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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막내 동생-84화 (83/98)

제84화. 분노와 증오의 폭발. >

1995년 9월 28일, 평양 주석궁.

“체포된 김정일 부자는 오늘 오전 10시쯤 되면 평양시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전 10시라···.”

공수특전단 사령관의 보고에 이준은 벽에 걸린 평양시 전도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공수특전단 사령관을 보며 말했다.

“사령관.”

“예. 각하!”

“바로 여기, 중구역에 도착하면 김정일 부자를 차에서 내려 걸어서 호송하라.

그전에 평양시 전체에 사로잡은 김정일 부자를 끌고 중구역으로 온다고 신문에 내보내고, 알았나?”

“예? 아, 예. 알겠습니다.”

“또 방송차로 시내를 돌면서 김 씨 부자의 체포와 그들이 중구역에 도착하는 시간을 주민들에게 알려라.”

“예. 알겠습니다.”

‘김정일 부자는 죽어도 편하게 죽으면 안 되지···.’

그들은 북한의 주민들을 노예로 취급했다.

북한 사람들은 김 씨의 통치 아래서 마음대로 말도 못 하고 마음대로 보지도 못하고 마음대로 듣지도 못하고 살았다.

또 조금만 불평해도 수용소로 온 가족이 끌려가 죽을 때까지 금을 캐고 각종 생체실험을 당했다. 또 수십만 명이 기아로 굶어 죽었다.

그러면서도 불평 한마디 못 하고 죽어갔다.

김씨 가문의 독재에 한을 품고···.

이제는 그 값을 내야 하지 않겠나?

이준은 신문에 보도하게 했다. 아예 방송 차를 시내로 돌게 하며 김 씨 부자의 체포 소식을 알리게 했다.

평양주민들이 김 씨 부자를 심판할 수 있도록!

세계의 언론들이 알면 인권이 어쩌고 떠들 테지만 이준은 무시했다.

북한의 3천만 주민들을 노예로 부리고 마음대로 죽인 김 씨 부자에게는 인권을 적용할 수 없다고 이준은 생각했다.

똑똑.

“들어오라.”

문이 열리고 공수특전단 정보국장이 들어섰다.

“충, 성.”

거수경례를 하고 이준의 앞으로 다가온 정보국장이 입을 열었다.

“각하. 대한민국 통일부에서 긴급 전문이 왔습니다.”

“긴급 전문?”

“예.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가 판문점을 통과하여 각하를 뵈러 오는데 판문점을 열어주라는 부탁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가 온단 말이지?”

이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분명 북한 영토 때문에 오겠군!’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영토니까! 그런데 시베리아합중국이 순식간에 점령해버렸다.

이제 이준이 북한영토를 시베리아합중국에 합병한다고 하면 대한민국으로서는 정말 큰 일이다.

시베리아합중국과 전쟁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은  긴급하게 이준에게 대통령의 특사를 파견했다.

“허락해 줘! 어차피 한번은 만나야겠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각하. 주한 미 대사도 이번에 같이 오겠답니다.”

“주한 미 대사가?”

“예. 그도 미 대통령의 특사 자격입니다.”

“쿡, 빌 클린턴이 속이 달았군!”

이준은 피식 웃었다. 그는 이제 시베리아합중국의 위험성을 직감했다.

이번 전쟁에서 초강력 EMP탄과 중성자탄을 사용한 시베리아합중국이다.

또 어떤 무기가 있을지 모른다.

혹시라도 광선무기라도 있으면 세계의 초강대국인 미국이라고 해도 이준에게 감히 압력을 넣을 수가 없다.

‘하지만 미안하군! 광선포(레이저요격포)는 이미 생산에 들어갔으니···.’

다섯 천재가 만든 레이저 요격포는 극비에 생산에 들어갔다.

현재 완성된 광선포는 10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300문이 생산되어 시베리아합중국의 국민들을 지킬 것이다.

뭐, 그렇다고 선전할 필요는 없지만···.

“그도 허락해줘, 당연히 만나야 할 사람이니.”

“예. 알겠습니다. 각하!”

국장이 절도있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돌아서 나갔다.

‘이제 러시아와 프랑스, 독일, 영국도 우리 시베리아를 주시하겠군!’

하지만 이준은 두렵지 않다. 이제 마음 먹은 대로 웅지를 펴나갈 것이다.

이전 생에서 국정원 요원으로 있을 때 이준은 정말 답답할 때가 많았었다.

대한민국은 북한의 몽니 때문에 이리저리 휘둘렸고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뭐 하나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핵탄두만해도 그렇다! 북한은 핵무기를 거의 17년에 걸쳐서야 간신히 만들어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기술도, 과학자도, 핵탄두를 만들 장비도 넘쳐 난다.

만들자고 마음만 먹는다면 가장 이른 시일에 북한보다 수배의 핵탄두로 무장할 수 있다. 그것도 북한 핵탄두보다 더 앞선 핵탄두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핵탄두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저 멀리 남쪽으로 뻗은 길을 바라보는 이준의 눈이 번들거렸다.

***

평양 평천구역 철산동은 중구역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함영국은 새벽에 철산시장에 장사하러 나간 아내에게 가져갈 채소를 실은 구르마(손수레)를 끌고 가는 중이다.

“헉, 헉. 이놈의 길은 너무 가팔라! 젠장.”

아닌 게 아니라 장마당으로 올라가는 길은 경사가 거의 60도쯤 된다.

그러니 구르마를 끌고 올라가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함영국은 날마다 구르마에 양파와 쪽파. 마늘과 미나리, 단배추를 가득 실어 날라다 아내에게 준다.

북한에서 남자는 배급을 못 받아도, 월급을 몇 년씩 받지 못해도 무조건 회사에 나가야 한다. 아니면 “근무 태만”이라는 죄명에 걸려 체포된다.

그 때문에 북한 노동자들의 가정은 아내가 장사한다. 하지만 아내들은 물건을 중국 화교들에게 도매로 받고 물자를 실어 나르기가 너무 힘들다.

그 때문에 북한의 남자들은 장사를 한 돈으로 회사의 노동당 비서와 지배인(사장)에게 뇌물로 찔러 준다.

아침에 출근만 하여 도장만 찍고 슬그머니 회사를 빠져나가도 모른 척 눈감아 준다.

함영국도 다른 노동자들처럼 아내가 피땀 흘려 번 돈을 노동당 비서와 지배인에게 찔러 주었다. 아니면 당장 장사를 하지 못해서 굶어 죽어야 한다.

이미 94년부터 95년 현재까지 수많은 사람이 굶어 죽고 얼어 죽었다. 평양의 아파트들은 난방을 하지 못한지 오래됐다.

20층, 30층,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

난방이 안 되니 겨울에는 방안이 냉장고가 되고 만다.

하지만 나무가 있어야 불을 땔 수 있지 않겠는가?

더구나 아파트를 현대적으로 지어서 아궁이도 온돌도 없다. 북한 사람들은 작은 난로를 수공업으로 집에서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판다.

그것을 사다가 집안에 들여놓고 굴뚝은 베란다로 뽑는다. 그럼 이제 나무가 있어야 한다. 평양시에서 나무를 얻으려면 한 개비도 없다.

그렇다고 과수원이나 가로수를 찍어 불을 땔 수는 없다. 그랬다가 잡히면 본인은 공개총살이고 가족은 수용소로 끌려간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평양시 교외까지 약 80km, 즉 200리를 걸어가서 산의 나무를 찍어 잘게 잘라 커다랗게 만든 배낭에 지고 들어온다.

나무를 해오다가 들키면 그 또한 엄청난 벌금을 내거나 감옥에 가야 한다.

하지만 가족을 얼려 죽이지 않으려면 방법이 없다.

북한인들에게 사는 것은 전쟁이다. 그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생존 전쟁”을 한다고 말한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무슨 아포칼립스도 아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얼어 죽거나 굶어 죽는다.

1994년부터 1995년까지 굶어 죽고 얼어 죽은 북한 사람들이 30만~ 100만 명에 달한다고 유엔은 발표했다.

살기 위해서, 또 자식들을 굶겨 죽이지 않기 위해 함영국은 매일 이 가파른 고개를 구르마를 끌고 오랐다.

“후, 좀 쉬고 가야겠군!”

함영국은 고개에 다 올라서자 구르마를 옆으로 세우고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돌을 받쳐 놓았다.

그리고는 옆에 쭈그리고 앉아 엽초를 종이에 말아 붙여 물었다.

“후우~”

그의 입과 코에서 독한 엽초 연기가 공장의 굴뚝처럼 뿜어져 나왔다.

사람들은 평양에 사는 주민들은 특별 대우를 받아 모두 잘 먹고 잘산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평양시 인구 170만 명 중에 진짜 잘사는 사람들은 10%로 17만 명쯤 된다.

그 외의 사람들은 모두 먹을 것과 땔 것이 없어 굶어 죽고 얼어 죽는다.

그러니 말은 못 하지만 김씨 가문의 통치에 불만이 없는 사람이 없다.

자기들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으니까, 그냥 입을 꾹 닫고 살아가는 것이다.

자식들을 위하여! 그때였다. 갑자기 방송차의 방송이 들려왔다.

“친애하는 평양시 주민 여러분. 여러분들을 버리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도망쳤던 김정일과 그의 후계자인 아들, 김정은을 체포하였습니다.

지금 그들을 압송해오고 있는데 한 시간 후면 중구역 버드나무 거리로 걸어서 지나갈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립니다. 김정일과 김정은이 중구역 버드나무 거리로 걸어서 지나갈 것입니다. 이제 김씨 가문의 통치는 끝났습니다.

시베리아합중국 정부는 평양의 모든 아파트에 가스를 공급하여 난방을 돌릴 것이며 모든 평양시 주민들에게 식량을 배급해줄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의 노예 생활은 끝났습니다. 이상 시베리아합중국 사령부의 보도였습니다.”

“이, 이게 무슨 소리야! 김정일이와 김정은이 잡혔다고?”

그들이 도망치다가 잡혀서 호송 되어 온단다! 그것도 중구역 버드나무 거리로 걸어서 통과한단다!

함영국은 벌떡 일어섰다.

그의 시뻘게진 얼굴에서 분노가 여과 없이 표출되었다.

“김정일, 그 개새끼는 죽어야 해. 이대로 군정부로 보낼 수는 없어!”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김 씨들 때문에 삼촌의 가족이 굶어 죽었다.

사실상 평양시 주민 중에 자기 가족이 아니면 친척들이 죽지 않은 사람들은 상위층 17%뿐이다.

나머지 150만명의 평양시민들은 모두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그놈, 김정일 때문이다.

“가서 놈을 때려 죽여야 해!”

그때였다. 시장 안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남자, 여자, 어린 소년 소녀들 할 것 없이! 그들의 손에는 몽둥이나 빨랫방망이, 또는 돌을 쥐고 있었다.

“여러분, 우리를 짐승보다도 못하게 만든 자들이 바로 김씨 가문입니다. 이제 놈의 세상은 끝장이 났습니다.

그렇다고 김정일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 달려가서 김씨 가문의 통치 아래 굶어 죽고 얼어 죽고 매 맞아 죽은 부모·형제 친척들의 원수를 갚아야 합니다.

여러분, 김정일을 때려죽입시다!”

“옳소. 놈을 찢어 죽여라!”

“가자. 버드나무 거리로!”

와와와와~

사람들이 달려간다. 장사하던 물건을 지키도록 몇십 명을 남겨 두고! 예전 같으면 자기의 장사품을 저렇게 놔두고 가지 못한다.

그걸 잃어버리면 가족의 목숨이 끊어지기에···.

하지만 지금은 달려간다.

그리고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장사 물품을 두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다.

“여보, 철이 아버지. 얼른 시장에 물건을 들여다 놓고 우리도 가요. 김정일, 그놈의 낯짝을 봐야 겠어요!”

어느새 왔을까? 아내가 함영국을 재촉했다.

“어? 어!”

함영국은 아내와 함께 구르마를 끌고 시장 안으로 들여다 놓았다.

“잘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말고 가서 김정일을 쳐 죽이시오. 그 살인마 새끼를 절대 편하게 죽게 하면 안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살려서 시베리아 군정부에 돌아가지 못하게 하겠소!”

“뭐해요. 빨리 가요.”

“그래!”

함영국은 아내의 손목을 잡고 내달렸다.

지난 세월 참고 참아왔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오른 것이다.

부부가 달리는 길에는 달려가는 사람들이 가득 덮였다.

모두 김정일을 때려죽이러 가는 사람들이다.

지난 수십 년의 분노와 증오가 활화산처럼 폭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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