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화. 돈벼락. >
만리장성 산해관.
중화인민공화국 중부 전구 제81 집단군 사령관 왕몽웨이상장은 악몽을 꾸고 깨어났다.
“후~”
온몸이 땀으로 푹 젖었고 야전침대까지 푹 젖었다. 그는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오전 5시 45분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한 모금 마신 그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안개가 자욱이 낀 산해관과 구불구불 뻗어간 만리장성이 보인다.
“오늘도 공격은 없을 것 같군!”
참으로 다행이다. 지금 중국군은 말 그대로 멘붕상태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지고 지금까지 열심히 생산해낸 전투기와 폭격기, 전폭기. 헬기, 각종 전차와 장갑차들, 모든 미사일과 로켓탄이 한순간에 폐품이 되어 버렸다.
핵탄두들은 사일로에 갇힌 채 해체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중국군이 가용할 무기는 소총과 기관총, 대공포들과 화포들뿐이다.
19세기나 20세기 초의 전쟁이라면 지금 있는 무기만으로도 강대국으로 손꼽힐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이고 화포와 기관총으로 시베리아군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산해관 앞에까지 진격해온 시베리아군은 진격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평온한 하루가 되길···.’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전자에서 찻물을 따르던 왕몽웨이는 귀를 기울였다.
어디선가 익숙한 울림이 울려왔다.
웅웅웅웅웅웅~
“서, 설마 폭격기?”
이미 하늘의 제공권은 시베리아군에게 빼앗긴 중국이다. 순수하게 폭격기만 날아온다고 해도 격추할 전투기가 없다.
대공포가 있긴 하지만 21세기의 최첨단 폭격기를 격추 할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현재 날아드는 시베리아의 폭격기들은 고도 1만 미터 이상에서 폭탄을 떨구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의 폭탄은 2차 대전의 무유도 폭탄이 아니다.
스마트 폭탄으로 폭격기에서 떨어지면 곧장 자기의 목표를 향해 날아가는 똑똑한 폭탄이다.
“부관, 부관.”
주전자를 내동댕이친 왕몽웨이상장이 부관을 찾았다.
“옙. 사령관님.”
“비상이다. 당장 집단군 전체에 비상을 내려라. 시베리아군의 폭격기가 날아온다.”
“예. 사령관님.”
전화. 핸드폰 등의 전자제품은 모두 작동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군 지휘가 20세기 초로 돌아가고 말았다.
땡땡땡땡~
망치로 종을 때리는 병사. 붉은 깃발 3개를 사령부 지붕에 꽂는 병사, 수십 명의 연락병이 군부대마다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폭격기는 폭탄을 투하 할 상공에 도달했다.
“목표 지점 도착. 폭탄 투하 준비.”
“투하 준비 완료!”
“투하!”
“투하!”
스르륵~
폭탄창이 개방되고 폭탄이 줄줄이 쏟아져 내려갔다.
폭격기 T-160은 내부 폭탄창에만 45톤의 폭탄을 싣는다.
TU-22는 24톤, TU-95는 15톤을 싣는다.
폭격기가 하늘을 가득 덮고 날아와 줄 폭탄을 떨구었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새카만 운석 폭포가 쏟아지는 것 같았다.
스마트 폭탄은 입력한 대로 자기의 목표를 찾아 맹렬한 속도로 날아갔다.
그리고 섬광과 폭음, 불길이 치솟았다.
콰콰쾅, 콰쾅, 콰쾅, 쾅콰르릉~
“아악, 으아악.”
중국의 천하제일 문이라고 자랑하던 산해관이 대폭발을 일으켰다. 실수로 일어난 일일까? 아니다. 이준은 중화 제일주의를 매우 싫어한다.
중국이 천하의 중심이고 중국이 세계 최고라니?
이준은 대대로 한민족(韓民族)의 혈통이다. 그런 그는 한민족도 중국보다 떨어질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에 한민족도 우수한 민족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강자들만의 권리이다.
약자는 아무리 문화가 뛰어나고 오랜 역사적 전통을 지니고 있어도 강국에 밀려 할 말이 없다. 이제 시베리아합중국은 강해졌다.
더 이상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준은 진격 명령을 내릴 때 각 공군과 포부대에 특수 명령을 준 것이 있다. 그것은 만리장성과 산해관을 폭격하여 없애버리라는 것이었다.
산해관과 만리장성이 사라진다면 역사 유물을 파괴했다고 비난을 할 것이다. 하지만 전쟁 중에 실수로 폭격을 맞아 사라졌다는데 뭐 어쩔 것인가?
이미 파괴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산해관이나 만리장성을 복원할 생각이 없는 이준이다.
쐐애액, 쐐액, 쐐애액~
하늘에서 1톤, 2톤, 3톤짜리 폭탄이 연이어 떨어져 산해관과 만리장성을 폭발시켰다. 만리장성은 흙으로 구운 벽돌로 쌓은 성이다.
강력한 21세기의 TNT에 견뎌낼 수가 없다. 하늘 땅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만리장성이 사라지고 있었다.
3시간에 걸친 폭격 후, 시베리아합중국 블라디보스토크 전선군의 전차와 장갑차가 일제히 전진했다.
북경 중국 국가안전부(MSS).
쿵, 쿵, 쿵, 쿵~
은은한 포성이 방 안의 공기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방에는 중국 공산당 군사위원회의 부주석과 위원, 인민 경찰부대의 장군, 중부전구의 자오즈웨이사령관을 포함하여 중국의 공산당과 행정부, 군과 경찰의 차관급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물론 장관급 인물들은 장쩌민과 함께 중남해의 핵전쟁 사령부에 있다.
“지금은 아무리 싸워도 결코 시베리아군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전 중국의 핵탄두와 미사일, 로켓탄과 모든 항공기와 전차를 비롯한 기갑부대들이 파철이 된 상황입니다. 따라서 수백만, 아니, 수천만 명에게 군복을 입히고 소총을 들게 한 후, 방어해도 시베리아군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저 시베리아군의 일방적인 학살이 될 것입니다. 하여 지금은 항전이 아니라 정전해야 합니다.
일단 평화협정을 맺고 다시 우리 군을 재건해야 합니다. 시베리아합중국이 어떤 요구를 해도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 중국은 다시 일어설 수가 없습니다.”
상황을 설명하는 사람은 MSS 국가안전부 제1차장 마오부이었다.
“마오부이, 당신은 지금 쿠데타를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중부 전구 사령관 자오즈웨이상장의 질문이다.
그러자 방안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의 눈길이 마오부이를 향했다.
“예. 중국을 살리고 싶다면, 다시 일어나 시베리아를 쓸어버리려면 지금은 굽혀야 합니다. 우리 중국 속담에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번은 방심해서, 아니, 시베리아합중국을 얕보아서 패배했지만, 그것이 우리에게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우린 새롭게 시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전 중국이 시베리아군에게 점령당할 것이고 우리 중국은 그 옛날 몽골군에게 나라를 잃고 식민지가 되었던 일을 또다시 되풀이하게 될 것입니다.
하여 나는 목숨을 걸고 제안합니다. 쿠데타를 일으켜 현 중국의 지도부를 체포하여 그들에게 전쟁의 죄를 뒤집어씌워야 합니다.
그래야 평화협정의 명분이 생길 것입니다. 이번 전쟁의 패배는 엄청난 손해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중국이 다시 일어서려면 한때의 치욕을 참아야 합니다. 따라서 가슴이 아파도 현지도부를 버려야 합니다.”
수군수군수군~
방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때 지금까지 말이 없던 중국 공산당 군사위원회 부주석인 후진타오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항복한다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생각하는가?”
방안이 조용해졌다. 지금 여기 모인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 바로 후진타오다.
더구나 그는 등소평이 장쩌민 다음의 중국국가 주석으로 지명한 사람이 바로 후진타오였다.
또 지금은 병상에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 있지만 덩샤오핑은 아직 살아있다. 그만큼 중국 공산당이나 공청단, 행정과 군에 후진타오의 비중은 높다.
이미 미래의 주석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베리아군의 공격 전모를 보면 산동성과 하북성, 산서성, 천진과 북경, 내몽골과 동북 삼성의 할양입니다.
또한 전쟁 배상금도 요구할 것인데 그것은 알 수가 없습니다.”
“음!”
후진타오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국가안전부 차장의 입에서 나온 할양해야 할 영토는 240만5,675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엄청난 영토이다.
하지만 할양하지 않을 수도 없다.
저 영토들을 점령하려는 것은 시베리아합중국 의장 이준의 결정일 것이다. 그러니 전 중국이 시베리아군에게 짓밟히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아르진 리. 이번에는 네가 이겼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기다려라. 너의 시베리아를 아주 없애 버릴 테니!
대중화민족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시베리아합중국을 우리 중국의 땅으로 만들 것이다!’
현재 중국은 절망적이다. 모든 발전소가 멎었고 모든 산업기관이 가동할 수가 없다. 시베리아합중국이 비처럼 퍼부은 EMP탄의 결과이다.
경제만 복구하려고 해도 수백억 달러가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후진타오는 믿는 것이 있었다.
며칠 전 그는 비밀리에 찾아온 미국 대사관의 사무장을 만났다. 그는 후진타오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각하, 오늘 저는 미 대사관 사무총장으로 각하를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나는 국제 금융 카르텔의 중국 담당 투자 이사의 신분으로 각하를 만나러 왔습니다.”
국제 금융 카르텔!
후진타오는 국제 금융 카르텔에 대하여 잘 안다. 등소평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결정할 때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 바로 국제금융 카르텔이다.
만약 국제금융 카르텔이 중국의 개방에 돈을 쏟아붓겠다고 하지 않았다면 덩샤오핑은 개방하지 않았을 것이다.
개혁개방을 천명할 당시 중국은 외화가 너무 없었다. 하지만 국제금융 카르텔의 중국 투자 담당 이사와 만나 비밀 접견을 하고 개방을 결심할 수 있었다.
후진타오도 마찬가지였다. 국제금융 카르텔 중국 투자 담당 이사가 찾아온 순간, 자기에게 기회가 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전쟁은 우리 중국의 패배로 막을 내리게 될 것이오, 또한 엄청난 영토를 할양해야 할 것이고 전쟁 배상금 역시 엄청나게 물어야 할 것이오. 그런 우리 중국에 투자할 가치가 남아 있소?”
그러자 사무총장은 빙그레 웃었다.
“설사 장강 이북을 모두 시베리아에 할양한다고 해도 중국은 엄청난 크기입니다.
또 인구는 세계 최고이고요. 엄청난 영토와 상상을 초월하는 인구, 여기에 우리의 돈이 합세하면 중국은 가장 빠른 시간에 일어서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각하.”
“고맙소, 선생. 하지만 수십억이나 수백억 달러 정도의 투자라면 가뭄에 떨어지는 비 몇 방울일 것이오. 왜냐하면 시베리아합중국에도 엄청난 전쟁 배상금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오.”
“걱정하지 마십시오. 각하. 우리는 수십조 달러까지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경제와 정치의 방향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것만 허락하신다면 중국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돈벼락을 맞게 될 것입니다.”
더 밀당을 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후진타오는 당장에 대답했다.
“좋소. 시베리아를 짓밟아 버릴 수만 있다면 그대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소!”
그리고 모인 것이 바로 이 쿠데타 회의였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중국에서 모두 2인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쿠데타로 이들은 모두 일인자가 될 것이다.
그중에 중국 주석은 후진타오가 될 것이고···.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상황이오. 하지만 우린 이번의 위기를 넘기면 시베리아를 압도하는 신중국이 될 것이오.
왜냐하면 국제금융 카르텔이 무제한의 투자를 약속했소. 동지들. 가슴이 아프지만, 중화민족을 위해 지금의 수뇌부를 제물로 바칩시다.
나는 이번 쿠데타에 찬성하오. 나와 함께 하려는 동지들은 손을 들어 결정해주시오.”
후진타오가 한 손을 들었다. 그러자 국가안전부 제1차장이 손을 들었고 나머지 사람들이 하나둘 손을 들기 시작했다.
“전원 찬성이오. 사령관.”
“예. 주석님.”
“이제부터 작전계획대로 중남해의 핵전쟁 사령부를 점령하고 장쩌민 주석과 수뇌들을 모두 체포하시오. 반항하면 사살해도 무방하오.”
“알겠습니다. 단결!”
시베리아군이 공격해오는 그 시각, 베이징에서는 쿠데타군이 중남해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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