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생화학무기. >
시베리아합중국의 자바이칼전선군이 중국의 후룬베이얼지역을 점령하고 내몽골지역을 따라 북경으로 진군하고 있을 때 하바롭스크 전선군은 헤이룽강을 넘어 가목사와 목단강, 하얼빈을 점령한 다음 길림성과 랴오닝성으로 파죽지세로 진격했다.
시베리아군을 막아서던 중국군은 마치 질그릇이 깨어지듯 산산이 부서졌다. 중국군은 마치 썰물이 빠지듯 만주를 버리고 만리장성 너머로 패주하고 있었다.
한편 북한의 동쪽인 나진-선봉지구부터 청진, 함흥, 원산, 그리고 북 고성군까지 점령하여 한반도의 휴전선 이북 동해안을 손에 넣은 블라디보스토크 전선군은 북한의 서해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원산-남포 고속도로에 병력을 집결하기 시작했다.
이제 북한의 생존은 시간문제,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하나 남은 세습 독재국가인 북한의 김정일은 공포에 질렸다.
평양 주석궁 지하 벙커.
“왜 입을 다물고 있는가?”
김정일이 고함을 질렀다. 북한 김 씨의 핵전쟁 지하 벙커는 김일성 때부터 건설하여 김정일 때 완성했다.
일명 백두혈통의 지하 궁전으로 통하는 이 지하 벙커는 170m 지하로 파고들어 건설된 말 그대로 지하 궁전이 맞다.
지하 궁전은 지상의 주석궁처럼 화려하게 건설되었고 없는 것이 없다. 식량은 100년 동안 먹을 것이 저장되어 있고 원자로가 가동하고 있다.
수천 명의 친위대가 지하 궁전을 지키고 있으며 17세 이상의 기쁨조 아가씨들이 1천 명이나 있다. 마치 둠스데이를 위해 만든 김정일만의 지하 궁전 같다.
여기서라면 100년은 살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둠스데이의 세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지금은 시베리아합중국이 북한의 서해지역으로 진격하기 위해 병력을 집결하는 중이다.
서해마저 점령당하면 아무리 백 년 동안 먹고 살 수 있고 기쁨조는 1,000명이나 준비해 놓았지만 모든 것이 끝이다.
시베리아군이 평양을 점령하면 지하 궁전을 찾아낼 것이고 공격해올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남자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시베리아군의 진격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대체 무엇으로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북한의 모든 전자장비는 완벽하게 파멸되었다. 비행기도, 레이더도, 전차도, 자동차도, 발사를 위해 갱도에서 꺼냈던 모든 스커드미사일과 로켓들도 전자장비가 분쇄되었다. 북한군이 지금 활용할 수 있는 무기는 권총과 AK-47, 수류탄과 박격포와 전자장비가 1개도 장착되지 않은 몇 종류의 화포들뿐이다.
김정일은 서해안의 사람들을 모두 끌어내 군복을 입혔다. 남자는 70살까지, 여자는 50살까지! 아이들은 11살부터 모두 AK를 쥐여 주었다.
그렇게 되자 서해안의 무장 병력은 천만에 달했다. 하지만 천만이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베리아합중국의 최첨단 무기를 그들로서는 막아 낼 수 없다.
무엇인가 획기적인 무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하 궁전에 모인 북한군 수뇌부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에 김정일은 얼굴이 시뻘겋게 되어 소리쳤다.
“무엇이든 생각해 내란 말이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그때 한 명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김정일이 보니 북한군 수뇌부들의 서열상 등급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화학병기부” 부장이었다.
“그래. 이름이 뭐지?”
평소 같으면 저런 자들은 감히 의사를 표현할 수도 없던 자였다.
하지만 지금 김정일은 그가 누구이든 이 난국을 벗어나는 아이디어를 내놓을 자라면 거지도 상관이 없었다.
“예. 화학병기부 부장, 대좌 임종암입니다. 지도자동지!”
“그래, 말해봐. 뭔가? 할 말이···.”
김정일은 임종암대좌에게 발언권을 주었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화학병기부”란 생물학전, 세균전, 생화학전의 무기를 연구 및 생산하는 부서다.
1955년부터 북한의 김일성은 본격적으로 생물학, 세균학, 화학무기 생산을 독려했다. 하지만 김정일은 핵과 로켓에 미쳐 있어서 김일성이 죽고 난 후, “화학병기부”는 개밥에 도토리 신세였다.
그러나 화학병기부의 예산을 끊지 않았던 것은 그곳이 아버지인 김일성이 생전에 많은 관심을 두던 곳이기 때문이었다.
“예, 그것이 우리에게는 생물 무기와 세균 무기, 생화학 무기가 2,000톤 정도가 있습니다. 지도자동지!”
세균, 생물 무기, 생화학 무기 2,000톤! 엄청난 수량이다. 하긴 1955년부 더 줄곧 생산해왔으니 당연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김정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리 생화학 무기가 많아 봐야 어떻게 사용한단 말인가?
미사일도, 로켓도 모두 폐기품이 된 상황이다.
일단 적의 중심부에 떨궈야 생화학 무기든, 세균 무기든, 생물학 무기든 사용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돌대가리 같은 새끼!’
김정일은 속으로 욕질했다. 하지만 임종암은 눈썹 하나 까딱 하지 않고 말했다.
“현재 우리에게는 적을 막을 무기가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없을까요?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그것도 강력하고 핵탄두만큼이나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할 무기가 있습니다. 바로 생화학, 세균. 생물 무기입니다.
우리에게 미사일과 로켓, 비행기는 이제 없지만, 사람은 충분히 있습니다. 위대한 백두혈통인 지도자동지에게 충성하는 10대 소년들이 600만 명이나 있습니다.
그들 모두에게 핵배낭을 메게 하는 것처럼 화학무기 배낭을 메게 하면 시베리아군은 전진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도자동지!”
‘어, 저 새끼가!!!’
김정일은 감탄했다. 이건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사실 북한에서 아무리 세뇌 교육을 해도 20세 넘어서 22세부터 30세까지는 세뇌가 무너진다.
그들은 학교에서 세뇌 된 것과 달리 생존을 위한 인생 수업에서 “백두혈통”인 김 씨들이 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때부터 서서히 충성심, 바로 세뇌가 부서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장가를 가고 한 가정을 먹여 살리기 위한 생존이라는 험로를 헤쳐가면서 하나 둘 세뇌에서 풀려난다.
그리고 30대 중반이 되면 세뇌가 완전히 박살이 난다. 그런데도 북한 주민이 폭동이나 봉기를 일으키지 못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북한의 국가보위부는 주민 10명당 한 명씩 정보원을 만들어 놓는다.
그들에게 자금을 주는가?
아니다. 북한 정부는 그런 돈이 없다.
그럼 어떻게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예를 들면 A씨가 장가를 가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장사를 시작한다.
또는 국영기업에서 원재료를 훔쳐다가 개인 수공업자들에게 팔아먹는다. 그 돈으로 쌀과 옷, 부식품을 사서 가족의 생계를 부양한다.
이런 사람들을 국가보위부는 비밀리에 체포하여 협박한다.
정보원이 되라고!
정보원이 되면 지금까지의 잘못을 무마해주고 앞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장사를 하든 원재료를 훔치던 눈을 감아준다.
김 씨 정치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A씨는 어쩔 수 없이 정보원이 된다.
가족이, 사랑하는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이 인질로 잡혔기 때문이다.
A씨는 내 가족 5명을 위해 다른 열 명(그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최소 50명은 될 것이다.)을 감시하고 그들의 동태를 보위원에게 매달 제출할 수밖에 없다. A씨에게는 남의 가족 50명보다 자기 가족 5명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북한의 국가보위부는 주민들의 동태를 손금보듯 꿰뚫어 보고 있다.
그것을 북한의 일반 주민들치고 모르는 사람은 또한 없다.
그들은 자기들 중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떤 사람이 국가보위부의 정보원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구태여 욕하지 않는다. 그들이 왜 그렇게 되는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아무리 가까운 베프라고 해도 절대 믿지 않는다. 정부를 뒤집어 엎기 위한 폭동이나 봉기를 일으키려면 조직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서로 믿지 못하니 조직을 만들 수가 없다.
만약 평생을 같이한 베프가 정부를 반대하는 조직을 만들자거나 어떤 행동을 하자고 하면 앞에서는 선뜻 대답한다.
하지만 친구와 헤어지면 즉시 국가보위부로 찾아가 친구를 고발한다.
친구가 미워서일까? 아니다. 그 친구가 국가보위부의 정보원일 것으로 생각하여서다. 친구가 국가정보원인데 그가 자기에게 제안한 사실을 숨겨주면 A씨는 반역자가 된다. 김씨 가문의 통치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되고!
그러면 자기는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처형당하거나 수용소로 끌려간다.
그러니 살기 위해 고발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거의 80년 동안 이어져 왔기에 북한은 김씨 가문의 통치에 반기를 들 조직이나 봉기가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수백만 명이 아사로 굶어 죽으면서도 말이다.
그런데 이런 세상에서도 김씨 가문에 충성하는 자들이 있다. 진짜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하는 광신자들이다.
그런 바보들은 누구일까?
바로 10대 청소년들이다. 북한의 10대 청소년들은 어린이집에서부터 김씨가문에 대한 세뇌 교육을 받는다.
종교에서는 보통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면 교회에 가서 하나님을 칭송한다.
하지만 북한의 10대들은 어린이집에서부터 1년 365일 동안 매일 김씨 가문의 위대함과 비범함, 그리고 그들에게 충성하는 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행복이라고 세뇌를 받는다.
그렇기에 북한의 10대들은 11세부터 소년근위대에 입대하고 한 달에 한 번씩 AK 사격훈련을 하며 남한의 괴뢰들과 전쟁을 대비하여 돌격과 기습, 간단한 전투방식을 교육받는다.
그렇게 12세나 15세가 되면 10대들은 김씨 가문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
만약 그런 10대들 300만 명에게 생화학 무기 배낭을 메워 적진으로 기습하게 하면 어떻게 될까?
일그러졌던 김정일의 얼굴에 주름살이 퍼졌고 환하게 밝아졌다.
그가 그 자리에서 즉시 최고사령관의 명령을 내렸다.
“이 시각부터 대좌 임종암동무를 조선인민군 대장으로 승진시키며 특수 전쟁부 사령관으로 임명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벼락 출세이다. 하지만 그럴 만하다.
구멍이 없는 이 전쟁에서 북한이 살아날, 아니, 김씨 가문의 통치를 연장할 구멍수를 찾아낸 것이다.
그러니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날 북한은 수천만 장의 전단을 찍어 냈고 지하 궁전에 숨겨 두었던 김정일의 비행기 <백두산> 호를 하늘에 올려 보냈다.
백두산호에는 방송 장비가 모두 있어서 방송하기에는 제격이었다.
“친애하는 전 세계 여러분. 세계의 정의와 평화를 바라는 모든 국가들이여!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은 오늘 시베리아합중국에 다음과 같은 경고를 합니다.
우리 조선인민군은 생물학 무기, 세균무기, 생화학무기 2,000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쟁에 이 무기를 쓰길 절대 바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베리아합중국의 압도적인 최첨단 기술로 발전한 신무기들에 의해 조선인민군의 공군기, 기갑부대. 해군함대. 미사일과 로켓들까지 무력화되었습니다.
이에 우리 공화국의 10대 청소년들 300만 명은 자기들의 목숨을 바쳐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동지와 조국을 지키기로 결정하고 정부에 탄원하였습니다.
정부는 그들의 탄원을 받아들이고 생화학무기 배낭을 메게 하였습니다.
이에 우리는 경고합니다. 만약 시베리아합중국 군이 단 10미터라도 동해에서 서해를 향해 이동하면 우리 공화국의 결사대 300만 명이 세균무기와 생화학무기, 생물무기를 넣은 배낭을 메고 적진으로 돌격해 자폭할 것입니다.
그러면 한반도는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재앙에 휩싸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시베리아합중국의 최고 의장에게 경고합니다.
즉시 시베리아군을 동해안에서 철수하십시오. 기한은 한 달을 주겠습니다. 이상 조선인민군 최고 사령부의 성명입니다.”
이 공포의 소식을 전 세계의 티브이, 통신, 방송이 보도하고 있을 때 이준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김정일이 이 새끼가 날 부르는군! 그렇게 빨리 뒤지고 싶나?”
이준이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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