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12화 (111/275)

112화

워너힐 아카데미.

대륙 최고의 영웅 육성 교육소이자 세계 침식에게서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곳.

미개척 지역 중심에 자리를 틀었음에도.

대가문조차도 혀를 내두를 문명을 이룩한 워너힐 아카데미 입구에 서리스 일행은 도착해 있었다.

‘워너힐 아카데미.’

사실 워너힐 아카데미는 대륙 중심에 있는 외딴섬에 더 가까웠다.

웬만한 도시만큼이나 거대한 호수 위에 자리한 섬.

그 섬 전체를 통틀어워너힐 아카데미라 일컫는 것이었다.

그런 크기인 만큼 워너힐 아카데미 내부는 아카데미 지부를 제외한 총 4개의 지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그 지부마다 전부 특색이 다르다.

‘일반 주민들도 많이 살고 있고.’

문명을 이룩한 만큼, 워너힐 아카데미 지부 내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살아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학생들이 구해 오는 세계 침식 물자를 수출하거나 가공하는 이들이니, 장인들이 많다고 봐야겠지.

“비룡이다!”

때마침 워너힐 아카데미 주요 운송 수단인 비룡이 하늘을 날아가고 있었다.

비룡 서식지와도 거리가 가깝다 보니, 섬임에도 원활한 유통이 가능했고.

덕분에 워너힐 아카데미는 이렇듯 여러 발전을 이룩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인류 입장에서는 워너힐 아카데미는 미개척 지역을 개발하는 새로운 발자취이자 진보로 여겨졌고.

각지의 대가문에서도 워너힐 아카데미를 향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유 또한 이러한 인식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워너힐 아카데미에 입학하기를 꿈꾼다.

이곳만큼이나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없으니까.

그래서인지 워너힐 아카데미 섬 내부로 들어가는 선착장 앞.

시험생들이 잔뜩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 진짜 많다.”

굳이 힘들이지 않아도 쉬이 느껴지는 인파에 서발광이 지친 표정으로 한숨 쉬듯 말하자, 서리스도 동의했다.

분명 미개척 지역이라는 큰 산이 있었음에도 시험생들은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올해 성인인 애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저도 모르게 감탄할 정도였다.

“대부분 용병을 고용해.”

그런 순간 크라페가 내 생각이라도 읽은 양 알려 주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워너힐 아카데미 입구까지 호위 임무를 하는 전문 용병들도 더러 있다고 했다.

귀족들도 그렇고 일반 평민들까지 시험 한 번 보고자 길 안내 전문 용병들을 여럿 고용한 모양이다.

‘우리야 상관없지만.’

미개척 지역은 간혹 7성급 세계 침식도 종종 튀어나오는 지역이다.

최흉이야 별의 급수를 따질 수가 없는 영역이라 그렇다지만, 이를 제한 모든 세계 침식에 매겨지는 만큼.

7성이란 별의 숫자는 달리 말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가리킨다.

그러니 워너힐 아카데미로 오려다가 7성급 세계 침식에 휘말린다면, 무조건 객사 확정일 테다.

“일단 배표는 샀으니까. 가 보자.”

저 인파를 뚫는 게 쉬운 일은 아니나 언제까지고 여기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서리스는 또래보다 좋은 체격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사람들을 뚫고 지나갔다.

덕분에 뒤따라오는 세 사람은 비교적 편하게 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직계님, 든든하네.”

서리스의 등에 머리를 기대고 서 있던 도로시가 꺄륵 웃으며 말해 왔다.

금강잔월 덕분에 일반 남성보다 키가 큰 서리스이니, 이 정도야 어려운 것도 아니라는 양어깨를 으쓱이었다.

그러는 사이 크라페가 자기 머리 위를 슥슥 손으로 가늠하며 서리스를 힐끔 올려다보았다.

서발광보다 조금 큰 크라페는 더 클 것 같지는 않았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아는지 살짝 아쉬운 표정으로 서리스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키 큰 건 좋지.’

드웨이진같이 우락부락한 육체를 지닌 거인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나, 평균보다 큰 건 장점이었다.

리치가 늘어난다는 건 생각 이상으로 큰 메리트니까.

물론 대형 마수 앞에서야 다 부질없는 것이지만.

인생사 마수랑만 부딪치지는 않는 법.

이미 몇십 년은 살아본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많은 사람을 태우고 어떻게 움직이나 싶었지만, 배는 별 탈 없이 섬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으욱.”

사람이 많은 데다가, 배까지 타서일까.

서발광은 섬에 내리자마자 멀미를 한 듯 입을 가리며 헛구역질했다.

“별이라도 좀 돌리고 있어.”

서리스가 안색이 안 좋은 서발광의 등을 대강 두들겨 주며 조언하자, 그는 미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직계님! 직계님! 저거 봐! 하늘에서 뭔가 막 지나가!”

그러는 사이 도로시가 도시 구경에 신나서 방방 뛰며 우리에게 외쳐 왔다.

그 말대로 도로시가 가리킨 장소에는 바퀴 없는 마차 여러 개가 하늘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한 마차들은 전부 중심에 우뚝 솟아 있는 산 위로 향했는데.

그곳이 바로 아카데미 지부였다.

‘여기서도 저렇게 보일 정도라니, 더럽게 크구만.’

산에다가 잘도 저런 건물을 세워 놓았다고 생각한 서리스는 고개를 돌려 몸을 일으킨 서발광을 보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제 좀 괜찮아진 모양이다.

“우리 저거 타자!”

“보채지 마. 어차피 타야 해.”

하늘 마차가 어지간히 마음에 든 듯 도로시가 외치자 크라페가 답했다.

그의 말대로 아카데미 지부를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저걸 타야 했다.

“서발광, 갈 수 있겠어?”

“응, 이제 괜찮아.”

그의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서리스는 곧장 하늘 마차를 타고자 마차가 갖춰진 장소로 향했다.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차편인지라, 길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또 줄이야.”

도로시의 불만스러운 표정만큼 서리스 일행은 또 한참이나 줄을 서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도 하늘 마차는 오고 가는 대수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기다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오늘이 워너힐 아카데미 시험생들이 모이는 날인 만큼, 각지에 구비된 하늘 마차를 전부 끌어온 덕분이라고 얼핏 들었다.

“밑에, 밑에 마을들이 엄청 작게 보여!”

“도, 도로시, 뛰지 마. 떨어지면 어떡해.”

“사람, 개미 같아.”

하늘 마차에 타자마자 각자 다른 감상평을 읊는 와중 서리스도 가만히 마차 밖을 바라보았다.

크라페가 말한 것처럼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일 만큼 마차는 하늘 높이 올라와 있었다.

동시에 이러한 것이 전부 마법적인 것으로 만들어져 있음을 아는 서리스는 그에 반응하듯 제 그림자가 움찔거리는 걸 느꼈다.

‘악스판시온, 얌전히 있어라.’

우웅.

서리스 명령에 그림자 속 악스판시온이 알았다는 양 낮게 울었다.

그가 굳이 이렇게 제지한 까닭은.

그 마검이 지금 하늘 마차에 둘려 있는 마법의 별빛도 삼키고 싶어 침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 마차에 둘린 마법을 삼키는 순간, 아래로 마차가 아래로 추락해 버릴 게 뻔한데.

정말 주인 걱정이라고는 일도 없는 검이다.

‘검이 주인 걱정을 한다는 것도 우습긴 한데.’

악스판시온은 어느 정도 제 의지가 있어 일반적인 무기와는 다르다.

기껏해야 자기 의사 표현이 조금 되는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의지를 가진 건 맞으니.

‘이런 걸 잘도 만들었군.’

명장 토르게아는 워너힐 아카데미에도 가게를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찾아가 보는 것도 괜찮겠다.

혹시 아는가.

그곳에서 악스판시온같이 말도 안 되는 걸 발견하게 될지.

‘그것보다 이제 정말로 입학시험인가.’

서리스는 창문 밖 너머 무수히 많이 오고 가는 하늘 마차를 바라보았다.

저 마차 안에 워너힐 아카데미 시험생들이 꽉꽉 채워져 있을 거로 생각하니, 경이롭다면 경이로웠다.

동시에 감개무량하기도 했다.

과거 서리스도 한때는 워너힐 아카데미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으니까.

비록 그때는 별이 저주받아 금방 사그라든 꿈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에 시험을 치르고자 와 있었다.

‘기쁘네.’

과거로 돌아온 이유가 어찌 되었든 이 순간의 기쁨은 가짜가 아니리라.

“직계님, 표정 완전 헤벌쭉해. 못나 보여.”

“도로시, 서리스는 저래도 잘생겼어.”

“잘생겼나?”

이것들이.

남이 사색하는 데 방해하기는.

* * *

워너힐 아카데미 시험장.

그곳은 마치 아레나와 같은 거대한 건축물이 있었다.

평소에는 훈련장으로 사용되는 건물이나, 오늘만큼은 시험장으로 이용될 건물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당연히 시험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저기 봐. 일곱별 뇌성이다.”

그리고 아직 시험관이 나타나기 전까지 시험생들이 할 일은 주위를 살피는 것이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경쟁자.

당연히 주의할 인물들은 그들의 머릿속에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인물 중 손꼽히는 건 당연히 일곱별로 불리는 이들이었다.

일곱별이란, 후기지수 중 가장 뛰어난 일곱 명을 일컫는 말.

올해 스무 살이 된 일곱별은 총 네 명.

당연히 네 명 모두 워너힐 아카데미에 응시했다.

그런 그들의 눈의 가장 먼저 띤 것은, 짧고 짙은 푸른색의 머리카락이었다.

어딘가 푸른 번개를 연상케 하는 그는 눈 끝이 꽤 날카롭긴 했지만 남자다운 얼굴을 지닌 이였다.

뇌성(雷星)

일렉시즘 호라이즌

소가문 일렉시즘의 직계이자 일곱별 중 하나.

올해로 스무 살이 된 그 또한 워너힐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치르고자 이렇듯 시험장에 있었다.

“뇌성, 일찍 온 모양이네요.”

그런 순간 그의 옆에 한 여성이 다가왔다.

“……암성(暗星).”

자수정을 깎아 만든 듯한 보랏빛과 검게 물든 흑수정의 빛깔이 교차된 특이한 머리칼을 지닌 여인.

그녀의 목 아래에서 그 남다른 머릿결이 부드럽게 나부끼었다.

하지만 얼굴을 가리는 검은색 면사포를 두른 탓에 그녀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 면사포 아래로 얼핏 새하얀 피부와 앵두 빛 입술이 드러났는데, 이를 미루어 그녀가 상당한 미인임을 어느 정도 짐작할 있었다.

암성(暗星)

윌즈베르크 아이랑

오대가 중 하나인 윌즈베르크의 막내딸이자.

그와 같은 일곱별 중 한 명이었다.

“다가오지 마라. 너랑 있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

“소녀한테 못되게 말 하시기는.”

호라이즌의 태도에도 키득거린 아이랑은 장갑을 낀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저기 염성도 있네요.”

그녀의 기다란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화려하다고 할 정도로 사자 같은 갈기를 지닌 머리카락의 주인이 있었다.

그들과 같은 염성, 바르크 이바드라였다.

그는 아이랑과 눈을 마주쳤다가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쉬며 고개를 돌렸다.

“참 다시 봐도 까칠한 분이네요. 왜 별이라 불리는 분들은 다들 이러신 걸까요?”

“너를 대하는 게 꺼림칙한 거다.”

“하긴 옆에 두고 대화하기엔, 소녀가 너무 매력적이긴 하죠?”

“대화가 안 통하는군.”

호라이즌은 질린다는 양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이랑은 익살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우리 마성(魔星)께서는 안 보이시네요.”

“……그 성격에 어련할까. 또 어딘가에 정신 팔려 느긋하게 돌아다니는 거겠지.”

“흐응, 하긴, 늘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여기에 없는 마지막 일곱별을 언급한 아이랑은 주위를 둘러보며 팔짱을 꼈다.

그 탓에 유달리 그녀의 몸매가 부각 되었지만, 그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하였다.

“그건 그렇고 워너힐 아카데미라도 경계할 만한 사람은 일곱별 말고는 없는 모양이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잖아요? 경쟁자로 하기에는 다들.”

아이랑은 당연하다는 듯 면사포 너머에서 작게 조소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호라이즌도 부정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도 워너힐 아카데미 시험생 중 눈에 띄는 녀석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괜히 일곱별이 후기지수 중 천재로 뽑히는 게 아니다.

실제로 그들과 맞붙어 이길 수 있는 자는 이 중에 없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우둔한 것들.’

그러나 그런 둘의 대화를 들은 이바드라는 가볍게 혀를 찰 뿐이었다.

‘여기 있는 녀석들이 문제가 아니다.’

이바드라는 기억하고 있다.

일곱별이라는 천재들과는 비교도 안 될 괴물을.

“어머, 그러고 보니 염성은 어디선가 지고 왔다면서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런 이바드라의 신경을 스리슬쩍 아이랑이 건드려왔다.

이런 짓을 하면 이바드라가 화를 낼 걸 알고 있지만, 아이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애초에 오히려 그의 반응을 통해 정보의 진위를 판단할 목적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바드라는 그녀가 옆에서 노골적으로 신경을 긁었음에도 그다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이상하네요? 그 염성이 이런 말에 가만히 있다니.’

본래 그 불같은 성격이라면 길길이 날뛸 게 분명한데.

어딘가 묘한 눈으로 이바드라를 아이랑이 바라보던 순간 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쭉 불만스러웠던 그의 얼굴 위로 씨익 하니 호전적인 웃음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 웃음을 보고 아이랑이 눈을 동그랗게 떴을 때.

시험장으로는 네 명의 무리가 걸어 들어왔다.

“어머.”

그리고 아이랑은 네 명을 보자마자 살짝 감탄했다.

넷 다 어디 내로라할 정로도 출중한 외모를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중심에 있는 남성은 윌즈베르크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체격이 훤칠해 그녀가 오랜만에 갈증을 느끼게 만들었다.

“펜타니엄 서리스.”

그리고 이바드라는 그를 보자마자 웃음을 유지한 채 그의 앞에 섰다.

“왔군.”

“이바드라, 일찍 왔었네. 오랜만이야. 그리고 셀링도.”

“네, 서리스 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미 면식이 있었던 걸까.

이바드라가 매일같이 끼고 다니는 셀링이라는 여성도 아는 눈치인 서리스를 보며 아이랑은 눈을 휘었다.

냄새가 난다.

‘펜타니엄 서리스.’

검술과 그림자를 다루는 대가문이자, 무려 천상사성 검황이 가주인 그 가문.

그리고 이바드라가 펜타니엄 직계에게 패배했다는 소문 또한 그녀는 이미 입수했었다.

그 정보가 어디까지 확실한 건지 확인하고자 이바드라를 떠본 것이었기도 하고.

할짝.

그녀는 아주 조용하게 면사포 아래 혀로 입술을 훑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보며 호라이즌은 쯧 하고 혀를 찰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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