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음식물 쓰레기도 꿀맛이다! >
“전대장.”
김정일이 잠수함 전대장을 불렀다.
“예, 지도자동지.”
“최대한 빠르게 가면 갑문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지금은 빠르게 갈 수가 없습니다. 대동강물의 수위가 낮아진데다가 강이 너무 구불구불해서 속도를 높였다가는 좌초할 수도 있습니다.”
“좌초?”
“예.”
“그래도 가능한 속도를 높여라. 어떤 일이 있어도 시베리아 놈들보다 한발 앞서 갑문을 통과해야 한다. 알았나?”
“예. 지도자동지!”
잠수함이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워낙 물이 낮아진데다가 구불구불해서 상당히 위험했다. 그에 김정일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만약 시베리아 놈들에게 이 상태에서 노출되면 꼼짝없이 당한다. 그리고 지금 상태로 달리다가는 분명 좌초한다.
‘그래, 헬기, 헬기가 추격해올 수 있다!’
북한의 헬기들은 EMP탄에 의해 모두 뜰 수가 없다. 그러나 시베리아군은 헬기가 많다.
이제는 자기가 잠수함을 타고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터, 이 속도로는 헬기보다 빨리 서해로 나갈 수 없다.
살자면 방법은 하나, 잠수함에서 내려야 한다.
그리고 잠수함은 미끼로 서해갑문으로 보내고 아들과 함께 육로로 도망치기로 결심했다.
얼굴은 정밀한 면구를 썼기에 자기가 김정일인지, 아들이 김정은인지 누구도 알아볼 수가 없으니 가능한 일이다.
“전대장.”
결심을 내린 김정일이 전대장을 불렀다.
“예. 지도자동지!”
“지도를 가져와라.”
“예.”
지도를 펼친 김정일이 남포의 화학공장을 짚었다.
화학공장은 원재료 부족으로 문을 닫은 지 이미 10년이나 된 공장이다.
하지만 그곳에는 폐기된 부두가 있다.
10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지만 잠수함이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 깊이의 부두다.
폐공장의 부두이니 시베리아군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고···.
“이 부두로 와라. 나는 아들과 함께 육로를 통해 그곳까지 가겠다.”
“알겠습니다. 우리 잠수함 3척 중 단 한 척이라도 반드시 그곳에 가닿겠습니다. 여기서 그곳까지의 거리가 80km(200리) 정도이니 도착해서 6일간 기다리겠습니다.
반드시 무사히 오셔야 합니다. 지도자동지!”
김정일과 김정은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10리도 걸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전대장은 김정일과 김정은이 부두에 도착하는 시간을 6일로 잡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김정일은 200리를 걷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지는 생각도 못 했다. 그렇게 걸어본 경험이 없으니 당연했다.
사실 북한의 일반인들이라면 200리는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다.
북한의 아줌마들은 쌀 50kg을 이고 새벽에 50리나 떨어진 시장에 걸어가서 장사하고 저녁이면 50리를 걸어 돌아온다.
거짓말 같지만 이건 탈북자들이 증언한 사실이다.
여하튼 하루에 아줌마들도 100리를 걷지만 김정일 부자에게는 200리가 2천 리보다 더 멀고 힘겨울 수도 있었다.
어쨌든 김정일과 김정은은 잠수함에서 내려 대동강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30분도 안 되어 6대의 공격 헬기가 대동강 상공을 날며 잠수함을 찾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내리지 않았다가는 뒈질뻔했군!”
김정일은 자기의 선견지명에 뿌듯해졌다. 그리고 더욱 각오를 다졌다.
‘반드시 이 땅에서 살아나가야 한다!’
김정일과 김정은이 논 판의 벼를 헤치며 남포 쪽으로 나아갔다.
***
“중대장님, 잠수함입니다!”
조종사가 소리쳤다. 잠자리 8전대 제1중대장 아나톨리소령도 헬기 밑의 대동강을 내려다보았다. 망원경에 선명하게 보이는 적의 잠수함 해치가 보였다.
대동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난 것이다.
“겨우 여기까지 도망쳤군, 김정일! 흐흐흐.”
소름이 오싹 돋는 웃음을 짓고 난 아나톨리가 사령부를 호출했다.
“사령부, 사령부, 여기는 잠자리 제1중대, 적 잠수함을 발견했다. 적 잠수함을 발견했다!”
“몇 척인가?”
“해치가 드러난 적 잠수함은 3척이다!”
“알았다. 명령을 기다려라.”
“알았다, 오바.”
아나톨리는 잠수함을 내려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기의 중대가 김정일을 잡게 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독재자를 잡게 됐으니 감개무량하다.
그때 사령부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의장님의 명령이시다. 가능한 잠수함을 나포하라. 허나. 반항하면 박살 내도 상관없다. 오바.”
“알았다. 오바.”
중대장 아나톨리가 명령을 내렸다.
“공격 준비.”
mi-28공격헬기 6대가 저공으로 내려가며 잠수함의 상공, 공격 위치를 점했다.
“102, 103, 들리나.”
아나톨리가 저공비행을 하는 mi-28공격헬기, 102호와 103호를 호출했다.
“예. 중대장님.”
“너희들이 공격한다. 목표, 첫 번째 잠수함 해치, 하드 포인트 철갑탄 발사. 다른 헬기들은 잠수함을 감시하라.”
“알았다. 오바.”
mi -28 공격헬기에는 16발의 공대지 미사일과 하드 포인트에 580발의 30mm 철갑탄 또는 기관 포탄을 능동적으로 교체하며 사격 할 수가 있다.
102호 부조종사(무기수)가 재빨리 버튼을 눌렀다.
스르르릉, 철컥, 철컥.
포인트에 장착되어 있던 고폭탄이 자동으로 빼어지고 철갑탄이 장전되었다.
“철갑탄 장전 끝!”
“오케이!”
mi -102호 조종사 호페롱은 중국 남부지역 소수민족의 한 사람이다. 그는 시베리아합중국으로 이주한 다음, 항공 조종사 학교에 입학했고 헬기를 배웠다.
그리고 이제는 당당한 공격 헬기 조종사가 되었다. 중국에 그대로 살았다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중국의 시진핑과 공산당은 소수민족은 절대 군에 입대하지 못하게 한다.
아니, 아예 받아 주지를 않는다.
소수 민족을 군에 받았다가 반란이라도 일으키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군에 소수민족은 없다.
하지만 시베리아합중국에 와서 군인이 되었고 중국과 북한과의 전쟁에 나섰다.
“목표, 적 잠수함 해치, 사격 준비 끝!”
<발사.>
“발사!”
투투투투투투~
둔중한 굉음과 함께 10발의 철갑탄이 해치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명중이다.
퍽퍽퍽~
마치 잠수함의 선체가 강철이 아니라 호박 같다.
철갑탄이 거침없이 해치들에 구멍을 뻥뻥 뚫어 버렸다.
“전대장님. 헬기의 공격입니다.”
잠수함의 감시병이 모니터를 보며 고함을 질렀다.
“철갑탄이 쏘아져 옵니다!”
순간, 해치 쪽에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해치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맙소사!”
3척 잠수함의 전대장인 강상구대좌는 햇빛이 비쳐 드는 해치의 구멍들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적을 만나면 물속으로 깊이 잠수하여 회피하는 것이 잠수함의 가장 큰 무기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대동강의 수위가 낮아져 잠수함의 배가 바닥에 닿을 지경이다.
그러니 어디로 잠수하겠는가?
모든 잠수함 요원들이 자기의 결정을 기다린다는 것을 강상구대좌는 안다.
하지만 그는 결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항복하지 않고 싸우자니 달걀을 바위에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공격 헬기들은 단 한방의 미사일로도 잠수함을 폭파해버릴 수가 있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mi -28 공격헬기들이 3척의 잠수함 상공위를 빙빙 돌며 무력 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때 헬기에서 하는 방송이 해치의 뚫린 구멍을 통해 들려왔다.
“잠수함에 타고 있는 북한군 요원들에게 알린다. 이제부터 1분 이내에 항복하지 않으면 잠수함을 폭파하겠다.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줄 수 있다.
자, 시간이 간다. 잘 생각하여 삶과 죽음을 선택하라!”
강상구대좌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방송하는 시베리아장교의 어투 속에서 단호함을 느꼈다.
마치 살고 싶으면 항복하고 뒈지고 싶으면 뒈져라, 하는 것 같았다. 결국 저들은 잠수함을 그저 귀찮은 패잔병처럼 여기고 있었다.
아니, 빨리 죽이고 싶은 마음이 확실하다!
강상구대좌는 3척의 잠수함과 연결된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나, 전대장 강상구대좌다! 모두 아는 것처럼 우리는 꼼짝 할 수 없는 지경에 처했다. 아마도 항복하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친위대원들이다. 그동안 우리는 위대한 지도자동지의 은혜로 공화국에서 가장 잘 먹고 잘살 수 있었다.
사람은 가장 위급한 시간에 본심을 나타낸다고 한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지도자 동지에 대한 우리의 본심, 즉 충성의 마음을 보여줄 때라고 생각한다.
하여 나는 명령한다. 잠수함을 자폭 시키고 우리 모두 죽음으로서 지도자 동지께 충성한다. 알겠나?”
타앙~
총소리가 울렸다. 전대장이 몸을 돌렸다. 모든 잠수함 요원들이 자기를 바라본다. 그런데 잠수함 함장의 손에는 파아란 연기를 피워 올리는 권총이 들려져 있었다.
“너, 너 이 새끼. 감히 배신하는 것이냐?”
그러자 함장이 차갑게 말했다.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새꺄, 엄한 사람들 끌고 들어가지 말고.”
탕탕탕탕탕~
함장의 권총이 연이어 불을 뿜었다.
“컥, 이 배신자 새끼, 넌 천벌을 받을···. 것이다. 컬럭.”
전대장이 저주를 퍼부으며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함장은 눈 한 번 깜짝하지 않았다.
“지랄, 김정일이가 신이냐? 천벌을 내리게. 퉤.”
전대장의 쓰러진 몸에 침을 뱉은 함장이 멍하니 쳐다보는 잠수함 요원들에게 소리쳤다.
“김정일은 신도 아니고 영명한 지도자도 아니다. 그니까 자폭하여 개죽음을 당하지 말고 항복한다. 알았나?”
“예!”
그제야 힘차게 외친 요원들이 해치를 열고 손을 든 채로 밖으로 나왔다.
***
남포 화학공장의 북쪽 변두리인 정향거리에는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새벽 2시, 캄캄하고 인적이 없는 길로 두 사람이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배가 툭 튀어나온 사람들이다.
“아버지, 난 배가 고파서 더 이상 걷지 못하겠어요. 헉, 헉!”
길 옆에 털썩 주저앉은 남자는 바로 김정은이다. 면구를 써서 얼굴은 다르지만, 툭 튀어나온 배는 감출 수가 없다.
그러자 앞서 걷던 김정일이도 쓰러지듯 아들의 옆에 주저앉았다.
“나도 배가 고파서 기운이 하나도 없구나! 헉, 헉!”
부자는 서로 등을 마주 대고 앉아서 가쁘게 숨을 쉬었다.
둘의 모습은 말이 아니다. 온몸이 흙 칠을 했고 지난 5일 동안 밥 한 끼 먹지 못했다. 언제 김정일과 김정은이 굶어 봤을까?
낮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논 판에 숨어 있었고 밤에만 걸었다. 그리고 너무 배가 고파서 아직 익지 않는 벼를 소처럼 씹어 먹었다.
하지만 배고픔은 더 심해졌다.
그래도 다행히 화학공장 부두가 멀지 않은 곳까지 왔다.
“정은아.”
“예, 아버지.”
“조금만 더 가자. 그럼 화학공장 부두다. 그럼 우린 살 수 있어!”
“예. 아버지!”
둘은 서로 부축하며 겨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또다시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한데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다. 그러자 빈 창자가 음식물을 달라고 아우성 친다. 둘은 서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방금까지 비틀거리며 걷던 사람들답지 않게 내달렸다. 그곳은 식당 뒤의 음식물 쓰레기장이었다.
그곳에는 식당에서 버린 여러 가지 음식물 찌꺼기가 널려 있었다.
“아, 아버지. 바, 밥이에요!”
둘은 음식물 쓰레기를 독수리처럼 덮쳤다.
이 며칠 만에 보는 먹을 것이냐?
둘은 정신없이 입안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우걱, 우걱, 아버지, 이거 정말 꿀맛이에요. 으흐흐!”
김정은이 살점이 조금 붙은 돼지 뼈다귀를 물어 뜯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정말 맛있구나! 그냥 혀까지 따라 뱃속으로 넘어갈 것 같아. 크흐흐!”
김정일도 김정은도 양손에 음식물 쓰레기를 한 움큼씩 쥐고 마구 입에 퍼 넣었다. 한데 그 순간이었다. 수십 개의 플래시가 그들을 비췄다.
“뭐, 뭐야?”
깜짝 놀란 그들이 눈을 부릅떴을 때 시베리아 군인들이 달려들어 총구를 겨누었다.
“식사 중이었군. 김정일씨. 미안합니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시베리아군 장교 한 명이 음식물 쓰레기가 입안 가득한 두 사람을 보며 빈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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