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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니엄 검황가 셋째 도련님-18화 (18/275)

18화

서리스가 시험관에게 대련을 요청하는 순간 아카펠은 두 귀를 의심했다.

지금 자신이 무슨 이름을 들었던 거지.

‘펜타니엄 서리스?’

저 녀석이 그 서리스라고?

아카펠은 그 자리에서 굳은 채 움직이지를 못했다.

경악이 그의 얼굴을 물들였다.

작년 초.

아카펠은 서리스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했다.

돼지같이 뒤룩뒤룩 살찐 채 여자에게 치근덕거리던 그는 너무도 볼품없었으니까.

하지만 다시 만난 서리스의 모습은 달라져도 너무 달라져 있었다.

늠름한 어깨, 커다란 키, 압도적인 체격과 함께 느껴지는 백전노장의 기운.

자신과 같은 나이인게 의심할 정도인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럴 리가.’

하지만 아카펠의 기억 속 서리스의 얼굴과 지금의 서리스의 얼굴은 유사했다.

모습이 너무 달라져서 못 알아차렸을 뿐 서리스라고 인식한 순간, 서리스로 보인 것이다.

이지스의 말이 떠올랐다.

‘직계 삼남, 느낌이 많이 바뀌었어. 아마 직계 서열도 바뀔 거야.’

소가문 회의를 다녀온 이지스가 했던 그 말.

그저 흘러들었을 뿐인 그 말이 전부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서리스, 그 자식을 형 취급했다는 건가.

‘윽.’

아카펠은 입술을 깨물었다.

저쪽은 자신을 이미 진작 알아보았을 텐데 얼마나 비웃었을까.

아카펠은 모욕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마치 불이 붙은 눈으로 서리스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 아는 주제에 사람을 우롱해.’

서리스의 상황을 모르는 아카펠의 오해가 엉뚱한 방향으로 향했다.

아카펠은 서리스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할 거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는 울드렌이었던 서리스 입장으로서는 아카펠의 존재를 전혀 알 수가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건 아카펠도 마찬가지로 도저히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두고 보자고.’

모욕감을 느낀 아카펠이 몸을 획 하니 돌려 강당 밖을 걸어 나갔다.

대가문 직계라고 소가문을 무시한 서리스에게 본대를 보여 줄 것이다.

아카펠이 강당을 걸어 나갔을 때 시험관은 서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펜타니엄 서리스, 이번 시험 중 유일한 직계.

당연히 시험관 엑포드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자신이 직접 말했다.

레일로에 있는 청랑단원을 쓰러트리고 오라고.

당연하지만 시험관인 엑포드도 청랑단원.

시험 내용에 포함된다는 소리다.

“이번 지원자 녀석 중에 간이 부은 녀석이 있군.”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포함이 된다는 것이지 그걸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놈은 없는데.

이놈은 그걸 했다.

‘펜타니엄 직계라더니.’

차갑기 그지없던 엑포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엑포드는 지금 나간 52기수보다 2기수나 빠른 50기수다.

당연히 오늘 모인 청랑단 중에서 가장 강자.

그런 자신에게 이렇게 도전장을 내밀었단 건.

‘청랑단이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지?’

미친듯한 재능을 지닌 펜타니엄이라고 할지라도 지금은 햇병아리.

“좋다. 상대해 주마.”

아무래도 콧대를 눌러 줘야 할 듯싶었다.

그는 단상 위에서 내려와 서리스 앞에 섰다.

“펜타니엄 직계라면 무기는 따로 준비해 줄 필요 없겠지.”

직계임을 알아도 당당한 태도.

청랑단에서 신분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

그렇기에 입단 희망을 하는 시점에서 신분 따위 따지지 않고 상대하는 게 당연했다.

“시험관님은 맨손이신데 괜찮으시겠습니까.”

“하, 우습게 보지 마라.”

엑포드는 정장 사이로 드러난 다리를 한 차례 휘둘러 보였다.

그 순간 고작 휘두름만으로 생겨난 돌풍이 서리스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이래도 맨손 타령을 할 테냐?”

“이미 지니고 계셨군요. 그럼.”

서리스도 봐줄 필요 없겠다는 듯 손을 옆으로 옮겼다.

서리스의 그림자가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일식(一式)

청운귀명(淸雲鬼銘)

사아아.

기분 나쁜 울음의 바람이 서리스의 그림자 속에서 들려왔다.

서리스의 발아래 그림자가 솟구친 그 순간 그의 손에는 칠흑의 검 한 자루가 들려져 있었다.

모든 빛을 빨아들이듯 새까만 검날 위로 세 개의 별이 번뜩이자 엑포드도 눈이 흔들렸다.

‘무슨 출력이냐. 별이 어떻게 되먹었기에.’

대체 얼마나 가문별에게 축복을 받아야 저 정도 출력이 나오는 걸까.

펜타니엄 직계라는 건 정말 다른 족속이라는 기분을 느낀 채 엑포드는 다리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16살 꼬맹이.

실전 경험도 살아온 세월도 이쪽이 훨씬 앞선다.

‘대련만 하고 살아왔을 녀석에게 진짜배기 강자가 뭔지 보여 주마.’

“그럼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서리스의 물음에 엑포드는 처음으로 씨익 하니 웃었다.

“덤벼라.”

시작과 함께 서리스는 검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엑포드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을 때.

서리스는 검을 뽑을 때부터 모았던 별을 전력으로 휘둘렀다.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사식(四式)

청운반월섬(淸雲半月殲)

콰가가가가가각!

강렬한 소음이 모두의 귓가를 때렸다.

반월의 형태로 이루어진 그림자 검격이 대기를 갈기갈기 찢으며 날아든 것이다.

‘썩을?!’

엑포드는 순식간에 코앞까지 다가온 검격에 급히 발아래 그림자를 일으켰다.

치솟은 그림자가 엑포드의 다리를 휘어 감아 칠흑으로 새까맣게 물든 순간.

그의 다리가 원을 그렸다.

청운귀명(淸雲晷銘)

무투식(武闘式)

귀섬각(晷嬐脚)

쩌엉!

엑포드의 다리와 검격이 부딪친 순간 울린 대기의 진동이 울려 퍼졌다.

튕겨 나간 검격이 강당 벽을 무너트리자 엑포드는 식은땀을 흘렸다.

터무니없는 별 출력으로 내지른 검격.

엑포드는 다리에서 올라온 저릿한 충격에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리 급하게 별을 일으켰다고 해도 청운귀명으로 강화했다.

그럼에도 이런 충격이 왔다.

서리스의 공격은 응수하지 않고 피해야 할 수준이었다.

‘저놈 진짜로 죽이려고 휘두른 거지.’

적당히 손봐줄 생각이었건만, 그는 곧 생각을 완전히 고쳐먹었다.

“아, 저희 가문별을 새기신 분이군요.”

“왜 직계 눈에는 인공적으로 새긴 별문신이 우습나?”

“아뇨. 전력으로 해도 되겠다 싶어서요.”

방금 건 전력이 아니었다 이건가.

“그래, 전력으로 하는 게 후회는 안 될 거다.”

이제는 눈빛이 완전히 바뀐 엑포드가 발을 내밀었다.

그 순간 그의 발아래 그림자가 나타남과 함께 그가 바닥을 미끄러지듯 달려들었다.

후욱!

날아든 발차기가 서리스의 가슴팍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발차기 특유의 큰 동작의 틈을 노리고 서리스가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퍼억.

서리스는 어느샌가 다리에 머리를 얻어맞아 휘청거렸다.

“방심하지 마라.”

그러나 정신을 잃을 틈은 없었다.

휘두른 발을 멈추지 않고 준비 자세 없이 연거푸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그림자를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었나.’

마치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듯 바닥을 마찰력 없이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

거기에 더해 엑포드의 발차기는 일반적인 발차기보다 연격이 빨랐다.

사실상 준비 동작도 거의 없이 날아드는 발차기에 서리스는 솔직하게 감탄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련.

상대에 대한 평가는 나중 일이다.

콰앙!

휘둘러진 서리스의 검과 엑포드의 다리가 부딪쳤다.

검과 다리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한 울림 속.

서리스의 검이 마치 거대한 파도 마냥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청운귀명도(淸雲晷銘刀)

이식(二式)

청운귀검로(淸雲晷劍路)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격 속에 엑포드의 다리도 흐름을 타고 미친 듯이 휘둘러졌다.

엑포드는 청운귀명도를 재해석해 만든 청운무투를 익혔다.

검과 그림자 공명의 집중해야 하는 청운귀명도와 달리 청운무투는 무투술을 위한 육체 단련이 주다.

당연히 체력 쪽에서는 엑포드가 훨씬 우위일 테지만.

“크윽?!”

연격 속에서 먼저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뱉은 것은 다름 아닌 엑포드였다.

한계까지 휘둘러진 다리가 저릿저릿하게 울렸다.

서리스의 체력은 끝이 보이지를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체력인지.

남들보다 큰 체격은 장식이 아니라는 양 서리스는 체력까지 괴물이었다.

‘별 출력은 둘째치고 몸까지 이렇다고?!’

자신이 체력에서까지 밀렸다는 사실에 경악한 엑포드는 이를 악물었다.

어쩔 수 없다.

연격을 받아칠 수 없다면 연격을 통째로 끊어낼 만큼 강한 기술을 쓰는 수밖에.

‘지원생 녀석에게 쓸 만한 기술은 아니지만.’

엑포드의 다리 근육이 급격하게 수축함과 함께 목 뒤에서 별빛이 끌어 올랐다.

‘이만한 실력을 보여 줬으면 확실하게 응수해 주마!’

딱 한 타이밍.

서리스의 검이 이어지는 그 찰나.

엑포드의 다리가 바닥을 내리찍었다.

쿠웅!

그 순간 엑포드의 발아래 그림자가 마치 용이 승천하듯 그의 다리를 휘감았다.

그렇게 다리 전체가 새까맣게 물든 그 순간.

전력을 담은 올려 차기가 서리스를 향해 내질러졌다.

청운귀명(淸雲晷銘)

무투식(武闘式)

청운룡천각(淸雲龍天脚)

새까만 그림자 용이 서리스의 머리를 향해 내질러졌다.

피할 틈은 없다.

연격이 이어지는 틈을 타 내지른 일격이었으니까.

엑포드가 승리를 확신했을 때.

서리스의 인영이 사라졌다.

“뭣!?”

정확히는 발아래 그림자가 서리스를 마치 빙판 위에 있는 것처럼 미끄러트린 것이지만.

엑포드의 눈에는 한순간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엑포드는 경악했다.

자신이 사용하던 기술과 똑같은 그림자 운용을 서리스가 행했기 때문이다.

‘그걸 한 번 보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속.

미끄러지듯 쓰러진 덕에 서리스가 가까스로 엑포드의 일격을 피했다.

콰앙!

내질러진 그의 다리에서 용솟음친 그림자가 강당 천장을 부쉈다.

그 탓에 부서진 천장을 뚫고 내려온 햇빛이 서리스를 강렬하게 비추었다.

큰 기술을 위해 하늘 높이 들어 올려진 엑포드의 다리.

그리고 이미 다음 자세를 마친 서리스.

무척이나 짧은 틈이지만.

공방에서 그 짧은 틈은 커도 너무 컸다.

서리스의 기세가 변했다.

이번에는 서리스의 별빛이 마치 후광과 같이 떠올랐다.

밤하늘을 빛내듯 거세게 빛난 그의 별빛은 육체로 스며들고.

그의 근육이 어느 때보다 거칠게 부푼 그 순간.

천둥소리가 대기를 찢어발겼다.

금강잔월(金强虥狘)

벽산(霹山)

한계까지 몰아친 육체가 벼락과 같이 내지르듯 휘둘러진 검 앞에.

급하게 자세를 고치던 엑포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콰앙!

벼락에 맞은 엑포드가 날아가 강당 벽에 거칠게 부딪쳤다.

후둑 하고 무너진 벽 일부가 휘날렸다.

모두가 소리 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때.

그 사이로 기절한 엑포드가 보였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청랑단원 시험관 엑포드가 고작 지원자 따위에게 패배한 것이다.

“사람을 햇병아리 취급해서 쓰나.”

그리고 서리스의 목소리가 조용하게 강당에서 울려 퍼졌다.

‘미안하지만 햇병아리 취급당하기에는 경험도.’

이쪽이 우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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