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91화 (90/98)

제91화. 포세이돈. >

“그럼 전 돌아가겠습니다.”

척.

거수경례를 한 강소라가 절도 있게 돌아섰다.  그런데 문고리를 잡던 그녀는 문을 열지 못하고 잠시 망설였다.

오늘 밤이 지나면 서울로 떠나간다. 강소라는 불과 며칠이긴 하지만 이준의 곁을 떠나는 것이 왠지 못 견디게 불안했다.

그건 정말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마음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준이 소라에게 말을 건넸다.

“소라. 저녁 안 먹었지?”

“예? 예. 그것이···.”

그녀가 우물쭈물하자 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우리 오랜만에 매운탕 집에 가자! 오케이?”

“예? 아, 예!”

강소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곧 밝아졌다. 그녀는 방금의 기이하고 불안하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뭐해? 어서 나와.”

“예. 각하.”

강소라가 이준의 옆으로 가섰다.

이준과 강소라가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제2부관 알렉세이가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각하와 강소라부관이 식사하려 의장 궁 밖으로 나가신다. 완벽한 비밀 경호를 해라!‘

<예. 명, 받았습니다.>

그제야 알렉세이는 마음 놓고 자리에 앉았다.

***

“한국에 몇 년 만에 가는 거지?”

여기는 이르쿠츠크 바이칼 매운탕 집이다. 이준과 강소라가 늘 오는 단골식당이다.

그 때문에 식당 주인은 두 사람이 오면 매번 바이칼 호수가 제일 잘 보이는 커풀방에 자리를 내어준다.

두 사람이 앉은 식탁에는 바이칼의 유명한 토종 물고기인 바이칼 오물 매운탕이 팔팔 끓고 있었다.

바이칼 오물은 연어과에 속하는 물고기로 러시아인들은 회를 쳐 먹거나 훈제해서 먹는다.

그러나 한국인들이 바이칼에 정착하면서 맛 좋고 얼큰한 음식이 새로 생겨났다.

바로 바이칼 오물 매운탕이다.

바이칼 오물 매운탕은 인기가 높아서 매운탕집은 24시간 운영을 한다.

“4년 만이에요!”

4년! 그 4년 동안 그녀의 부모와 친구들은 강소라가 시베리아의 대기업에 취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시베리아합중국에는 한국인과 예전 북한인들이 취직하는 데 아무런 장애도 없다.

시베리아 국민과 똑같이 대우해 주기 때문이다.

‘나도 10년이 넘게 러시아에서 요원 생활을 했지!’

이준도 국정원 요원으로 살아봤기에 그 고독을 아주 잘 안다.

“고독하고 외로웠겠군!”

이준의 말에 보드카의 기운으로 붉어진 강소라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네. 외롭고 정말 고독했어요. 그때 만난 사람이 의장님의 비밀 경호원이었죠!”

강소라가 이준을 흘깃 보며 말했다.

이준이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이준의 비밀 경호원이라고 속였던 일을 꼬집은 것이다. 이준이 머리를 끄덕였다.

“맞아. 내가 그랬지!”

그러고는 소라를 보며 말했다.

“난 그때 소라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었지! 국정원 요원일 줄은 모르고 말이야! 또 소라씨가 날 유혹하여 치마폭에 휘감으라는 명령을 받고 온 줄은 더욱 몰랐고···.”

“그, 그것은···.”

얼굴에 새빨개진 강소라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준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너무 부끄럽다!

이준을 상대로 미인계의 요원으로 뽑혀 왔다는 것이···.

“괜찮아. 국정원이 사람을 잘 골랐지. 어찌 됐든 내가 소라씨에게 반한 것은 사실이니까!”

“가, 각하!”

“놀랄 것 없어. 사실이니까! 자, 마셔.”

술잔을 부딪친 둘은 다시 바이칼 오물 매운탕을 입에 넣었다.

맛있다! 펄펄 끓는 매운탕의 구수하고도 매콤한 것이 너무 맛있다!

“소라.”

“네.”

“난 널 내 여자로 생각한다. 그래도 될까?”

이준의 말에 강소라는 말문이 막혔다. 이준의 눈빛을 보니 이건 장난이 아닌 진심이다. 소라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사실 소라도 이준을 사랑한지가 오랬다.

하지만 이준에게는 시베리아 정보국(CFSB)의 국장 사라 푸틴과 DG(단군 그룹)의 재정기획전무 디나 쿠르바코바가 있다.

소라는 그 아름다운 두 여인이 이준을 사랑하는 관계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준을 사랑하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여태껏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이준에게 여자가 여럿이라서가 아니다.

이준은 67개의 소수민족이 뭉쳐진 시베리아합중국의 최고의장이다. 아니, 실상 황제나 다름없다.

여자가 너무 아름다우면 여러 남자가 사랑을 고백하듯이 남자도 너무 잘나면 여러 여자가 따른다.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뛰어난 인물인데 다른 여자가 있다고 해서 물러서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다만 그녀들이 있는데 함부로 마음을 보일 수가 없기에 소라는 여태껏 참아왔다. 오늘 이준이 마침내 그 말을 했다. 단단히 마음을 먹은 소리가 입을 열었다.

“사라씨와 디나씨는 어떻게 하고요?”

짧은 질문이지만 많은 것을 내포한 물음이다. 이준이 보드카를 한잔 마셨다. 그리고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

“사라도, 디나도 내 여자야. 거기에 소라도 포함하면 안 될까?”

“명령인가요?”

“명령보다는 소라의 마음으로 대답해. 소라가 사라나 디나 때문에 날 싫다고 해도 소라는 여전히 내 마음속의 여자니까!”

“하~”

소라의 붉은 입술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녀는 이준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차라리 명령하세요. 그게 황제에게 어울리는 모습이에요!”

“명령하면 내 여자가 되어줄래?”

“황명을 어기면 죽잖아요? 그러니 어쩔 수 없이 황제의 여자가 되어야죠!”

“그렇군! 좋아. 그럼, 명령이다. 강소라, 오늘부터 넌 내 여자다, 알겠나?”

“네.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쿡!”

“풋!”

“하하하”.

“호호호!”

이준이 보드카병을 잡고 술잔에 술을 따랐다.

“자. 그러면 우리 화합주를 마셔야지.”

“네!”

쨍~

두 사람은 술잔을 부딪치고 단숨에 비워냈다.

... ....

“호텔은 싫어요. 내 집으로 가요!”

“그래. 소라 집으로 가자!”

소리 없이 두 사람의 옆으로 다가가 와 서는 검은 벤츠!

“우리 집으로 가요!”

“예. 알겠습니다. 중령님.”

이미 여러 번 강소라 중령의 집에 갔었기에 운전기사는 거침없이 차를 몰았다. 이날, 소라는 처음으로 이준의 품에 안겼다.

다음 날 오전 10시, 소라는 경제협력 특사단을 이끌고 서울로 떠나갔다.

***

<시-한 경제 및 군사협력에 관한 협정서.

1. 시베리아합중국과 대한민국은 경제 부분에서 국경을 없앤다.

2. 모든 회사는 시베리아와 대한민국에 자유롭게 회사를 세울 수 있다.

3. 양국은 회사를 세울 토지와 회사에서 사용할 모든 재료를 국내의 회사들과 똑같이 판매 및 공급한다.

4. 시베리아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어디서 살든 어디에 정착하든, 어떤 회사를 세우든 자유의지로 행할 수 있다.

5. 시베리아와 대한민국은 혈맹으로 타국이 침범할 경우, 자기의 국가를 침범한 것과 같이 여기며 즉시 침략한 국가를 공격한다.

6. 양국은 군사 무기나 장비에서 서로 협력하여 지원 및 대여해줄 수 있다.

1997년 8월 8일.

대한민국 대통령 강선호.

시베리아합중국 최고의장 이준.>

시베리아합중국과 대한민국은 삼국동맹처럼 비밀리에 혈맹을 맺었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일어날 천지개벽의 신호탄이었다.

***

세월은 참으로 빠르다. 봄이 왔는가 하면 어느새 여름이고 또 가을이 되며 겨울이 된다. 그렇게 누구도 잡을 수 없게 시간이 흘러간다.

지난 5년 동안 중국은 필사적으로 전후 복구를 했고 군대를 현대화했다.

국제 금융 카르텔의 투자를 받아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시장경제로 인해 사람들의 삶의 질도 윤택해졌다.

하지만 가장 강력하게 변한 것은 중국군의 현대화였다. 복수를 위해 후진타오는 군대의 현대화에 박차를 가했고 금융 카르텔이 넘겨주는 세계 최대의 무기설계도대로 만들어 중국군을 무장시켰다.

그것은 일본도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다. 동북아시아의 강력한 3개국이 삼국동맹의 깃발 아래 무섭게 군비를 가속했다.

그러나 시베리아합중국과 대한민국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02년 시베리아합중국 스네베르시에 수송용 헬기들이 숲속으로 내려앉았다.

“여기가 다이아몬드 연구소의 실험장입니다.”

가이하트의 말에 헬기들에서 내린 20여 명의 한국인들이 머리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이 온통 30m 이상의 꼿꼿한 전나무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자, 갑시다.”

가이하트의 안내를 따라 한국인 남녀들은 군말 없이 따라갔다. 이곳 스네베르지역은 시베리아 북쪽에 있는 부랴트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연구소로 들어간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그곳은 지하 150미터에 만들어진 사격장이었다.

이곳은 진동과 방음이 철저하게 된 곳이다.

“저분이 바로 이번 무기의 발명자이며 입자학 박사인 최천주 아가씨입니다.”

최천주 박사!

20여 명의 한국인들의 눈빛이 일제히 최천주라는 아가씨에게 돌아갔다.

시베리아합중국의 “다이아몬드 연구소”의 소장이며 다섯 천재의 맏이가 바로, 이 아가씨다.

시베리아가 중국과 전쟁을 할 때는 어린 소녀였던 최천주!

그녀가 이제는 22살의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했다.

“소장님. 한국에서 오신 군사대표단입니다.”

그러자 바쁘게 뭔가를 지시하던 그녀가 돌아섰다. 순간, 군사대표단 사람들은 숨을 들이켰다.

이른 아침에 나무에 맺힌 이슬방울같이 청초한 얼굴, 뽀얀 두 뺨. 지혜가 가득한 그윽한 두 눈, 그녀의 청초한 모습은 마치 시베리아 숲속을 거니는 선녀 같았다.

“안녕하세요. 제가 연구소장 최천주입니다. 반갑습니다.”

“아, 예!”

군사대표단 단장인 김하철대장이 얼결에 그녀가 내민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자. 이쪽으로 오시죠. 여러분들이 이번에 보시게 될 무기는 저쪽에 있습니다.”

활기차다! 그녀가 앞서 걷고 군사대표단은 무엇에 홀린 것처럼 그녀를 따라갔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이 시대 무적의 무기를!

“이것이 우리가 만든 레이저 함포, 바다의 창입니다.”

“레, 레이저함포라니?”

“그, 그러면 이것이 레이저빔이란 말입니까?”

한국 군사대표단의 모든 사람이 입을 쩍 벌렸다. 레이저포는 정말 함포와 비슷한 외형이다. 그것도 오토멜라라 127mm 함포와 외향이 비슷하다.

하지만 저것은 아직 그 누구도 개발하지 못한 강력한 레이저빔을 발사하는 함대용 레이저포다.

“바다의 창은 사거리가 220km, 레이저 빔 한 발의 가격은 한국 돈으로 1,800원입니다.”

‘오, 마이갓!’

‘한발에 겨우 1,800원이라니?’

대한민국 군사대표단 성원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사거리가 220km라면 전투함이 어디에 있는지 보지도 못한 채 얻어맞게 될 것이다.

게다가 레이저 빔 한발 사격에 1,800원이라면 이건 공짜나 다름이 없다. 사실 함대함 미사일 1발은 돈 다발이 들어야 한다.

하지만 레이저 빔 한 발은 겨우 한화 1,800원이다. 가격 비교가 말도 안 된다.

만약 저 레이저 함포를 해군 구축함들에 설치한다면 그야말로 무적의 구축함이 될 것이다.

하지만 군사대표단의 그 생각은 아직 발명된 무기를 다 보지 못해서다. 오늘 대한민국 군사대표단에 보여줄 무기는 레이저포와 에너지 은페막이다.

이 은폐막이 배를 휘감으면 시야에서 사라진다. 아무도 볼 수 없는 배, 그 어떤 이지스함보다도 더 은밀하고 어떤 레이더도 무력화시키는 에너지 은페막!

한국해군이 강력한 바다의 포세이돈으로 군림할 날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아직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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