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몬스터. >
“레이저 빔 충전기 가동.”
“레이저빔 충전 완료!”
“목표 조준!”
“조준 끝!”
“일발 발사!”
순간, 날카로운 소리가 레이저 포사격을 참관하는 모든 사람의 귀에 들려왔다.
쯍~
파란빛이 번쩍 빛났다. 순간, 1,000미터 앞의 목표에 구멍이 뻥 뚫리는 것을 참관자들은 보았다. 저것은 두께 1m의 강철판이다.
한데 레이저빛에 순식간에 녹아 구멍이 뻥 뚫렸다. 소름 끼치는 위력이다.
마치 호박을 동침으로 뚫듯이···.
“와!”
짝짝짝짝~
흥분한 함성과 박수 소리가 사격장에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연발사격입니다. 모두 자세히 봐주시기를 바랍니다.”
최천주박사의 맑은 음성이 거대한 사격장에 울려 퍼졌다.
“레이저포대는 시작하라.”
“예썰.”
곧 레이저포의 연발사격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거대한 길이의 철판이 세워졌다. 두께 2m, 길이 30m의 강철판이다.
사격장에 포병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목표 조준!”
“조준 끝.”
“충전 완료!”
“연발사격으로.”
“연발사격으로.”
“쏴!”
“쏴!”
쮸쮸쮸쮸쯍~
일발 사격일 때는 빛이 얼핏 쏘아졌다는 감만 느꼈던 사람들이다.
빛의 속도를 시각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순간이긴 하지만 푸른 빛이 일직선으로 쏘아지는 것이 보였다.
레이저 빔, 일발, 일발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선으로 보였던 것이다.
쩌저정, 꽈장창!
“목표 소멸.”
2m 두께의 강철판이 자로 그은 것처럼 일직선으로 갈라져 바닥에 떨어졌다. 마치 장검으로 두부를 싹뚝 자른 것처럼 2미터 강철판이 두 쪽으로 갈라져 버렸다.
“맙소사!”
대한민국 군사대표단원들은 입을 딱 벌렸다.
만약 저 앞의 목표가 이지스함이었다면? 항공모함이라면? 두 쪽으로 갈라져 굉침했을 것이다. 아니면 함의 무기고가 폭발하여 산산이 부서졌던가!
저 바다의 창을 대한민국의 해군함에 설치하면 오만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대들을 모조리 바닷속에 처박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하지만 아직 무기 시현은 다 끝난 것이 아니다.
“다음은 은폐 및 방어 쉴드의 시현입니다. 이 쉴드는 현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레이더를 비롯한 어떤 탐지기에도 걸리지 않으며 맨눈으로 보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시현을 시작하라.”
최천주박사! 그녀의 자신만만한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측면의 콘크리트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그리고 300톤급 연안 경비정 한 척이 끌려 들어왔다.
철컥, 철컥.
개방되었던 문들이 닫혔다.
콸콸콸콸, 콸콸콸콸~
그리고 벽체들에서 둥그런 구멍이 열리더니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격 시험장은 얼마 안 걸려 작은 바다가 되었고 300톤급 경비함에 연구소 요원들이 탑승했다.
“쉴드를 가동하라.”
“쉴드 가동.”
스르르르~
군사대표단원들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경비정을 맑고 투명한 빛이 휘감기 시작했다.
맑고 투명한데 어떻게 아냐고?
쉴드가 경비함을 휘감을 때 쉴드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겸비함을 완전히 휘감자 일렁임은 사라졌다.
그리고 눈앞에 있던 멀쩡한 300톤급 경비함이 사라져 버렸다.
“와아!”
“대체 어떻게···.”
군사대표단원들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쉴드로 배를 감추었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배가 있던 자리에 아무것도 없고 바닷물이 출렁인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경비함은 다른 곳으로 갔을까?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경비함은, 아니, 경비함을 감싼 쉴드 덩어리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최천주박사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러분, 쉴드를 장착한 경비함이 보이지 않는 것은 빛의 굴절 때문입니다. 보세요.”
순간, 바로 처음 있던 그 자리에 경비함이 다시 나타났다.
그러자 대표단 단장인 김하철대장의 보좌관 추명엽대령이 물었다.
“그러면 지금 저 경비함은 아직 쉴드를 장착하고 있는 것입니까?”
“예. 바로 보여 드리죠.”
맑은 미소를 짓고 대답한 그녀가 한 손을 척 들었다.
그리고 단호한 목소리가 실험장에 울려 퍼졌다.
“하푼 발사 준비!”
“예썰!”
스르륵 철컥.
연구소 실험용 발사대에 함대함 미사일 UGM-84D가 장전되었다.
“목표 조준.”
“조준 끝.”
“발사!”
“발사!”
펑, 쉬이익~
새하얀 불길을 내뿜으며 하푼이 발사되어 경비함을 향해 쏘아져 갔다.
경비함에는 연구소 요원들이 타고 있었다.
만약 쉴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저기 타고 있는 요원들은 몰살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대표단원들의 몸에는 소름이 돋았다.
함대함 미사일 UGM-84D는 맥도널 더글라스에서 개발하여 보잉 IDS에서 생산하고 있는 대함 미사일이다.
냉전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의 무기체계를 받아들인 나라에서는 대함 미사일의 대명사다.
본래 하푼의 뜻은 '고래잡이용 작살'을 의미한다.
무게는 540kg, 탄두 중량만 221kg이다. 사정거리는 220km, 속도는 마하 0.85이다.
유도는 관성유도와 종말단계 능동 레이더유도다.
쒜에엑~
빛살처럼 날아간 하푼이 경비함에 뾰족한 탄두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순간, 새하얀 섬광이 번쩍이며 대폭발이 일어났다.
꽝꽈꽈꽝~
“맙소사!”
“어떡해?”
대표단 남자들은 낙담했고 여자들은 다리 맥이 풀려 휘청거렸다.
눈앞의 강렬한 폭발은 경비정을 산산조각 냈으리라!
저리도 강력한 폭발을 어떤 쉴드가 막아내겠는가?
하지만 대표단이 생각 못 하는 것이 있었다.
경비함으로부터 이들이 참관하는 곳까지의 거리를 불과 1,000m이다.
그런데 폭발에 의한 진동도 화염도, 강풍도 이들이 있는 곳에는 영향이 없다.
바로 그들이 있는 곳도 쉴드로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물론 대표단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목표 명중, 파괴하지 못했습니다.”
파괴하지 못했다고?
대표단원들의 눈이 화염이 사라지는 곳을 퉁방울 눈이 되어 바라보았다.
그리고 화염이 사라지고 쉴드를 두른 경비함의 형태가 보이자 저도 모르게 환성을 질렀다.
“와, 살았다!”
“경비함은 무사하다!
짝짝짝짝짝~
”대표단 여러분, 보셨지요? 그 어떤 포탄도, 그 어떤 미사일도 쉴드를 뚫지 못합니다. 따라서 쉴드가 휘감은 다음에는 전폭기와 함대, 잠수함의 공격에도 끄떡없습니다.
또한 이렇게 빛의 굴절을 이용한 에너지 파장을 덧씌우면 눈앞에 있어도 경비함은 맨눈으로도 보지 못합니다.
즉 상대는 눈을 감고 있고 이쪽은 눈을 뜨고 공격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럼 당연히 우리가 이기겠죠?“
”예!“
짝짝짝짝~
대표단원들이 손뼉을 치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대한민국과 시베리아합중국은 혈맹이다. 조약에는 무기와 장비까지도 원하면 주게 되어 있다.
그러니 얼마나 기쁠까? 남해에 나가면 늘 일본의 호위대의 위력에 주먹을 쥐고 한탄하던 제독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무섭지 않다.
저 귀신같은 쉴드와 레이저빔 무기라면 약체였던 대한민국 해군은 단숨에 무서운 청룡으로 태어날 것이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
바이칼 의장 궁.
“각하. 다이아몬드 연구소장님과 대한민국 대표단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스피커폰에서 비서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들여보내세요.”
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러자 맑은 미소를 지은 최천주가 앞서 들어오다가 기쁨의 외침을 토했다.
“오빠!”
그녀는 탄력 있게 달려오더니 이준의 품에 와락 안겼다. 그러고는 숨 가쁘게 외쳤다.
“오빠. 몇 달이나 내가 오빠를 못 본 줄 알아요?”
“응, 그, 그게···.”
이준은 품에 안긴 최천주 때문에 안절부절못했다.
뒤따라 들어오던 한국 군사대표단 단장 김하철대좡과 보좌관이 슬며시 옆으로 돌아서 못 본 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빠는 나 보고 싶지 않았어요? 무려 6개월이었어요.”
“응. 그, 그래. 보고 싶었다. 근데 천주야. 소, 손님들이 보고 있다! 이젠 그만해야지?”
“흥. 보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헙!”
천주가 기습적으로 이준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다짜고짜로 키스를 퍼부었다.
“웁, 처주아. 즈바알 이르즈마아(천주야, 제발 이러지 마라.)”
척.
갑자기 뚝 떨어진 천주가 정색하고 말했다.
“의장 각하. 대한민국 군사대표단에게 신형무기 시현을 보여주고 돌아왔습니다. 다이아몬드 소장 중령 최천주.”
거수경례를 한 최천주의 발그레한 얼굴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이건 정말 미치겠군.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고 해도 저 사람들이 믿지 않을 테고···.’
이준은 최근에 22살이 된 최천주의 저돌적인 공격에 매번 혼쭐이 나고 있었다.
그녀는 때와 장소, 사람이 있건 없건 이준만 만나면 말 그대로 육탄으로 돌격한다.
그 많은 이준의 비밀 친위 대원들도 그녀의 육탄공세는 막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이준이 아무리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 해도 그들은 믿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온 군사대표단 단장 김하철과 보좌관 추명엽대령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제야 천재 아가씨 최천주의 비밀을 알았다는 표정이다.
최천주는 어릴 때부터 타고난 천재였다.
그녀만이 아니라 다섯 쌍둥이 모두 천고에 없는 천재다. 이 다섯 천재는 이준의 보살핌 속에서 컸고 많은 연구를 했다.
다섯 쌍둥이가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것은 어느 것 하나 세기적인 발명품이 아닌 것이 없다.
아무리 다섯 천재의 존재를 감춘다고 해도 전 세계 정보망의 추적을 다 막을 수는 없다. 그 때문에 다섯 천재에 대한 비밀이 공개되었다.
아가씨가 두 명, 사내가 세 명! 이것이 한날한시에 태어난 다섯 천재 남매다. 그중 첫째와 셋째는 아가씨로 아름다운 동양 미인이다.
설사 아름답지 않아도 미남계를 써서 그녀를 쟁취해야 한다.
그 때문에 시베리아합중국 최고의 대학 이르쿠츠크 종합대학에는 세계 곳곳에서 유학온 미남들이 득실거린다.
모두 각국의 정부에서 비밀리에 파견한 미남들로 최천주와 그녀의 동생 최천아를 노린다. 하지만 수많은 남자가 대시를 해도 최천주나 최천아는 끄떡도 없다.
그래도 계속 접근해오자 두 아가씨는 어느 날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학에서! 그리고 폭탄선언을 했다.
“그동안 별 볼품없는 저를 예뻐해 주신 모든 오빠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여러분. 오늘부터는 저에 관한 관심을 끊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와 내 동생은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이렇게 자꾸 접근을 하면 우리 자매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매우 미안합니다. 그러니 부디 부탁 드립니다.
이제부터는 우리 자매를 생각하지 마세요.”
기자 회견장에 아우성이 일어났다. 일단 천재 자매에게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매가 남자를 만나는 것을 보지 못한 기자들이고 자매의 뒤를 캔 정보원들이다. 한데 느닷없이 남자친구가 있단다!
“천주 아가씨. 사랑하는 남자가 누군지 이 자리에서 밝힐 수 있습니까?”
수천 명의 사람들로 바글거리던 회견장이 물을 뿌린 듯 조용해졌다.
과연 말할까? 아니, 말하지 않을 거야!
모두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자매 중 여동생 최천아가 입을 열었다.
“언니와 내가 사랑하는 남자는 오직 한 분, 최고 의장 아르진 리입니다!”
핵폭탄의 폭발이다.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강력하다는 차르 붐바의 폭발이다.
최고의장 이준이 남자친구라는 것도 놀라운데 자매가 동시에 한 남자를 사랑한다고 한다! 이건 세기의 스캔들이다.
각 나라의 신문 방송, 티브에서 천재 자매의 남자친구에 대하여 호외로 타전했다.
그리고 인터넷과 SNS에는 각종 글이 쏟아졌다.
그중 가장 많은 단어가 하나 있다.
<시베리아 최고 의장은 몬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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