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화. 골수 공산당: 정치위원. >
후룬베이얼 지역은 몽골과 중국의 내몽골지구, 시베리아와 삼각 국경을 이루는 땅이다. 짙은 어둠에 휩싸인 저녁 10시. 시베리아합중국 자바이칼 전선 군사령관 이천수 중장은 명령을 내렸다.
“시작하라.”
“예썰!”
참모장이 즉각 대답하고 곧 명령을 내렸다.
“포사격을 시행하라.”
“예썰!”
자바이칼전선군의 각종 대포와 방사포(로켓포) 3천 문이 일시에 포문을 열었다.
“목표, 내몽골 중국군 방어진지. 조준!”
“조준 끝!”
이미 조준은 끝난 지 오래다.
“전포 주의, 발사!”
“발사!”
순간, 고요한 침묵 속에 잠겨 있던 삼각지역이 일제히 깨어났다.
쿵쿵쿵쿵~ 쿠쿠쿠쿵~
쒸웅쒸웅쒸웅쒸웅~
3천 문의 대포와 로켓의 발사에 대지가 흔들리고 하늘이 울부짖었다.
“진지를 이탈하지 마라!”
“도망치는 자는 즉결 사살한다!”
“끝까지 지켜라!”
중국군은 북한군과 같이 각 소대, 중대, 대대, 연대 등에 정치위원들이 고정 배치되어 있다.
평화기 이들의 임무는 중국 공산당에 불만을 품은 자들을 적발하고 군 장교들을 감시하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처럼 전쟁일 때는 장교와 병사들의 항복과 탈주를 즉각 총살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는 독전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병사들은 싸울 생각이 없다.
이미 전차와 장갑차, 공군기들의 전자장비가 파괴되었다.
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권총과 자동소총, 수류탄뿐이다.
그걸 가지고 전차와 장갑차, 헬기와 폭격기들의 입체 공격을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물론 내몽골 지구의 중국군은 3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그건 30만이란 고깃덩이에 불과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쐐애액, 쐐액, 쐐애액~
포탄이 날아오는 소리가 대기를 갈가리 찢고 폭탄이 굉음을 지르며 진지들을 뒤집었다.
꽝꽈꽈꽝, 꽈꽈꽝, 꽝꽈꽈꽝~
“아앗, 으악!”
처참하다. 겨우 땅을 파고 들어가서 소총을 내밀고 있던 병사들이 갈가리 찢겨 죽어갔다. 도망치고 싶다!
하지만 등 뒤에서 정치 위원들이 등 뒤에서 기관총을 겨누고 있다.
병사들이 할 일은 그저 엎드리고 하나님에게 비는 방법밖에는 없다.
하지만 기도도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무려 한 시간이나 폭격을 하여 진지를 쑥대밭으로 만든 시베리아 자바이칼전선군이 공격을 시작한 했기 때문이다.
콰르르르~ 콰르르르~
전차들이 거대한 괴수처럼 울부짖으며 달려왔다. 눈앞에 보이는 초원의 끝에서 끝까지 모두 전차들이다.
러시아는 전차 대국이라고 하더니 맞는 것 같다.
지금 돌진해오는 시베리아 자바이칼전선군의 전차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극동군의 T-90S 전차들이었다.
중국군 병사과 소대장, 중대장, 대대장을 비롯한 하급 장교들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전차를 막을 무기가 없다. 전차뿐이 아니다.
하늘에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Mi -24, Mi-28 공격헬기가 새카맣게 날아오며 러시아식 벌컨포인 시푸노프가 20mm 총탄의 비를 쏟아 냈다.
드르르르~ 드르르르~
퍽퍽퍽퍽퍽퍽퍽퍽퍽~
“컥. 악!”
장교든 병사든 정치위원이든 20mm 총탄 앞에서는 모두 고깃덩이에 불과했다. 벌컨포의 총탄에 맞은 자들의 몸은 누가 두 손으로 찢어 놓은것처럼 갈기 갈기 찢어져 사람의 형체가 사라져 버렸다.
투드득, 투득, 투드득~
찢긴 살점과 부서진 뼈들, 그리고 핏물이 참호와 그 주변에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mi -28에서 고폭탄의 로켓과 네이팜탄을 장착한 로켓이 하늘을 뒤덮으며 쏘아져 내렸다.
쐐애액, 쐐액, 쐐애액~
꼬리에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쏘아져 오는 로켓을 본 장교와 병사들이 참호를 뛰쳐나왔다.
이대로 있다가는 전차에 깔려 죽기보다 로켓탄에 온몸이 찢겨 죽을 게 뻔했다.
“정지. 서지 않으면 쏜다.”
병사들의 뒤쪽에 개인용 참호를 파고 기관총을 겨누고 있던 정치위원이 고함을 질렀다.
그것을 본 병사들과 하급 장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저 개자식이 끝까지?”
“뒤져라. 공산당의 똥 강아지새끼야!”
달려오던 병사들이 저마다 수류탄을 꺼내 정치위원의 개인 참호를 향해 던져 버렸다. 그것은 정말 눈 깜짝 할 새에 일어난 참변이었다.
투투툭, 투툭~
수류탄 10여 개가 참호 안으로 떨어졌고 기관총 주변에도 떨어졌다. 그것을 본 정치위원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아, 안돼!”
순간,
꽈꽈꽝, 꽈꽝, 꽈꽝. 꽝꽝꽝~
“끄아악!”
섬광과 검붉은 불길, 그리고 치솟는 흙기둥에서 정치위원의 마지막 외침이 들리고 끝났다.
병사들은 정치위원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관심도 없다.
살기 위해, 그들은 죽기 살기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해봐야 공격 헬기들을 능가할 수는 없다.
쉬웅쉬웅쉬웅쉬웅~
공격 헬기에서 쏘아 보낸 공대지 로켓들이 중국군 참호에서 대폭발을 일으켰다.
어떤 것은 고폭약이 들어간 로켓이고 어떤 것은 네이팜탄이 들어 있는 로켓이다.
고폭탄이 들어 있는 로켓들은 참호를 무너뜨렸고 네이팜탄이 들어 있는 로켓이 참호와 주변 지역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중국군은 장교든 병사든, 지어는 정치위원들까지도 정신이 반 쯤 나가버렸다.
그들을 향해 전차와 장갑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주해오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
순간, 누가 먼저인지는 모른다. 갑자기 목이 터지는 듯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도망쳐야 산다!”
죽음의 문턱에서 절망에 빠져 부들부들 떨던 장교와 병사들에게 그 외침은 신의 외침이었다.
“나, 난 살고 싶어!”
“도망치자!”
장교도, 병사도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 전차를 피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총이란 총은 다 내던지고! 하지만 그들이 도망칠 길은 없었다.
하늘에서 빙빙 회전하는 mi -24, mi-28공격헬기들이 그들의 머리 위에서 죽음을 품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전장을 울리는 맑은 아가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녹음 된 것이지만 중국어로 말하는 아가씨의 목소리는 장교들과 병사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중국군 장교 오빠들, 그리고 전선의 맨 앞에서 피를 흘리는 용맹한 병사 오라버니들, 오빠들은 포위되었어요. 동서남북을 돌아보세요.
하늘까지도 빠져 나갈 길은 없습니다. 이제 전투는 끝났습니다.
저 북경 중남해의 지하 벙커에 숨어 당신들을 죽음으로 내보내는 주석과 공산당을 위해 아까운 청춘을 버리지 마세요.
오라버니들의 고향과 집에서는 아내가, 사랑하는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어느 아내도, 그 어느 어머니도 아들이 죽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제 시베리아 자바이칼 전선군 사령관님의 명을 전달하겠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항복하라. 항복하면 국제법에 따라 포로로 대우할 것이다. 그대들은 수용소에서 따뜻한 국밥을 먹으며 기다리다가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저항한다면 모두 죽일 것이다.
중국군 오라버니들, 항복하세요, 그래서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 아들이 돌아오기를 눈물로 기도하는 어머니들을 기쁘게 해드리세요.
이상 시베리아합중국 자바이칼 전선군 소친안대위입니다.“
헬기의 공격에 방송이 끝났다. 다만 헬기는 하늘을 빙빙 돌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대지는 점점 더 강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수천 대의 전차와 장갑차가 점점 더 가까이 달려오고 있었다.
털썩.
장교 한 명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었다.
"비겁하다고 해도 난 살아야겠다. 살아서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리겠다!"
그 말이 도화선이었다. 마치 물결치듯이 장교와 병사들이 너나없이 두 손을 들고 무릎을 꿇었다. 그것은 정말 장관이었다.
시베리아합중국 자바이칼 전선군으로부터 내몽골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은 30만 중국군은 단 1시간의 전투에서 12만명이 사살되고 18만 명이 항복했다.
달려온 장갑차들에서 자바이칼 전선군 기무 장교들이 내려섰다. 그들은 기무사 병사들과 함께 포로들 앞에 오더니 명령했다.
"모든 정치위원들은 우측으로 서라. 만일 속이려다가 들키면 즉결 총살한다!"
병사들과 장교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군의 일반 장교들과 병사들에게 정치위원은 악마와 같은 자들이다.
평화시기에 장교들과 병사들은 가뜩이나 적게 주는 월봉에서 정치위원에게 절반씩 상납해야 했다.
아니면 트집이 잡혀서 영창에 갇히거나 매일 밤 훈련장으로 끌려 나와 갖은 갈굼을 당해야 했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돈을 빼앗겼다.
그러니 밉지 않다면 그건 부처만이 가능할 것이다.
병사들이 웅성거리며 자기 옆, 또는 뒤를 쳐다보았다. 말로 가르쳐 주지는 않았지만, 그 행동으로 정치 위원들을 고발했다.
그것을 본 기무 장교들이 손짓을 하자 기무대 병사들이 들어가 정치위원들을 모조리 끌어냈다.
그리고 포로들이 줄을 지어 서쪽으로 갈 때 정치위원들은 동쪽으로 줄을 지어 끌려갔다.
두 시간 넘게 걸어서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싱안링산맥의 이름 없는 깊은 골짜기였다. 비칠 거리며 끌려온 정치위원들은 이제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상태였다.
중국군에서 정치위원이란 최상급의 직위다.
이들은 공산당 학교를 나왔고 공산당의 이념으로 세뇌 된 자들이다.
따라서 절대 그 사상을 버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공산당이 하는 일이 지상 최고의 선(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정치위원이 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자기 맘에 들지 않은 자는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다. 식사도 따로 하며 담배를 비롯한 일상적인 물자들도 고급으로 보급 받는다.
그런 특권 생활을 하던 자들이 바로 정치위원들이다. 하지만 이제 그 끝이 왔다는 것을 이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끌고 가서 죽이기 위함이라는 것을! 왜냐하면 이들도 공산당에 불만을 가진 자들은 이렇게 인적이 없는 곳에 끌고 가 처형했기 때문이다.
"정지!"
드디어 정지 명령이 떨어졌다. 정치위원 2,376명이 그 자리에 섰다. 그때 기무 장교가 말했다.
"당신들은 모두 정치위원들이다. 그러니 여기에 왜 끌려왔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당신들도 수많은 중국군 장교들과 병사들을 이렇게 끌고 와서 처형했으니까!“
그러자 질식할 것 같은 침묵이 골짜기를 감돌았다.
"이제부터 시베리아합중국 자바이칼 전선군 기무사령부의 명령에 따라 당신들을 처단한다. 이상."
그러자 어떤 정치위원은 다리를 휘청였고 어떤 정치위원들은 머리를 푹 숙였다.
또 어떤 정치위원들은 슬그머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빠져나갈 곳은 없다. 100여 대의 장갑차가 빙 둘러 포위하고 있다.
장갑차의 포대에는 14.5mm의 싯누런 탄띠가 걸린 미니건이 정치위원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죽음의 순간에는 무서움이 사라진다. 어차피 이판사판이니까!
”동지들, 죽어도 싸우다 죽자. 저놈들에게 중국광산당원들의 기개를 보여주자!“
와와와~
죽여라, 죽여라.~
두 주먹을 불끈 쥔 정치위원들이 장갑차를 향해, 장갑차 사이사이에 서 있는 기무사군인들을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기무사군인들은 구태여 총을 쏠 필요조차 없었다.
100대의 장갑차에서 미니건이 불벼락을 뿜어댔다.
투르르르르~ 투르르르르르~
”아악. 으아악!“
정치위원들은 태질하며 여기저기 내동댕이쳐졌다. 시신이 겹겹이 싸이고 그들이 흘린 피가 대지를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최후의 한 명까지 소멸한 후에야 총 소리가 멈추어졌다.
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인 시신에 휘발유가 뿌려졌다.
잠시 후, 거대한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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