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장쩌민의 눈물. >
북경 중남해는 중국의 주석궁이 있는 곳이며 정부의 중요청사가 있는 곳이다. 이곳의 외곽은 특공 경찰부대가 경호를 맡는다. 병력은 1만 명이다.
그리고 중남해의 내부는 중국군 “8.1부대”가 맡고 있다.
“8.1부대”는 2만 명으로 주석궁의 친위대다. 누구든 중남해를 공격하려면 모두 3만이 지키는 총검의 숲을 통과해야 한다.
중부 전구 제82 집단군 15만 명이 그런 중남해의 외곽에 도착했다.
그들이 제일 먼저 한 것은 등에 메고 온 82mm 박격포를 조립하는 것이었다.(공산국가들은 82mm박격포를 사용한다.)
1,200문의 박격포들이 설치되자 곧 포격이 시작되었다. 목표는 중남해의 특공 경찰부대와 8.1부대의 바리케이드와 기관총좌. 참호였다.
캥캥캥캥캥캥~
약간 경망스럽고 가벼운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수천 발의 82mm 박격포탄이 하늘로 올라가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쾅콰콰쾅, 콰콰쾅, 쾅콰르릉~
“아앗. 크아앗!”
겨우 82mm 박격포탄이다. 하지만 우습게 보다가는 큰코다친다. 1,200문이 연속적으로 발사하는 포탄이 소낙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바리케이드든, 참호든, 기관총좌와 대공포 진지에!
그리고 폭발에 폭발을 거듭했다.
중남해로 들어가는 입구의 특공 경찰부대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거기다가 박격포 사격이 끝나기도 전에 재 82집 단군 사령관은 명령을 내렸다.
“전 부대 포복 전진하라.”
“포복 전진하라!”
15만 명의 82집단군 장교와 병사가 한 손에는 대형 수류탄을, 다른 손에는 54식 자동소총의 끈을 쥐고 한치, 한치 기어갔다.
중남해의 넓은 마당에 꿈틀거리며 전진하는 장교와 병사로 뒤덮였다.
이것이 바로 중국군의 장기인 인해전술이다. 폭탄이 소낙비처럼 쏟아지기에 중남해를 지키는 특공 경찰부대와 8.1부대는 기어 오는 82집단군을 보지 못했다.
더구나 지금은 밤이 아닌가?
적의 바리케이드와 참호, 기관총좌와 대공포 진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돌격하여 적을 격파할 때다.
각 부대의 소대장이 자발적으로 외쳤다.
이들은 평소에 그렇게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소대, 돌격 앞으로!”
소대장이 총검을 끼운 54식 자동소총을 들고 벌떡 일어섰다.
그 순간, 그의 뒤를 따르던 50명의 소대원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리고 비장한 목소리로 한껏 외쳤다.
“죽여라아~”
이제는 적을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적의 코앞까지 진격했고 적도 자기들을 보았다. 그야말로 이판사판이다.
병사들은 살기 위해 쓰나미처럼 참호에, 바리케이드에, 기관총좌에 뛰어들어 덮쳤다.
“으앗, 적이다.”
“막아라!”
타타탕, 타타탕, 푹, 푸욱~
“꺽, 크윽!”
54식의 짧은 사격 소리, 가슴에 총검이 박혀 쓰러지는 병사들! 아비규환이다.
82집단군 병사들과 특공 경찰들, 8.1부대 병사들이 서로를 찌르고 쏘아 죽어갔다.
하지만 수적으로 현저하게 딸린다. 82집단군은 무려 15만 명에 달한다.
총검을 들고 해일처럼 밀려드는 그들에게 중남해 경호부대는 차례로 죽어갔다.
살아남은 자들은 없다. 그만큼 경호부대는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수적으로 압도되어 모두 땅바닥에 쓰러졌다.
“지하 핵 사령부를 점령하라. 앞으로!”
와와와~
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
지하 핵 사령부의 입구에 설치된 토치카에서 중기관총탄이 부챗살처럼 총탄을 뿜어냈다.
쐐애액, 쐐액, 쐐애액~
유탄발사기들이 유탄을 쏘아냈다.
콰콰쾅, 콰쾅, 콰쾅, 쾅쾅쾅~
끄아악~
토치카에서 처절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지하 사령부로 들어가는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들어진 육중한 문에 TNT가 부착되었다.
그리고 엄청난 폭발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 문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돌격 앞으로!”
병사들이 지하사령부로 들어가는 계단을 따라 달려 내려갔다.
안에 있는 경호대가 반항은 하겠지만 형세는 기울었다.
1시간 내로 핵전쟁 사령부에 있는 중국의 지도자는 모두 체포될 것이다.
“우리 중국에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군!”
후진타오는 지하사령부를 점령했다는 연락이 오자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중국이 살아남자면, 그리고 이 치욕을 씻자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가자. 주석님을 만나야지!”
후진타오가 앞서고 이번 쿠데타에 동참한 자들이 뒤를 따랐다.
지하사령부로 내려가는 계단은 참혹했다. 원래는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쿠데타군이 공격해오자 엘리베이터를 중지시켰다.
그리고 단 하나밖에 없는 공격로인 계단을 향해 모든 화력을 집중했다. 그 바람에 수만의 82집단군 병사와 장교의 목숨이 끊어졌다.
그 시신이 엎치고 덮쳤다.
하지만 인해전술에 못 이겨 지하 사령부는 끝내 함락 당했다.
“네 이놈, 후진타오, 네가 감히 반란을 일으켰느냐?”
지하 사령부에 들어서자 후진타오를 발견한 장쩌민이 분노의 외침을 쏟아냈다.
조금 전까지도 이 쿠데타를 누가 일으켰는지 몰랐던 장쩌민이다.
그는 병사들에게 잡혀 두 손목에 족쇄를 차는 수치를 당했다. 아니, 지하 사령부에 있던 모든 사람이 수갑을 찬 상태다.
병사들은 수갑을 차지 않겠다고 저항하면 가차 없이 사살했다.
반항하면 죽여도 된다는 명령을 받았다.
모두 어쩔 수 없이 묶였고 병사들이 어깨를 눌러 앉히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이제 자기들을 공격한 쿠데타군의 수장을 만나게 되었다.
“주석님.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후진타오가 천연스럽게 말했다. 그 뻔뻔한 얼굴에 장쩌민은 더욱 분통이 터졌다.
“왜 이랬느냐? 넌 내 다음의 주석으로 이미 내정되었다. 가만 있어도 주석이 될 수 있는데 왜 반란을 일으켰느냐? 말해라, 후진타오!”
“이런, 주석님. 주석님께서는 북한을 도와 시베리아를 공격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주석 님께서 일으킨 전쟁으로 인해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멸망에 직면하였습니다.
그러고도 책임을 느끼지 못한단 말입니까?”
후진타오가 딱하다는 듯 머리를 흔들며 장쩌민을 질책했다.
하지만 장쩌민은 그 말에 더욱더 분노가 솟구쳐 올랐다.
“그래서 쿠데타를 일으켜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설마 시베리아에 항복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빙고! 맞추셨습니다. 항복할 것입니다. 주석님.”
후진타오의 말에 장쩌민의 얼굴이 삶은 돼지 간처럼 시뻘게졌다.
“네놈이 감히 선열들의 붉은 피로 세운 중화인민공화국을 망하게 할 셈이냐?”
장쩌민이 부들부들 떨며 외쳤지만, 후진타오는 태연했다.
“주석님. 중화인민공화국이 멸망하게 만든 것은 바로 주석님이십니다. 지금 우리 중국의 힘으로 시베리아군을 이길 수 있습니까?
지금 이 시각에도 시베리아군은 산해관과 만리장성을 넘어 진격해오고 있습니다.
그들의 진격을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모든 무기는 파괴되었기 때문입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살려면 방법은 하나입니다.”
순간, 장쩌민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네놈, 설마 나를 시베리아군에 넘기려는 것이냐?”
너무 놀라 목소리마저 떨려 나왔다.
후진타오가 빙그레 미소를 짓고 말했다.
“당연합니다. 하지만 주석님과 함께 이방에 있던 모든 사람이 이번 전쟁의 주범으로 넘겨질 것입니다. 물론 몇몇 사람은 넘기면 안 되겠죠.
바로 국가안전부장처럼 정보기관의 장들은 말입니다.”
그 순간, 국가안전부장을 비롯한 중국의 3대 정보기관장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이른 판단이었다.
“끌어내라.”
“옙”
병사들이 정보기관장들을 끌어내 벽 쪽에 세웠다.
그러자 국가안전부장이 얼굴색이 하얗게 질리며 애걸했다.
“부, 부주석님. 사, 살려주십시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후진타오의 두꺼운 얼굴 가죽에는 아무런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그의 입에서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죽여라!”
타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타~
54식 자동소총이 연발로 탄환을 뿜어냈다.
끄아악. 아아악~
세 명의 정보기관장이 온몸을 춤추듯이 흔들어댔다. 그리고는 풀썩 쓰러졌다. 쓰러진 그들의 몸에서 피가 바가지로 부은 것처럼 퍼져 나갔다.
자욱하게 떠도는 피비린내,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못 했다.
장쩌민이 이를 갈며 말했다.
“우리를 넘기고 항복하면 중국이 어떻게 일어선단 말이냐? 시베리아는 우리의 영토는 물론 배상금까지 엄청나게 요구할 것이다. 그런데도 일어설 수 있단 말이냐?”
“주석님, 그건 내가 일으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주석님 앞에서 한 가지만은 약속드리지요.
반드시 시베리아 전 영토를 짓밟고 최고 의장 아르진 리를 잡아 주석님의 묘 앞에 바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중국을 위해 희생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후진타오가 머리를 숙였다. 순간, 장쩌민의 눈에 의혹이 서렸다. 후진타오의 행동에서 뭔가 자신에 찬 행동을 포착했다.
사실 지금의 중국 사정으로는 절대 시베리아를 이길 수 없다.
늦으면 두 달 내에. 빠르면 한 달 내에 전 중국이 점령 당할 것이고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장쩌민은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싸운 것은 다른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진타오는 뭔가 있었다.
“좋아. 네 뜻대로 내 순순히 잡혀가마. 허나, 그전에 알아야겠다. 항복하고 중국을 복구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 것이다. 너는 그것을 어떻게 충당하려는 것이냐?”
“주석님, 돈은 이미 해결되었습니다. 중국은 새롭게 일어설 것입니다.”
“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서 대준단 말이냐?”
그러자 후진타오는 장쩌민의 곁으로 갔다. 그리고 그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유대 국제 금융 카르텔입니다. 주석님.”
“그, 그들이···.”
국제 금융 카르텔이라면 가능하다. 그자들은 돈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자들이다.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중국이 일어서는 것은 결코 꿈이 아니다.
돈이면 귀신도 부리는 시대니까!
장쩌민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후진타오를 쳐다보며 말했다.
“후진타오, 너의 뜻대로 내가 전범으로 죽어주마. 그러나 명심해라. 중국을 일으켜 세우고 시베리아를 짓밟지 못하면 내 지옥에서라도 네가 천벌을 받기를 빌고 또 빌겠다. 알겠느냐?”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석님. 나는 최선을 다해 시베리아를 짓밟을 것이며 방금 말한 것처럼 시베리아 최고 의장 아르진 리의 목을 당신의 영전에 바칠 것입니다.”
“그래. 두고 보겠다!”
베이징 교외로 돌진하던 하바롭스크 전선군 선봉기갑부대는 흰 깃발을 들고 있는 중국군 장교들을 만났다. 그들은 바로 후진타오의 항복대표단이었다.
콰르르르르~
전차들이 정지했다. 철컥, 포탑이 열리고 하바롭스크 전선군 선봉전차대 대장인 차루진중위가 머리를 내밀었다. 차루진중위는 먀오족으로 중국말에 능숙하다.
“누구냐?”
“우린 중국 정부를 대표하는 협상단입니다. 당신들의 지휘부에 우리를 안내하여 주십시오. 시베리아합중국 최고 의장에게 전하는 중국 정부의 서신을 가지고 왔습니다.”
“협상이라고? 협상이 아니라 항복이겠지!”
피식 웃은 차루진이 대공 전화기를 꺼내 상부와 연락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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