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권력을 위해서는 혈육도 죽일 수 있다. >
“제2호위대군 궤멸!”
콰앙~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 어떻게···.”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산발 머리가 바람에 흩날리듯 흔들렸다. 방금 대한민국 외무부에서 일본 대사에게 일본 정부에 보내는 통고가 들어온 것이다.
“일본 정부에 보내는 대한민국 정부의 통첩.
1, 대한민국 정부는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우리의 바다에 쳐들어온 일본 해상자위대 제2호위대군을 대한민국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한다.
2, 하여 2002년 9월 17일, 일본 제2 호위대군을 모조리 격침 시켰다.
3, 제2호위대군의 격침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이다.
4, 한국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하여 일본 정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 배상금을 요구한다.
5, 배상금은 1조 달러로 한다.
6.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하여 일주일 내에 답변하기 바란다.
7, 만약 답변이 없을 시 대한민국은 이번 제2호위대군의 침공을 전쟁으로 규정할 것이며 그에 상응한 보복을 일본은 받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외무부 장관 혁천세.
2002년 9월 18일.>
”이런 건방진 조센징들, 감히 이딴 소리를 지껄이다니?“
고이즈미 총리는 분통이 터졌다. 한국이 언제 일본에 이런 강경한 발언을 했던가?
한국은 해군이 약해서 일본에 항상 한 수 지고 들어갔다.
독도만 해도 아무리 일본이 엄청난 발언을 해도 한국 국내에서만 분노해서 떠들 뿐이었다.
그런데 이건 뭔가? 만약 답변이 없을 때에는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고이즈미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당장 모든 호위대군을 끌고 한국을 침략하고 싶었다. 못할 것도 없다. 현재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예전 해상자위대의 5배에 달하는 전력증강을 이루었다.
또한, 그렇게도 원하던 핵탄두를 만들었다. 핵탄두를 만들었을 때 일본의 모든 수뇌는 눈물을 흘리며 반자이를 외쳤다.
이제 일본 앞에 거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2차대전 때처럼 핵폭탄을 맞을 일도 없어졌다.
그런데 한국이 2차 대전 때 보다 수십 배나 강해진 일본에 대들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한국을 점령해야 한다!‘
문제는 제2호위대군의 전멸이었다. 단 한 명의 자위대원도, 단 한 척의 경비함도, 단 1기의 전폭기도 살아오지 못했다.
그 때문에 제2호위대군이 어떻게 해전을 치렀는지, 어떻게 모두 격침당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걸 왜 모르느냐고? 일본은 한반도를 감시하는 정찰 위성이 있지 않는가고?
있다. 한 대도 아니고 5대나 있다.
그런데 딱 해전이 벌어졌던 그 시간의 동해바다에 대한 기록이 정찰위성에 없다.
아예 그 시간의 동해는 회색빛 사진과 영상만을 보내왔다.
한데 일본의 정찰 위성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중국과 러시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강대국들의 위성들도 마찬가지다.
딱 그 시간대의 동해바다는 아무것도 찍히지도 촬영되지도 않았다.
’분명 조센징들의 농간이다!‘
”조사부장,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는가?“
”하이, 한국 내에 있는 우리 측 스파이들에게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만 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총리 각하.“
일본 방위성 조사부장 히데키가 부동자세로 보고했다.
어떤 장비로 한국이 무슨 짓을 해서 그 막강한 제2호위대군을 격파했는지 알 수 없으니 스파이들을 움직여 알아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어떤 정보도 들어 온 것이 없다.
”분명 한국이 무슨 짓을 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엇을 했는지 모르고서는 우리의 이번 전쟁을 더 전진시킬 수가 없다.
놈들은 막강한 제2호위대군을 전멸시켰고 위성들마저 먹통을 만들어 버렸다. 반드시 알아내라. 모든 정보부서는 이일을 최우선으로 해라. 알겠는가?“
”하잇!“
일본정보국들이 모든 스파이들을 움직였다.
그동안 절대 움직이지 않던 해묵은 첩자들마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는 골머리를 앓았다.
미국 워싱턴.
”거참, 이건 꼭 도깨비가 장난을 친 것 같군!“
제43대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는 정찰 위성이 보낸 영상을 보면서 기가 막혀 했다. 한국해군과 일본 제2호위대군의 해상결전이 벌어진 그 시간의 영상만 희뿌옇다.
”아무래도 한국 정부가 새로운 장비를 갖춘 것 같습니다. 그것도 정찰 위성의 카메라를 가릴 수 있는 특수한 장비를 말입니다.“
NASA에서 불려온 매크리스박사가 하는 말이다. 그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과학자다.
또한, 인공위성과 전자과학 분야에서 세계의 선두에 선 사람이다.
”박사는 한국이 우리 미국도 아직 만들지 못한 그런 장비를 만들었다고 확신합니까?“
부시 대통령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러자 매크리스박사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한국은 전자분야에서 강자입니다. 그런데 만약 한국이 시베리아와 손을 잡았다면 가능합니다.“
”시베리아요?“
부시가 눈이 커지며 물었다. 그러자 박사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가 알기로 시베리아 합중국에는 다이아몬드 연구소라는 과학기관이 있습니다. 과학자만 거의 1만 명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그들 중에 진짜 핵심이 있는데 다섯 쌍둥이 천재들입니다. 그 천재들과 한국의 뛰어난 과학자들이 손을 잡는다면 생각지 못한 장비를 만들 수도 있지요.
서로 모자라는 것은 보충해줄 수 있을 테니까요!
더구나 한국 과학자들과 그 다섯 천재는 같은 민족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번 일에 시베리아 합중국이 개입했다고 볼 수도 있겠군!“
부시가 중얼거리는 말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이건 물론 나, 개인의 생각일 뿐입니다.“
”아니, 박사님의 말이 옳은 것 같습니다.“
부시가 머리를 끄덕이며 집무실을 빙빙 돌았다.
그러다가 우뚝 멈추어 서더니 물었다.
”정보국장. 한국이 일본을 공격할까?“
그러자 그때까지 말없이 앉아 있던 CIA 국장 로버트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전쟁이 일어납니다. 한국에게는 제2호위대군의 침입이라는 훌륭한 명분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전쟁이 일어나면 일본은 망할 것입니다. 대통령 각하.“
CIA 국장 로버트의 단언하듯 한 말에 부시의 눈이 커졌다.
”일본이 망한다? 그것도 한국에게···.“
”예. 망합니다. 한국 단독이라면 몰라도 그들 뒤에 시베리아 합중국, 더 정확히 말하면 이준이 있습니다.
그렇게 놓고 보면 한국은 핵탄두는 물론 중성자탄도 가진 셈이지요!“
그러자 부시의 눈이 더욱 커졌다.
”아니, 아무리 이준이 한국계라고 해도 국가의 전략자산을 그렇게 함부로 내준단 말이오?“
그러자 CIA 국장 로버트가 빙그레 웃었다.
”각하. 일본과 중국, 러시아가 삼국동맹을 맺었습니다. 그리고 시베리아를 침공하여 멸망시키기 위해 지난 7년 동안 무력증강에 박차를 가해왔습니다.
우리 미국은 그것을 알고 있었죠. 일본이 핵탄두를 제조해도 모른 척 눈감아 주었습니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를 이용하여 시베리아 합중국과 싸워 서로 힘이 약해질 것을 은근히 기대한 것이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늘 그래왔듯이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미국을 바싹 추격해오는 국가들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나라의 발전을 막았다.
그래야 미국이 늘 초강대국으로 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본, 중국, 러시아 삼국이 서로 손을 잡고 삼국동맹을 비밀리에 맺은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척했다.
그 삼국이 지금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시베리아 합중국을 멸하려 하기 때문이었다.
삼국동맹에 시베리아 합중국을 멸하든 아니면 싸우다가 네 나라 모두 막대한 피해를 보아도 좋았다. 엎어지든 자빠지든 미국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해보셨습니까? 대통령 각하.“
”어떤 생각 말인가?“
”러, 중, 일 삼국동맹 체결을 알고 대한민국과 시베리아합중국도 비밀리에 동맹을 맺었을 수 있습니다. 각하.“
”동맹을? 한국과 시베리아가?“
만약 그렇다면 이번 전쟁은 그냥저냥 한 전쟁이 아니다. 어느 한쪽이 망하든가, 아니면 5개 나라가 모두 전쟁의 피해로 삼류국가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었다.
일본, 중국, 러시아의 삼국동맹도 강하지만 한국과 시베리아 두 나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었다.
’이건 우리 미국에 유리한 일이다!‘
”그들이 전쟁을 하면 우린 어느 편을 들면 좋겠는가?“
”아직은 편을 들 이유가 없습니다. 저들이 치고받다가 기진맥진했을 때 우리 미국에 유리한 국가를 슬쩍 도와주면서 숟가락을 올려놓으면 됩니다.“
”그래, 그게 아주 좋겠어. 후후후!“
부시는 웃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
러시아 모스크바 크레믈리.
”국장. 네가 어떤 죄를 지었는지 알고 있나?“
”예. 알고 있습니다. 각하.“
드넓은 집무실 내부, 그곳에 푸틴이 서 있고 그 앞에 러시아정보국(FSB) 국장 세르게이 보차코프가 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다.
”놈이 그 전쟁 계획서를 사라에게 넘겼는가?“
오늘 러시아 FSB의 방첩부장인 안드레이 파닌이 시베리아로 탈출했다.
뜻밖에도 놈은 CFSB(시베리아 합중국 국가정보국) 국장 사라 푸틴이 아주 오래전 심어 놓은 스파이였다.
그런데 이번에 그는 삼국동맹의 시베리아 침공서를 빼냈다. 그리고 USB에 담아서 급하게 러시아를 탈출했다. 정보를 빼내다가 정체를 들킨 것이다.
그 때문에 시베리아정보국에 연락도 취하지 못하고 밤낮으로 쫓기는 중이었다.
하지만 놈이 시베리아정보국장 사라 푸틴을 만나 USB를 넘기면 큰일이다.
그럼 지난 7년 동안 삼국이 한 일이 모두 드러날 것이고 작전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또한, 군대의 위치를 옮기고 수많은 무기를 새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러자면 엄청난 시간이 든다. 가장 피해가 적은 일은 놈이 사라 푸틴과 만나기 전에 죽여 입을 봉해야 한다.
”지금 누가 추격하고 있는가?“
”쵸르나야 미스니크 1개 부대가 추격하고 있습니다.“
초르나야 미스니크! 검은 도살자란 뜻이다.
검은 도살자들은 푸틴이 집권하면서 예전 소련의 KGB가 운영하던 살인 제거부대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그들은 늘 지옥의 훈련을 하며 어떤 극한의 조건 속에서도 목표를 반드시 죽이는 살인 기계들이다.
그래서 그들 부대의 이름을 초르나야 미스니크, 바로 검은 도살자라고 지은 것이다.
”그들이라면 반드시 척살하겠군!“
푸틴이 마음이 놓인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데 사라 푸틴과 만나기 전에 제거하면 별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라 푸틴을 만나 USB를 넘긴 다음에 죽이게 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말에 푸틴의 두 눈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사라 푸틴은 자기의 친딸이다. 한때는 아들보다 더 사랑을 주었던 자식이 바로 사라 푸틴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시베리아 합중국 CFSB의 국장이다. 또한, 이준의 여자이며 이준에게 충성하는 정보국장이다.
그녀는 이미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아버지를 버린 여자이다.
푸틴이 차갑고도 똑똑한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같이 죽여라. 사라는 이미 내 딸이 아니라 시베리아정보국장이다. 알겠나?“
”예썰!“
그리하여 스파이를 추격하는 검은 학살자들에게 긴급통신이 날아갔다.
”스파이와 접선 장소에 사라 푸틴이 나오면 그녀도 함께 죽여라. 불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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