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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228화 (228/275)

228화

사상지평 소속 로란.

그는 유유히 워너힐 아카데미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악스달 소속이긴 했으나 오늘은 휴가를 내었다.

그 이유는 성위 암살을 위해 개인적인 밑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흐음.’

그러면서 그는 최근 서리스의 행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용신께서 내린 임무인 성위의 암살을.

정체가 드러날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한 서리스.

그는 용신이 선택한 열쇠지만 로란에게는 무언가 미심쩍은 느낌이 있었다.

‘뭔가 걸린단 말이지.’

다른 열쇠들과는 본질적으로 뭔가 다른 거 같다랄까?

혹시 용신이 그런 특별함 때문에 주목하고 있는 걸까 싶었지만.

로란은 과거 서리스를 한 번 보고 대화를 나눈 적 있었다.

용신이 선택한 열쇠라 하니 궁금해서 그가 막 열쇠가 되었을 때, 찾아갔었다.

물론 그는 그때의 기억이 없는 듯했지만 말이다.

‘그리 긴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었으니.’

애초에 열쇠라는 것들은 대부분 성장하기 전에 죽기 일쑤라.

로란은 그에게 딱히 사상지평을 알리지도 않았었다.

그는 당시 상인으로 변장하고 있었고, 때마침 지나가던 그에게 물건을 팔았을 뿐이었으니까.

그때만 해도 더 이상 볼 일 없겠구나 싶었는데.

설마 6년 동안 이리 성장해 월하십인에까지 오를 줄이야.

‘제파림 보다도 훨씬 빠르단 말이지.’

제파림은 지금 열쇠 중 가장 선두에 있긴 하나 용제에게 큰 상처를 입은 이후로는 거의 회복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의 경지는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그런 제파림에 비하면 서리스의 성장은 그야말로 열쇠의 표본이었다.

‘과연 그냥 특이한 녀석에 그칠지.’

정말로 열쇠가 되어 세상을 해방시켜 줄지는 그에게 달려있겠지.

“로란.”

그런 생각을 하며 로란이 걸음을 옮기던 도중이었다.

그는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서리스가 있었다.

설마 저쪽에서 바로 또 찾아올 줄은 몰랐던 로란은 미소를 지었다.

“저번 주에 아카데미를 급하게 떠났다고 들었는데, 벌써 돌아왔어?”

서리스가 엑스널을 만나고 난 뒤 바로 떠났다는 사실을 로란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엑스널이 무슨 용무로 서리스를 찾았는지 또한 알고 있었다.

그가 서리스를 찾은 이유는 빅토르가 무황에게 도전했다는 소리 때문이었으니까.

그래서 별로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만.

“무황을 막기 위해 잠시 다녀왔다.”

“무황을 막아?”

그리고 이어진 말에 로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야 했다.

서리스의 성장은 인정하지만, 로란은 그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황 강혼은 고작해야 월하십인이 막을 수준이 아니다.

그는 사상지평조차 건드리지 못하는 진짜배기 괴물이었으니까.

그런 그를 서리스가 막고 왔다 하니 어이없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빅토르는 알고 있겠지.”

“그야 너와 같은 아크 단원이잖아. 네가 거기에 간 이유도 그 때문이고.”

모를 리가 없다는 듯 그가 대답하자 서리스는 마저 말을 이었다.

“무황이 빅토르를 제자로 삼았다.”

“뭐?”

그 말을 듣고 로란은 힘 빠진 표정을 지었다.

마치, 뭔 그런 황당무계한 일이 다 있냐는 듯한 반응이었다.

빅토르야 집중도 안 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했고.

사상지평이 강혼의 근처에 갔다가 괜히 문제 생길 바에야 신경을 쓰지 말자는 판단으로.

그의 곁에는 아무도 붙여 놓지 않았었는데.

설마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기 때문이었다.

“강혼이 왜?”

“이유보다는 결과가 더 중요할 텐데. 어쨌든 그 때문에 빅토르를 따라 강혼이 워너힐 아카데미로 올 예정이었어.”

로란의 눈살이 팍 찌푸려졌다.

과정이 어찌 되었든 그건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다.

만약 강혼이 여기에 오면 성위 암살 성공률이 급격하게 내려갈 테니까.

무려 용신이 직접 내린 명이다.

용신만을 믿고 숭배하는 사상지평에게 이번 임무는 무조건 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걸 못 오게 막았다는 거냐?”

“빅토르 선배를 설득했다. 오는 시간을 고려하면 그곳에서 더 훈련해두는 게 낫지 않겠냐고. 우리가 힐로즈 단장님께 돌아가 잘 말해주겠다고 하니 믿더군.”

빅토르가 변수가 많은 것은 알고 있다.

그는 예기치 못한 일을 번번이 일으키는 인물 중 하나였으니까.

그래서일까, 로란은 정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말이 미덥지 않다면, 네 다른 동료들에게 알아봐 달라고 해도 되겠지.”

그렇게 말하면서 서리스는 대신이라는 양 그를 노려보았다.

“물론 그런 짓을 하면 너는 용신께서 선택한 열쇠인 나를 못 믿는 게 되겠지만.”

자신에서 그동안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정보만 모았던 일을 마음에 담아둔 걸까.

그리 말하는 서리스를 보고 로란은 한차례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래, 알았어. 용신께서 선택한 열쇠이니 믿어야지.”

자신은 서리스가 아닌 용신을 믿으니 말이다.

서리스는 그런 로란을 보고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채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찌 되었든 내가 한 건 시간 벌기일 뿐이야. 빅토르도 당장은 아니어도 다음 달 안에는 아카데미로 돌아올 거다. 무황과 함께.”

“그렇다는 건.”

“그 전에 성위를 끝내야 한다는 거겠지.”

로란은 턱을 매만졌다.

원래도 일정이 그 정도로 타이트 하지는 않았긴 했다만.

강혼이라는 변수가 생겼으니 확실히 좀 더 앞당길 필요는 있어 보였다.

“그래, 알았어. 빅토르가 무황의 제자가 된 건 확실히 생각지도 못한 변수였네, 그리고 그걸 서리스 네가 잠깐이나마 막아준 거고. 고마워.”

서리스는 그런 그를 보고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다 세계를 위한 거니까.”

“시원시원하네.”

“움직일 날짜는?”

“그건 정하는 중.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 달 내로 해야겠네. 그 이후부터는 우리한테 맡겨놔도 돼. 확실히 처리해 줄 테니.”

“알았다. 믿어두지.”

그리고 그 말을 하며 서리스가 로란에게 고했다.

“실패하면 내가 하면 될 테니까.”

든든한 그 말을 듣고, 로란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 태평한 행동에서 나오는 여유를 보고, 서리스는 발걸음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이야기는 끝이라는 듯 칼 같은 그를 보고 로란은 자신의 연푸른 머리를 매만졌다.

‘역시 내 착각이었나?’

하긴, 그는 결국 그래 봤자 열쇠다.

용신에게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몸.

명령을 거절할 때는 좀 그렇긴 했지만, 그것 또한 대의를 위해서라면 이해해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현장에 있는 이가 좀 더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에게 느껴졌던 미심쩍음이 조금 줄어든 로란은 그리 생각을 정리하고 마저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서리스는 로란과 한참 떨어지고 난 후에서야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먹혀들었다.’

몇 개 허술한 부분도 있긴 했지만, 로란은 자신이 열쇠라는 이유 하나로 그냥 넘어가 준 듯싶었다.

그는 스스로의 감보다 용신의 뜻을 더 믿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확인할 수 있던 건.’

사상지평은 위험한 집단인 것은 맞으나 그들의 눈이 모든 걸 감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소리였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조금 전에 한 거짓말도 결국 들통났을 테니까.

‘그들도 완벽한 게 아니야. 결국, 용신에게 간택 당한 사람일 뿐이다.’

특별한 능력과 힘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들에게 세계 전체에 관여할 힘은 없다.

그 사실을 서리스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이토록 커다란 세계이니 사실 당연한 소리였다.

그러나 그들이 위험한 집단이라는 건 여전했다.

용신의 뜻을 따르는 시점에서 그들의 목표는 세계의 멸망일 테니까.

‘로란은 처음부터 사상지평이었을까, 아니면 서리스와 같이 용신에게 검은별을 받은 걸까.’

그 사실은 서리스라도 확실하게는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단지, 로란이 용신의 편에 있는 이상, 적이라는 것만 확신할 뿐이었다.

‘세상에 완벽은 없다.’

그리고 그것은 용신이라 할지라도 같을 것이다.

놈이 완벽했다면 자신 같은 화근을 절대로 그냥 남겨 두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용신에게 있어 최악의 실수가 될 거다.’

그리 결심한 서리스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한가지 염려되는 건.’

용신은 과연 직접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는 가다.

용제는 용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고, 직접 찾아가서 놈과 맞붙었다.

그러나 그를 이기지 못했고, 결국 상처를 입고 패배하여 돌아와야만 했다.

그렇다면 용신도 이 세계 어딘가에 있다는 것인데.

서리스는 그가 직접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뭔지 고민했다.

‘만약 이번 일이 실패해, 사상지평에 의해 용신에게 내 정보가 들어가게 된다면.’

용신이 직접 움직일지도 모른다.

서리스는 자신의 별을 손으로 감쌌다.

용신을 상대로 지금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러니 더욱더 이번 일을 확실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외줄 타기는 사양이지만.’

타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면 악착같이 매달려 버티리라.

‘그러니 우선 사상지평부터.’

확실하게 조지고 가겠다.

* * *

어느새 3월 말.

1학년 학생들이 하나둘 적응을 마치고, 수업에 집중하는 나날.

천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한 초저녁.

타닥―

피워 놓은 마법 등에서 일부 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사이.

워너힐 아카데미 복도의 일부가 살짝 일그러져 보였다.

그것은 사람의 형태였다.

일반인의 눈에는 뭔가 지나간다는 것처럼도 느껴지지 않을 무언가가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때마침 복도에는 경비도, 학생들도, 교사도 없었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조용한 복도를 관통한 다섯의 앞에 문 하나가 보였다.

워너힐 아카데미 교장실.

다름 아닌 성위 아리즈 아테라가 있는 곳이었다.

그 앞에 도착한 다섯 중 한 명이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교장실과 현실이 단절되었다.

이제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천구 쪽은?”

“이미 준비 마쳤어.”

복면인 한 명이 묻자 다른 쪽이 대답하였다.

그 말을 듣고 나머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의를 위해.”

“대의를 위해.”

마치 광신도처럼 그 말을 읊은 이들이 교장실 문을 열었다.

잠깐 쉬고 있는 걸까.

창문 쪽으로 돌아간 의자와 함께 책상 위에서는 등 하나만이 일렁이고 있었다.

다섯은 그 창문 쪽에 성위가 있음을 깨닫곤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일격에 끝내겠다.

그들이 그리 생각한 순간이었다.

끼익하고 의자가 돌아갔다.

다섯이 모두 동시에 앞쪽으로 쇄도했고, 그들은 어느새 자신의 무기가 아무런 소리도 없이 모두 분쇄된 걸 깨닫곤 두 눈을 부릅떴다.

“왔냐. 손님 기다리느라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다.”

마치 사자가 으르렁거리듯.

그 목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암살자 다섯의 복면 위로 드러난 두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흩날리는 갈색의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검은색 무도복.

그것이 누굴 상징하는지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상사성 무황 강혼.

그가 여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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