으로 갈라지듯 살룡의 작은 용들이 모조리 휩쓸려 나갔다.

하지만 서리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제왕월영도는 단 일격으로 모든 것을 끝내는 기술이 아니다.

제왕월영도를 이용해 그려나가는 검술이야말로 제왕월영도가 만들어진 이유.

‘예전에는 제왕월영도를 만들어 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만.’

서리스는 전신에서 터져 나오는 별빛과 그 사이사이를 지탱하는 검은별의 힘을 느끼며.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은 가능해.’

제왕월영도가 또 한 번 호선을 그리며 검은 바다를 갈랐다.

그럴 때마다 제왕월영도의 화력에 집어삼켜 진 작은 용들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

서리스의 검무를 따라 제왕월영도가 끝없이 바다를 갈랐다.

그리고 검의 폭풍이 끝마쳤을 때 그곳에는 한 방울의 바다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서리스의 가쁜 호흡을 내뱉었다.

탈력감이 서리스의 몸 전체로 번졌다.

제왕월영도를 유지하느라 모든 별을 죄다 쏟아낸 만큼 서리스의 체력도 한계에 달한 것이다.

“커흑, 괴물 같은, 놈.”

몸이 절반 이상 무너져 내린 살룡이 거무죽죽한 핏물을 토해내며 말했다.

“기껏, 여기, 까지 버텼건만.”

그런 그에게서 옅은 실소가 흘러나왔다.

세계 침식자는 용신에 의해 자신의 세상이 멸망 당했기에 이곳에 있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세계 침식자는 멸망한 자기 세계 대신 이곳에 그들의 세계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다.

하지만 지금 살룡은 그것이 실패할 것임을 은연중에 깨달았다.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칠흑 같은 어둠이 세계 침식자들을 전부 집어삼켜 버릴 것임을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 도, 별반 다르, 지 않을, 거다.”

하나, 그렇게 발버둥 치고 또 발버둥 쳐도 결국 용신의 힘 앞에 멸망하는 세계를 살룡은 무수히 많이 봐왔었다.

그리고 자기 세계를 잃어버린 세계 침식자들은 날이 가면 갈수록 약해져 간다.

그들의 세계에서 사라진 별빛이 더 이상 그들을 비추지 않기에.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세계 침식자들은 자신에게 남은 세계 침식의 힘을 전부 다 쥐어짜 내는 순간.

그것이 그들의 끝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살룡의 몸도 진즉부터 무너지고 있었다.

“세계를 잃, 고 나서 이날, 을 떠올리게 될 거, 다.”

살룡은 서리스의 세계 또한 같은 끝을 맞이할 거라며 비웃었다.

그가 용신의 열쇠든 혹은 그걸 일부러 노린 것이든.

그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의 세계는 진작 멸망했으니까.

그렇기에 서리스를 저주하듯 말했다.

마치 멸망한 자기 세계의 울분을 토해내듯이 말이다.

그런 그를 보고 서리스는 담담히 검을 들어 그의 목을 쳤다.

핑그르르 날아간 그의 목이 땅바닥을 굴렀다.

살룡의 두 눈에는 마지막까지 자기 세계를 향한 그리움과 애환이 담겨 있었다.

그것을 보며 서리스는 악스판시온을 그림자에 넣었다.

“내가 그렇게는 안 둬.”

멸망한 자기 세계를 넘어 지금까지 버티고 또 버텨 살아온 그의 끝에서 돌아서.

서리스는 몸을 돌려 샬롯과 스타리즈에게 다가왔다.

“스타리즈, 샬롯, 상태는?”

“내는 괜찮다마는.”

스타리즈가 부축하고 있던 샬롯을 좋지 못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대로 샬롯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살룡 탓에 몸 내부가 엉망이 됐으니, 슬슬 한계에 도달한 것이었다.

“샬롯, 이거 임시로 먹어둬.”

“……써.”

“투정 부리지 말고 삼켜.”

서리스는 영약을 샬롯에게 먹였다.

그러자 샬롯의 얼굴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스타리즈, 바로 나가자.”

“다른 아들은?”

그 말을 듣고 서리스는 피식 웃었다.

“뭣 하러 걱정해?”

콰앙!

그 순간 양쪽 벽이 무너져 내리며 다수의 사람이 등장했다.

거기에는 혈랑과 산귀가 엉망이 된 꼴로 벽에서 굴러 나오고 있었다.

혈랑은 독과 몸에 구멍이 뚫려 있었고, 산귀는 검흔과 멍으로 몸 전체가 뒤덮여 있었다.

“그렇지?”

서리스가 스타리즈를 돌아보며 묻자 스타리즈가 헛웃음을 흘렸다.

“서리스?”

“서리스 님!”

그 순간, 각 벽에서 서발광과 아이랑이 동시에 나왔다.

“뭐야. 직계님이다.”

“서리스 형!”

“서리스 님, 오셨었군요.”

뒤따라서 나머지 인원들이 나오자 서리스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동안 저택에서 수성전을 해서인지 다들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서리스를 보자마자 그 눈빛이 다시 살아났다.

스타리즈는 그것을 보며 새삼 서리스가 이곳의 중심임을 깨달았다.

그가 나타나자마자 모든 분위기가 단번에 바뀐 것이었다.

‘그리고 내도.’

서리스가 등장하자마자 마음가짐 자체가 바뀌었었다.

“다들 밖으로 나가자. 지금 밖에서도 한창 싸우고 있을 거니까.”

“지원군이 온 겁니까?”

발렌타인이 묻자 서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독후님께서도 와계십니다.”

“윈터 님께서…….”

“발렌타인 님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서리스는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듯 미소 짓자 발렌타인이 수줍게 따라 웃었다.

“아, 그리고 암주님께서도 오셨습니다.”

“오라버니면 오셨을 거로 생각했어요.”

아이랑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바로 이동하죠.”

그들은 밖으로 나가는 길에서 이바드라와 마주했다.

그는 죽은 호라이즌을 등에 업고 있었다.

호라이즌이 배신자라는 사실을 칼릭스를 통해 들었던 서리스는 잠시 침묵했다.

서리스는 이바드라의 옆으로 다가가 어깨를 툭 두드렸다.

“네가 최선을 다했다는 건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다.”

긴말은 하지 않았다.

단지, 그 말 하나로 이바드라도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이바드라와 두 사람도 데리고 마왕의 저택 밖으로 나오자 서리스의 말대로 밖은 한창 전투 중이었다.

그것을 보며 서리스는 자신을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지금이라면 문제없이 대피소로 나갈 수 있을 거야. 위치는 알려줄 테니 다들 그쪽으로 가.”

“서리스는?”

서발광이 묻자 그는 한창 전투 중인 곳을 고갯짓했다.

“도우러 가야지.”

“나도 갈게.”

서발광이 따라가겠다고 말하자 서리스가 눈을 깜빡이었다.

방금까지 저택에서 싸우던 녀석이 자신을 따라오겠다 하고 있으니 순간 어이없어졌다.

“나도.”

“나도 도울게. 부상자만 옮겨 놓으면 문제없다. 아이가.”

그러자 크라페와 스타리즈까지 나섰다.

문제는 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같은 눈빛이었다는 것이다.

“서리스 후배!”

“뭐야. 벌써 다 구했네.”

그러는 순간 엑스널과 빅토르, 디바쉬가 이쪽으로 왔다.

힐로즈 단장이 죽은 이후 아크 단원이 처음으로 다시 모인 것이다.

“서리스 후배, 도우러 갈 거지.”

그리고 엑스널이 한창 전투 중인 곳을 보며 말하자 서리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가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눈에 담긴 신뢰를 보고 서리스는 무심코 웃음을 흘리며 몸을 돌렸다.

“가죠.”

서리스도 이때는 알지 못했다.

후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이들만이 소속될 수 있는 아크단에.

가장 크게 기록될 이대 단장의 첫 행보가 바로 오늘이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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