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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40화 (39/275)

40화

채엥, 챙!

여러 소음이 합쳐진 소리가 거칠게 울려 퍼졌다.

바로 코앞에서 휘둘러진 검과 화살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서리스는 볼을 스쳐 지나간 화살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과거 서리스와의 대련 이후, 아카펠의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별로 이루어진 활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아카펠은 근거리 전투에서도 제한이 없어졌다.

바로 앞에서 직격으로 쏘는 화살은 피하기가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카펠 특유의 속사 속도가 더 올라갔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서발광은 그 이상이었다.

금강잔월로 육체의 한계가 없어진 그의 비섬류는 날이 가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남들이 한 번 휘두를 때, 세 번 이상의 연격을 날리는 서발광의 검은 눈으로 좇지 못할 수준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발광의 짧은 섬광이 서리스의 눈을 멀게 한 순간.

아카펠이 선록화를 발동하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는 어느샌가 서리스의 등 뒤에서 나타나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화살을 쏘아 왔다.

‘연계가.’

엄청나게 성장했다.

서로가 서로의 기술을 알고, 상황에 맞게 이루어진 연계는 사실상 완벽에 가까웠다.

1년간 세계 침식을 함께 뒹굴며 서리스와 같이 서발광과 아카펠도 끝없이 성장해 온 것이다.

예전 모의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팀워크였다.

“서리스!”

두 사람의 외침 소리와 함께 검과 화살이 서리스에게 쇄도했다.

목과 심장을 정확히 노린 공격은 예리하기 짝이 없었다.

조금이면 닿는 거리.

그 거리를 코앞에 두고, 서리스의 검이 움직였다.

금강잔월(金强虥狘)

박살(撲殺)

내려친 일격 앞에 모든 공격이 파쇄되었다.

아카펠과 서발광이 바닥을 나뒹굴고, 금 간 땅 위에서 서리스는 웃고 있었다.

“더 전력으로 와.”

두 사람이 성장했듯이 서리스도 성장했다.

샬롯과의 싸움 이후 더욱 성장해 버린 서리스한테 이 정도로는 통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안 둘이 시선을 교환하고 서발광이 먼저 앞에 섰다.

그 순간 아카펠의 활이 대궁으로 변화했다.

‘날 상대로 근거리 전은 무리라고 판단한 건가.’

최근 아카펠은 서리스의 조언대로 근거리, 원거리 둘 다 상관없이 가능한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있지만 아직은 수련 도중이다.

서리스 상대로 미완성을 쓸 순 없다.

‘뒤에서 확실하게 지원하는 거로 결정했군.’

저쪽이 그렇게 나오겠다면.

서리스는 서발광을 바라보았다.

“둘이서도 안 됐는데, 혼자서 날 막을 수 있겠어?”

“해낼 거야.”

서발광의 대답에 서리스가 씨익 하니 웃었다.

정면으로 부숴 주지.

그 순간 서리스가 도약했다.

방금은 저쪽에서 왔으니 이번에는 서리스가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챙챙챙!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거칠게 울려 퍼졌다.

예전과 다르게 육체 능력이 많이 오른 서발광은 나름 힘 싸움에서도 선전했다.

거기에 더해 검술이야 말할 것도 없었으니 서발광은 완성된 검사 같았다.

‘그런데도.’

서발광은 점점 밀리고 있었다.

서리스의 기세는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는데, 서발광은 그걸 쫓아가기가 너무도 버거웠다.

‘서리스 님, 검술이 더 느셨어.’

마음속으로만은 서리스에게 존칭을 쓰고 있는 서발광이 알아차렸다.

서리스가 근 1년간 얼마나 검술을 단련 해왔는지.

서리스는 자신이 기술적인 면에서 모자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남들보다도 더욱 검술 단련에 집중했다.

자신에게는 이미 완성된 육체가 있었으니까.

더욱 깊게 검술에 정진할 수 있었다.

‘정말 계속 성장하고 계신 거구나.’

기뻤다.

자신이 따르는 사람이 이토록 모든 것에 진심인 것이.

그러면서도 분했다.

자신의 노력이 서리스에게 미치기에는 너무 멀다는 사실이.

‘강해지고 싶어.’

당신의 수하로서 제 몫을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서발광의 정신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서리스를 따라가고 싶다는 강렬한 갈증이 그의 마음속 불을 지폈다.

그리고 그 마음에 응답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소드란의 별이었다.

각성.

그 모습을 아카펠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서발광.’

그는 더 이상 활을 들지 못했다.

백조가 날개를 펴듯.

서발광이 이 순간만을 위해 살아온 것처럼 자신을 불태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동료의 성장을 아카펠은 방해할 수 없었다.

성장하고 싶은 그 갈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었기에.

서발광의 검이 별빛을 받아 빛났다.

그는 집중된 감각 덕분인지 서리스의 검이 한순간 느리게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눈이 보이지 않기에.

눈으로 가지 않은 모든 감각이 그를 일깨웠다.

그리고 서리스의 검이 완전히 정지한 것처럼 느껴진 그 짧은 순간.

그의 감각이 한순간 서리스마저도 넘어섰다.

맹인 검사 서발광이 완전히 각성한 순간이었다.

촤악!

핏물이 튀었다.

검이 서리스의 가슴팍을 선명하게 가르고 지나갔다.

깊은 상처는 아니다.

서리스의 금강잔월이라면 몇 시간 안에 회복할 수준의 미미한 상처.

그러나 서발광의 검은 서리스에게 확실하게 닿았다.

“하핫!”

서리스가 거친 포효와도 같은 웃음을 토해 냈다.

“서리스!”

서발광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주륵, 그의 코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동시에 그의 몸이 애달프게 달달달 떨렸다.

너무 많은 별을 끌어오며 성장한 그의 육체가 한계에 봉착했다.

하지만 서발광은 웃고 있었다.

서리스에게 닿았다는 것이 어느 것보다 기뻤다.

“막아 봐.”

“응.”

짧은 대화와 함께 서리스의 검은 이미 하늘 높이 올라가 있었다.

소드란의 별과.

펜타니엄이 별이 동시에 빛났다.

태양과도 같이 빛나는 두 개의 별은 서발광을 작게 만들었다.

그러나 서발광은 자신만의 별빛을 태웠다.

비록 자신이 별이 아닌 반딧불이였을지라도.

서발광은 자신의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이윽고.

서리스가 검을 내리쳤다.

금강귀명도(金强晷銘刀)

이식(二式)

반월박살(半月撲殺)

일대가 날아갔다.

강렬한 별의 폭발 속 서발광은 자신의 검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잠시 소리가 멎었다.

쇄도한 서발광의 검 위로 불타오르는 별이 강렬하게 빛났다.

비섬류(怌閃類)

금강잔월(金强虥狘)

형섬(螢閃)

별보다 환하게 빛날 반딧불의 검격이 별을 가로질렀다.

서리스는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자신의 별에도 똑바로 날갯짓하는 반딧불의 그 강렬한 그 모습을.

콰가가가가각!

서리스의 검과 서발광의 검이 맞부딪쳤다.

서로의 전력을 담은 별의 폭발 속 서발광은 한순간 서리스의 모습이 직접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는 서리스를 보고 서발광은 무심코 웃음 지었고.

그 기억을 마지막으로 서발광의 정신은 끊어지고 말았다.

흙먼지 속 서발광이 튕겨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는 검을 꽉 쥔 채 마지막까지 응전의 태세를 갖춘 채로 기절해 있었다.

그런 서발광을 보고 서리스가 가슴팍에 맺힌 핏방울을 슥 닦았다.

엄지에 묻은 핏방울은 마치 서발광의 성장을 뜻하는 것 같았다.

“아카펠.”

조용하게 울린 서리스의 목소리와 함께 흙먼지 사이에서 아카펠이 모습을 드러냈다.

“기다려 줘서 고맙다.”

“이런 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

두 사람의 싸움에 만약 아카펠이 끼어들었다면 서발광의 집중된 정신은 깨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일부러 기다려 준 아카펠에게 감사 인사를 한 서리스였지만.

“대신 미안하지만, 지금은 적당하게는 상대 못 해 줄 거 같아.”

서발광 덕분에 몸이 완전히 달아올랐다.

적당히는 못 해 준다.

하지만 아카펠은 그걸 보며 오히려 웃었다.

“바라던 바야.”

그가 활시위를 든 순간 서리스는 미소와 함께 바닥을 박찼다.

* * *

같은 시각.

52기 대표 라파즐리는 숲속 어딘가에서 자신의 턱을 두드리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부딪쳤을 거 같은데.’

아카펠과 서발광을 꼬드긴 장본인인 그는 태평하게 숨어 있었다.

‘잘 흘러가고 있네. 이 부분은 시간만 끌어 줄 수 있으면 돼.’

서리스의 실력은 청랑단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특히 그 괴물 같은 육체.

그건 반칙 수준이다.

그렇기에 서발광과 아카펠을 꼬드겼다.

그들이 조금이라도 서리스의 체력과 시간을 허비해 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문제는 반칙 수준인 사람이 더 있다는 건데.’

라파즐리는 앞으로의 상황을 고민했다.

‘델리티드 선배랑 레가놀 선배가 부딪쳐 주는 게 최고겠지.’

라파즐리는 본인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물론 그도 대표를 맡는 만큼 남들에게 절대 밀리는 실력은 아니지만.

이번 참가자 중에서는 솔직히 가장 밀릴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기회가 있을 때 쟁취 하는 게 자신이었으니까.

라파즐리의 목표는 청랑단주.

그러기 위해서는 청랑호법이 되어야만 했다.

‘그게 말처럼 쉽다면 참 좋겠지만.’

“라파즐리.”

그런 순간 라파즐리 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세를 낮추고 있던 라파즐리가 고개를 들자 팀원이 그의 옆에 다가와 섰다.

“레가놀 쪽의 전언이야. 레가놀이 첩자를 안 모양이야.”

“아하하, 슬슬 걸릴 때가 되었던 모양이네요.”

여기저기 첩자를 심어 놓았던 라파즐리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그걸 알아냈단 건.”

“맞아. 바로 이쪽으로 올 거야.”

레가놀이 자신을 목표로 정했다.

라파즐리는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 웃었다.

“그럼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보죠.”

델리티드를 끌어낼 방법을 라파즐리는 하나 있다.

단순한 델리티드 성격상 눈앞에 제일 먼저 마주치는 이와 싸울 게 분명하니.

레가놀과 마주치게 한다면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레가놀 쪽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하니 유인하는 게 오히려 쉬워졌다.

“최대한 쉽게, 힘 안 쓰면서 이겨 보자고요.”

라파즐리 입가 위로 책략가의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그는 예상하지 못했다.

델리티드가 그의 예상 이상으로 단순했다는 것과.

그가 향하는 장소에 하필 누가 오게 될 것인지.

그리고 강물 속 미꾸라지 한 마리가 얼마나 물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지.

이때에 라파즐리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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