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패닉. >
심양 레이더기지.
중국군 북부전구에는 헤이룽장성, 길림성, 랴오닝성 등에 26개의 레이더기지가 있다. 심양 레이더기지는 레이더기지의 종합사령부이다.
만주 3성에서 들어오는 모든 감시 영상이 종합상황판에 나타나는 것이다.
“시베리아의 울란우데 지역에서 1천기, 하바롭스크 일대에서 1천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천기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날아올랐습니다. 그들의 진행 방향은 우리 동북 3성입니다.”
당직 레이더 장교의 보고에 레이더사령부 사령원 탄젠츠소장이 물었다.
“지금 어디까지 왔나?”
“3분이면 동북 3성과 시베리아의 국경을 넘어설 것입니다.”
“3분이라···.”
탄젠츠소장이 뭔가 중얼거리며 동북 3성의 비행장들을 바라보았다.
모든 비행장마다 중국군 북부전구의 전투기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데 그때였다. 상급레이더 감시 장교가 외쳤다.
“시베리아에서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옵니다. 속도는 마하 5.6입니다!”
“뭣이, 마하 5.6이라고?”
탄젠츠소장은 물론이고 레이더상황실의 모든 장교가 거대한 영상 모니터를 보았다. 그곳에는 10개의 미사일로 보이는 물체가 빛처럼 빠른 속도로 쏘아져 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속도를 표시하는 숫자가 정말 마하 5.6을 가리키고 있었다.
맙소사! 마하 5.6이라니?
탄젠츠소장을 비롯한 중국군 장성들의 눈빛이 흔들렸고 입은 딱 벌려졌다.
‘말도 안 돼!’
탄젠츠는 비현실적인 상황 앞에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중국군의 미사일 중에 마하 5.6의 속도인 미사일은 없다. 아니, 아직 전 세계적으로 마하 5.6의 극초음속 미사일은 없다.
미사일이 극초음속을 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때는 모르던 때다.
그런데 날아온다. 만약 저것이 핵미사일이라면 단 한기도 요격할 수 없으리라!
그때였다. 상급레이더 감시 장교가 외쳤다.
“미사일 1기 하늘에서 폭발. 헤이룽장성 다싱안링 184 상공입니다.”
“184상공?”
탄젠츠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미사일이 왜 하늘에서 폭발한단 말인가?
그것도 184상공에서! 184라는 암호는 다싱안링에 있는 비밀 레이더기지를 가리키는 단어다. 그런데 그 상공에서 폭발했다?
그것도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그때 다시 외침이 울려 퍼졌다.
“사령원님. 184 레이더기지가 침묵하고 있습니다. 어떤 호출에도 응답이 없습니다.”
“응답하지 않는다고?”
탄젠츠소장의 머리에 붉은 등이 켜졌다. 미사일의 184상공에서의 폭발! 일체 응답이 없는 레이더기지! 레이더는 북쪽을 살피는 중국군의 눈이다.
그 눈이 모두 파괴된다면 적이 어디로 오는지도 모르고 소경처럼 싸워야 한다.
“설마 그 미사일이?”
탄젠츠소장이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다. 갑자기 레이더감시 장교들이 저마다 외치기 시작했다.
“헤이룽장성이 정전됐습니다.”
“길림성이 정전됐습니다.”
“길림성의 레이더 기지들이 먹통입니다.”
그때였다.
“미사일 2기가 이곳의 상공으로 날아옵니다. 폭발합니다.”
펑, 퍼엉!
미사일이 허공에서 폭발했다. 순간, 랴오닝성의 모든 전자 장비는 파괴되어 버렸다.
치지직. 치지직~
레이더 기지들은 모두 먹통이 되어 버렸다.
갑자기 휘황찬란하게 밤을 밝히던 전기가 사라졌다. 그리고 태곳적의 암흑이 몰려온 듯 세상은 어둠 속에 잠겨 버렸다.
그 속에서 날카로운 파일럿들의 비명이 하늘에 울려 퍼졌다.
“비행기가 조종이 안 된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으아아아!”
하늘에 떠올랐던 중국군 전투기들이 태풍에 휘말린 가랑잎처럼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아무리 관제탑에 신호를 보내도, SOS를 외쳐도 대답은 없었다.
그들이 할 일은 비행기를 탈출하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인가?
탈출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캐노피가 열리지 않는다. 시베리아에서 발사한 미사일은 바로 강력한 “EMP”탄이었다.
5년 전, 이준은 천재 다섯 쌍둥이에게 미래에서 사용하는 EMP탄과 극 초음속 미사일에 관하여 이야기 해주었다.
그 말을 들은 다섯 형제가 달라붙어 연구해낸 것이 바로 오늘 사용된 EMP탄과 극 초음속 미사일이었다.
EMP탄이 터지면서 하늘에 떠 있던 비행기들의 전자 부품들은 모두 파괴되었다.
그러니 캐노피가 버튼을 눌러서 열릴 수가 없다.
“으아아, 살려주세요, 엄마!”
콰콰쾅, 콰쾅, 쾅쾅쾅~
전투기들이 지상을 향해 떨어지면서 대폭발들을 일으켰다. 하지만 피해는 전투기들만이 아니었다.
전차, 장갑차, 군용트럭들, 무전기, 휴대폰할 것 없이 전자 장비는 어느 하나도 먹통이 아닌 것이 없었다.
말 그대로 21세기에서 갑자기 18세기로 세상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고요해진 밤, 캄캄한 야전 막사에서 석유 방망이를 만들어 불을 붙이던 중국군은 하늘에서는 완벽한 표적이었다.
신의주 교외는 중국군 북부전구 제79 집단군 사령부가 임시 막사를 차린 곳이다.
집단군 사령부를 중심으로 각 군단과 사단의 막사가 드넓은 옥수수밭에 가득했다.
그 막사마다 병사들이 빼곡히 잠들어 있었다.
압록강을 건너오면서 온종일 시달린 병사들이기에 피곤이 몰려왔다. 그들은 눕자마자 잠들어 버렸다.
병사들이 잠들어 있는 막사 위로 시베리아합중국의 폭격기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전자 제품이 모두 파괴되어 폭격기 출현을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곧 무자비한 시베리아합중국의 폭격이 시작되었다.
“목표지점 도착!”
“목표 발견!”
<공격하라.>
“오바. 전 편대, 공격 준비.”
“제1 편대부터 공격!”
“폭탄창 개방.”
“투하!”
검은 밤하늘을 새카맣게 덮은 Tu-16R, Tu-95MS/MSM, Tu-22M3/MR, Tu-160 폭격기의 폭탄창이 열렸다.
그러자 57톤에 달하는 폭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떨어졌다. 모든 폭탄은 스마트폭탄으로 이미 목표가 설정되어 있었다.
러시아가 소련 시절, 냉전을 겪으면서 미국을 상대로 만들어 냈던 대형 폭격기들이 중국군을 향해 첫 공격을 시작했다.
쏴아아아~
하늘은 폭탄들이 쏟아져 내리는 날카로운 소리로 뒤덮였다. 달빛 한 점 없는 하늘에서 폭탄 비가 쏟아졌다.
꽝꽈꽈꽝, 꽈꽈꽈꽝, 꽝꽈꽈꽝~
“아악, 으아악!”
신의주 외곽의 드넓은 옥수수밭에서 잠이 들었던 중국군 북부전구 제79 집단군은 불과 강철비의 광란에 휩쓸렸다.
밤을 대낮처럼 밝히는 거대한 섬광, 하늘 땅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 사람이고 전차고 대포고 할 것 없이 부서지고 찢겨져 하늘 위로 솟구쳤다. 이곳은 불의 지옥이었다.
하지만 시베리아합중국의 폭격기는 폭격을 멈추지 않았다.
하늘을 새카맣게 덮은 폭격기가 가득 싣고 온 폭탄을 차례로 목표를 향해 쏟아 내고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신의주사람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외곽을 바라보았다.
“여보. 중국군이 다 죽는 것 같아요!”
아내의 말에 남편이 여윈 몸을 꽉 껴안아 주며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외곽에 막사를 쳤으니 망정이지 시내에 주둔했다면 신의주시가 죽음의 도시가 되었겠지!”
“그러게요!”
신의주사람들이 모두 내다보고 있을 때도 맹렬한 폭격은 멈추지 않았다.
폭탄의 폭발로 인해 신의주 땅은 지진이라도 만난 듯 뒤흔들렸고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에 귀가 먹먹했다. 한데 폭격은 신의주만이 아니었다.
한반도의 서해안을 따라 신의주, 룡천, 동림, 선천, 곽산, 정주, 박천, 안주, 숙천, 평원, 평양의 순안 비행장과 황주 비행장까지 모두 폭격당했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왜, 우리 전투기들이 뜨지도 못하는가? 왜?”
170m 지하 벙커에서 김정일이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러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북한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작동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전자장비가 모두 파괴되었다. 마치 귀신이 전자장비만 손을 본 것처럼···.
그러니 전차와 비행기들은 앉은 자리에서 공격 받게 되었다.
시베리아 폭격기들은 신의주부터 서해안을 따라 내려오면서 전차 기지와 비행장과 항공기 기지들, 대공포 기지들을 깨끗이 폭격했다.
마치 청소하듯이···.
“중국은, 중국은 뭐라고 하나?”
“그게, 모든 통신이 안 되고 있습니다. 지도자 동지.”
“그럼 이것도 시베리아군의 공격이란 말인가?”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젠장!”
김정일은 털썩 주저앉았다. 평양시가 1시간 전에 암흑에 잠겼다.
원래 전기가 부족하여 정전이 자주 되던 곳이다.
그러나 김일성의 동상과 영생탑(김일성을 영원히 살아 있다고 세운 동상)과 만수대 동상만은 늘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평양 시 그 어디를 봐도 불빛이 한 점도 없다.
그야말로 암흑의 나라가 된 것이다.
“이게 어떤 무기로 공격했나?”
김정일이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물었다.
“몇 년 전에 외신들이 전한 소식에 의하면 미국에서 전자 장비에만 피해를 주는 새로운 유형의 무기를 만든다는 말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중국군이 넘겨준 자료에 의하면 미국도 아직 이 폭탄을 완성하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시베리아가 이런 무기를 가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현대의 모든 무기는 전자 장비가 들어간다.
전차던, 군함이던 비행기든 우주선이든 말이다.
그런데 그 모든 전자 장비를 파괴하는 무기라면 핵탄두보다 더 무서운 무기나 마찬가지다. 그 확연한 사실이 바로 지금 북한의 상황이다.
지금 김정일이가 할 일은 없었다. 북한의 모든 무기가 움직일 수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움직인다면 소총을 가진 알 보병들을 전쟁으로 내모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그 알 보병들이 무얼 할 수 있을까?
시베리아합중국의 전차와 장갑차의 포탄 받이가 되어 죽는 길 밖에는 없다.
현재로서는 그 어떤 방법으로도 시베리아군을 막아 세울 수가 없는 뜻이다.
“중국 대사관에 연락원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라.”
“예. 지도자 동지!”
곧 연락원이 달려 나갔다.
***
중국 북경 중남해.
주석궁 특별회의실은 이중삼중의 호위병들로 경비가 삼엄했다.
“우린 당신들의 요구대로 북부전구를 움직여 북한을 지원했소. 또 당신들의 요청대로 핵폭탄도 몇 개쯤은 김정일에게 주려고 했소.
한데 보시오. 지금 북부전구 지역(동북 3성과 내몽골 북부지구)은 무방비 상태가 되었소.
모든 전자 장비가 한순간에 파괴되고 말았으니 어떤 무기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소. 하늘에 떠 올랐던 북부전구의 전투기 2,800대가 저절로 추락하여 폭발했소.
지금 동북으로 시베리아군이 쳐들어오면 우린 막을 수가 없게 되었소.
이제 북부전구에 남은 것은 순수 보병뿐이오!”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겸 군사 위원회 주석인 장쩌민은 앞에 앉은 두 명의 서양인에게 지탄의 말을 쏟아 내고는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말해보시오. 시베리아가 우리에게 사용한 무기가 뭐요?”
FCI의 북경지부장 가브리엘과 시몬스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전자 펄스탄!”
“EMP가 분명하오!”
“으음!”
둘은 서로 말을 주고받고는 신음을 흘렸다. 그러자 장쩌민이 물었다.
“EMP가 무엇이오?”
“그건 전자장비만 파괴하는 전자 펄스탄, 즉 EMP탄이오!”
“전자장비만 파괴하는 폭탄이라고?”
“그렇소. 하지만 미국도 아직은 시험 단계요. 특히 이렇게 광범위한 지역의 전자 장비를 파괴하는 EMP탄은 미국도 만들지 못했소!”
하지만 EMP탄이 나타났다. 그것도 동북 3성과 내몽골 북부지역과 북한 서해안의 전자장비를 모조리 파괴한 대용량의 EMP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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