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소돔과 고모라. >
늘 고려 항공기 한 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던 평양 순안 비행장! 언제나 고요 속에 잠겨 있던 곳이 순안 비행장이다.
그런데 오늘은 순안비행장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사방에서 공수특전대원들이 하강하고 있었고 전차와 장갑차들이 낙하산에 매달려 지상에 내려서고 있었다.
공수부대와 전차, 장갑차들은 내려서는 즉시로 전투대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복잡한 속에서 수직이착륙기 “해동청”이 조용히 순안 비행장에 내려섰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이준이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부관이 된 강소라가 시베리아 친위대 소령의 장교복을 입고 이준의 뒤를 따라 내려왔다.
“최고의장 각하. 제7공수 특전단은 평양시로 진격한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제7공수 특전단 단장 소장 이송기. 충, 성!”
사다리의 끝에 내려서자 제7공수 특전단 단장이 거수경례를 했다. 이준이 이송기소장과 악수를 했다. 악수가 끝나자 이준이 물었다.
“전차와 장갑차가 몇 대입니까?”
“전차는 100대, 돌격포가 100대, 장갑차가 100대입니다. 그리고 BTR-80(보병 전투 병력 장갑차)500대입니다.”
보병 전투 병력 장갑차는 수륙양용이며 승무원이 2명, 탑승하는 전투병이 10명이다. 제7공수 특전단은 5,000명, 500대의 전투병력차면 전원 탑승하고 빠른 속도로 진격할 수 있다.
웅웅웅웅웅웅~
그때 하늘에서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날아가는 소리가 울려왔다.
본격적인 평양점령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이송기소장.”
“예. 각하.”
“진격하면서 길 양옆에서 기관총 따위나 쏘는 인민군은 신경 쓰지 말고 오직 주석궁으로만 곧장 진격하세요.
바리케이드와 로켓 발사기들은 우리의 공격헬기와 공군기들이 처리해줄 거요.”
“알겠습니다. 충성!”
달려가 지휘 전차에 탑승한 이송기 소장이 전 부대에 명령을 내렸다.
“눈앞에 평양이 있다. 보이는가?”
<야!>
공수특전단 장교들과 병사들의 힘찬 외침이 울려 퍼졌다.
“순안 비행장에 있는 사령부에서 최고 의장님께서 우리의 전투를 지켜보신다. 의장 각하에게 제7공수 특전단의 힘을 보여주자. 할 수 있는가?”
<야!>
“전진하라!”
와르릉. 콰콰콰콰콰콰~
전차, 장갑차, 전투 병력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기갑부대의 위로 공격용 헬기와 전폭기들이 날아갔다.
***
순안에서 평양으로 들어가는 도로 중에 제일 빠른 길은 제65 국도 선이다. 하지만 65국도 옆에는 국방대학과 김일성 군사대학이 있다.
또한 그 주변의 산맥에는 갱도들이 있는데 1950년대부터 건설한 무기공장이다.
이곳에서 소련의 AK-47을 북한인들의 체격에 맞게 개조한 AK-63를 생산한다.
그 때문에 이곳에는 군수공장 노동자들이 많다.
알다시피 북한 사람들은 소년이든 노동자든 모두 군사 조직에 속해 있다.
군수공장 노동자들도 교도대에 편입되어 자기들이 생산한 AK -63을 들고 65국도선을 따라 참호를 파고 매복했다.
진격해오는 시베리아군을 막으라는 최고 사령부의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이보게, 호산이, 수류탄이 몇 개지?”
같은 반에서 일하는 반장이 장호산에게 물었다.
“예. 5개 받았습니다.”
“그럼 내 것까지 12개군!”
반장은 7개를 받은 것이다.
“보병들이 공격해올 때는 수류탄 벼락을 안겨야 해. 그래야 더 이상 접근을 못 하지, 그다음은 AK로 사살하면 되는 거야. 알겠지?”
“예. 반장님.”
“집에서 아내가 기다리고 있겠군!”
“그렇죠!”
장호산은 첫 아기를 본 아빠다. 이제 아기를 낳은 지 3개월밖에 안 된다.
그 때문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끌어내서 총을 쥐여 주고 참호에 몰아넣은 보위부놈들도 장호산의 아내는 면제해주었다.
“죽지 마라, 꼭 살아서 아기에게 가야지!”
“예, 반장님!”
그때였다. 엎드리고 있는 참호 바닥이 흔들리는 느낌이 났다.
“반장님. 땅이 흔들리는 것 같은데요?”
“그렇지? 근데 이게 왜 흔들리지?”
그러는 사이에 땅의 흔들림은 더욱 커졌다. 먼 곳에서 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이건···.”
“무슨 소립니까? 반장님.”
“저, 전차다. 전차가 오고 있어!”
반장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곳에 끌려 나온 교도대 3,800명은 전부 Ak와 보병용 수류탄만 받았다. 그래서 자기들은 여기서 보병들을 막아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실지로 달려오는 시베리아군은 보병이 아니라 기갑부대였다.
“오, 맙소사! 전차라니?”
이제 전차들의 대열이 보였다. 검게 번들거리는 전차와 장갑차들, 그 뒤를 거대한 뱀처럼 꼬리를 물고 달려오는 보병전투차들!
저 정도의 기갑부대라면 이곳 방어 진지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다.
‘우릴 소모품으로 끌어냈구나!’
반장은 알 수 있었다. 자기들은 총알받이가 되어 여기서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이건 개죽음이다. 하지만 피할 수도 없다.
제2 참호 선에는 국방대학(2년제 사관학교)과 군사대학(4년제 육해공사관학교)의 학생들이 포진되어 있다.
18세에 사관학교에 와서 23세에 졸업하는 자들, 저들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른다. 아는 것은 오직 세뇌 된 이념뿐이다.
도망치면 저들은 교도대 3,800명을 모조리 쏘아 죽일 것이다.
그때 달려오던 전차들이 갑자기 정지했다. 참호로부터 대략 500미터 지점이다. 그
리고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북한군 여러분, 평양시 남녀노소 여러분!
우리는 시베리아합중국의 국군입니다. 당신들은 지금 자기의 목숨을 내던져 김씨가문의 통치를 계속 이어가게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김씨 가문의 통치는 며칠 내로 끝장이 날 것입니다. 김정일의 지하 궁전은 우리의 공격을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함락될 것입니다.
그때 김정일과 김 씨 가문들은 자기들이 저지른 죄의 값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모두 김씨 가문의 독재 통치에서 해방될 것입니다.
그럼 여러분들은 남한 국민처럼 잘 먹고 잘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자식들이 더는 꽃 제비가 되지 않고 배고픔을 모르는 새 세상에 된다는 말입니다.
교도대 여러분, 총을 버리고 항복하세요. 항복하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너무도 처참한 개죽음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며칠이면 해방이 될 텐데 그때는 당신들의 아내와 자식들이 남편이 없는 설움과 아버지의 죽음에 슬퍼하는 자식들을 만들려고 하세요? 항복하고 살아나세요.
진심으로 권고합니다. 이제부터 열까지 셀 것입니다.
항복하려면 총을 내려놓고 참호 속에 모두 엎드리세요.
그럼 항복한 것으로 인정할 것입니다.”
철커덕, 철컥~
사관학교 생도들이 있는 제2 참호 선에서 기관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고요한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소리다.
항복하면 기관총으로 모두 쏘아 죽이겠다는···.
하지만 셈세기는 시작되었다.
“하나!”
“두울!”
“세엣.”
숫자가 점점 열을 향해 가까워지자 65국도선 지역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고요해졌다.
그리고 끝내 셈세기가 끝이 났다.
“열!”
고요하다. 시베리아군도, 북한군도 모두 조용하다. 그때였다. AK -63의 총검에 매달린 허연 천이 참호 위로 올라왔다.
그건 맨 일선 참호에 있던 교도대원들이 항복하겠다는 의지였다.
“저 배신자들을 죽여라, 일제 쏴.”
투투투투투투~ 타타타타타타타~
중기관총과 경기관총들이 일제히 총탄을 발사했다. 항복한 교도대원들은 참호 속에 몸을 옹크리고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때였다. 하늘에서 날카로운 비행음이 들렸다.
하늘 높이 떠 있던 전폭기들이 급강하하며 사관학교 광신자들을 향해 기총소사와 함께 로켓들을 발사했다.
쐐애액, 쐐애액~
투투투투투투투투~
콰콰쾅, 콰쾅, 콰쾅, 쾅콰르릉~
“아앗, 으악!”
제2 참호 선에 있던 사관학교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기총탄이 온몸을 누더기로 만들고 로켓탄이 폭발하며 기관총 좌와 사수들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그리고 어느새 달려온 시베리아 전차들이 도망치는 그들을 깔아뭉갰다.
“으아악. 사, 살려 줘.”
전차의 캐터필러에 짓이겨지며 고함을 치는 동료들의 외침 소리에 도망치는 사관학교 학생들은 오싹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65국도선처럼 방어진이 쉽게 무너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강동에서 평양으로 들어오는 대성산 쪽과 남포에서 평양으로 들어오는 광복거리 쪽에는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졌다.
“장군님. 놈들이 광복거리의 아파트 창문 하나, 하나에 엎드려 RPG-7 로켓을 우박처럼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미 우리 전차 26대가 당했습니다. 예, 아파트들을 폭격하지 않으면 여기는 제2의 스탈린그라드가 될 것입니다.”
부대의 맨 선두에서 달리던 제6공수 특전단 제3대대장이 이를 갈며 특전단장에서 하는 전화다.
이곳엔 평양시의 10대 청소년들인 소년근위대와 청년근위대 10만 명이 AK 와 RPG로 무장하고 방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곳과는 달랐다. 김정일을 위해 죽겠다는 각오를 다진 10대의 청소년들은 그 어떤 특수부대보다 더 무서운 강적이었다.
김정일을 위해 죽는 것이 영광이라고 세뇌 받은 10만 청소년들! 그들은 수류탄 묶음을 안고 장갑차에 뛰어들었다.
이쯤 되니 제3대대장인 진격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곳을 뚫고 나가자면 저 애들을 모두 죽이지 않으면 어림도 없었다.
그러자 제6 공수특전단장이 말했다.
<알았다. 전진하지 말고 기다려라!>
그로 인해 평양시 청소년 10만 결사대와 제6공수 특전단 3대대는 서로 노려보고만 있게 되었다.
순안비행장 평양 전투지구 사령부.
이준은 평양 점령군 사령관에게 방금 제6공수 특전단에서 올라온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 애들은 이제 11살부터 20살 미만이라고 합니다.
애들이 진격하는 우리 특전단원들에게 수류탄 묶음을 가슴에 안고 뛰어들어 자폭한다고 합니다.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치면서요.
그 때문에 지금 제6 전단은 정지하고 있습니다. 각하.”
“어린 광신자들이란 말이지?”
이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2차 대전 때 히틀러 유겐트의 어린 독일 아이들이 자기 키보다 더 큰 소총을 들고 소련군 전차를 맞받아 싸운 적이 있다.
그 소년들은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하일 히틀러!”를 외쳤고 히틀러를 위해 죽는 것을 기쁨으로 생각했다.
베를린을 점령한 후, 소련군은 히틀러 유겐트생 35만 명을 포로로 소련으로 끌어갔다. 수용소에 갖다 넣고 그들을 회유하여 소련의 정보요원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히틀러 유겐트에서 먹고 자라며 세뇌 당한 그들의 정신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들은 죽으면 죽었지, 히틀러를 배신하지 않았다.
또 설사 배신했다고 해도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일단 소련을 빠져나가기 위한 임시방편일뿐이었다.
1954년 소련 KGB는 더 이상 이 애들을 재교육할 수는 없다는 결론이다.
그리하여 시베리아의 가장 혹독한 툰투라지역의 비밀 우라늄 광산에서 일을 시켰다. 차례, 차례 모두 죽을 때까지···.
이준은 전화기를 들었다. 광신자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돌려세울 수 없다.
어리다고 그들을 살려주었다가는 훗날 수많은 사람이 그들에 의해 죽음을 받을 수도 있었다.
“나, 최고 의장, 아르진 리다. 광복거리를 초토화시켜라. 모든 사람을 죽일 때까지.”
<예썰.>
잠시 후. 하늘을 가득 덮고 시베리아 공군의 중폭격기들이 광복거리로 날아갔다.
그리고 광복거리는 소돔과 고모라처럼 아파트란 아파트는 모조리 무너졌고 성한 집은 단 한 채도 남아 있지 못했다.
폭격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폭격했고 마지막에는 백린탄과 네이팜탄이 광복거리를 뒤덮어 불바다로 만들었다.
10만 청소년들은 소돔과 고모라에서 온몸이 찢겨 죽었고 불에 타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