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93화 (92/98)

제93화. 씨앗을 심어라. >

2002년 9월 8일.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구단키타 3-1-1.

검은 상복을 입고 온실에서 키워 파는 벚꽃을 든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있다.

누가 사망했나?

그런데 여기는 아무리 둘러봐도 제2차 대전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금 슬픈 얼굴로 줄을 지어 서 있는 신사 참배자들은 티브이에서 많이 본 얼굴이다.

대체 누굴까? 아, 이제 생각났다.

맨 앞에 서 있는 저 사람이 바로 일본국 제87대 내각총리대신인 고이즈미 준이치로다.

분명하다. 사방에서 기자들이 카메라를 번쩍이며 빛을 내뿜는다.

하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경건한 자세로 흔들림이 없이 서 있다.

지금 그의 머리에는 이틀 전 깊은 밤, 안가 별장에서 벌어졌던 극비 회의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일본국의 정치, 경제, 군사, 사법, 입법의 수뇌다. 또 황궁에서 일왕의 전권을 맡고 나온 궁 내부대신이 일왕의 전권 대신으로 참가하였다.

“자. 이제 올 사람은 다 온 것 같군요. 그럼 시작하죠!”

회의의 시작을 알린 사람은 검은 안경을 쓴 서양인이다.

그는 지금까지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는 국제 금융 카르텔 아시아 담당 전무 이사벨 로스차일드에게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말씀하십시오. 전무님.”

이사벨 로스차일드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서양 미녀였다.

차갑고 도도하지만, 여인의 매력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이사벨 로스차일드!

그녀를 보며 방안의 일본국 수뇌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건 참을 수 없는 수컷들의 본능적인 욕망이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던가?

이방의 모든 사람의 생사여탈권을 쥔 국제 금융 카르텔 일본 담당 전무다.

감히 그녀에게 불경했다가는 누구의 손에 죽는지도 모르고 짹소리도 못 하고 죽는다.

그걸 알기에 속으로 침만 삼킬 뿐이다.

“여러분. 지난 7년 동안 일본은 많이 발전했죠?”

“예. 그렇습니다!”

이사벨 로스차일드의 말은 옳다. 지난 7년 동안 금융 카르텔은 일본에 3조 달러를 투자했다. 그 덕분에 일본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했다.

그동안 미국의 눈치를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일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미국은 일본이 무엇을 만들던 모른척했다.

그때야 일본의 수뇌들은 금융 카르텔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되었다.

핵무기만 해도 그렇다!

미국은 일본이나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려는 눈치만 보여도 강력한 경고를 했다.

그러면 일본도 한국도 핵무기를 만들 생각을 접어야 했다.

핵무기를 만들기 어려워서가 아니다.

한국도 일본도 핵무기를 만들 기술과 과학자는 충분하다.

하지만 만들고 난 후가 문제다. 미국이 주도하는 현 세계에서 경제 제재를 비롯하여 국가는 고립될 것이다.

섬나라인 일본은 국제 사회와 고립되면 그건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손을 뗐다. 하지만 국제 금융 카르텔이라는 신풍이 일본에 불어왔다.

그들에게서 투자되는 엄청난 돈과 일본의 과학기술이 합쳐져 일본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번영을 누리고 있다.

그러니 국제 금융 카르텔은 일본에게 있어서 신풍, 아니, 신이나 마찬가지다.

그 신이, 아름다운 이사벨 로스차일드가 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7년 동안 우리 카르텔은 일본과 중국, 러시아. 그리고 시베리아합중국에 많은 돈을 투자했습니다.”

그러자 모두가 조용해져서 이사벨의 말을 경청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투자하는 것이 이해된다.

그런데 적국인 시베리아합중국에는 왜 투자했을까?

“일본, 중국, 러시아에 투입한 돈의 5배를 투자했죠. 우리가 바라는 것은 5년 이내에 시베리아합중국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인플레를 조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카르텔이 맘먹어서 인플레를 못 일으킨 곳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베리아합중국은 그 많은 돈을 밀어 넣고도 인플레를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또 돈을 갑자기 회수하여 디플레(갑자기 돈이 적어지게 하는 것)도 일으킬 수가 없었습니다.

이 모든 중심에는 시베리아합중국의 의장 아르진 리와 그의 재정참모인 디나 쿠르바코바라는 계집 때문이었습니다.”

분노가 치솟았을까?

아름답던 이사벨 로스차일드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이준은 사라 푸틴에게 명령하여 전국의 은행 지점들에 거미줄 같은 정보망을 만들게 했다.

아무리 도도한 사람도 엄청난 돈 앞에서는 흔들린다.

현대는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돈에 매수되는 자가 엄청 많을 수밖에 없다. 국제 금융 카르텔이 초강대국 미국에서 마음만 먹으면 인플레와 디플레를 일으키는 것은 수많은 은행가와 정치가들, 법을 다루는 자들을 매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베리아합중국에서는 그것이 통하지 않았다.

은행계, 행정, 정치계, 법조계의 수많은 관리들에게 24시간 미행을 붙여 그들의 약점을 국제 금융 카르텔은 잡았다.

그리고 회유했다. 엄청난 돈을 주고 매수한 것이다.

하긴 어떤 관리도 약점을 잡힌 후에는 명예도, 직위도 잃고 감옥에 들어가거나 아내와 자식들이 경멸의 눈으로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때 고위 관리들의 선택은 하나뿐이다. 바로 엄청난 돈을 받고 국제 금융 카르텔의 개로 굴러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국제 금융 카르텔은 시베리아합중국의 정치. 경제. 사법, 입법, 금융계의 거물들을 매수하였다. 7년이나 걸려서였다.

이제는 명령 한마디면 시베리아합중국의 운명을 마음대로 비틀 수가 있었다.

그런데 비밀리에 명령을 내리자 사태는 어이없게 반응했다.

인플레이는 일어나지 않았고 주가도 폭락하지 않았다.

이사벨이 매수했던 거물들은 그녀의 협박 전화에 이렇게 대답했다.

“폭로하세요. 하지만 당신의 손에 있는 그 사진들과 영상들은 CFSB에서 조작한 것들입니다. 당신은 CFSB에 농락당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하죠. 다시는 전화하지 마세요.”

“이 개새끼들이 감히···.”

하지만 이사벨은 단 한 걸음도 시베리아합중국에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이미 그녀는 입국 금지가 되어 있었다.

또한 그녀가 지난 7년 동안 만들어 놓았던 금융 카르텔의 시베리아정보망도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이 모든 것은 아르진 리와 사라 푸틴, 그리고 7년 전 새 금융 참모로 임명된 디나 쿠르바코바의 작품이었다.

“아르진 리. 1회전은 네가 이겼다. 하지만 2회전에서 너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치를 떨며 맹세를 다진 이사벨은 즉시 일본의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이제 일본이 그렇게 바라던 신풍 작전을 시작하세요. 일본이 시작하면 중국과 러시아도 시작할 것입니다.”

“하이!”

그 누구랄 것도 없었다. 별장에 모였던 일본국 수뇌들은 일제히 외쳤다. 이제 일본의 야망을 다시 펼칠 때가 된 것이다.

그러니 별장이 떠나가라 외치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신풍작전”을 시작하기전에 야스쿠니신사에 봉헌하러 왔다.

선배들이 이루지 못했던 야망을 자기들이 이루겠다는 마음속의 맹세를 하기 위해···.

‘선배들이시여. 당신들이 이루지 못한 그 꿈을 우리가, 이 고이즈미 준이치로가 반드시 이루어 내겠습니다. 지하에서 보시며 우리의 승리를 기원해 주십시오!’

때는 2002년 9월이었다.

***

2002년 9월 5일. 서울 주재 일본 대사관.

“신풍이 시작되었다. 벚꽃의 씨앗을 심어라.”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더니 대사관 무관인 삼등육좌(소령) 미타니 코키가 들어섰다.

“무슨 일인가?”

“벚꽃의 씨앗을 심으라는 지시가 날아왔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하이!”

미타니 코키가 내민 핸드폰을 본 대사 가와시마 에고는 두 손으로 부둥켜안았다.

“드디어, 드디어 시작됐군!”

가와시마 에고의 조부는 대일본제국의 장군이었다.

하지만 2차 대전에서 패전함으로써 그의 조부는 교수형을 당했다.

그것이 가문의 한이었다. 어릴 때부터 가와시마 에고는 부모에게 꾸준히, 매일 이야기 형태로 교육을 받았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세계는 제국주의 시대였다. 이미 1400년대 후반부터 백인들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흑색화약과 아랍에서 만들어진 대포와 소총을 모방하여 총기를 만들었다.

이 대포와 총기의 생산은 곧 세계의 영토를 노리는 기회가 되었다.

백인들은 그 총기를 좀 더 발전시켰고 냉병기에 비해 앞선 무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때부터 유럽의 백인국가들은 경쟁적으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백인국가들은 하나, 하나 아시아의 나라들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총과 대포의 힘으로!

영국은 아프리카, 아시아는 물론이고 북극지방까지 탐험하면서 수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 되었다.

스페인은 아메리카의 잉카제국과 아즈텍제국을 점령했다. 그리고 그들은 원주민을 자기들이 기르는 애완견보다도 못한 미개인 취급을 했다.

오죽하면 정글을 탐험하다가 개의 사료가 떨어지면 그들은 원주민들을 잡아 개들에게 먹였다.

훗날, 독일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1차 대전이 일어났고 일본은 섬나라의 특혜를 입어 백인들의 무기와 군함, 그들의 군사 편제를 재빨리 도입했다.

그러고는 나라를 지키는데 쓴 것이 아니라 백인들처럼 타국을 식민지화하는 데 썼다.

바로 한반도에 있는 조선을 점령했고 만주에 이어 대륙으로 진출했다.

그리하여 일본은 대제국이 되었고 백인과 어깨를 겨루는 열강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리고 일어난 2차 대전에서 일본은 참담한 패배를 했다. 가와시마 에고의 아버지는 마지막에는 이런 말로 끝을 맺었다.

“인류는 욕심의 덩어리다. 또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힘이 없다.

힘만 있다면 다시 일어서 옛 식민지들을 찾아야 한다.

왜냐하면 인류 역사는 힘의 역사이고 힘 있는 자에게는 누구라도 침묵한다,

저 미국처럼···.”

그렇게 교육받으며 자라난 가와시마 에고는 늘 마음속으로 대일본제국의 부활을 꿈꾸어왔다.

그리고 7년 전부터 시작된 “부활 프로젝트”를 두 손을 들어 환영했다.

7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강하다. 일본은 이제 비공식적이지만 핵탄두를 만들어 보유했다. 물론 불편하지만, 미국이 모른척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해상자위대는 국제 금융 카르텔의 투자를 받아 예전의 두 배가 되었다.

양만 불어난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최고의 해상자위대가 되었다.

그것은 육군과 공군도 마찬가지다.

지금 전쟁한다면 그 어떤 나라도 자신 있는 것이 일본이다.

그런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풍작전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그 첫 번째가 자기다. 대한민국 외교부에 일본 정부의 선언을 전달해야 한다.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그것이 시작이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