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푸틴의 막내 동생-78화 (77/98)

제78화. 믿음은 충성을 낳는다. >

“이름 강소라. 나이: 26세. 태어난 곳: 야쿠츠크, 민족별: 돌궐족. 직업: 교육부 장관 비서.

주요 사항: 시베리아합중국 최고의장 아르진 리의 여친, 틀린 것이 있으면 부정해봐.”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유가람이 권총을 흔들거리며 강소라에게 물었다.

유가람은 강소라가 이준과 가까운 사이라는 것만 알았지, 그녀가 대한민국 국정원의 특수요원이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정체를 감추는 작업은 국정원이 북한의 국가보위부보다 더 잘한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그 때문에 유가람은 강소라를 아주 만만하게 보고 있었다.

“의장님과 친구는 맞아요. 하지만 여친이 아니라 그냥 친구에요!”‘

“깔깔깔~”

허리를 꼬며 웃은 유가람이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강소라를 보았다.

“남자, 여자 사이에 그냥 친구가 어디 있어? 강소라, 너도 의장을 만나면서 그냥 친구라고 생각하고 만났어?”

“그때 난 그분이 의장인줄도 몰랐어요. 나보고는 의장님의 비밀 경호원이라고 했으니까요. 이번 전쟁이 일어나고 이틀 후에 최고 의장님의 대국민 연설 때에야 그분이 비밀 경호원이 아니라 최고 의장님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강소라의 말에 유가람의 얼굴은 심술과 질투심이 한가득 어렸다.

자기는 그리도 이준을 꼬시려고 갖은 방법을 다 썼다.

하지만 그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준은 유가람을 여자로 생각조차 않았다.

유가람은 쓰디쓴 패배로 입은 마음의 상처가 쓰리고 아팠다.

아무리 봐도 자기나 강소라는 막상막하다. 얼굴도 그렇고 몸매도 그렇고 결코 상대에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준은 자기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한 달에 두 번씩 강소라를 만나 식당에 가서 술을 먹고 춤을 추었다.

그리고 꼭 집에 데려다주고···.

“아니, 너도 느꼈을 거야, 의장이 널 좋아한다는 것을, 아냐?”

“네, 맞아요, 하지만 그분에게는 사라 푸틴이라는 아름다운 여친이 있다고 들었어요.”

“사라 푸틴만이 아니지. 디나 쿠르바코바라는 아가씨도 있어. DG(단군)그룹 재정 전무이지, 그녀도 너만큼이나 아름답고 천재적인 아가씨야,

왕은 한 여자만 배필로 두지 않아. 여러 명을 배필로 맞이하지, 내 생각엔 사라도, 디나도, 그리고 너, 강소라도 최고의장이 미래 부인감이다!”

“설마···.”

강소라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유가람은 철저하게 믿었다.

그리고 지금 강소라를 직접 만나보니 그 생각은 더 강하게 들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현모양처 감인 여자를 최고 의장이 자주 만나는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내가 목표를 아주 잘 잡았어, 이 계집이라면 의장을 끌어들일 수 있어!'

유가람이 강소라를 이용하여 이준을 끌어들여 죽이려고 한 것은 자기가 죽기 싫어서였다.

무장 전투 협력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혼자서 이준을 암살한다는 것은 죽기를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왜 자기가 그렇게 죽는단 말인가?

유가람은 죽은 후의 천국이니 신선계에 간다느니 하는 말은 믿지 않는 철저한 유물론자였다.

그러니 살아서 부귀영화를 누려야 한다. 죽으면 어차피 썩어 없어질 몸뚱이니까!

“강소라. 전화를 해라. 의장에게, 그게 네가 살 길이다. 어서.”

잠시 망설임을 보이던 강소라가 한숨을 내쉬고는 마지못해 핸드폰의 번호를 눌렀다.  통화음이울리자 이준이 전화를 받았다.

“소라씨가 이 밤중에 웬일이요?”

“그게, 저,”

순간, 어느새 다가왔는지 유가람이 핸드폰을 빼앗았다.

“안녕하세요? 의장님.”

<누군가?>

“호호, 난 당신이 사랑하는 강소라를 인질로 잡은 여자예요. 당신에게 한 가지 알려주죠. 지금 즉시 혼자서 30분 내로 강소라의 아파트로 오세요.

경호원들을 달고 오거나 친위대가 아파트단지를 둘러싼다면 당신의 아름다운 꽃은 죽을 겁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킬러라. 내가 아가씨 한 명의 목숨을 살리려고 갈 것으로 생각했나?>

“싫으면 오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다시는 강소라의 밝은 웃음을 보지 못하겠죠. 그럼 안녕히 계세요, 강소라는 죽이고 나는 떠나죠.”

그리고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이다. 이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울렸다.

<자, 잠깐, 좋아. 나 혼자 가겠다. 그녀를 죽이지 마라. 약속할 수 있나?>

“약속하죠. 그러니 혼자서 오리라 믿고 기다리죠!”

<좋다. 당장 가겠다! 기다려라.>

전화가 끊겼다. 유가람의 얼굴에 승리의 희열이 피어났다.

그녀는 옆에 굳은 듯이 서 있는 강소라에게 말했다.

“이래도 의장이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어?”

그러자 강소라가 빙긋이 미소를 짓고 말했다.

“아니, 당신 덕분에 이젠 확실히 알게 됐어! 의장님께서 날 좋아하신다는 것을! 당신이 그걸 알게 해주었으니 고마워, 대신 고통 없는 죽음을 선사할게!”

“뭐?”

순간, 강소라의 손바닥에서 장난감 같은 작은 권총이 나타났다.

딱 한 발만 장전하는 초소형 미니 권총이다. 손바닥에 쥐고 있어도 눈에 띄지도 않는 암살 무기, KX-0이다.

그 미니 권총 총구가 유가람의 이마에 닿았다. 유가람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그냥 보통 아가씨인 줄 알고 있던 강소라가 킬러들만이 사용하는 미니 권총을 이마에 들이대자 경악을 했다.

“너, 너는 설마 의장의 비밀 경호원?”

그런 경우가 있다. 의장을 암살하려는 킬러들을 낚기 위해 진짜 비밀 경호원을 위장 시켜 유인하는 방법이다.

바로 이준과 강소라처럼 사랑을 가장해서 적을 낚는 것이다.

실은 그게 아니라 진짜로 이준과 강소라가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모른 채 유가람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강소라가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소리도 별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총탄은 아주 쉽게 유가람의 이마를 뚫고 회전하며 그녀의 뇌를 모조리 박살을 내버렸다.

“내가 속았구나!”

유가람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이다.

쿠웅~

그녀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러자 강소라가 말했다.

“속은 것이 아니라 네가 나를 얕보았기 때문이야!”

그리고는 핸드폰을 들어 이준의 단축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의장님, 저 소라에요. 킬러를 처단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킬러를 죽였다고? 소라씨가 어떻게···.>

“시신을 처리할 사람들을 좀 보내주세요. 의장님.”

<알겠소. 곧 도착할 거요.>

잠시 후, 이준과 경호원들이 강소라의 집에 들어섰다. 이준의 첫눈에 보인 것은 이마에서 피를 흘리며 방바닥에 쓰러져 죽은 유가람이다.

그녀의 손에도 CZ-75권총이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한 발도 쏘아보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그건 유가람보다 강소라가 더 노련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옆방에서 이준은 강소라와 마주 앉았다.

“어떻게 된 거야? 소라씨.”

“그동안 의장님을 속여왔습니다. 전 한국 국가정보원에서 파견된 정보요원입니다. 나의 임무는 의장 각하를 어떻게든 유혹하는 것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의장님.”

“미인계라···.”

이준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떤 나라든 정보전에서 미인계를 절대 우습게 보지 않는다.

국가란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가리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전쟁도 불사하는 것이 바로 국가 이기주의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인계를 쓴다는 것은 흔한 일이다.

다만 그 사람이 강소라라는 것이 이준에게는 조금 충격이었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방첩 국장이 들어섰다.

“유가람의 집에서 나온 모든 자료를 종합해볼 때 그녀는 북한에서 침투 시킨 킬러입니다. 목표는 의장님을 포섭하든가, 아니면 암살하는 임무를 맡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알았소. 나가보시오.”

“예. 각하!”

방첩 국장이 나가자 이준은 머리를 숙이고 있는 강소라를 보았다. 이준의 시선을 느낀 강소라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의장님. 어떤 처벌을 해도 받겠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가만히 그녀를 보던 이준이 다가가 일으켜 앉혔다.

“소라. 국정원 요원이 된 것은 소라 네 선택이 아냐. 국가의 선택이었지, 그 누구도 국가의 명령을 거절할 수는 없어,

그럼 너무도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으니까! 그건 아무리 민주사회라고 해도 마찬가지야.

국가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무자비하게 희생 시키니까! 잘 들어, 오늘 강소라는 죽었어. 그리소 새로 태어나는 거야.

시베리아합중국 최고 의장 이준의 부관으로! 어때?”

“의장님!”

소라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지금까지 얼마나 고민했던가? 이준을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것을 억지로 숨겼다. 사랑한다는 것이 국정원에 알려지면 어쩔 수 없는 명령이 내려질것이다.

이준의 여자가 되어 그를 조종하라고!

그 때문에 더 이상 가까워지는 것을 스스로 막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소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태어났다.

대한민국 국가 정보요원이 아니라 시베리아합중국 최고 의장의 부관으로!

국정원이 알아도 어쩔 수가 없다.

최고 의장의 부관을 암살한다면 그 후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자. 그만 일어나, 소라가 좋아하는 바이칼 매운탕을 먹으러 가자고!”

이준은 소라를 일으켜 세워 함께 집을 나섰다.

소라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준은 평소처럼 소라를 믿어준 것이다.

아무런 탓도 하지 않고···.

‘의장님, 나를 믿어준 당신에게 이 강소라,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강소라가 속으로 다지는 맹세였다.

***

캄캄한 밤하늘에는 별들이 단 한 개도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뭐가 마뜩잖은지 잔뜩 찌푸린 모습이다.

날씨가 우중충하니 배천 생화학무기고를 지키는 수비대장 김현구중좌도 마음이 갑갑했다.

“이제 하루만 무사하면 되는데···.”

오늘은 1995년 9월 3일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생화학무기고는 생산된 생화학무기를 계속 가져다 축적했다.

단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생물학 무기! 하지만 진짜 사용한다면 세상은 죽음으로 뒤덮일 것이다.

왜냐하면 배천 생화학 무기고에 축적된 것들은 탄저병, 흑사병, 천연두, 에볼라 바이러스들이다.

한 개의 드럼통만 터져도 말 그대로 세상은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그런 드럼통이 이곳 무기고에는 수천 개나 있다.

그런데 어제 최고 사령부의 명령이 떨어졌다.

생물학무기를 사용할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그것도 풍선 속에 병균들을 담아 띄워야 한다.

“말도 안 돼!”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풍선으로 날린단 말인가?

자칫하면 적은커녕 아군이 모두 감염되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김현구중좌는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좌가 모르는 것이 있었다.

지금 배천의 생물학 무기고를 향해 시베리아합중국의 폭격기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폭격기들은 이전 소련 시절 냉전을 하면서 생산했던 무지막지한 전략 폭격기들이다.

그중 배천 생물학 무기고를 향해 날아오는 것은 TU -161이다. 이 전략 폭격기는 속도가 마하 2.05이며 내외부에 57톤의 폭탄을 적재한다.

이번에 적재한 폭탄은 벙커버스터 폭탄으로 6.7m의 철근 콘크리트와 암반을 뚫고 들어가 벙커 내부에서 폭발한다.

벙커버스터에 장착된 폭탄은 네이팜탄과 백린탄 두 가지다. 배천으로 향하는 것은 폭격기만이 아니다.

공수특전단을 태운 수송기들도 날아가고 있다. 수송기에는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신형 화생방복을 착용한 공수특전단원들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전략 폭격기가 생물학 무기고를 강타하면 낙하하여 생물학 무기고가 확실히 파괴되어 불타 없어 졌는지를 확인하고 남은 것이 있으면 깨끗이 태워 버리는 것이 임무다.

웅웅웅웅웅웅~

이미 북한의 하늘은 시베리아합중국이 완벽히 장악한 상태다.

레이더마저 EMP탄에 모조리 파괴된 북한군은 밤하늘을 덮고 날아오는 폭격기들을 감지할 수가 없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