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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97화 (197/275)

197화

어느샌가 2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11월 말이 되었다.

순식간에 추워진 날씨 속, 서리스는 입에서 새어 나오는 입김을 보며 팔을 비볐다.

금강잔월을 익히고 난 뒤로 추위는 거의 느끼지 않는 그였지만, 입김을 보면 왠지 모르게 이래야만 할 것 같았다.

“마, 뭐하노. 이제 곧 출발한댄다. 가자.”

그런 순간 들려온 스타리즈의 부름에 서리스는 몸을 돌렸다.

오늘은 워너힐 아카데미로 귀환하는 날이다.

한 해가 거의 다 끝나 가고 있는 것도 있고, 워너힐 아카데미 내에서도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는 12월 1일 겨울 축제도 곧 열리기 때문이다.

‘올 한해 빡세게 굴렀으니, 잠깐 풀어주는 날인 셈이겠지.’

매일 같이 채찍만 줬다간 망가지는 게 사람이다.

그런 만큼, 저 날 하루만큼은 학생들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당근을 주는 날인 셈이었다.

그건 물론 아크 단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힐로즈 단장의 말에 의하면 아크 단원들도 저 날 하루만큼은 훈련 없이 푹 쉴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

“요∼ 그림자 꼬마, 이제 이별이네.”

그런 순간 문을 준비해 주고 있던 아라만이 서리스를 향해 장난스럽게 말해왔다.

그의 말대로 오늘 워너힐 아카데미로 돌아간다면, 아라만과 만나는 일은 이제 거의 없다시피 할 것이다.

그러니 사실상 지금이 그의 말대로 이별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이별이라고 하니 섭섭한데요?”

“그럼 나중에 딸내미랑 같이 놀러 와.”

그런 수가 있었군…….

도로시를 자기 딸로 완전히 받아들인 아라만을 보고 서리스는 미소 지었다.

그가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도로시가 그로 인해 힘들어했다면 서리스는 아라만을 탐탁지 않아 했을 테니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어떤 의미로 또 다른 스승이기도 한 아라만을 향해 서리스는 예를 다해 인사를 올렸다.

“오냐!”

그런 서리스를 보고 아라만은 처음과 같이 장난스러운 웃음으로 화답했다.

언제나 한결같은 그를 뒤로하고, 서리스는 열린 문으로 발을 옮겼다.

문을 통과한 그들을 밝은 햇살이 반겨 주었다.

“워너힐인가. 엄청 오랜만인 거 같네.”

엑스널이 제일 먼저 입을 뗀 순간, 서리스의 눈앞에 보인 것은 워너힐 아카데미 건물이었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오랜만에 보는 워너힐 아카데미였다.

-힐로즈 단장님, 저희는 어떻게 하나요?

모두가 잠시동안 감상에 젖어 있을 때, 디바쉬가 힐로즈를 향해 물었다.

이에 힐로즈는 씩 웃더니 다섯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오늘 하루는 휴식, 나는 보고를 올리러 성위님께 가봐야 하니까, 다들 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푹 쉬도록 하렴.”

그것참 고마운 말이었다.

“난 친구 없는데?”

빅토르만 빼면 말이다.

그런 그를 보며 엑스널이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럼 같은 단원분들이라도 만나세요. 선배.”

“그 자식들을 왜? 그 새끼들은 싹 다 내 적이야.”

“그러니 친구가 없죠.”

“싸우자는 거지?”

이렇게 보면 아크 단원 중 가장 친한 건 저 두 사람이 아닐까.

어느샌가 투덕거리는 둘을 두고 서리스는 스타리즈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니는 바로 기숙사로 갈 거제?”

“응, 아마 다들 기다리고 있을 거로 생각하니까.”

서리스는 돌아오기 전에 미리 서발광 쪽에 편지를 부쳐 놓았다.

그런 만큼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기에 바로 그쪽으로 갈 생각이었다.

“흐음, 그럼 난 어쩐다.”

“같이 가지 그래?”

고민하는 스타리즈에게 서리스가 같이 갈 것을 제안하자 그는 두 눈을 깜빡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만나는 거 아이가? 내를 거 끼워서 되겠나?”

“뭘, 너도 다 아는 사이잖아. 그리고 나는 스타리즈 너도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는 아니었어?”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서 있던 스타리즈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런 그를 의아하게 보고 있자 스타리즈는 잠시 허리를 젖히더니 후우하고 숨을 내쉬었다.

“내 살면서 나한테 친구라 하는 아는 첨 본다.”

“첫 친구 자리를 내가 차지해서 미안하게 됐구만.”

“아이다. 그냥 다 내를 어려워하니까.”

스타리즈는 동년배 중 당연코 일등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이다.

솔직하게 말해 아크 단 훈련 중에서도 그는 일부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다른 이에게 맞춰 주는 포지션을 취했다.

아마 그건 그 나름대로 단에 어우러지기 위한 노력이었겠지.

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아라만에게 딱 걸린 적이 있었다.

「마법 소년, 언제까지 보조만 할 거야? 전력으로 한 번 해봐.」

그 말을 들었을 때, 스타리즈는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었다.

그는 아무래도 자신이 전력을 썼다간 그간 맞춰온 팀의 호흡을 오히려 망칠 거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네가 이들한테 맞춰주는 것처럼 여기 있는 다른 애들은 그렇게 못 할 거 같아?」

하지만 그 생각이 오판임을 알려주듯 아라만은 오히려 우습다는 듯 말했다.

「그림자 아이, 마법 소년한테 맞춰서 보조해 줄 수 있지?」

그게 뭐 어려운 일이겠는가.

지금까지 스타리즈가 맞춰줬던 만큼 서리스는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서리스를 보고 아라만이 스타리즈를 돌아보자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양 주먹을 교차시키는 자세로 뻗었다.

「되겠나?」

「날 뭐로 보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단원들도 다 같은 생각일걸?」

서리스와 다른 단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스타리즈가 한숨을 내쉬듯 웃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서리스는 그때 알았다.

스타리즈가 진짜 난놈 중에서도 난 녀석이라는 것을.

‘재능의 끝을 달린 녀석이지.’

그런 그이다 보니 주변 사람 중 어느 사람도 그에게 쉽사리 다가오지 못했을 것이다.

너무 큰 재능은 다른 의미의 고독을 낳고 말았다.

락스카와 같이 남들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면 모를까.

스타린을 닮아 기본적으로 선함을 갖춘 스타리즈에게 있어서 의도치 않은 고독은 썩 달갑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스타리즈, 네가 보기에 난 어떠냐?”

그렇기에 서리스는 스타리즈를 향해 물었다.

뜬금없이 어떠냐는 물음에 스타리즈가 의아한 기색을 보였지만 그는 곧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했다.

“대단한 아지. 내가 아는 아들 중에 니만큼 뛰어난 아는 없다.”

“그래, 나도 같은 생각으로 너를 보고 있어. 그런데 내가 친구가 없어 보이냐?”

“……아니, 너무 많아서 탈 아이가?”

이래 보여도 인간관계 하나는 기똥차게 쌓아 왔다고 생각하는 서리스다.

과거로 돌아왔다는 인생 경험의 이점도 있긴 하나 서리스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쌓아 온 인연들은 그가 단연코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인연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스타리즈도 그런 인연 중, 한 명이었다.

“네가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녀석은 이리 친구가 많은데, 네가 없을 이유가 있냐?”

그 말을 듣고 스타리즈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지기 시작했다.

“눈알 빠지겠다. 어서 가자.”

남들보다 어른스럽고, 재능이 뛰어나도 아직 스무 살 청년인 걸까.

아직 인간관계에 관해서는 순진한 그를 보며 피식 웃은 서리스가 발걸음을 옮기자 스타리즈가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하, 내는 워너힐 아카데미 오기를 잘한 거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런 이야기를 나눈 둘은 그렇게 마왕의 거처로 돌아왔다.

그곳은 몇 달이 지났어도 여전했다.

겉보기에는 한없이 낡아 보였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내부는 고급스럽기 그지없는 저택.

‘돌아왔네.’

이제는 향수까지 느낄 정도인 1층 복도를 보고 있으려니 저 위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서리스가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서발광이 서 있었고, 그는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서리스!”

“오랜만.”

서발광이 급하게 계단을 뛰어 내려오자 다른 복도에서 누가 또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도로시였다.

“직계님, 왔구나!”

“그래, 그런데 너희…… 훈련 시간 아니냐? 왜 이 시간에 집에 있어?”

“오늘이 딱 훈련 끝나는 날이었거든.”

서발광의 설명을 듣고 그렇구나라고 서리스는 생각했다.

“서리스, 고생했어. 짐 이리 줘. 스타리즈도. 고생 많았어.”

“……고맙다.”

스타리즈가 멋쩍게 웃고 난 뒤, 서리스는 근황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발광은 최근 6성이 무르익었다고 한다.

원래 재능이 있는 그였지만, 정말 폭발적인 성장이었다.

조만간 7성에 올라 맹인 검사 서발광이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서발광도 나와 같이 금강잔월을 이었는데.’

어찌 보면 그도 용제의 비기를 이은 만큼 나중에 금강잔월의 기원을 알려줘도 괜찮을 듯싶었다.

친구처럼 지내고 있긴 해도 서발광은 서리스에게 있어 가장 믿음직한 수하였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는 별일 없었어?”

“그냥 늘 훈련만 반복했어. 큰일이라고 해봤자 아이랑 님이랑 발렌타인 님이 한 번 싸웠다는 것 정도?”

뭐지? 그건 완전히 금시초문인 이야기다.

대체 무슨 사건인지 궁금해서 서리스가 자세히 물으려던 순간이었다.

쿵쿵쿵쿵!

갑자기 저택 문을 누군가 거세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상당히 급해 보였기에 서리스가 소파에서 일어나려 하자 스타리즈가 대신 손을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손짓에 맞춰 현관문이 열렸다.

“이바드라?”

문을 두들긴 사람은 다름 아닌 이바드라였다.

급한 상황이라 그가 먼저 달려 나온 듯, 저 멀리 셀린이 뒤늦게 따라오고 있었다.

“서리스? 돌아왔었냐?”

“어, 조금 전에. 그것보다 뭔 일이야? 문을 그렇게나 두드리고.”

쇼파에서 일어난 서리스가 그에게 다가가자 이바드라는 땀을 닦곤 혀를 찼다.

“크라페, 그 녀석이 돌발 행동을 했다.”

그런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크라페라니.

그 녀석이 갑자기 왜?

“돌발 행동이라면 뭐가?”

“워너힐 아카데미를 나갔다. 아까 입구에서 보고 오는 길이야.”

“나갔다고?”

서리스의 눈에 의아함이 깃들었다.

오늘은 쉬는 날인 만큼 잠깐의 외출 정도야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탓이다.

“그런 게 아니야. 어디에도 보고하지 않고, 그냥 혼자 나가 버린 거라고. 그래서 나도 뭔가 이상해 붙잡으려 했는데, 그 녀석 표정이 평소랑 많이 달랐어.”

그 말을 들은 서리스의 머릿속을 스치는 게 하나 있었다.

전생에서 세계 침식자 은신사를 제 손으로 죽였던 크라페.

그 은신사는 다름 아닌 크라페의 아버지였다.

현생의 크라페는 줄곧 은신사를 찾고 있었고, 이번에 어쩌다 그 단서를 잡게 되었다면?

그가 갑자기 워너힐 아카데미를 나간 이유가 모두 설명된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크라페 녀석에게 절대 좋지 못한 방향으로 일이 터질 거란 예감이 말이다.

“이런, 제가 한발 늦었나요?”

그 순간 문 쪽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는 다름 아닌 천구 아리즈 아리온이 서 있었다.

그의 등장이 어떤 의미인지 눈치챈 서리스는 혀를 찼다.

크라페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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