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일본의 신풍. >
도쿄 총리관저.
“현재 시베리아군은 북한에서 전부 철수하였습니다. 철수한 군대는 모두 산해관 앞에 집결한 블라디보스토크 전선군에 합류하였습니다.”
총리관저의 작은 소회실에는 일본 자위대 장군들과 방위청 조사국 요원들, 그리고 해군 자위대와 왕궁에서 나온 일왕의 관전 요원들을 포함하여 30여 명이 모여 앉아 있다.
이들은 일본의 모든 것을 주무르는 일본의 핵심 요원이다. 그들은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상황판에 나오는 시베리아합중국 군의 이동을 보고 있었다.
물을 한 모금 마신 일본 방위청 정보본부장인 육장 니시무라 마사히코는 다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전선군은 1만 대의 전차, 1만 대의 항공기(폭격기. 전투기 포함). 5천 대의 스커드미사일 발사차량. 자주포 5천 대, 병사 30만을 거느린 강군입니다.
그들은 시베리아합중국 최고의장 아르진 리의 명령만 떨어지면 즉시로 산해관을 짓밟고 중국으로 진격하여 천진을 점령하고 산동성을 점령할 것입니다.
시베리아합중국의 자바이칼 전선군과 하바롭스크 전선군도 무장 장비와 병력은 비슷합니다.
우리가 알아낸 바로 하바롭스크 전선군은 청더시에 집결하여 있으며 자바이칼 전선군은 내몽골의 후허하오터시에 집결하여 있습니다.
명령이 떨어지면 하바롭스크 전선군은 청더에서 출발하여 하북성의 북부지역을 가로지르며 베이징으로 진격할 것이며 자바이칼 전선군은 내몽골의 후허하오터에서 곧바로 국경을 넘어 산서성을 점령하고 하북성으로 진격하여 하바롭스크 전선군과 합류할 것입니다.
이상으로 보아 시베리아합중국은 중국의 내몽골과 산서성, 하북성, 산동성, 북경과 천진, 그리고 이미 점령한 동북 삼성을 시베리아의 영토로 편입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현재 중국과 시베리아합중국 전선의 상황입니다.”
그때 말없이 상황판을 주시만 하던 왕궁 관전 요원이 입을 열었다.
“중국군의 무기 상황은 어떻소?”
“중국군은 항공기와 모든 미사일, 로켓, 전차 등 전쟁 장비의 전자부품이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현재 중국군이 가용할 무기는 화포와 소총류밖에 없습니다.”
“허, 그럴 수가?”
“끝장이군!”
“쯧쯧!”
일본인들이 한탄했다. 지금 이들이 중국이 시베리아에 대항할 힘을 잃었다는 것을 가슴 아파하는 이유는 중국을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현재 시베리아합중국의 태평양함대는 산동성의 등주 앞바다 전개되어 있다. 지난 5년 동안 시베리아 태평양함대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이상한 것은 10대의 순양함이다. 전장 220m인 순양함은 생긴 형태가 마치 미국의 줌왈트급 이지스함 같다.
더 이상한 것은 순양함이란 이름뿐이지 생긴 형태가 항공모함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만 줌왈트 이지스함처럼 철갑을 씌워서 내부를 볼 수가 없다.
그 때문에 이 10대의 순양함에 무엇이 실려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순양함은 원래 시베리아의 무역 상선을 개조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미사일 중순양함이 20척, 구축함이 10척, 잠수함이 10척이다.
중순양함은 순수한 미사일함으로 수직 발사 시스템 모듈이 80개 - 총 320셀을 갖췄다. 그리고 셀당 4발씩 총 1,280발의 미사일들을 운용할 수 있다. 그야말로 미사일의 소낙비를 퍼부을 수 있는 미사일함이라고 봐도 된다.
“끔찍하군! 1,280발의 미사일을 쏘는 배라니?”
왕궁 관전 요원은 머리를 흔든다. 하지만 해상자위대 막료장은 항공모함처럼 생긴 10척의 순양함을 쏘아보고 있었다.
‘저건 분명 항공모함이다!’
10척의 항공모함이라니? 아무리 상선을 개조해서 쉽게, 빨리 만들었다고 해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저것이 정말 항공모함이라면 앞으로 해상자위대의 제1번 공격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시베리아 태평양 함대에 대하여 어떤 입장인가?”
총리의 물음이다.
“그들은 이렇다 할 평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시베리아의 중국 침공을 환영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겠지! 시베리아가 중국을 부수면 미국은 어부지리로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으니까!”
“그럼 우리 해상자위대가 시베리아 태평양함대의 유일한 적수가 되겠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베리아 태평양함대는 우리 일본 해상자위대에는 상대가 안 됩니다.”
그 말도 맞다.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미국을 제외한다면 이곳 태평양에서 가장 강한 함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폐하께서는 중국이 이번 전쟁에서 패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총리의 이마에 주름살이 더 생겼다.
시베리아합중국이 생겨났을 때부터 일본은 한국과 북한, 중국과 시베리아합중국을 주시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시베리아합중국의 최고의장이 한국계 시베리아인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시베리아 의장이 한국을 밀어준다면 일본으로서는 난감하게 된다.
하지만 시베리아는 한국의 기업들을 받아들여 합자회사를 많이 만들었지만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그 때문에 마음을 놓았던 일본 수뇌들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시베리아합중국이 점령했던 북한의 영토를 고스란히 한국에 넘겨주었다.
그에 일본은 화달짝 놀랐다.
한국의 통일은 일본에 또 하나의 경쟁국을 만든 셈이다. 한반도가 두 개로 갈라져 있을 때도 한국은 일본의 경쟁국이었다.
그런데 이제 북한을, 그것도 손실 하나도 보지 않고 통합했다.
정보에 의하면 시베리아군대는 북한인구 3천만 명 중에 북한 노동당원과 그의 가족, 김정일에게 충성하는 장교들과 정치위원, 북한의 수뇌급 관리 중 친김정일파를 가족까지 모조리 시베리아로 끌어갔다고 한다.
그 인원이 무려 1천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들은 시베리아에 가서 수천 개의 보호구역에서 지낼 것이다. 그 보호구역은 미국의 인디언 보호구역과 비슷한데 지금의 1천만 명은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의 후대는 재교육을 받고 광신적인 김정일교를 버렸다고 생각되는 자만이 시베리아합중국에 편입시킬 작정이라고 한다.
어찌 되었든 남한은 북한을 통일하면서 사람을 한 명도 죽이지 않았고 친김정일파도 시베리아군이 끌어갔으니 민족을 통합하는데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다.
그러니 그만큼 빨리 화합이 될 것이고 그에 따라 경제적 발전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제 한국은 일본인의 손에서 떠나갔다.
괜히 그들의 일에 끼어들어 방해하다가는 강력한 한 방을 맞을 수도 있다.
“그럼 한국의 일에 대해서는 모두 손을 떼시오. 그들과 사이가 나빠지면 앞으로 우리 일본이 곤란해질 수 있소!”
“알겠습니다. 총리 각하!”
모두가 그렇게 수긍할 때였다. 왕궁 관전 요원이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는 우리 자위대의 국방력을 지급보다 두 배로 강화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말에 소회의실 모두가 눈이 둥그레졌다.
어떤 나라든 국방력을 강화하는데 싫어할 통치자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두 배를 강하게 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국방력만 강화하다가 자칫 경제가 쇼크 상태에 들어갈 수도 있다. 그러니 총리는 그 말에 찬성할 수가 없다.
“그건 안될 말입니다. 자위대를 그 정도로 강화하려면 상상할 수도 없는 돈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일본 경제에서 그 정도의 돈을 투입하는 것은 자살과도 같습니다. 그러니.”
“잠깐만요!”
관전 요원이 총리의 말을 잘랐다. 그는 자신 있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여기 오신 분은 폐하께서 보증하신 분입니다. 일단 이분의 말을 들어보고 결정하세요.”
그러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관전 요원을 따라 들어 왔던 사람은 동양인이 아니라 서양인이다. 그것도 남자가 아니라 금발의 이름다운 여인이다.
“안녕하세요. 난 금융 카르텔의 동양 투자 담당 이사 아니타 로스차일드입니다.”
아니타 로스차일드!
그녀의 이름을 듣고 방 안의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 방 안에 있는 사람 중에 유대 금융 카르텔의 힘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모른다면 그는 일본의 통치 집단에 있을 자격이 없다. 그만큼 유대 금융 카르텔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진 집단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세계 금융의 70%를 손에 쥔 자들! 초강대국 미국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자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 정부는 바로 저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은막 속에서 전 세계를 주무르는 자들이 바로 저들, 금융 카르텔이다. 만약 저들이 일본을 돕는다면 그건 21세기의 신풍이 될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되든 저들이 내민 손을 잡아야 한다. 그것이 일본을 우뚝 일어서게 할 테니까!
총리는 흥분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아니타이사님. 일본 총리로서 금융 카르텔의 의지를 듣고 싶습니다.”
“그러죠, 총리 각하!”
맑게 웃은 아니타 로스차일드가 입을 열었다.
“우리 위원회는 시베리아합중국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만약 그들을 계속 성장하게 놔둔다면 통일한국과 연합하여 동북아시아의 강자가 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시베리아합중국과 대한민국이 하나의 국가로 통일이 될 수도 있다고 카르텔의 싱크탱크는 보았습니다.
만약 시베리아합중국과 대한민국이 하나의 국가가 된다면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고 태평양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그때 가서는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막아서는 모든 국가를 휩쓸어 버리고 천년대계의 한민족국가로 거연히 일어서게 될 것입니다.
하여 우리 위원회는 그들을 막는 첫 번째 국가로 일본을 확증했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할 피맺힌 구원이 있으니까요.
따라서 우리는 일본이 지금의 두 배, 세 배로 강해질 때까지 지원할 것입니다.
대신 일본은 현재 가지고 있는 미사일과 항공기, 전차 등 해상자위대를 제외한 모든 무기를 중국에 주세요.
그것이 우리가 일본국정부에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모두 입이 얼어붙었다. 중국에 일본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보낸다?
보낼 수는 있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중국은 판이 기울었다. 즉 결코 공격해오는 시베리아군을 감당할 수가 없다.
만약 중국이 일본의 전폭기를 타고 시베리아 전폭기와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시베리아는 당장 일본을 지목할 것이고 중국과 전쟁이 끝나면 일본을 향해 창끝을 겨눌 것이다.
“아니타이사님. 그렇게 되면 시베리아군은 우리 일본을 향해 공격을 할 것입니다.”
“아뇨, 곧 중국은 새로운 지도부가 출현합니다. 그들은 장쩌민을 비롯한 지금의 중국 지도부를 체포할 것이고 전쟁의 책임을 물어 사형에 처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베리아합중국을 향해 평화의 손을 내밉니다.”
“오!”
“그렇군!”
아니타 로스차일드가 말하는 속뜻을 모를 사람이 여기에는 한 명도 없다.
결국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고 장쩌민과 현 지도부에 죄를 뒤집어씌워 처형한다!
그리고 그 명분으로 시베리아합중국에 평화협정의 손을 내미는 것이다.
“좋군요! 그렇다면 우리 일본은 아니타이사님의 제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날, 일본과 아니타 로스차일드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고 비밀계약을 맺었다. 그 시각 시베리아합중국의 3개 전선군은 이준의 명령을 받았다.
“계획대로 두꺼비 작전을 시작한다. 바이칼.”
그 시각부터 시베리아합중국의 3개 전선군 90만은 공격 시간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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