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눈에는 눈으로. >
징~ 징~ 징~ 징~
“비상경보, 비상경보, 시베리아에서 100발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이 중국 전역을 향해 쏘아졌습니다. 미사일의 종류는 EMP탄이며 속도는 마하 9.6입니다. 목표는 북경, 하북, 산동, 산서, 내몽골을 제외한 중국 50개 성입니다.”
인공지능(AI)의 무미건조한 분석이다.
“오, 마이 갓!”
미사일 통제센터의 요원들은 경악했다.
100기의 EMP탄이라니?
그렇다면 중국 전역의 모든 전자장비는 파괴될 것이다.
전자장비가 전부 파괴된다는 것은 중국의 국가기관망이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문명이 18세기로 퇴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 일이었다. 핸드폰과 티브이, 컴퓨터와 인터넷은 이제 인간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부분이다.
그것이 한순간에 사라지면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아르진 리가 징벌의 칼을 빼 들었군!”
화면을 보고 있던 빌 클린턴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백악관 대통령집무실에 허겁지겁 달려왔던 비상위원회 위원들도 모두 머리를 끄덕였다.
“하긴 핵폭탄을 맞았으니···.”
그렇다! 시베리아합중국은 핵폭탄을 맞았다. 아직 첼랴빈스크의 인명피해가 얼마인지를 시베리아는 발표하지 않았다.
외국인 기자들이 첼랴빈스크에 가보려고 해도 갈 수가 없다. 시베리아군부는 첼랴빈스크를 중심으로 동서남북 사방 800km를 출입 금지구역으로 선포했다.
그 때문에 얼마나 죽었는지, 어떤 피해를 보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시베리아합중국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더구나 시베리아인구 중 90%는 중국에 살던 소수민족이다.
이들은 중국에 있을 때 중국 공산당과 공안들에게 핍박받던 일을 잊지 않고 있다.
그래도 시베리아에 와서 이들은 자유를 찾았고 이제 좀 잘살게 되었다.
그런데 중국이 시베리아에 핵폭탄을 투하했다.
대체 중국 공산당은 왜 우리를 죽이지 못해서 안 달아하는 것일까?
소수민족들은 더 이상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들고 일어났다.
“정부는 중국을 응징하라!”
“폭탄에는 폭탄으로 보복하라!”
시베리아의 도시마다, 마을마다 중국을 징벌하라는 국민들의 시위가 매일같이 진행되었다. 국민의 의사는 중요하다.
시베리아합중국 최고의장 아르진 리가 핵폭탄에 대한 보복으로 전 중국에 EMP탄을 발사해도 세계는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시베리아합중국 최고의장 아르진 리에게는 당당한 명분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의장 궁은 침묵을 지켰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100개나 되는 극초음속 EMP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로써 전 중국의 산업과 기반 시설은 무너질 것이다.
그 복구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고 그러자면 중국은 가장 빈곤한 나라로 굴러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 각하, 중국은 이제 끝났습니다.”
CIA 국장 로버트의 말에 빌 클린턴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중국은 끝났어!”
이젠 전후 문제만 남았다. 과연 시베리아는 패전한 중국을 어떻게 할까?
빌 클린턴이 CIA 국장 로버트에게 물었다.
“로버트, 전후 중국 문제를 어떻게 해야 우리에게 유리할까?”
중국은 엄청나게 큰 대륙이다. 지하자원도 많다. 또 사람은 세계 최고로 많다.
그렇기에 갈라놔야 한다.
그것이 태평양의 주인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에는 첫째가는 문제였다. 그러자면 전후에 슬쩍 개입해서 중국을 분할하고 힘을 합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일단 시베리아합중국의 최고의장 아르진 리가 마음이 흡족하도록 유엔을 동원하여 전범재판을 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현 중국 주석을 비롯한 지도부를 시베리아가 사형을 선고하는 데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흠, 그거 아주 좋군!”
“다음은 유엔 상임이사국을 시베리아합중국으로 임명해야 합니다. 중국은 이젠 자격을 잃었으니까요!”
“그럼 러시아의 푸틴이 격노할 텐데, 괜찮을까?”
빌 클린턴이 머리를 갸웃했다. 하지만 로버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번 기회에 푸틴의 러시아와 아르진 리의 시베리아합중국을 완전히 갈라놓아야 합니다.
그러면 러시아는 예전의 힘을 다시 회복하지 못할 것이고 시베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세계의 초강대국 지위는 여전히 우리 미국입니다. 각하.”
“그래. 그건 당연한 일이지!”
빌 클린턴은 흡족했다. 자기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중국이 무너졌다. 또 러시아와 시베리아가 갈라섰다.
미국의 패권에 가장 강력한 적수였던 러시아와 중국이 주저앉은 것이다. 로버트의 말처럼 이제 미국의 앞을 막을 적수는 더 이상 없다.
이로인해 자기는 후대에 미국을 최강국으로 올려세운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클클클, 신은 역시 내 편이란 말이야! 후후후.‘
빌 클린턴이 속으로 웃고 있을 때 위성을 통해 전달되는 AI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극초음속 EMP 미사일, 현재 중국의 각성과 도시에서 폭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각성들이 암흑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엄청나군!”
거대한 상황판에 나오는 중국 전도가 차례로 불이 꺼지고 새카만 암흑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북경과 천진, 산동, 하북성, 산서성, 내몽골 자치구는 불빛이 환하다. 그것은 아직 EMP탄이 그곳들에는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때 갑자기 AI의 긴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베리아에서 10발의 미사일이 재차 발사되었습니다. 목표는 북경과 천진, 산동성과 하북성, 산서성입니다. 미사일은 SS-18로 중성자탄입니다.”
“뭣이, 중성자탄?”
빌 클린턴은 입을 딱 벌렸다.
중성자탄이라니?
중성자탄은 폭발을 통한 파괴를 배제하고 생명체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쓰인다.
즉 폭탄이 도시 상공 10km에서 폭발하면 적을 포함한 도시의 모든 동식물이 죽지만, 건물은 파괴되지 않고 다시 사용되게 된다.
효과는 위에서 설명한 실제 중성자탄과 유사하게 건물은 멀쩡하고 보병과 차량 탑승 인원만 사망하는 위력을 발휘한다.
이후 빈 차량은 아무 플레이어나 보병을 탑승 시켜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건물 점령 보병과 터널 네트워크 내부의 모든 유닛까지 몽땅 한꺼번에 보내버릴 수 있는 무지막지한 위력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중성자탄은 만들기로 어렵고 국가마다 극비 중의 극비로 제조 기술을 봉인한다. 그 때문에 중성자탄을 만든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2개 나라뿐이다.
프랑스나 영국, 중국도 연구를 하고 시험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만들지는 못했다.
한데 시베리아에서 원래 러시아가 만들었던 SS-18, 중성자탄 10발을 발사했다.
북경, 천진, 하북지역은 중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데 10발의 중성자탄이 폭발하면 수천만, 아니, 2~3억이 죽을 수도 있다.
“이, 이건 완전한 복수로군!”
그렇다! 중국은 시베리아의 첼랴빈스크에 핵탄두 10발을 발사했다.
핵탄두는 사람은 물론 핵폭발의 지역을 모조리 쓸어버린다. 건물은 물론 도시의 모든 것을 싹 쓸어버리는 것이다.
사람이 죽는 것은 덤이다. 게다가 방사능으로 인해 땅까지 오염된다. 그런 핵탄두를 10발이나 발사했다.
그러니 시베리아가 10발의 중성자탄을 발사했다고 해서 누구도 욕하지 않을 것이다. 중성자탄은 싹쓸이가 아니고 생명체만 죽이고 방사능도 가장 빠른 시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기갑부대 상공에 중성자탄을 폭발시키고 진격하여 곧바로 적의 전차나 장갑차를 타고 적을 공격하겠는가?
이쯤 되면 중성자탄은 핵탄두에 비해 신사라고 할 것이다.
“아르진 리가 공격의 찬스를 잘 잡았어!”
빌 클린턴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 시각 북경 중남해와 북경시, 천진시, 산동성 제남시, 하북성 석가장 시, 산서성 태원 시 상공 10km에서 중성자탄이 폭발하였다.
버언쩍, 버언쩍, 버언쩍!
캄캄한 북경의 밤하늘이 갑자시 새하얘졌다. 마치 하얀 옥당목천을 펼친 것처럼···.
그리고 천둥 벼락이 쳤다.
꽝꽈꽈꽈꽝, 꽈꽈꽝, 꽝꽈꽈꽝~
“아악, 으아악!”
비명이 터졌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었다. 섬광이 번쩍이는 순간, 이미 중성자는 주택과 아파트, 전차와 장갑차, 중국군 벙커들, 지휘부들의 콘크리트 벽을 뚫고 들어와 장교와 병사들의 몸을 파괴했다.
푸스스스~
맙소사! 장교도 병사도 서로 쳐다보며 입을 딱 벌렸다.
“대, 대위님, 이, 이거···.”
말은 거기까지였다. 그들의 몸이 분자, 원자로 분해되어 푸쉬쉬 가루로 흩날렸다. 그건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악몽이었다.
중국군 중부 전구에서 이동해 온 전차부대들과 장갑차들, 기갑군단들, 전투기와 폭격기 조종사들, 중부전구의 81, 82, 83집단군 병사들이 번쩍이는 하얀 빛과 함께 먼지로 사라져 버렸다.
중부 전구에서 제일 강력한 정예군은 82 집단군이다.
첫 폭발이 일어날 때 사령부의 참모장을 비롯한 지휘 장교들이 모두 증발하여 버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령관 왕카이대장은 팔을 하나 잃어버렸다.
그리고 장군답게 이것이 중성자탄의 영향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즉시 비상 경보 버튼을 눌렀다.
“어떡하든 병사들을 구해야 한다!”
중부전구의 병력은 45만 명이다.
자칫하면 그들 모두가 오늘 증발해 버릴 수가 있었다.
“모두 땅속을 파고 들어가라. 중성자탄이다!”
땅속을 파고 들어가면 살아남을 수 있다. 첫 번째 중성자탄의 폭발에서 살아남은 장교들과 병사들이 저마다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어떡하든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두 번째 중성자탄이 중부 전구 군의 머리 위에서 새하얀 폭발을 일으켰다.
그것은 사신의 손길이었다. 열심히 땅을 파던 중부 전구 장교들과 병사들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올랐다.
“으아악. 아악,”
하지만 상공의 사신은 인정이 없었다.
수많은 장교와 병사들의 온몸이 분해되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이것은 전쟁이다. 전쟁에서 자비란 없다.
푸스스스~
땅을 파던 중부전구의 장교들과 병사들은 상체부터 가루로 흩어져 허무하게 날아갔다.
북경 중남해.
주석궁의 지하에는 핵 전쟁용 지하 벙커가 있다. 그것도 땅속 150미터 아래! 그 때문에 장쩌민과 중국 지도부들은 살아남았다.
물론 중성자탄인 것을 몰라 미처 벙커로 피하지 못한 수십 명의 지도부가 희생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중성자탄을 쐈단 말이지? 아르진, 이 개새끼. 뿌드득!”
이를 간 장쩌민이 중국군 전략로켓군 사령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내 이놈의 시베리아를 지도에서 지워버리겠어. 더우샤오,”
“예. 주석 동지.”
더우샤오는 전략로켓군 사령관으로 대장이다. 장쩌민이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모든 핵탄두를 시베리아에 퍼부어라. 하나도 남김없이,”
“예. 하, 하나도 남김없이 말입니까?”
더우샤오대장은 얼굴이 하얘졌다. 전 세계에 대고 중국은 핵탄두가 260기밖에 없다고 공인했다. 하지만 진짜 핵탄두는 2만6천 기에 달한다.
그걸 다 쏘면 시베리아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사람도, 도시도, 농촌 마을도, 또한 그 엄청난 시베리아의 숲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뭐 하는가? 어서 발사 명령을 내려라.”
“예? 예,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든 더우샤오대장이 전략로켓군 사령부를 호출했다.
“반달곰, 반달곰, 여기는 중남해, 여기는 중남해, 대답하라.”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이미 중국 전역의 전자장비가 모두 파괴되었는데 어떻게 전화를 할 수 있을까?
장쩌민도 더유샤오대장도, 벙커에 있는 지도부 성원들도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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