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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42화 (41/275)

42화

“아만다 님이 왜 여깄어?!”

“아니, 설마 서리스 팀이에요?”

델리티드 팀 쪽에서 항의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그들을 보고 아만다는 짧게나마 나온 것이 후회스럽긴 했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너희 쪽도 청랑호법 한 명을 데려왔어야지.”

그게 가능했으면 다 그랬을 거라고 다들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델리티드만이 이건 생각 못 했다는 듯 안경을 치켜올리며 감탄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서리스, 똑똑하네요.”

“감사합니다.”

그의 칭찬에 답하듯 서리스는 감사 인사를 했다.

지금 이 상황에 남 칭찬할 때냐며 팀원들이 그를 보고 있자, 델리티드는 씩 하니 웃었다.

“하지만 그래도 질 생각은…… 에취! 없으니까요.”

꽃가루 알레르기인 듯 재채기를 한 번 한 델리티드는 대검을 들어 올렸다.

“다들 공격!”

델리티드가 달려나가자 어쩔 수 없이 나머지도 뛰기 시작했다.

상대는 청랑호법과 서리스지만.

아만다는 원래 오른손잡이였었다.

오른팔을 잃은 지금 그녀의 전투력은 예전만 못하다.

그 사실을 알고 다들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목표는 서리스.

서리스의 호패만 빼앗을 수 있다면 어차피 승리다.

“너희들 아무래도 날 얕보는 모양인데.”

아만다의 손아귀의 그림자 검이 나타났다.

푸른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그녀의 검은 매우 기품 있었다.

모두가 서리스를 향해 뛰어가는 그 순간 광풍이 불었다.

아만다의 검이 델리티드를 제외한 전원을 또 한 번 날려 버린 것이다.

“노장은 늙어도 노장이다.”

텅 빈 오른팔 대신 그녀의 왼팔이 별을 받아 빛났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서리스는 델리티드 말고는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할 거라고.”

바닥을 나뒹군 델리티드 팀원들의 눈이 흔들렸다.

역시 청랑호법은 청랑호법이었다.

“젠장, 이래서는.”

엑포드가 서리스를 바라보며 눈이 흔들렸다.

“괜찮아요! 다들 아만다 님이랑 한판 해 주세요!”

그러는 순간 델리티드 쪽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어느새 그는 서리스와 맹렬한 기세로 맞부딪치고 있었다.

여기서는 팀 대표를 믿을 수밖에 없다.

결국 다들 아만다에게 집중하기로 하자, 그녀의 입가에 호기로운 미소가 그려졌다.

“이래야지.”

아만다와 델리티드 팀원이 본격적으로 전투를 시작할 때.

서리스는 눈앞에 델리티드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

올해 20대 중반이 된 델리티드.

그는 서리스와 동급의 경지를 지니고 있었다.

선명하게 빛나는 다섯 개의 별.

청랑호법에 충분히 오를 만한 실력을 지닌 그의 맹공은 강렬하기 그지없었다.

‘같은 5성과 싸워 보는 건 샬롯 이후 처음인가.’

이건 서리스에게도 좋은 기회였다.

이번 시험 중 가장 강력한 상대인 레가놀을 상대하기 전 5성과의 전투 경험은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문제는 그전에 힘이 다 빠지는 게 아닐까 걱정되지만.’

그런 걸 생각하면서 싸울 상대는 아니었다.

“자! 자! 서리스와는 한 번 싸워 보고 싶었어요! 즐겁네요!”

그 외침과 함께 델리티드의 검이 선로를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검이 휘두르는 자리에는 먹물 같은 그림자 궤적이 남았다.

문제는 비행운처럼 검을 따라 남는 흔적이었다.

델리티드의 검을 피해도 남은 그림자가 검격이 되어 서리스에게 날아든 것이다.

‘까다로워.’

델리티드가 한 번 검을 움직일 때 서리스는 두 번 이상 행동해야 한다.

거기다가 바로 날아올 거라 생각한 검격이 일부러 한 박자 느리게 날아올 때도 있었다.

‘이대로는 정신력이 깎아 먹힌다.’

그 순간 서리스가 델리티드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가 휘두르는 건 대검인 만큼 휘두르는 폭이 크다.

그 틈을 노려 접근한 것이었다.

“그건 안 되죠.”

서리스가 코앞까지 접근한 그 순간.

델리티드는 대검 손잡이를 놓았다.

마치 위로 튕기듯 공중으로 빙글 돌아간 대검과 함께.

델리티드의 손이 서리스의 가슴팍을 낚아챘다.

그 순간 서리스의 시야가 돌아갔다.

쿠웅!

거칠게 부풀어 오른 그의 팔 근육과 함께 서리스는 어느샌가 바닥에 누워 있었다.

델리티드가 서리스의 멱살을 잡은 채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은 것이다.

‘내가 힘으로?’

한순간 힘에서 밀렸다는 사실에 서리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델리티드의 팔 위로 넘실거리는 그림자가 보였다.

“내 주력은 청운무투거든요.”

엑포드와 같은 청운무투.

델리티드는 팔 위에 두른 그림자의 힘으로 서리스를 내려찍은 것이었다.

그쪽이 청운무투를 쓰겠다면.

“그렇군요.”

“와.”

델리티드가 누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리스가 다리와 허리의 힘만으로 상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쪽도 순수히 육체로 맞서 주겠다.

올려 찬 서리스의 다리가 델리티드를 밀어내고 그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럼과 함께 서리스의 별이 강렬히 빛나기 시작했다.

“전력 승부네요!”

서리스가 제대로 부딪쳐 올 것임을 눈치챈 델리티드가 대검으로 바닥을 쿠웅 찍었다.

그 순간 치솟은 그림자가 델리티드의 전신을 뒤덮었다.

얼굴을 제외하고 새까맣게 변한 그의 몸은 한층 더 강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건 서리스 쪽도 마찬가지였다.

전신의 금강잔월의 힘을 깊이 새긴 그의 육체가 성난 호랑이처럼 부풀었다.

델리티드와 서리스가 동시에 도약했다.

검과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숲속 전체로 울려 퍼졌다.

힘 대 힘 싸움 속.

강렬한 싸움의 열기에 아만다와 델리티드 팀도 무심코 그쪽을 바라보게 할 정도였다.

그 순간 서리스가 바닥을 콰앙 내려찍었다.

서리스의 발길을 따라 한순간 치솟은 그림자 벽이 델리티드의 시야를 가렸고.

수욱!

그림자 벽 사이로 서리스의 검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다는 듯 델리티드가 목을 꺾어 검을 피한 순간이었다.

그림자 벽 사이로 서리스가 그림자를 두른 양 주먹을 겨눈 채 나타난 것이.

금강잔월(金强虥狘)

호권(虎拳)

두 개의 권격이 델리티드의 가슴팍을 강타했다.

설마 서리스가 검 자체를 페이크로 쓸 줄은 몰랐던 듯.

델리티드가 눈을 커다랗게 뜨며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서리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의 손아귀에는 이미 그림자 검이 쥐여 있었다.

서리스의 검이 선로를 그리자 그림자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가슴을 얻어맞은 델리티드가 급히 자세를 바로 하려 했지만, 연격에 힘이 붙였다.

결국 한 번 물러나야겠다고 판단한 건지, 델리티드의 그림자 옷이 갑자기 부풀어졌다.

콰앙!

그 순간 갑자기 폭발하듯 터진 그의 그림자 옷과 함께 서리스가 튕겨 날아갔다.

폭발력은 자신도 여파를 입었는지 상의가 탈의한 상태인 그의 가슴에는 선명한 주먹 자국이 남아 있었다.

“으그윽, 아프네요.”

클로나와 델리티드를 거치며 서리스는 그림자를 몸에 두르는 법을 완전히 깨우쳤다.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도 성장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델리티드는 코를 킁 하고 풀었다.

‘시간을 더 줘서는 안 되겠네요.’

빨리 끝내야겠다.

델리티드는 갑자기 대검을 던졌다.

그 순간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 밧줄이 대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럼과 함께 델리티드가 그림자 밧줄로 잡은 대검을 붕붕 돌리기 시작했다.

“빨리 끝낼게요.”

“바라던 바입니다.”

델리티드의 주위로 대검이 마치 분쇄기같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흔적처럼 남은 먹물 같은 잔영 하나하나가 날카로운 검격이 되었다.

사방으로 미친 듯이 회전하는 그림자 검격의 폭풍 앞.

서리스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조용하게 숨을 골랐다.

눈앞으로 날아드는 검격의 폭풍 앞 서리스의 정신이 고조 되어 가기 시작했다.

소드란의 별과 펜타니엄의 별이 동시에 빛을 띠었다.

금강귀명도(金强晷銘刀)

이식(二式)

반월박살(半月撲殺)

곧 내리그은 검이 대지를 갈랐다.

그림자 검격의 폭풍을 한순간 박살 낸 서리스가 바닥을 박찼다.

금강귀명도와 함께 발동된 사자분신으로 덕분에 잠시 멈춘 폭풍을 뚫고 지나가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델리티드도 그냥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그의 대검은 그림자의 휘감기며 몇십 미터 가까이 부풀어 올랐고.

“으리야아아아아아!”

그가 쥔 그림자 밧줄을 당기며 하늘 위에서 돌아가던 대검을 그대로 서리스를 향해 내려쳤다.

거대한 그림자 대검에 의해 서리스의 주위 모든 게 그림자로 뒤덮였다.

새까만 그림자 대검 아래.

서리스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그의 그림자 위로 번갯불이 튀어 오른 순간.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강귀명도(金强晷銘刀)

사식(四式)

벽산귀참(霹山晷斬)

번개를 머금은 그림자가 하늘로 치솟은 순간.

콰앙!

그림자 대검이 꿰뚫렸다.

무너져 내리는 그림자 대검의 파편 속.

서리스가 근육을 폭발시키듯 바닥을 박차며 뛰었다.

대검과 이어진 밧줄을 놓은 델리티드는 이미 응전 자세를 마쳤다.

곧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서로의 시간이 잠시 느리게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서리스와 델리티드의 사이에 대검의 파편이 쿠웅 떨어졌다.

흩날린 흙먼지 속.

서리스와 델리티드가 교차했다.

쿠구구구궁!

흙먼지 위로 대검의 파편이 내려앉으며 주변이 엉망이 되었을 때.

“콜록.”

작은 기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흙먼지 잔뜩 뒤집어쓴 서리스가 걸어 나온 것이다.

“델리티드는?!”

아만다에게 밟힌 채 버둥거리던 팀원 한 명이 멍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런 그를 보고 서리스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두 개로 붙여진 호패를 들어 보였다.

두 개의 호패가 의미하는 바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졌구나.”

“하아, 델리티드 이 바보 녀석아. 우리 좀 기다리지.”

모두의 눈에서 아쉬움이 흘러나왔을 때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났다.

서리스와 붙어 보지도 못한 엑포드였다.

“젠장, 서리스으!”

호패가 빼앗긴 시점에서 끝이지만, 그는 서리스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엑포드의 돌발 행동을 예상 못 한 아만다가 한 박자 늦게 뛰었다.

델리티드와의 싸움으로 힘이 안 남아 있을 서리스다.

자칫했다간 당할지도.

콰앙!

그러나 엑포드가 서리스에게 닿기도 전에.

그는 누군가의 그림자 검에 얻어맞아 튕겨 날아가야만 했다.

“서리스 형!”

엑포드를 날려 버린 것은 제로였다.

소란을 듣고 왔던 그가 합류하던 도중 엑포드를 보자마자 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아만다에게 이미 처참하게 당했던 엑포드였던 만큼 제로에게 얻어맞은 그는 기절하고 말았다.

이로써 엑포드는 또 한 번 신입에게 깨졌다는 소문이 생기게 생겼다.

“제로.”

“괜찮아?! 뭔 일이야. 이게.”

급히 뛰어온 제로를 보고 서리스는 짧게 웃었다.

“잘했어. 네 덕에 살았다.”

제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제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강아지같이 히죽 웃었다.

“하핫, 그치, 나 아니었으면 큰일이었을 거야!”

이 녀석 갈수록 강아지 같군.

몇 년 전에 내비치던 까칠한 모습은 다 사라진 듯 해맑게 웃는 제로를 보고 서리스는 주변을 살폈다.

소란을 듣고 다른 쪽이 합류하는 기색은 안보였다.

“제로, 클로나 선배 쪽에서 연락받은 거 없어?”

“아, 들은 게 있어.”

제로는 말하는 걸 깜빡했다는 듯 급히 전했다.

“라파즐리 선배 쪽에 레가놀 선배가 급습해서 서로 싸우고 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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