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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막내 동생-90화 (89/98)

제90화. 동맹과 혈맹. >

이준은 집무실에서 거대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시베리아합중국의 고위 관리들과 중화인민공화국의 특사단이 평화협상을 논의하고 있었다.

“부의장님. 이건 너무합니다. 7개 성과 베이징, 천진까지 모두 할양하라니요? 거기다가 배상금이 1조 달러라니 세상에 이런 예는 없습니다.”

중국 평화협상 특사단장 판웨밍은 항의하듯 소리쳤다. 하지만 마주 앉은 시베리아합중국 부의장 침타이는 표정 하나 변함이 없다.

오히려 항의하는 판웨밍을 가소롭게 보고 있었다.

‘지들이 강할 때는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던 자들이 너무하다고?’

침타이는 내몽골에 살던 차바흐종족이다. 그는 내몽골에 살면서 중국 정부가 한족(漢族) 외의 민족들을 어떻게 차별했는지 온몸으로 겪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중국인의 속성을 잘 알고 있었다. 침타이는 미국 하버드대학 수석 졸업생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에 남으려고 했다.

그때 시베리아합중국에서 중국의 소수민족을 받아들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자 침타이는 즉시 시베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원래 시베리아에는 몽골족들이 많다.

그가 도착하여 본 것은 시베리아합중국의 시책이었다.

중국에서 온 수많은 소수민족과 시베리아의 원주민, 그리고 러시아인은 모두 평등했다.

똑같이 일하고 능력만 있으면 어느 민족이든 상관없이 승진할 수 있는 사회! 그러다 보니 결혼도 민족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했다.

그에 반한 침타이는 시베리아에 정착했다. 그리고 지금은 시베리아합중국 최고 의회의 부의장이다. 즉 다시 말해서 최고 의장 이준의 다음 서열이다.

그는 이제 겉모습도 속마음도 모두 시베리아 사람이다.

“단장. 이번 전쟁은 당신들이 일으켰소. 당신들은 북한을 꼬드겨 우리 영토를 침공하게 했고 당신들 스스로 전쟁에 참전했소.

이 전쟁으로 인해 시베리아합중국의 꽃다운 청년들이 수없이 쓰러졌소.

그들의 목숨을 당신이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소?

지금 당장이라도 그들을 살려낸다면 우리 시베리아합중국은 영토도, 돈도 받지 않겠소. 그리할 수 있소?”

“그, 그런···.”

죽은 사람들을 어떻게 살린단 말인가?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의학은 엄청나게 발전했다. 하지만 아직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정도는 아니다. 그러니 판웨밍이 할 말은 없다.

그때 침타이 부의장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단장, 우린 당신들이 원하는 평화협정을 맺고 싶은 생각이 사실 없소.

왜냐하면 이런 지루한 평화 협상보다는 우리 군대가 전 중국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 더 쉽고 빠르기 때문이오.

그러니 명심하시오, 오늘까지도 평화 협상이 체결되지 못한다면 시베리아군은 다시 진격을 시작할 것이오.”

‘이, 이 개새끼들, 뿌드득!’

판웨밍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지금 급한 것은 시베리아가 아니라 중국이다.

시베리아군이 공격하면 중국은 엄청난 피해를 본다. 중성자탄을 투하하는 바람에 베이징에서만 해도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었다.

만약 시베리아가 다시 전쟁을 시작한다면 이번에는 전면적인 중성자탄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건 절대 안 될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베이징의 중성자탄 투하로 수백만 명이 죽었다는 소문이 중국 각지로 퍼지고 있다.

그 때문에 산서, 하북, 산동성과 베이징, 천진 사람과 동북 삼성의 한족, 내몽골의 한족은 모두 남쪽으로 피난 길에 올랐다.

시베리아군은 남쪽으로 피난하는 중국 한족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도로의 중간중간마다 무료 급식소를 만들어 놓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이놈들은 7개 성의 모든 한족(漢族)이 스스로 떠나게 만들고 있다!’

그건 북부 중국에서 한족을 모두 없애고 시베리아의 영토로 굳히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걸 알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

부의장 침타이의 말처럼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만이 해결 방법이다.

‘후, 할 수 없다. 평화 협정에 사인하는 수밖에···.’

판웨이를 특사 단장에 임명하면서 후진타오는 당부했다.

가능한 영토를 적게 할양하며 배상금을 줄이라고···.

하지만 영토 할양도 뜻을 이루지 못했고 배상금도 줄이지 못했다.

시베리아는 예전의 그 약하던 시베리아가 아니었다.

이제 중국은 패전국으로 시베리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니면 진짜 전 중국이 점령당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1995년 10월 22일. 시베리아합중국과 중국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시-중 평화협정서.

1. 중화인민공화국은 시베리아합중국을 병합하겠다는 욕심으로 침략 전쟁을 일으켰음을 인정한다.

2. 전쟁을 일으킨 전범인 전 중국 주석 장쩌민을 포함한 수뇌부 78명을 시베리아합중국에 인계한다.

3. 중화인민공화국은 헤이룽장성, 길림성, 랴오닝성. 내몽골 자치구, 베이징, 천진. 산서성, 하북성, 산동성을 시베리아합중국에 영구 할양한다.

4. 중화인민공화국은 이번 전쟁으로 막대한 인적·물적 손실을 당한 시베리아 정부에 10년에 걸쳐 할부 형식으로 1조 달러를 배상한다.

5. 중화인민공화국은 시베리아합중국에 영구 할양한 성과 도시들에서 한족(漢族)을 6개월 내로 중국 영토로 이주 시키며 그들이 잘 정착하도록 도울 것이다.

6. 중화인민공화국은 다시는 시베리아합중국에 대한 야욕을 가지지 않을 것을 국제 사회 앞에 맹세한다.

1995년 10월 22일.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후진타오.

시베리아합중국 최고 의장 아르진 리.>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이 전쟁의 결과로 전 세계는 시베리아합중국을 강대국으로 보기 시작했다. 원래 시베리아영토만 해도 엄청나게 크던 나라다.

하지만 시베리아영토의 대부분은 퉁구스카 숲이다. 그런데 이번 전쟁으로 중국의 만주와 산동성, 하북성, 산서성, 내몽골지역을 할양받았다.

이제 시베리아합중국은 그 광대한 영토에서 한족(漢族)을 이주시키고 시베리아합중국의 국민이 들어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원래 시베리아로 이주한 소수민족들은 따뜻한 남쪽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영토가 시베리아합중국의 것으로 되자 너도나도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 광활한 평원에서 그들은 예전에 자신들이 하던 각종 농사를 시작했다.

이로써 시베리아합중국은 광대한 농지를 얻었고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수출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었다.

***

이르쿠츠크 의장 궁.

똑똑.

“들어 오세요!”

이준은 노크 소리에 보고서를 보다가 머리를 들었다. 문이 열리더니 부관인 강소라가 들어섰다.

“각하. 한국 정부에서 극비 문서가 왔습니다.”

“극비 문서?”

“예. 국정원에서 작성했고 대통령이 사인하여 보내온 것입니다.”

“가져와요.”

이준은 문서를 개봉하여 읽기 시작했다. 한참 읽어가던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일본과 러시아,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군!”

예상했던 일이다. 중국도 러시아의 푸틴도 이준에게 강력한 펀치를 맞았다. 푸틴의 자존심에 가만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이 패전했다. 그것도 처참하게···.

이 좋은 기회를 푸틴이 놓칠 리 없다. 당연히 후진타오와 푸틴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공동의 적인 이준을 상대하기 위해서! 그런데 거기에 일본이 끼어들었다.

“일본이 끼어들어 삼국 군사 동맹을 맺었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좋군. 아주 좋아!”

이준은 일본이 무엇을 노리는지 잘 안다. 일본은 원래 시베리아가 독립할 때 훗가이도 북쪽의 쿠릴제도와 사할린을 차지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곧 일어난 러시아와 시베리아의 전쟁을 보고는 몸을 움츠렸다. 시베리아의 강력한 무력에 놀란 것이다.

그때야 일본은 시베리아가 독립하였다고 해도 예전 소련 시대와 러시아 시대에 있던 무기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정세만 살폈다.

그러다가 이번에 신풍을 맞았다. 바로 국제 금융 카르텔이 일본을 지지하여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일본은 이번 기회에 핵무기를 만들기로 결정을 내렸다.

미국이 반대하겠지만 일단 만들고 볼 판이다.

그리고 미국에 대한 설득은 금융 카르텔에 맡겼다. 그들이라면 얼마든지 백악관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러시아와 중국에 찾아가 삼국동맹을 맺기를 원했다. 같은 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푸틴과 후진타오가 당연히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적이었던 일본이다.

그러나 정치에 적과 친구는 조석으로 변하는 법, 시베리아를 꺾기 위해 세 나라는 손을 잡은 것이다.

“이게 삼국동맹의 사본이군!”

“예. 그렇습니다.”

서류 봉투에 함께 보내온 USB에는 삼국동맹의 사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대한민국 국정원이 일본에서 빼 온 사본이다.

‘아직도 국정원 요원들은 맹활약하고 있군!’

이준은 지난날이 생각 났다. 회귀하기 전에 오직 조국에 충성한다는 마음으로 요원의 임무를 시작했었다. 그것이 종래는 실패로 끝났지만···.

<러시아, 중국, 일본의 군사, 및 경제협력 동맹 협정서.

1. 삼국은 1997년 7월 1일부로 군사, 경제협력 동맹을 체결한다.

2. 삼국 중 어느 한 나라가 타국의 공격을 받는다면 이유 여하 없이 함께 싸운다.

3. 삼국은 동맹 체결 후부터 모든 군사정보를 교류한다.

4. 삼국은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기술과 원재료, 제품과 무기 생산을 서로 돕는다.

5. 삼국은 위의 사항을 반드시 지킨다.

1997년 7월 1일.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후진타오.

대일본 내각 총리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이 한국 때문에 더 삼국동맹에 박차를 가했겠군!’

중국과의 전쟁이 끝나고 2년이 지났다. 시베리아합중국과 대한민국은 기술과 원재료를 서로 교환하면서 무섭게 발전하는 중이다.

남북한이 통일 된 후, 북한의 주민들 때문에 대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세계의 언론들은 평하였다. 하지만 그 문제는 우습게도 아주 쉽게 해결이 되었다.

시베리아합중국이 중국 동북 지방과 하북, 산동, 산서 지방에 북한 주민들이 이주하는 것을 한국 정부와의 상의하에 허락했다.

그러자 북한 주민의 거의 80%가 동북과 만리장성을 넘어 중국 대평원으로 이주했다. 이렇게 되자 자연스럽게 통일의 후유증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시베리아와 한국은 경제파트너가 되어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그걸 보는 일본이 두려워할 것은 당연했다.

한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것 때문에라도 삼국동맹 체결에 더욱 박차를 가했을 것이다.

“소라, 한국 정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지?”

“우리 정부와의 혈맹입니다. 각하.”

“혈맹이라···.”

이준은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준의 장기 계획에 시베리아와 한국은 통합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혈맹이 그 제일보를 내짚는 것이 될 것이다.

“소라, 너를 내 특사로 임명할 테니 몇 사람을 데리고 한국으로 가. 가서 혈맹을 맺고 돌아와. 할 수 있지?”

“예. 의장 각하!”

중령 강소라의 두 눈이 기쁨으로 반짝거렸다. 특사로 임명했다는 것은 자기를 그만큼 믿는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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