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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막내 동생-77화 (76/98)

제77화. 킬러 대 킬러. >

<예, 최고 의장님. 공수특전단 사령관 수하노프중장입니다.>

“아, 사령관, 전체 공수부대에 출동 대기 명령을 내리세요, 내일 밤에 출전할 것입니다.”

<예썰.>

시베리아합중국의 공수특전단은 20만 명에 달한다. 이준은 그들과 함께 북한 서해지구에 낙하산으로 침투할 생각이었다.

이준은 다시 전화를 들었다.

<예. 사라입니다. 의장님.>

“내 방으로 와. 북한의 생화학무기 자료를 가지고.”

<알았어요!>

곧이어 사라 푸틴이 방에 들어섰다.

“왔어? 여기 앉아!”

방안에는 이준 혼자만 있다. 두 사람은 이미 한 몸이 된 사이다. 따라서 아무도 없을 때 두 사람은 존칭을 붙이지 않고 편하게 얘기한다.

사라는 들어오는 즉시로 상황판에 USB를 꽂아 넣었다. 그러자 북한의 생화학무기고가 있는 지역이 나타났다.

“북한에는 원래 6곳에 생물, 세균, 생화학무기공장이 있었어! 그중 여기 흥남에 있던 곳은 동해안을 점령하면서 우리 군대가 점령했어.

나머지 다섯 곳은 3.8선이 있는 근처에 있어.

바로 여기, 철원, 토산, 장풍, 개성, 연안이야.”

“모두 휴전선에 가까운 곳들이군!”

“응, 북한은 전쟁을 일으키면 가장 먼저 휴전선에 있는 한국군을 향해 생화학무기를 쓰려고 준비해놓은 거야! 근데 지금은 우리 시베리아군에게 쓰려는 거지!”

“내일 밤에 공수특전단을 출전시켜 이곳을 점령할 거야! 김정일이 이걸 빼앗기고 절망하게 만들어야지.

동시에 블라디보스토크 전선군은 원산-남포 고속도로를 따라 서해를 점령하기 위한 진격을 개시해서 북한의 숨통을 끊을 거야!”

“그럼 김정일의 북한이 사라질 날도 며칠 안 남았네, 그런데 한국이 가만 있을까?”

그러고 보니 북한은 한국 땅이다. 대한민국의 헌법에 정확하게 북한 땅은 대한민국의 영토라고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 전쟁의 초기부터 대한민국은 아무런 의사표시도 하지 않고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혹시 시베리아와 북한의 전쟁에 끼어들었다가 보복으로 김정일에게 미사일 폭격을 받지 않으려고 침묵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북한의 1만 문에 달하는 장사정포가 수도권을 겨누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우리가 북한을 모두 점령하고 나면 어떤 방법으로든 접촉하러 나오겠지. 그러니 신경 쓸 것 없어!”

지금까지 이준은 한국과의 합작 사업을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좋은 입지 조건과 혜택을 주었다.

그 때문에 삼성 전자산업이 시베리아에 거대한 공장을 3곳이나 세우고 제품을 생산한다. 또 현대 자동차는 2곳에 자동차공장을 세우고 1년에 120만 대를 생산한다.

또 현대 조선소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조선소를 세우고 시베리아합중국에 필요한 해군 군함들을 건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경제가들과의 합작이다. 이준은 아직 대한민국의 정치가들과는 협력해본 적이 없다.

그건 이준이 회귀하기 전 한국의 정치실태를 보며 환멸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북한을 평정하고 나면 싫어도 만나야 할 것이다.

한국은 북한이 한국 땅이라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위성과 스텔스정찰 드론으로 이 지역을 계속 감시해, 혹시라도 어떤 변동이 있는지 미리 알아야 하니까!”

“응, 알았어!”

밝게 미소 지으며 대답한 사라가 어느새 이준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이준의 뺨에 쪽 소리가 나게 키스를 하고는 돌아서 달려 나갔다.

***

찰칵!

퇴근해온 중국어 통역원 유가람은 출입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조용한 집안, 오직 유가람 본인의 체취와 향수 냄새가 나는 유가람만의 둥지! 유가람은 집 안으로 들어와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상의에 가려져 있던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불쑥 나타났다.

유가람은 우물이다.

북한에서 수많은 미인 중에 뽑고 또 뽑은 미인이니 두말할 것도 없다.

치마를 벗던 유가람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세하지만 약간의 기척을 감지한 것이다.

유가람은 태연하게 벗은 치마와 상의를 옷걸이에 걸었다.

그리고 옷걸이의 한쪽에 교묘하게 감추어 두었던 권총을 뽑아 들었다. 그것은 소음기를 단 15발을 장전하는 CZ-75권총이었다.

“누구냐? 당장 모습을 드러내라.”

두 손으로 권총을 든 유가람은 늘 청순하고 얌전하던 유가람이 아니었다.

지금의 유가람은 칼날이 바짝 선,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목이 베일 것 같은 여전사의 모습이었다.

짝짝짝짝~

갑자기 박수 소리와 함께 건넌방에서 사내 두 명이 나타났다.

하지만 유가람은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았다.

이미 둘의 기척을 감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유가람동무는 여전사요!”

“닥쳐, 너희들은 누구냐?”

유들거리며 말을 하던 사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유가람의 권총이 자기 얼굴을 똑바로 겨누졌고 방아쇠에 건 손가락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본 것이다.

자칫하면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뒤질 수도 있었다.

“자, 잠깐, 우린 자, 장군님의 명령을 받고 온 집행자들이오.”

하지만 유가람의 칼날 같은 기세는 풀어지지 않았다.

“그럼 암호에 대답하라. 대동강물은?”

이 암호의 뒤 구절을 말하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유가람이 방아쇠를 당길 테니 말이다.

침을 꿀꺽 삼킨 사내가 입을 열었다.

“어, 언제나 서해로 흐, 흐른다!”

그제야 유가람은 권총을 내렸다.

그러자 사내의 얼굴에 안도의 표정이 생겨났다.

‘후우, 계집이 보통이 아니군! 자칫하면 오늘이 내 장례식날이 될뻔했어!’

김정일이 파견한 집행관 김동진은 감탄했다.

그 어떤 불의의 상황에서도 유가람은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냉철하게 정황을 판단하고 주도권을 쥐었다.

‘수천 명의 목련꽃 중에 뽑힌 계집이라더니 정말 빈틈이 없군!’

목련꽃이란 북한이 12살부터 인물과 몸매, 지능 수치를 테스트하여 데려다가 비밀리에 키우는 천재 소녀들이다.

그녀들이 자라서 완성이 되면 그때부터 김정일로부터 임무를 받고 파견된다.

지금의 유가람처럼...

“말해라. 왜 너희가 왔지?”

“위대한 지도자동지께서 유가람동무에게 친히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지도자동지께서 직접 명령을 내렸다고?”

유가람의 눈에 의혹이 서렸다. 하지만 그건 0.01초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다. 평상시의 눈빛으로 돌아온 유가람은 붉은 입술을 열었다.

“임무는?”

“한시라도 빨리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최고 의장 아르진 리를 암살하라고 하셨습니다.”

“그것밖에 없나?”

“예. 그렇습니다.”

“내가 아르진 리를 죽이고 탈출할 수 있는 보조원들은 어디에 있지?”

보조원들이란 유가람처럼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들이 탈출할 수 있게끔 돕는 무장 전투원들이다.

그런데 지금 무장 전투 조원들은 한 명도 없다.

결국 아르진 리를 암살하고 유가람도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그것이 없습니다! 지금은 조국이 풍전등화의 상황이라 파견할 보조원들이 없습니다.”

“알았다. 그럼 그만 가라!”

순간, 유가람의 권총이 둘을 겨누었다. 둘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왜, 왜 이러. 컥.”

집행관 두 명은 미처 할 말을 다 하지도 못하고 얼굴에 각각 한 발씩 총탄을 받았다.

쿠당탕~

두 사내가 통나무처럼 방바닥에 나뒹굴었다.

“의장을 암살하라고?”

유가람의 임무는 이준을 포섭하는 것이었다.

그를 포섭하기만 하면 북한은 시베리아라는 수많은 원재료의 거대한 자연의 창고를 접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암살하고 죽이란다!

그건 북한이 그만큼 위기에 몰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아르진 리!”

그녀의 눈에 이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의장 궁의 비서실 통역관으로 가서 늘 이준을 꼬실 기회만 노린 유가람이다.

하지만 이준은 자기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에게 사라가 있어서일까? 아니면 내 모습은 그의 취향이 아닌 걸까?”

유가람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그녀는 자기의 얼굴과 몸매, 그리고 천재적인 지능을 믿었다.

그렇기에 수많은 남자의 유혹도 거뜬히 걷어차 버렸다.

하지만 이준은 허물 수 없는 강철의 벽이었다.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이란 말이지?”

유가람은 자기 손에 쥐어져 있는 권총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세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이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 절대로···.”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유가람이 무릎을 '탁' 쳤다.

“그래, 그년이 있었어! 호호호!”

유가람의 입에서 이제 살았다는 요사스러운 웃음이 흘러나와 방안을 울렸다.

***

강소라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녀의 머릿속에 이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사람이 최고 의장이었다니?’

강소라는 이준이 비밀 경호원이 아니라 최고의장 본인이라는 것을 이번 전쟁이 일어나고야 알 수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고 2일 후, 시베리아합중국 최고 의장이 직접 티브이에 출연하여 대국민 연설을 했다.

절대로 공공장소에 얼굴을 내밀지 않던 그 신비의 최고 의장이 드디어 자기의 모습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순간, 강소라는 숨이 컥 막혔다.

자기에게 최고 의장의 숨겨진 비밀 경호원이며 이름은 이준이라고 알려준 그 남자! 그 남자가 자기의 목표였던 시베리아합중국 최고의장이었다.

“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강소라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가 대한민국 국정원 요원으로 받은 임무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이준을 치마폭에 휘감으라였다.

한데 치마폭으로 휘감기는커녕 반대로 이준에게 사랑을 품게 된 것이 강소라다. 강소라의 머리에 바이칼의 바에서 이준을 만났던 일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자기에게 찝쩍거리는 마피아들을 모두 때려눕히던 이준!

다짜고짜 자기의 손목을 잡고 눈 덮인 길을 내달려 차에 오르던 일!

그때부터 서로 친구가 되어 한 달에 꼭꼭 두 번씩 만났다.

둘이 식당도 가고 노래방에도 가고, 청춘의 혈기를 불살랐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이준은 강소라의 마음속에 들어앉았다.

절대 파내고 싶어도 파낼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그때야 강소라는 화들짝 놀랐다. 자기의 임무는 시베리아합중국 최고 의장을 유혹하는 것이다.

그런데 의장이 아니라 그의 비밀 경호원에게 사랑을 품고 말았다.

떨쳐버리려야 떨쳐 버릴 수 없을 정도로 영혼에 새겨진 남자, 이준!

언젠가 스파이더맨처럼 담벼락에서 날아 자기 집으로 튀어들었던 이준!

그때 알몸에 가운만 입고 있다가 넘어지면서 이준에게 깔려던 생각이 났다.

그건 강소라의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생긴 사고였다.

넘어지면서 가운이 헤쳐지고 두 다리가 벌려진 자기의 몸 위에 덮쳐졌던 이준! 상황이 너무 난감해져서 어쩔 바를 몰라 하던 이준!

그런데 강소라는 그때 부끄럽긴 했지만 다른 남자가 아니라 이준이 자기의 알몸 위에 겹쳐진 것이 너무 좋았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강소라는 얼마 전에야 알아차렸다.

“이건 아니잖아? 강소라!”

강소라는 중얼거렸다. 이준을 유혹하라는 국정원의 임무와는 반대로 자기 자신이 의장에게 반해 버렸으니 국정원 요원으로서의 자격 상실이나 다름이 없었다.

“후, 이젠 이준씨를 만나기도 두려워!”

무서워서가 아니다. 그를 사랑하는 자기의 마음이 어느 순간에 자기도 모르게 표출될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요즘은 그를 만나러 나가지 않았다.

댕~

엘리베이터가 멎었다. 강소라는 자기 집으로 가서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옷을 벗어 거는 순간이었다.

“꼼짝 말고 두 손 들어. 반항하면 머리통이 박살 난다!”

날카로우면서도 위협적인 목소리! 그리고 자기의 뒤통수에 닿은 싸늘한 총구! 강소라는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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