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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39화 (38/275)

39화

어느샌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청랑호법 후보 건 때문에 여기저기서 소란스러운 상황.

“서리스, 나왔어.”

“아, 프레만 선배 어서 오세요.”

서리스 기수를 가르쳤던 프레만이 그에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후배 부탁인걸. 나는 선배들은 애초에 불편하기도 하고. 라파즐리도 나가 버렸으니.”

그는 괜찮다는 양 웃었다.

그 덕분에 52기를 몇 명 더 소개받을 수 있었다.

나름 좋은 국면에 접어들었음에도 서리스는 왜인지 조금 피곤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단원 모으기 경쟁이 생각 이상으로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라파즐리가 너무 적극적으로 공세 했어.’

위의 기수들은 레가놀을 워낙 따르다 보니 라파즐리는 아래 기수들을 노렸다.

그 때문에 후보로 나선 이중 기수가 가장 낮은 서리스와 단원을 두고 부딪치는 일이 잦았던 것이다.

나름 데려오긴 했지만, 그쪽으로 패를 많이 빼앗긴 게 크다.

‘그러고 보니 우리 기수 애들은.’

어느 쪽에 갔는지 셋 다 물어봐도 별 말하지 않던데.

아예 참가를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서리스 후배님, 나왔어.”

그런 순간 클로나가 이쪽으로 손 흔들며 다가왔다.

여자 기수들과 함께 걸어온 그녀는 서리스에게 가장 든든한 패였다.

실제로 자신의 쪽으로 모은 단원 대부분은 그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50기수는 엑포드 빼고는 다 왔어.”

엑포드와는 아직도 관계 서먹했다.

그에게는 미안한 일을 했던 만큼 서리스가 몇 번 사과하러 가 봤지만.

엑포드는 오히려 그것 때문에 자존심 상해하는 듯하였다.

‘아쉽네.’

일전에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엑포드도 강력한 패인데 말이다.

“그럼 모인 인원은 이게 전부인 거네?”

“아뇨.”

클로나의 물음에 서리스는 미소를 지었다.

아직 더 올 녀석이 있었다.

“서리스 형!”

때마침 등장해 주셨다.

서리스가 고개를 돌린 자리에는 한 무리가 있었다.

54기 전원.

제로를 필두로 모인 4명의 신입 청랑단원들이었다.

“아하, 좋네.”

클로나는 병아리들을 보는 기분으로 눈웃음을 지었다.

인원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러니 막 들어온 신입들도 꽤 도움이 돼 줄 것이었다.

“서리스.”

그런 순간 서리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서리스와 같이 체격이 좋은 레가놀이 서있었다.

“잘 부탁한다.”

레가놀 쪽에서 먼저 이렇게 말해 올 줄은 몰랐다.

서리스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레가놀은 라파즐리와 델리티드에게도 가서 똑같이 인사를 했다.

“레가놀 선배님, 사람 좋네요.”

“청랑단에서 나쁜 사람은 없으니까.”

클로나는 눈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이건 어디까지나 청랑단 사이에서의 경쟁일 뿐이다.

서로를 죽고 죽이는 처절함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봐 드리는 건 없어야죠.”

“그치. 맞아. 서리스 후배님, 그러고 보니 그건 어떻게 됐어.”

서리스는 어깨를 으쓱이었다.

자신도 아직 잘 모르겠다는 듯.

“아쉽게 됐네.”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요.”

그러는 사이 저 멀리 윌리엄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청랑호법 중 막내인 그는 이번에도 일을 맡아 귀찮음이 잔뜩 낀 표정이었다.

“어, 그래, 다들 왔냐.”

모인 청랑단원들을 슥 둘러본 윌리엄은 머리를 긁적였다.

“한 번 알렸긴 하지만 이번 청랑호법 후보 시험에는 팀별 모의전을 치를 거다.”

윌리엄은 미리 준비한 지도 앞에 섰다.

지도에는 청랑단에서 자주 사용하던 숲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숲에는 서리스 팀과 같이 네 명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었다.

“모의전은 사파전, 각자 준비된 장소에서 시작될 거다.”

그러면서 윌리엄은 주머니를 뒤적거려 네 개로 갈라진 호패를 꺼내 들었다.

“청랑호법 후보 호패다. 대장들에게서 빼앗은 뒤, 4개를 하나로 합치는 자가 청랑호법 후보다.”

간단한 룰 설명이었다.

서리스와 다른 이들이 호패를 받아가자 윌리엄은 각자의 앞에 포탈을 열어 두었다.

“전원 갔다 와라.”

그 말과 함께 청랑단원 전원이 포탈로 들어섰다.

짧은 섬광.

서리스가 다시금 눈을 떴을 때 거기에는 모의전 때 자주 본 숲속이 있었다.

그런 서리스를 따라 그의 팀이 들어왔고, 클로나가 제일 먼저 서리스 옆으로 다가와 섰다.

“누구부터 노릴 속셈이야?”

“레가놀 선배부터 노리는 게 가장 좋겠죠.”

청랑호법 중 누가 뭐래도 가장 상대하기 힘든 건 레가놀이다.

그를 상대하기 전에 다른 이들과 싸워 힘을 빼는 건 하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라파즐리도 델리티드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거겠지.’

가능하면 시간을 두고 경과를 지켜보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서리스, 잠깐만.”

그런 순간 프레만이 다가와 그를 불렀다.

두 사람에게 다가가온 프레만은 비밀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나 어제 라파즐리의 계획을 조금 들었어.”

“정말입니까?”

이건 중요한 정보다.

프레만은 선배다운 표정으로 씨익하니 웃었다.

“사실 이걸 말하는 건 라파즐리한테 조금 미안하기는 한데. 그래도 오늘은 서리스 팀이니까.”

오늘만큼은 라파즐리도 눈감아 줄 거라면서 그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라파즐리의 주요 목적은 레가놀과 서리스를 직접 부딪치게 하는 거라 한다.

그걸 위해서 델리티드 쪽과 몰래 동맹 관계를 형성할 예정이며.

프레만은 접선하기로 했다는 장소 두 개를 말해 주었다.

“둘 중 어느 장소인지 확실히는 못 들었어. 어쩔까.”

서리스는 잠시 동안 고민했다.

델리티드와 라파즐리의 동맹은 확실히 골치 아픈 일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급습해서 삼파전을 유도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두 개로 팀을 나누어서 움직여 볼까?”

클로나의 물음에 서리스는 잠시 고민했다.

“그렇다면 클로나 선배님과 저로 각각 나뉘어서 움직여 볼까요.”

“그러자. 발견하는 쪽에 서로 합류하는 걸로 하고.”

클로나의 대답에 서리스는 곧바로 팀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럼 제가 이쪽으로 가겠습니다.”

“응, 그럼 나는 이쪽으로. 혹시 모르니 조심해.”

“예, 클로나 선배님도 조심하세요.”

서로 장소를 정한 서리스는 단원들을 이끌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는 제로가 있었다.

54기 단원들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제로는 조금은 대표 느낌이 나기도 했다.

‘그래도 조금씩 어른스러워지고 있다 이건가.’

사람은 누구든 나이를 먹으면 변하는 노릇이니.

“저쪽이야.”

프레만에게 안내를 받은 서리스는 절벽 위에 다가와 섰다.

저쪽 공터에서 모일 거라고 한다.

그런 순간 서리스의 감각에 누군가 잡혔다.

그들의 기척에 서리스는 짧게 헛웃음을 흘렸다.

‘둘 다 어딜 갔나 했더니.’

그러면서 서리스는 프레만을 힐끗 보았다.

프레만은 진지하게 라파즐리가 오기를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라파즐리 이 인간 하여튼 남 속여 먹기는 참 잘한다.

순진한 프레만이 라파즐리가 일부러 유도해 놓은 덫에 걸려 속은 거겠지.

‘하지만 이번 건.’

서리스도 당해 주기로 했다.

저 두 사람에게는 괜찮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콰앙!

그 순간 서리스의 발아래가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절벽이 무너짐과 함께 서리스의 몸이 아래로 기울었고, 주위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서리스 형?!”

놀란 제로가 서리스를 붙잡으려 했을 때 그는 그 손을 굳이 붙잡지 않았다.

대신 서리스는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로 그에게 말했다.

“제로, 혹시나 당하지 말고 잘 버티고 있어라.”

의미 모를 말이었다.

하지만 제로는 서리스가 무슨 생각이 있음을 눈치채고 손을 멈췄다.

그러는 사이 서리스는 절벽 아래로 떨어져 착지했다.

위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제로가 아마 잘 정리해 줄 거다.

“아카펠, 서발광.”

두 사람을 부르자 약간 어색한 표정인 두 사람이 나타났다.

아까 전 절벽을 무너트린 건 아카펠이었다.

“숨을 거면 제대로 숨지 그랬냐.”

괜히 서리스에게 미안해서 못 그랬던 거겠지.

“미안하다.”

아카펠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너에게 중요한 자리란 건 알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괜찮아. 라파즐리 선배가 꼬신 거란 건 잘 아니까.”

서발광과 아카펠은 라파즐리에게 붙은 것이다.

“……서리스, 네가 청랑호법이 되기 전에.”

“딱 한 번 진심으로 해보고 싶었어.”

아카펠의 말을 서발광이 받았다.

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어떻게 보면 서리스를 배신한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한 번 서리스와 진심으로 겨뤄 보고 싶었다.

서리스는 강자다.

그리고 그 이전에 동기이면서도 두 사람의 스승과 같은 사람이었다.

서발광에게는 은사였고.

아카펠에게는 마음속 라이벌이었다.

두 사람에게 있어서도 서리스는 뛰어넘고 싶은 벽이었다.

‘오르지 못할 벽이라도 올라야 할 때가 있다.’

서리스가 청랑호법이 되면 지금과 같이 마냥 같은 동기로서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서리스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갈 것이다.

청랑호법이 아닌 더 위로 올라갈 서리스와 맞서 볼 수 있는 순간은.

두 사람에게는 오직 지금 밖에 없었다.

서리스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을 테니까.

둘의 눈을 보고 서리스는 왜인지 웃음이 흘러나오는 것을 참았다.

대견하다면 대견하고.

“둘 다 뭘 그렇게 신경 쓰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두 사람의 인생에서 이만큼이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강자가 된 것이 기뻤다.

사아아―

스산한 바람이 숲속을 스쳐 지나갔다.

아카펠과 서발광이 고개를 들었을 때 서리스의 손아귀 위에는 그림자 검이 쥐어져 있었다.

서리스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흉흉한 별빛이 아카펠과 서발광의 몸을 비췄다.

빛이 닿는 것만으로 두 사람의 몸이 동시에 움츠러들었다.

몸으로 직접 체감되는 압도적인 별 앞에 두 사람은 무심코 뒷걸음질을 쳐 버릴 뻔하였다.

“할 거면 어디 진심으로 해 봐.”

오싹한 기운이 감돌았다.

서리스를 적으로 두니 알겠다.

그와의 차이가 그간 얼마나 많이 벌어졌는지.

서리스는 처음 만날 그날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보다도 강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노력한다.

‘그래서지.’

‘그래서야.’

서발광과 아카펠, 두 사람의 눈동자가 동시에 반짝였다.

그래서 서리스와 더욱 해보고 싶은 거다.

그와 겨뤄 보고 싶었다.

그를 통해 지금 자신들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언젠가 서리스의 옆에 서 있기라도 하고 싶기에.

두 사람은 서리스를 향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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