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포세이돈의 작살. >
“저, 저게 어떻게 된 일이냐?”
플라즈마 폭탄에 제2호위대군의 기함이 녹아내리는 것을 본 모든 함장이 기겁했다. 특히 제2호위대군 제6호위대 제독 스키다 토모카즈일등해좌(준장)는 얼굴색이 흰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스키다 토모카즈일등해좌는 똑똑히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푸른 바다에서 날아온 플라즈마 폭탄을! 그렇다고 잠수함에서 날아온 것도 아니다.
또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서 플라즈마 폭탄이 날아온 것도 기겁할 일이지만 플라즈마 폭탄의 위력이었다.
플라즈마 폭탄은 제2호위대군의 기함 “쿠라마호”를 순식간에 쇳물로 녹여 버렸다.
그것을 스키다 토모카즈 일등해좌만이 아니라 제2호위대군의 제2호위대와 제6호위대의 장교와 병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제, 제독님, 어떻게 하죠?”
제6호위대 기함 “공고호”의 함장 다이고 고타로이등 해좌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단 몇 분 동안에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하늘의 모든 전투기와 폭격기, 초계기를 초토화한 적들이다.
곧 저들의 공격은 자기들, 제2호위대군 소속 제6호위대와 제2호위대를 공격할 것이 분명했다.
이미 제2호위대군의 기함 “쿠라마호”가 미사일 한 발도 쏘아보지 못하고 쇳물로 녹아 사라져 버렸다.
또다시 플라즈마 폭탄이 날아오면 막아낼 수 있을까? 당연히 막을 수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이미 모든 해상 자위대원들은 멘붕 상태다.
또다시 공격을 받으면 해상 자위대원들은 멘탈이 붕괴하여 스스로 항복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회군한다! 지금 즉시,”
“하잇!”
공고호의 함장 다이고 고타로이등 해좌와 장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실상 지금 자위대원들은 싸울 생각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상황이다.
적의 전력이 어떤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는 치욕스럽지만 도망 쳐서라도 제2호위대군을 보존해야 했다.
“제6호위대는 지금 즉시 회군한다. 함선을 돌려라.”
<하이!>
“제2호위대도 회군한다. 즉시 뱃머리를 돌려라!”
“하이!”
살았다! 68척의 제2호위대군 소속 제2호위대와 제6호위대의 전함이 뱃머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한민국 해군 제1기동함대가 허락하지 않는 한 1척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도망치겠다? 누구 맘대로!”
제1기동함대 사령관 민도준대장이 가소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명령을 내렸다.
“포세이돈 순양전함들은 지금 즉시 6호위대와 2호위대를 바닷속에 수장시켜라.”
“예썰!”
포세이돈 순양전함은 총 6척이다. 포세이돈 순양전함은 플라즈마 폭탄을 발사하는 발사기와 1,000발의 미사일을 싣고 있는 35,000톤급의 괴물이었다.
“1,2,3호는 제2호위대를, 4,5, 6호는 제6호위대를 공격하라.”
“예!”
“포세이돈 순양전함” 전대장 최원혁소장의 명령이다.
하지만 순양전함은 이미 모든 목표를 자동 조준하고 있던 상황이다.
“목표 일본 해상자위대 제6호위대, 발사!”
“목표. 일본 해상자위대 제2호위대, 발사!”
순간, 오른쪽에 장착된 대함미사일 10기가 흰 가스를 뿜으며 쏘아져 나갔다. 이번에 개발한 한국형 신형 함대함 미사일 KAX-30형이다.
KAX-30형은 대함 미사일로 전장 6, 5미터, 중량 2.5톤, 사정거리는 1,000Km이다. 발사된 KAX-30형 함대함 극초음속 미사일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속도가 마하 5 이상이어서 지구상 어느 곳이든 1~2시간 내 타격이 가능하다.
또한 고도와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비행 궤적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에 현재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으로는 탐지 및 요격이 매우 어려워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나 마찬가지다.
6대의 “포세이돈 순양전함”들에서는 첫 발사 후 2초 간격으로 연이어 30발을 발사했다.
제2호위대군의 전함들은 총 68척, 포세이돈 전함들은 1척이 3대의 전함들을 맡았다. 그리고 1척당 10발씩 30발을 발사한 것이다.
“미사일, 미사일이 날아옵니다.”
해상자위대 제6호위대 제독 스키다 토모카일등해좌는 사령실을 울리는 외치는 소리에 두 눈을 부릅떴다.
이제야 적이 어디에 있는지 눈치챘다.
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한국해군 제1기동함대는 은페막을 해제했다.
더는 숨어 있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제1기동함대의 전투서열을 본 스키다 토모카즈일등해좌는 정신이 아찔했다.
은폐막이 사라진 푸른 바다 위에 대한민국 해군 제1기동함대의 각종 군함 112척이 당당하게 떠 있었다.
각 함선 위에서 펄럭이는 태극기! 지금 미사일을 발사하는 함선들은 단 6척의 포세이돈 순양전함뿐이라는 것을 그때야 알 수 있었다.
나머지 함선들은 그저 강 건너 불 보듯 구경만 하고 있다.
순양전함 6척만으로도 68척의 해상자위대 제2호위대군은 전멸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어떻게, 어떻게 저런 대함대를 건조하고 있다는 정보를 몰랐단 말인가?'
지금 시대는 하늘에 수백 개의 위성이 떠서 국가마다 서로를 감시한다.
그러니 아무리 숨어서 건조한다 하더라도 비밀은 새어나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대한민국은 반도 국가인 작은 나라다.
일본과 미국, 중국, 러시아 위성들이 한반도의 움직임을 24시간 살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저런 대함대를 건조하는 것을 몰랐다.
그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스키다 토모카즈 일등해좌였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그들이···.”
“누구 말입니까?”
공고호의 함장 다이고 고타로이등해좌가 물었다.
“그래. 그자야, 시베리아합중국의 최고 의장 이준, 그자가 한국해군의 건조를 도왔을 것이야!”
“아, 이준!”
공고 함장 다이고 고타로이이등해좌도 비명처럼 중얼거렸다.
시베리아합중국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의 하나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우랄산맥 동쪽을 모두 자기 땅으로 만든 자, 이준! 그뿐인가?
중국과의 전쟁에서는 만주와 내몽골, 베이징과 천진, 산서성과 하북성, 산동성을 시베리아합중국의 영토로 만들었다.
또한, 배상금 1조 달러도 받아냈다. 그것만이 아니다. 국제금융카르텔의 요구대로 그들이 시베리아합중국에 은행설립을 인가해 주었다.
대신 이자 없는 투자금 6조 달러를 받았다. 그 돈을 경제와 국민복지에 투자하여 시베리아합중국은 가장 부유하고 가장 잘사는 나라가 되었다.
그런 이준이 바로 조센징이다.
비록 국적은 시베리아 합중국인지만 그는 엄밀히 말해서 한국계 시베리아인이다. 그자가 도와줬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과학자와 선박기술자를 보유한 국가다. 거기에 돈만 있다면 저런 함대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돈은 이준에게 얼마든지 있다. 또 시베리아의 광대한 영토에는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도 많다.
그런 곳에 비밀 터널을 만들고 전함건조를 해냈다면 누구도 알 수 없다.
“이제 알겠군! 범인은 바로 그자, 이준이야! 이준이 한국을 도와 저런 함대를 만들었어! 칙쇼!”
그는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다시는 분노할 수도 고함을 지를 수도 없었다.
10기의 한국형 미사일, KAX-30형이 날아와 공고함을 명중한 것이다. 이지스시스템이 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하지만 한 번에 천 개의 목표를 추적하고 단번에 100기의 미사일을 격추한다는 이지스시스템도 소용이 없었다.
마하 7 이상의 속도로 쏘아져 오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마하 0.97의 속도인 요격 탄두로는 절대 잡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달리는 토끼를 잡겠다는 자라의 어리석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꽈꽈꽝, 꽈꽝, 꽈꽝, 꽝꽈꽈꽝~
바다가 폭발의 아우성에 뒤덮였다. 미처 어떻게 해볼 새도 없이 68척의 해상자위대 군함이 불길에 휩싸였다.
“아악. 으아악!”
해상자위대원들의 비명이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10기의 미사일에 직격당한 함선들이 허리가 두 동강이 나거나 갈가리 찢어져 폭발했고 굉침했다.
눈치 빠르게 바다로 뛰어든 해상자위대원들은 침몰하는 배들의 회오리에 휩쓸려 바다로 빨려 들어갔다.
“이, 이게 무슨···.”
모두 죽을 각오로 일본 해상자위대를 막으려던 한국해군 제1함대장 권일수 중장은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바다에서 플라즈마 폭탄이 날아가고 하늘에서는 레이저빔이 일본 자위대 공군을 휩쓸어 버렸고 바다에서는 제2호위대군의 기함 “쿠라마호”를 녹여 버렸다.
그리고 수백 발의 미사일이 하늘을 뒤덮으며 거대한 함대가 나타났다.
그것도 모두 대한민국의 국기를 펄펄 휘날리면서!
“함대장님, 전화입니다.”
“전화?”
“예. 대한민국 해군 제1기동함대 사령관님이라고 하십니다!”
“대한민국 해군 제1기동함대?”
중얼거리며 수화기를 받아든 권일수중장이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해군 제1함대장 중장 권일수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해군 제1기동함대 사령관 민도준대장이다. 권일수중장, 나는 대한민국 해군 대장으로서 목숨을 걸고 일본 해상자위대를 막으려던 제1함대의 모든 장교와 수병에게 감사를 드린다.>
“충, 성!”
힘차게 외치는 권일수중장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나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것은 살아났다는 기쁨보다 대한민국에 저런 강대한 기동함대가 창설되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만세. 만세. 제1기동함대 만세!”
“대한민국 만세!”
제1함대 장교들과 수병들이 서로 그러안고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불렀다. 대한민국 해군도 절대 약하지 않다는 것에 그들은 눈물을 줄줄 흘리는 것이다.
그때 하늘에서 선회하던 해상초계기(P-3C)에서 제1기동함대 사령관 민도준대장에게 보고가 들어왔다.
<사령관님. 수중에 해상자위대 잠수함 52척이 도망치고 있습니다.>
“모두 격침 해라.”
<예썰!>
하늘을 빙빙 돌며 경계를 하던 해군 제1기동함대 소속 신형 P-3C들이 일제히 청상어-2 미사일을 발사했다.
쯍쯍쯍쯍쯍쯍~
새하얀 가스를 뿜으며 쏘아진 미사일들이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신형 청상어 미사일-2는 탄두 지름 45㎝, 길이 3.7m, 무게 380kg, 속도 45노트(시속 83Km.)이다.
신형 청상어-2 미사일은 빔 조향기술을 적용한 능동형 소나로 잠수함을 탐지하며 탐지거리는 사방 60km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적의 3중 선체를 파괴할 수 있는 지향성 탄두는 2.5m의 철판을 관통할 수 있다. 그야말로 무서운 잠수함 킬러가 바로 신형 청상어-2 미사일이다.
“미사일, 아니, 어뢰가 다가옵니다.”
감시수의 외침에 도망치던 해상자위대 잠수함 함장이 놀라 외쳤다.
“어디까지 왔,”
콰앙~
엄청난 폭발 소리와 함께 잠수함이 폭발했다. 미처 비명을 지를 새가 없다. 엄청난 압력으로 청각이 파괴되고 온몸이 터져 나갔다.
동해의 푸른 바다에 해상자위대 잠수함 수병들의 시신들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피비린내를 맡은 동해의 육식 물고기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신형 청상어-2의 다른 이름은 포세이돈의 작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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