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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13화 (112/275)

113화

워너힐 아카데미 시험장 내부.

서리스는 몇 달 만에 다시 보게 된 이바드라와 셀링과 인사를 나누며 미소 짓고 있었다.

이바드라와는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서로 꽤나 괜찮은 관계가 되었다.

상황이 급하면 둘 다 서로의 등을 맡길 수 있을 정도.

성격이 간혹 불같기는 하나, 서리스는 이바드라가 올곧은 사람임을 저번 일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염성, 새 친구를 사귀신 모양이네요. 소개 좀 가능할까요?”

그러던 순간이었다.

이바드라와 최근 이야기를 가볍게 나누던 도중 다가온 한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얼굴의 절반을 가린 면사포와 특이한 머리카락을 지닌 여성을 보고 서리스는 그녀가 누군지 바로 눈치챘다.

‘천하오장성 암왕(暗王) 윌즈베리크 살롱의 막내딸. 암성, 윌즈베르크 아이랑.’

일곱별은 전부 꿰뚫고 있는 서리스는 그녀를 이미 알고 있었다.

‘듣기로는 호기심과 소유욕이 꽤나 강한 성격이라던데.’

그 두 가지 때문에 간혹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을 정도로 그녀는 살짝 왈가닥한 귀족 여식이었다.

예의를 차릴 건 다 차리면서도 하는 짓은 영락없는 말괄량이였기 때문이다.

“너에게 소개해 줄 생각 없다.”

그런 순간 이바드라가 아이랑을 경계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당한 게 있는 모양인지 그는 아이랑을 좋게 보고 있지 않은 듯하였다.

“그렇다면 제가 직접 할게요. 소녀는 윌즈베르크 아이랑. 분에 넘치지만, 염성과 같이 일곱별 중 하나인 암성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그쪽 분은요?”

“펜타니엄 서리스입니다.”

“펜타니엄! 검성을 배출해 낸 곳이죠. 좋네요. 검성과는 친하게 지내고 있거든요.”

샬롯이랑 친하게 지낸다니.

“거짓말하는군. 윌즈베르크는 거짓말이 특기냐?”

아니나 다를까, 이바드라가 기가 찬다는 듯 말해 왔다.

서리스가 보기에도 저 말은 거짓말일 수밖에 없었다.

그 샬롯이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는 건 불가능하니까.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지 마세요. 소녀는 이래 보여도 검성을 친구로 생각한답니다.”

일방적인 관계는 어떨까 싶다만.

서리스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아이랑의 눈은 면사포 아래에서 빠르게 그의 일행들을 훑고 있었다.

‘그라말테 세라 크라페, 저분은 이미 알고 있는 분이고, 행동거지 상 오는 길에 우연히 합류한 느낌이네요.’

처음 눈에 띈 건 크라페였다.

윌즈베르크는 정보전에 능숙하다.

비록 늦둥이 막내딸인지라 계승권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많은 정보원을 가지지 못한 아이랑이나.

그녀는 윌즈베르크답게 주변을 보는 것만으로 정보를 얻는 기술을 터득해 놓은 상태다.

‘펜타니엄은 아무래도 윌즈베르크와는 거리가 머니 정보가 여러모로 부족하단 말이죠.’

가문의 높은 분들이야 거리든 뭐든 전 세계에서 오는 정보들을 습득하고 있겠지만.

앞서 말한 대로 정보 수급이 힘든 그녀가 펜타니엄까지 정보를 알 수는 없었다.

그나마 독자적으로 알아낸 건 이바드라와 서리스의 관계.

이바드라는 서리스에게 친선 대결 당시 패배했다.

그것도 꽤 압도적인 격차로.

처음 정보를 접했을 때 아이랑은 고개를 기울여야 했다.

이바드라는 오만하긴 해도 실력자다.

일곱별 중에서 화력 면으로는 손꼽힐 수준일 정도로.

그렇기에 그의 패배 소식은 같은 일곱별인 그녀가 충분히 놀랄 만했다.

‘그 뒤의 두 명은.’

접한 정보에서 서리스는 청랑단 동기 세 명과 주로 다닌다고 하였다.

정보상으로는 이 세 명 또한 일곱별에 견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보인 바가 있다.

‘이름이 제나디아 도로시, 그리고 서발광, 한 분은 칸빌레 아카펠이었나요. 그분은 없는 것 같네요.’

기억력 좋은 그녀는 한 번 접한 정보는 잊지 않는다.

그렇기에 둘의 얼굴을 보자마자 이름을 떠올린 그녀가 면사포 아래에서 입술을 틀어 올렸다.

흥미가 샘솟는다.

일곱별에 견줄 정도라는 두 사람을 수하처럼 두르고, 염성 이바드라까지 꺾은 남자.

거기에 극비 정보라곤 하나 광견이 주홍빛 기사단을 습격했다는 정보도 있다.

이바드라의 패배 소식을 접하고, 궁금증이 동한 그녀가 윌즈베르크에서 몰래 알아낸 정보.

바르크가 쉬쉬하긴 했으나, 그 정도의 일을 전부 숨길 수는 없는 일.

전해 들은 바로는 청랑단도 분명 그때 지원하였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서리스는 그런 청랑단의 청랑호법 자리에 올라가 있었으니.

‘혹시나, 정말 혹시나 하는 거지만요.’

이바드라가 보내는 저 신뢰는 친선 대결 패배로 만들어졌다고 보기에는 당위성이 부족했다.

마치 서로 등을 맞대고 전장에서 함께 싸워 본 전우들에게서나 볼 법한 신뢰.

그러한 경험을 공유한 이들이라 착각할 정도의 관계 같았으니.

‘광견을 상대로 둘이서 맞서 보았다던가.’

과대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이바드라라도 광견에게는 먹잇감에 지나지 않는다.

광견은 7성급이라는 정보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만약 정말로 그런 거라면.

‘눈앞에 있는 이 남자의 값어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또다시 안 좋은 버릇이 나오려 했다.

바로 사람을 값어치로 판단하는 습관이었다.

‘진정하죠.’

자신도 안 좋은 버릇이란 건 알고 있고.

무엇보다 서리스에게는 개인적인 흥미도 있었다.

달리 말해 그는 아이랑의 취향에 들어맞는 사람이었다.

‘호감을 쌓고 싶은 건 사실.’

그에게 밉보일 짓은 굳이 하고픈 생각은 없었다.

“서리스 님.”

그런 순간이었다.

목소리의 높낮이는 크지 않지만, 서리스를 부르는 목소리에는 반가움이 여실히 담겨 있었다.

아이랑이 시선을 옮긴 순간 그녀는 짧게 감탄했다.

잿빛의 머리카락 아래, 같은 여자가 보기에도 아리따운 얼굴을 지닌 소녀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해로 자신과 같은 성인이 되었을 그녀는, 보기만 해도 명가의 규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불터렉스 발렌타인.’

그리고 그녀 또한 아이랑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무려 독왕의 첫째 딸인 여인을 그녀가 모를 수가 없었다.

“아, 발렌타인 님, 오랜만입니다.”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편지로는 꽤나 여러 일을 겪으신 듯하였는데.”

“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서리스가 인자한 미소를 띠자 발렌타인도 그를 따라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편지?’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아이랑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개인적으로 편지까지 나누는 사이였을 줄이야.

시기가 애매하여 서리스에 관한 정보를 그리 많이 얻지 못했던 그녀는 정보 한편에 적혀 있던 걸 떠올렸다.

‘불터렉스 가문에 수색 목적으로 간 적이 있다는 내용을 봤긴 했었는데요.’

그래도 독왕의 딸과 이토록 친할 줄은 몰랐다.

머릿속에서 둘 간의 관계를 정리하는 사이, 거기에 더해 그녀는 발렌타인에 대한 정보도 수정했다.

표정이 없고 차가운 사람이라 했는데, 남들보다 표현은 적을지언정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그것도 발렌타인이 서리스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한눈에 눈치챌 정도로.

“이제 표정이 매우 자연스러워지셨네요.”

“전부 서리스 님 덕분입니다.”

서리스가 남들 눈을 의식해 조용하게 말해 주자, 발렌타인은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폈다.

“서리스 님께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네, 이제 직접 표정을 만들어드리지는 않아도 괜찮겠네요.”

“아, 앗, 그, 그건, 이제 잊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때의 기억이 부끄러운 듯 발렌타인은 귀를 살짝 붉게 물들이며 말했다.

당시는 덤덤했는데 지금 오고 나니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것보다.’

서리스는 아이랑의 시선이 꽤 걸렸다.

정보를 알아내고자 하는 고양이 같은 시선이 거슬린 덕분이었다.

‘게다가 주위 시선도.’

이런 시선은 사실 아이랑만이 아니었다.

서리스 주위에 모여든 인원들은 대가문에서 내로라하는 직계들.

그리고 일곱별까지 있다.

당연히 이쪽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던 것이다.

여기 있는 이들은 전부 시험생.

그리고 어떻게 보면 경쟁자들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휙!

그러던 순간 서리스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서리스의 기감에 무언가 이질적인 게 잡혔기 때문이었다.

‘뭐가.’

그러던 순간 서리스는 입구에 들어온 한 남자를 발견했다.

눈을 가릴 만큼 덥수룩한 백발의 머리카락.

피곤함과 나태함이 느껴지는 듯한 기다란 하품 소리.

기장이 긴 바지를 늘어트린 채 주머니에 손을 꽂고 오는 한 남자의 몰골은 시험생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서리스는 그를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동갑이었지. 역시 왔었나.’

마성(魔星)

올스타드 스타리즈

마법의 정점.

오대가 올스타드의 가주 천상사성 마황(魔皇)의 아들이자.

그리고 새벽 마탑주의 정식 후계자였다.

‘그리고 샬롯과 비견되는 천재.’

일곱별에서도 샬롯과 스타리즈는 특출난 천재였다.

샬롯은 검의 천재.

스타리즈는 마법의 천재.

그렇기에 일곱별을 거론할 때 두 사람은 빠짐없이 나왔으며 둘 중 누가 강하냐는 술자리 단골 멘트였다.

‘청림단 병사들이 떠드는 걸 지겹게 봤으니까.’

서리스가 만난 샬롯은 정말 재능의 정점이었다.

서리스야 그간 얻은 기연으로 어떻게든 샬롯을 꺾었긴 했지만.

그에 비해 그녀는 순수한 재능의 영역으로만 서리스와 동급의 실력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하물며 나보다 한 살 어리지.’

청소년 시기에 일 년의 차이는 무척이나 크다.

그렇기에 서리스는 샬롯의 재능을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럼 그런 샬롯과 같이 언급되는 스타리즈는?

‘겉보기에는.’

확신을 내리지 못하겠다.

마법이라는 건 서리스에게도 너무 먼 영역이었으니까.

애초에 마법을 직접 경험해 본 것도 광견과 잔루크 말고는 없을 정도다.

마법사는 세상에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것 말고도 서리스는 스타리즈에는 흥미가 있었다.

‘그와 연관된 일련의 사건이 말이지.’

그런 순간 서리스의 시선을 알아차린 스타리즈의 눈이 이쪽으로 향했다.

그는 서리스를 바라보며 눈을 한 차례 깜빡이곤, 곧 고개를 천천히 기울였다.

마치 어떻게 지금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있냐는 거냐는 듯.

“와, 니 신기하네.”

혼잣말을 내뱉은 스타리즈는 성큼성큼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런 와중에도 서리스 말고는 아무도 그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였다.

“니 내 보이나?”

그가 목소리를 내뱉은 순간 주위 사람들이 갑자기 흠칫하며 어깨를 움츠러트렸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스타리즈에게 쏠렸다.

마치 언제 여기까지 다가왔냐는 듯.

“뭐야. 저 백발 언제 왔어?”

도로시가 눈살을 찌푸리고.

“읏, 뭔가 기분 나쁜 감각이.”

서발광이 몸서리치며.

“불쾌.”

크라페가 노골적으로 안 좋은 표정을 보였다.

마치 셋 다 이질적인 것이 등장한 듯한 반응이었다.

감정 표현이 적은 발렌타인도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였으니 그가 무슨 짓을 한 것이리라.

그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이야아, 아이랑, 이바드라, 좋은 아침이다잉.”

“……마성, 해는 이미 중천에 떴어요. 그리고 인식 저하 마법을 쓰면서 나타나지 마세요. 그거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니까.”

“내 기준으로 아침인걸 우야겠나.”

인식 저하 마법.

그런 걸 사용하고 있었나.

아이랑은 노골적으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스타리즈는 개의치 않았다.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듯이 말씀하시네요.”

“응? 아이가?”

태연하게 말하는 그를 보고 아이랑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 남자는 늘 이런 사람이었다.

“저기이, 호라이즌도 있네. 와 호라이즌은 혼자 있어. 왕따도 아이고.”

“저희랑 어울리고 싶지 않은 모양이에요.”

“그렇나. 것보다 야는 누군데.”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듯 스타리즈가 서리스를 가리키려던 순간이었다.

“시험생 주목.”

아레나 중심 단상 위에 서 있는 한 남성의 목소리가 울리기 전까지는.

시험생이라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허리 뒤로 손을 모은 한 남성이 서 있었고, 그는 제복 차림으로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반갑다. 제군들. 워너힐 아카데미 시험감독관 제롬 앙켈니우스이다. 지금부터 첫 번째 시험을 시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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