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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15화 (114/275)

115화

2차 시험 내용은 인공 세계 침식에서 임의로 짠 팀원과 시험을 치르는 것.

마탑이라는 이름이 거론되자 서리스는 스타리즈 쪽을 보았다.

그는 차기 새벽 마탑주였기 때문이다.

동시에 서리스는 도로시 쪽에도 시선이 갔다.

마왕이 핏줄인 도로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나.

마왕 아라만은 서리 마탑주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두 마탑주의 자식들이 전부 시험장에 있는 셈이었다.

“정말 발렌타인 님 말대로였네요.”

“다행입니다.”

그녀의 정확한 정보 공유에 감사를 표한 서리스는 턱을 매만졌다.

1차 시험 결과를 토대로 임의로 짜지는 팀.

합 한 번 맞춰 본 적 없는 이와 세계 침식이라니.

꽤나 험난한 시험이 될 것임을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었다.

‘일곱별끼리는 무조건 나눌 거고.’

느낌상 아마 별 출력이 높은 이들을 포함한 상위 30퍼센트와 낮은 이들끼리 팀을 짜 줄 확률이 높았다.

‘뭐, 별 출력이 전부는 아니니까.’

별 출력은 어디까지나 기본이라는 것이지 높다고 마냥 잘 싸우는 것도 아니다.

그 별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일 테니까.

일곱별이 유달리 별까지 잘 다루며 특출난 거지, 세간에서는 별 출력은 높으나 실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도 다수 존재했다.

실제로 바로 옆에 있는 도로시가 한때 그런 케이스이기도 했고.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이 별을 자유재로 다루는 도로시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걱정인 건 걱정이다.

처음 보는 사람이랑 합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단 걸 서리스는 과거 소드란 시절 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앙켈니우스 뒤에 있는 화면이 빠르게 바뀌어 갔다.

“지금 보는 게 바로 너희가 들어갈 세계 침식이다. 팀원은 미리 호명해두면 먼저 들어가는 시험생이 불리하니, 들어가기 10분 전부터 차례대로 호명한다.”

꽤나 공정하구만.

그런 생각을 하며 서리스는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동굴 같은 모습인 화면은 돌아다니는 게 꽤나 번거로울 것 같았다.

‘두 마탑이 만들어 낸 인공 세계 침식인가.’

서리스는 새벽 마탑주의 아들인 스타리즈를 힐끔 보았다.

그는 시선을 느꼈는지 이쪽을 보곤 빙그레 웃었다.

“니랑은 같은 팀 못 되가 아쉽네.”

이쪽이 예상했듯이 저쪽도 못될 걸 예상했다 이건가.

‘아까부터 시선이 꽤 거슬리는데.’

스타리즈의 인식 저하 마법을 꿰뚫고 나서 그는 아까부터 쭉 저러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의 처지에서는 서리스가 많이 신기한 듯하였다.

“로만, 제나디아 도로시, 레빌 그리즈, 아논.”

그런 순간 때마침 도로시가 제일 먼저 호명되었다.

“다녀올게!”

도로시는 첫 번째 순서임에도 긴장할 것 없이 뛰어나갔고, 앙켈니우스는 연이어 사람을 호명했다.

준비된 임시 세계 침식은 10개.

많은 인원이 몰린 만큼 최대한 빠르게 시험을 치르고자 힘을 꽤 쓴 모양이었다.

“서발광, 엘릭…….”

“그라말테 세라 크라페…….”

그러는 사이 서발광도 호명되고, 다른 이들도 호명되며 시험을 치르러 갔다.

시험을 치른 이들은 시험 내용 발설 방지 차원에서 아레나 위쪽으로 이동되어 있었다.

덕분에 어느샌가 덩그러니 남게 된 서리스가 눈을 깜빡이고 있자, 그나마 같이 남아 있던 발렌타인도 호명되고 말았다.

“먼저 가 보겠습니다.”

“네, 잘하시고 오세요.”

서리스와 같은 팀이 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발렌타인이 떠나가자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렇게까지 마지막으로 남을 줄은 몰랐는데.’

주위를 스윽 둘러보자 사람 수가 상당히 줄어 있었다.

시험도 쉽지는 않은지 먼저 들어간 사람도 아직 나오지 못한 채,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고.

‘중간에 밥까지 챙겨 주는 걸 보면 말 다했지.’

아까 먹은 주먹밥을 떠올리며 서리스가 오매불망 차례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앙켈니우스가 다시금 호명을 시작했다.

“자이드 갈렌, 사구룡, 모리 데이지, 펜타니엄 서리스.”

그 순간 자신이 호명되자 서리스는 화색을 띠며 발걸음을 옮겼다.

꽤나 오래 기다린 만큼 조금 지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찌푸둥해진 몸을 가볍게 풀며, 서리스는 빠르게 임시 세계 침식 입구 앞으로 갔다.

입구에 다다르자, 같이 호명된 이들이 서리스보다 먼저 도착한 듯 서 있었다.

아무래도 그와 매한가지로 오랜 기다림에 지친 탓에 서둘러 발을 옮겼던 모양이다.

그들이 모인 장소는 임시 세계 침식 2번.

네 사람 다 안쪽이 정리되면 바로 입장할 예정이었다.

“그럼 각자 소개부터 할까요?”

팀을 이뤄야 하는 만큼 시간 안에 짧게라도 의사소통을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기에 서리스가 합류하자마자 통성명을 제안했고, 이에 맨 먼저 까까머리 남성이 손을 들어 말했다.

“저는 사구룡입니다. 검을 쓰고 있어요.”

그가 소개를 시작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살집 있는 남자도 잇따라 자신을 소개했다.

“음, 자이드 갈렌일세.”

“모리 데이지이에요.”

갈렌을 따라 마지막으로 옆에 있던 여성도 소개하자 서리스는 잠시 의아함을 품었다.

사구룡이 일부러 자기가 사용하는 무기까지 이야기해 준 것에 비해 두 사람은 이름 외에는 별말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느낌 어디서 받아 본 적 있는데.’

귀족들, 특히 귀족 자제가 흔히 하는 실수.

자신의 가문 안에서만 자라났기에 가문의 이름만 말하면 무얼 주로 사용하는지, 자신의 특기가 뭔지 전부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이 해야 할 팀원인 만큼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슬며시 들었지만, 서리스는 자기 차례였기에 우선 소개부터 하였다.

“펜타니엄 서리스입니다. 검과 그림자를 다루고 있습니다.”

“흠, 아까 들었지만 펜타니엄이라니. 신이 우리를 돕고 있나 보오.”

“오대가 직계 분이라니! 시험 통과는 따 놓은 당상이네요!”

서리스가 소개하자마자 갈렌과 데이지는 과장되게 서리스 치켜세웠다.

대가문, 그중에서도 오대가인 펜타니엄이다 보니 이름값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귀족 특유의 치레 또한 빠질 수 없는 법이니.

이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서리스는 조금 쓰게 웃었다.

‘그것보다 셋 다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인가.’

가문 이름조차 들어 본 적 없는 사람들.

그렇다 보니 서리스는 이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파악이 안 되었다.

그래도 1차는 통과했으니 수준이 너무 낮은 정도는 아니리라.

“하지만 우리 팀에도 좀 문제가 있긴 하오.”

“맞아요. 하아, 서리스 님은 너무 좋은데 하필 한 명이.”

그런 순간 두 사람이 갑자기 노골적인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시험이 시작도 안 되었건만, 두 사람은 유일한 평민인 사구룡을 향해 곱지 않은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아, 하하.”

그런 둘의 비난 앞에 사구룡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지만, 귀족 앞이라 억지로 참는 듯하였다.

‘아니, 이 둘은 대체 무슨 생각이지?’

당장 시험을 치르기 위해 뭉쳐도 모자랄 판에 같은 팀원을 욕하고 있다고?

‘두 녀석 다 미쳤나?’

귀족의 권위 의식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것도 상황을 가려서 해야 하는 것.

그렇기에 서리스는 황당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서리스는 알아챘다.

손에 별다른 굳은살도 없고, 딱 보기에도 단련과 실전 경험이 부족해 보이는 몸이.

그야말로 온실 속 화초와 같은 두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순간 서리스는 머릿속에 불길함을 알리는 종이 울리는 것을 느꼈다.

‘전형적인 별만 타고난 놈들.’

귀족으로 태어나 가문별에게 축복받고, 그 별만 믿고 아무런 노력도 안 하는 쓰레기들.

당연하지만 별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다.

그러다 보니 별 없는 녀석들 상대로는 손쉽게 이겼을 것이고.

가문에서도 재능 있다며 어화둥둥해 주었을 테지.

그 결과 실전 경험은 없고, 귀족이라는 자존감만 극도로 높아진 쓰레기들이 만들어지고 마는 것이다.

별에 재능이 있으면 뭐 하나 사람이 쓸모가 없는데.

“귀족이 아니라면 가문별이 없으니. 후우, 거치적거리기만 하겠군.”

“정말 평민은 처음부터 제외해야 하는데. 워너힐 아카데미도 참 이런 부분은 부족하네요.”

그동안 모두가 노력하는 청랑단에서 사느라 잊고 있었다.

귀족 중에 이런 쓰레기들이 의외로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런 쓰레기들은 서리스가 가장 혐오하는 족속이었다.

그는 전생에 가문별이 저주받아 쓰지도 못했었는데.

가문별의 축복까지 받은 놈들이 저런 짓거리를 하고 있으니.

서리스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못해, 열불이 날 지경이었다.

이런 쓰레기가 같은 팀원에 두 녀석이나 있다.

그것도 딱 보아도 자기들보다 실전 경험이 높아 보이는 사구룡을 평민이라는 이유로 비하하는 쓰레기.

서리스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이런, 평민. 어서 사과드려라. 펜타니엄 서리스 님께서도 기분이 상하셨잖아.”

“차라리 자진 포기하는 게 어떤가요? 어차피 2차를 통과해 봤자 다음 시험에 떨어질 게 뻔한데 말이죠.”

하하 호호하는 연놈들을 보며 서리스는 사구룡을 돌아보았다.

그는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모욕을 견디고 있었다.

어차피 저 두 녀석에게 뭐라 말해봤자 다 부질없다는 것을 애초에 깨달은 눈치였다.

“역시 평민은 빼고 우리끼리 하는 게 어떻겠소? 내가 시험감독관에게 친히 말해 보지.”

“야, 입 좀 다물어.”

“어, 음?”

슬슬 들어주는 게 지친 서리스가 입을 열자 갈렌은 꿀 먹은 벙어리같이 서리스를 돌아보았다.

데이지도 그의 눈치를 보는 듯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당장 시험이 급한 마당에 팀원 갈라치기나 하고. 너희 두 사람은 무기나 쥐어 본 적 있냐?”

몇 번이고 말하지만, 서리스는 성격이 나쁘다.

특히 자기 눈에 거슬리는 녀석들은 더더욱 가만 안 둔다.

서리스가 노골적으로 두 사람을 한심하게 보자, 갈렌은 얼굴을 붉히더니 외쳤다.

“대, 대가문이라곤 하나 아무리 그래도 입을 다물라니. 너무 무례한 것 아니오?!”

“말 잘했다.”

서리스는 손을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네 말대로 나 대가문이야. 오대가 펜타니엄.”

서리스의 발아래에서 그림자가 일렁거리자 흠칫한 갈렌이 한 발짝 물러섰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이드? 그리고 넌 모리? 난 태어나서 너희들 가문 이름 처음 들어본다.”

소가문 가주로서 전 세계에 존재하는 대가문과 휘하 소가문 이름은 전부 외운 서리스다.

그런 서리스가 기억을 못 하는 가문이라면 필시 소가문조차 되지 못한 작은 영지의 주인이라는 소리.

하물며 그 가문 사람이라는 것들이 경험까지 거의 없다는 건, 최흉과 거리가 먼 무척이나 안전한 곳에서 살았다는 뜻이다.

대가문과 소가문의 입지가 높은 이유는 그들이 최흉을 막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

당연히 그런 일과 거리가 먼 가문일수록 취급은 안 좋다.

“근데 펜타니엄은 아니야. 너희처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우리 가문의 이름을 알겠지. 그런데 무례? 너희가 날 무례하다고 말할 정도나 되냐?”

그들과 서리스의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

같은 귀족이라곤 하나 대가문이란 그야말로 귀족 중 가장 높은 위치다.

그것을 증명하듯 서리스는 망설임 없이 두 사람에게 별을 쏟았다.

그에게서 쏟아지는 별 앞에 갈렌과 데이지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우욱.”

“흑.”

그들도 알았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마음먹으면 자신들의 연약한 목이 날아가 버릴 것이란 것 정도는.

갈렌과 데이지가 입도 벙긋 못한 채 눈을 이리저리 굴리자 서리스는 가볍게 콧바람을 내쉬었다.

“평민이든 귀족이든 내 눈에는 다 똑같다. 꼴에 귀족이라고 권위 의식이라도 지닌 모양인데.”

서리스는 인공 세계 침식을 손으로 가리켰다.

“너희들 저 안에서 헛짓거리하거나, 똑바로 못하면. 내가 펜타니엄 이름을 빌려서라도 너희 가문 조질 거야. 알아들었냐?”

“네, 넷!”

둘이 힘찬 목소리로 대답하자 서리스는 그제야 별을 거두었다.

이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하는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권위 의식에 찌든 놈들은 권위로 짓누르는 게 낫다.

애초에 두 녀석을 설득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기도 했고.

“사구룡.”

“예, 예!”

자신의 부름에 깜짝 놀란 사구룡이 대답하자, 서리스는 미안한 듯 그를 보았다.

“이건 내 시험이기도 하지만 네 시험이야. 여기에 왔단 건 너도 워너힐 아카데미에 들어가고 싶은 거지?”

“……예.”

“그래, 그러면 기죽지 말고 할 수 있는 거 다 해.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 법이니까.”

서리스의 말을 이해한 사구룡은 눈을 크게 뜨더니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겠지.

서리스가 별을 썼음에도 겁먹지 않은 사구룡을 보며 조금은 희망을 품은 채 말했다.

“그러니 너희 둘 당장 할 수 있는 거부터 다시 말해.”

갈렌과 데이지를 서리스는 다시금 몰아세웠다.

굳이 세계 침식을 팀 단위로 나눈 것은 팀과 얼마나 화합하는지도 반드시 점수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눈치챘기에 서리스는 이 쓰레기들을 어떻게든 재활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힘없는 소가문 가주라고 내 말을 더럽게 안 듣던 청림단 병사들도 끝없는 초롱에서 운용했던 나다.’

쓰레기 두 명 못 써먹을까 보냐.

서리스의 두 눈이 오랜만에 지휘 의지로 불타올랐다.

그가 불타오를수록 갈렌과 데이지는 더 비명을 지르게 되지만.

서리스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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