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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84화 (184/275)

184화

하체펠의 숲속 수련장.

드웨이진은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언뜻 보면 빈틈이 많아, 방심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으나 실제로 그의 앞에 서면 그 틈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완벽한 육체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의 몸은 어떤 자세라도 최고의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스스스슥-

그러는 순간 스산한 바람이 그의 머리카락 스쳐 지나갔다.

그 감각을 느끼자마자 드웨이진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저쪽에서 오기로 했군.’

자신이 공격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직접 부딪치기로 한 모양이었다.

그 순간 그의 눈이 번쩍 떠졌다.

드웨이진은 주먹을 위로 들어 올렸고, 그 순간 자기 손에서 전해져 오는 충격에 근육을 부풀렸다.

“하핫, 가잖은 수를 택했구만!”

그의 손에 닿은 것은 거대한 얼음 덩어리였다.

스타리즈가 엑스널이 만든 얼음에 투명 마법을 걸어 놓은 것이겠지.

하지만 그는 마수도 울고 갈만한 짐승 같은 감각으로 그걸 정확히 알아차리고 분쇄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시선을 위로 돌렸다는 건 아래에서도 뭔가가 온다는 소리였다.

그 증거로 빅토르와 서리스가 동시에 아래쪽에서 불쑥 튀어 올랐다.

“하하! 이 녀석들!”

드웨이진은 여유가 담긴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빙산을 부수는 자세에서 발을 번쩍 들어 올렸다.

연계는 훌륭하다만 그들 일행 중에서 자신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자가 없지 않은가!

그 순간 그의 다리 근육에 별이 불어 넣어짐과 함께 거칠게 부풀어 올랐다.

쿠웅!

“으아악?!”

다리가 그대로 내려쳐 진 땅에서 일어난 충격이 빅토르와 서리스를 덮쳤다.

그 상황 속에서 빅토르는 서리스의 옆으로 악착같이 굴러갔고, 그 순간 서리스가 검을 바닥에 찍어 넣었다.

후욱!

강기수식으로 강화되었던 충격파가 악스판시온에게 잡아먹히며 그 기세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걸 본 드웨이진이 매번 방해되는 검이라 생각하며 거의 다 부서진 얼음 덩어리에서 손을 떼는 순간이었다.

콰지직!

깨져 나간 빙산 사이로 엑스널이 양손을 모으고 있는 것이 포착되었다.

드웨이진이 뒤늦게 그를 제압하고자 손을 뻗었으나 엑스널의 손아귀 속 꽃은 이미 피어올라 있었다.

빙천괴령(氷天怪令)

십식(十式)

절대영도(絶對零度)

순식간에 생겨난 극한의 냉기가 드웨이진을 덮쳤다.

본래라면 이 기술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는 서리스 내도 같이 당해야 했을 테지만.

악스판시온은 그러한 절대영도의 냉기도 집어삼켰다.

절대영도로 인해 전신이 얼어붙은 드웨이진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와 동시에 빅토르를 중심으로 대기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빅토르 님의 비기! 개 빨리 모은 전살필살권!”

최근 자연의 힘을 모으고자 매일 같이 명상에 잠겨 있던 빅토르다.

비록 저번 서리스 때에 선보인 10년 치 수준에는 못 미치나, 지금도 그 파괴력은 충분했다.

전살필살권(全殺必殺拳)

빅토르의 주먹을 중심으로 뻗어져 나간 권격이 움직이지 못하는 드웨이진을 덮쳤다.

그 공세의 중심에서는 폭풍이 일어날 만큼 강한 바람이 생겨났고, 이내 흙먼지를 머금은 바람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계속 간드아!”

그 속에서 빅토르는 자연 진기를 다 쏟아 냈는데도, 멈추지 않고 바닥을 박차며 드웨이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에 아직 하늘 위에 머물고 있던 엑스널도 얼음 검을 쥔 채 드웨이진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쩌적!

그 순간, 빅토르의 전살필살권에 휘말렸던 얼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터업!

그 순간, 얼음에서 튀어나온 두 손이 엑스널의 검과 빅토르의 주먹을 동시에 막았다.

“큭!”

“윽!”

엑스널과 빅토르가 동시에 인상을 일그러트리며 몸을 빼려고 했다.

“괜찮은 연계였다만, 아직 위력이 부족하군.”

그러나 드웨이진은 그보다도 빨랐다.

몸을 둘러싼 절대영도의 얼음을 폭파하듯 털어내는 것과 동시에 그의 주먹이 엑스널과 빅토르에게 꽂혔다.

엑스널과 빅토르가 동시에 제압당하는 순간, 둘의 사이로 서리스가 파고들었다.

아무래도 다섯 명이라는 수적 우위를 이용해 자신을 숨 쉴 틈도 없이 몰아붙이려는 속셈 같았다.

작전의 방향성은 옳았다.

상대가 그들 다섯 명의 체력을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체력의 보유자인 자신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혼자 버틸 수 있을 성싶으냐?”

자신에게 달려든 서리스를 향해 그가 씨익하고 웃은 그 순간이었다.

[ 별이여 정지하라.]

서리스의 입에서 평소보다 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의 목소리가 닿은 모든 공간에 존재하는 별이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상황.

드웨이진의 두 눈이 커다랗게 떠진 그 순간 서리스의 인영이 흐려졌다.

그는 서리스가 아니었다.

그 정체는 바로 악스판시온을 쥔 디바쉬였다.

스타리즈의 마법을 이용해 외형을 바꾸고 있었음을 깨달은 그가 뒤늦게 하체펠의 별을 다시 불러들이려는 순간.

드웨이진의 정면에서 서리스가 등장했다.

스타리즈가 만든 소리가 왜곡된 공간 속에서 줄곧 자신의 별을 그림자 검 속에 꾹꾹 눌러 담아 놓고 있던 서리스가 말이다.

드웨이진과 서리스의 눈이 마주쳤다.

이놈 보라는 표정이 드웨이진에게 그려졌을 때, 서리스의 입가에도 씨익하고 악동 같은 웃음이 만들어졌다.

한 방 먹은 기분이 어떠십니까?

그 미소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의 훈련에서 그가 끝까지 버티고 있었던 건 자신을 주의하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나.

드웨이진은 깜빡 속았음을 인정하며 이에 응수하듯 주먹을 들었다.

그 모습을 마주하며 서리스는 자신의 손아귀에 잡힌 그림자 검을 그를 향해 전력으로 휘둘렀다.

흑월귀명도(黑月鬼銘刀)

오식(五式)

흑월영도(黑月影刀)

그리고 그림자가 태산을 베었다.

* * *

훈련이 다 끝난 후, 서리스를 포함한 모두는 기쁨의 환호를 내지르고 있었다.

드웨이진이 서리스의 검격에 직격당한 이후, 그가 이로써 이번 훈련의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완전히 쓰러진 건 아니나 이 정도로 자신을 공략해낸 다섯 사람이다.

이대로 훈련을 계속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뿐이니 차라리 다음 훈련으로 넘어가는 게 나았다.

그렇기에 그의 결정을 들은 이들이 이리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다같이 이뤄낸 첫 성과였다.

“서리스, 개자식아! 진짜 개잘했다! 물론 내가 다했지만!”

“빅토르 선배 내가 다 한 거죠.”

“뭐, 인마?!”

빅토르와 엑스널이 다시금 한판 붙으려는 사이 서리스의 옆에는 스타리즈와 디바쉬가 있었다.

“하, 진짜 고생했다잉.”

- 다들 잘했어.

“고생하셨습니다. 스타리즈나 디바쉬 선배님이 없었다면, 이번 작전은 사실상 불가능했으니까요.”

이번 작전의 주역은 이 두 사람이다.

서리스가 한 거라곤 같이 의견을 모으고, 최대 출력의 검격을 날린 것뿐.

‘애초에 악스판시온이 말을 잘 들어줘서 망정이지.’

성깔이 더러운 녀석이니 디바쉬의 손을 허락할까 싶었지만 의외로 순순히 자신의 말을 따라주었다.

나중에 상으로 별이라도 잔뜩 먹여주든가 해야겠다.

“모두 고생했어. 다들 용썼어.”

그러는 순간 옆에서 줄곧 훈련을 지켜보던 힐로즈가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중간중간 작전을 짜는 데 도움을 주거나 문제점을 함께 검토했던 힐로즈다.

그의 조언은 상당히 유용했기에 이번 작전 성공에는 그의 공로도 어느 정도 있다고 봐야 했다.

“오늘은 하체펠 쪽에서 만찬을 준비해 준다고 하니 다들 즐겨. 아, 물론 술도 가능해.”

“술!”

엑스널과 기 싸움하던 빅토르가 그 말을 듣자마자 제일 먼저 반응했다.

훈련 동안 주류는 당연히 금지였기 때문에 매일 피로한 훈련으로 인해 술에 굶주려 있었다.

그리고 그건 서리스나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맥주 특유의 목 넘김과 시원함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 속에서 시작된 만찬과 함께 떠들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채찍과 당근은 항상 적절하게 조절돼야 하는 법이다.

확실한 당근 덕분에 아크단 다섯 명은 오랜만에 모두 즐겁게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니는 취하지도 않나?”

그때, 스타리즈가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술에 취해 어느새 엑스널과 한가락 하고 있는 빅토르를 두고, 그가 옆자리에 다가온 것이었다.

“원래 안 취하는 체질이야.”

“그런 게 어딨냐?”

스타리즈도 꽤 취한 걸까, 그는 취기가 도는 얼굴로 킬킬거렸다.

일행 모두가 오늘의 승리에 축배를 들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서리스는 목을 축였다.

그는 오늘 훈련에서의 아쉬움을 아직 털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맞다. 너 그거 들었나.”

“뭔데?”

서리스가 스타리즈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는 마치 비밀을 알려주듯 씨익하니 웃었다.

“다음 훈련 교관이…… 다름 아닌 마왕이라 카더라.”

천하오장성 중 한 명이자 마왕이라는 별호를 지닌 서리 마탑주 아라만.

그가 언급되자 서리스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떠졌다.

그의 딸인 도로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도로시 갸가, 마왕 딸이제?”

“맞아.”

“무슨 사정이 있는지 내는 잘 모르지만, 도와달라 하면 한 손 거들 수 있다.”

그러면서 스타리즈는 텔레포트로 물 한잔을 가져와 가볍게 흔들었다.

“거리가 꽤 멀잖아. 별이 가능해?”

“쪼매 무리하면 어려운 것도 없지. 도로시랑은 내도 나름 잘 지낸 친구니까 걱정하지 마라.”

역시 이 녀석…… 좋은 녀석이다.

‘하긴, 스타린의 증손자니까.’

그도 남 돕기를 좋아하는 성격이었으니 그걸 물려받은 것이리라.

“알았어. 도로시랑 이야기해서, 필요하면 부탁할게.”

“알았다잉.”

그리 말한 스타리즈는 물컵을 들고 떠나갔다.

그 뒷모습을 잠깐 바라보던 서리스는 아까부터 자신에게 기파를 쏘아 보내는 상대를 만나고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연회장 밖으로 걸어 나오자 복도에는 드웨이진이 서 있었다.

“아까부터 그렇게 신호를 보내시면 부담스러워서 파티를 어떻게 즐긴답니까.”

“밖으로 나오라고 눈치를 줬으면, 즉각 알아들어야지.”

그리 말한 드웨이진은 바로 자신이 서리스를 불러낸 용무를 꺼냈다.

“부족하지 않으냐?”

“……부족하다뇨?”

“낮에 마지막 일격, 전력을 다하지 못하지 않았느냐.”

서리스는 눈을 한차례 깜빡이었다.

그러곤 이내 천천히 헛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눈치 한번 빠르시네.

그랬다.

서리스는 드웨이진이 말한 대로 전력을 쓰지 못했다.

그가 전력을 다했다면 드웨이진이 반드시 이쪽을 눈치챘을 것이고, 그 결과 작전은 실패했을 테니까.

“최근 네가 무언가 하나 더 익히고 있는 건 알고 있다.”

이쪽도 눈치채셨나.

하긴, 훈련과 강기수식 전수로 거의 온종일 같이 있던 두 사람이다.

눈치챌 수밖에 없겠지.

“전력, 한 번 부딪쳐 보고 싶지 않으냐?”

월하십인.

8성에 오른 무인인 드웨이진이 호탕한 웃음을 얼굴 가득 그려 보였다.

그 호기로운 미소를 앞에 두고 서리스는 끓어오르는 전의를 느꼈다.

“……전 책임 안 집니다.”

“하하, 내가 누구한테 책임지라 하겠느냐. 따라오거라.”

* * *

그리고 다음 날.

드웨이진은 어째 선지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모두를 배웅하러 나왔다.

그 사실에 다른 이들이 의아해했지만, 서리스만이 그걸 보고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자기는 분명 책임 안 진다고 말했으니, 잘못 없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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