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추격. >
터미네이터가 시베리아에 들어온 목적이 뭘까? 이준은 시베리아 전도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터미네이터를 이 시대에 만들어 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혹시 모른다.
예전 미래에 살 때 어떤 나라나 비밀조직에서 만들고도 노출을 안 시켰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찌 되었든 지금 중요한 것은 터미네이터 7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저들 터미네이터 7기라면 기습이나 암살, 탈취에 거의 무적이다.
가만 탈취라고?
이준의 머리에 빛이 번쩍 일어났다.
‘혹시 핵탄두를 빼돌리려는가?’
중국에는 핵탄두가 있다. 그러니 핵탄두로 위협하려면 자기 것으로 해도 된다.
그렇다면 북한인가?
하지만 북한은 절대 터미네이터를 만들 수 없다.
‘아니지! 그자들이라면 가능하지!’
그자들! 바로 FCI, 국제 유대 금융 카르텔을 의미한다. 북한의 도발도 그들이 사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공개적으로 발표를 못 하는 것은 심중은 있지만 물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이건 우리 핵을 빼앗아서 북한에 넘겨주려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비슷하게 맞아 돌아간다. 터미네이터 7기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핵기지를 점령하고 핵을 손안에 넣을 수는 있지만 결코 북한까지 가져갈 수가 없다.
그전에 시베리아군의 공격으로 저지될 테니까!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은 있다.
핵기지를 점령한 다음, 바로 그 핵기지의 핵탄두로 시베리아합중국을, 결국은 이준, 본인을 위협하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군!’
이준의 눈이 시베리아에 있는 핵기지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7기의 터미네이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자기뿐이다.
놈들이 노리는 핵기지는 어디일까?
몇 발, 아니, 단 한 발을 쏴도 시베리아에 강력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핵탄두는 무섭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니까!
하지만 세상에 떠드는 것처럼 그렇게 멸망시킬 정도는 못 된다. 다만 1개 나라를 공격한다면 그 나라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는 있다.
이준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래. 핵발전소다!”
이준은 바이칼을 넘어 광대한 겨울의 정글, 퉁구스카 숲의 북쪽을 올려다보았다.
이르쿠츠크에서 가까운 퉁구스카 숲속에(거리 80km, 200리) 암호명 “화산-1호(발케이노우 마이너스 원)”라는 핵 사일로가 있다.
사방에 숲속이고 전략미사일 부대 1개 대대뿐이다. 7기의 터미네이터라면 잠깐 사이에 그들을 몰살 시킬 것이고 미사일 사일로를 점령할 것이다.
그곳에서 핵발전소가 있는 우스트크트를 공격하여 파괴한다면 중부 시베리아의 모든 도시들을 암흑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그러면 중부 시베리아의 모든 기업이 정지될 것이고 수많은 사람이 공포에 떨게 될 것이다.
하루에 잃어버리는 천문학적인 손실의 달러를 제외하고도 말이다.
“그래, 저길 노렸어!”
이준은 즉시 수화기를 들었다.
<예. 시베리아군 사령관 이완 찌모페이 대장입니다. 각하.>
“사령관. 마당 청소 작전을 허락합니다. 2시간 후에 시작하세요.”
<예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대답했다.
마당 청소! 바로 하산지구를 침공하여 차지하고는 있는 조선인민군에 대한 소탕전이다. 수화기를 놓은 이준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커다란 영상이 켜지며 이제 20살쯤 되어 보이는 청순한 아가씨가 나타났다. 바로 다섯 천재 쌍둥이의 첫째 최천주이다.
천주의 나이는 올해 16살이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다 커서 이젠 20살의 아가씨처럼 보인다.
<음, 의장 오빠?>
자다가 일어났는지 천주는 눈을 비빈다.
“응, 미안하다. 내가 자는 걸 깨웠구나!”
<괜찮아요. 뭐가 또 필요한 거죠?>
“그래. 터미네이터라는 것이 있단다!”
<터미네이터? 혹시 그거 미국 영화에 나오는 그 터미네이터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1984년에 처음 나왔다.
“그래, 바로 그것이다!”
<그거 별로던데···.>
“별로라고?”
<응, 의장 오빠. 그게 필요하면 우리가 더 능력 있는 안드로이드를 만들게요!>
“아, 안드로이드?”
<응, 동생들과 틈틈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던 중이거든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다른 것 중지하고 우리 형제가 달라붙어서 만들면 두 달이면 완성할 수 있어요!>
‘오, 마이 갓!’
이준은 터져 나오는 탄성을 억지로 삼켰다. 자기의 회귀 인생에서 저 다섯쌍둥이를 만난 것은 일생일대 최고의 행운일 것이다.
“고맙다. 천주야. 그런데 지금은 내가 그 터미네이터를 찾으러 가는 중이야! 아무래도 그것들이 핵 사일로를 공격해서 탈취한 후 우스트크트핵발전소를 폭파하려는 것 같거든. 그걸 막아야 해!”
<아, 의장 오빠가 바라는 건 레이저무기로구나? 그쵸?>
“맞다! 만에 하나라도 발사를 미처 막지 못하며 핵탄두가 날아가면 지금으로서는 너희들이 만든 광선-1호 대포만이 명중할 수 있단다!”
<알았어요. 이젠 연구도 끝났고 시험발사도 몇 번 했거든요. 광선-1호 운영권을 의장 오빠에게 넘겨줄게요. 이젠 마음대로 사용하세요. 됐죠? 나 피곤해서 좀 잘래요. 의장 오빠!>
“그래, 좋은 꿈 꿔라!”
버튼을 끈 이준은 마음이 개운해졌다. 저 애들이 광선무기(레이저요격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딱 10개월 만이다.
그런데 벌써 다 만들었고 그걸 운영할 병사들을 보내라고 해서 보내 주었던 것이 딱 한 달이다.
그동안 10여 번의 발사를 했고 핵탄두는 아니지만, 일반 탄도 미사일의 요격은 성공적으로 끝냈다. 이준이 천주를 찾은 것은 만약을 생각해서였다.
분명히 자기가 이길 것으로 생각하지만 혹시 또 모르지 않는가?
싸우는 동안에 핵미사일이 발사되면 가장 확실하게 막아 낼 수 있는 것이 저 천재 애들이 만들어낸 <광선-1호> 무기였다.
“그럼 이젠 가자!”
차고로 간 이준은 시베리아의 험한 숲길을 탱크처럼 달릴 수 있게 만든 야전용 SUV“불곰”의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
어둠이 짙어지는 밤길로 불곰이 무서운 속도로 내달렸다.
***
“아, 알았어요!”
사라의 머리에서 핵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이준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발케이노우 마이너스 원 핵미사일기지로 떠났던 것이다.
그것도 단독으로 벌써 30분 전에···.
만약 “다이아몬드 연구소”의 최천주가 DG그룹 “미래전략기획부” 부장 블라디미르 야첸코에게 연락하지 않았다면 감쪽같이 몰랐으리라!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준이 출발한 지 30분이 지났으니 거의 다 갔거나 이미 도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미래전략기획부장 블라디미르 야첸코는 즉시 CFSB국장 사람에게 지급 전화를 했다. 사라는 수화기를 놓자마자 즉시 버튼을 눌렀다.
“비상, 해동청은 즉시 출발 준비를 하고 특공대원들은 7분 내로 탑승하라. 내가 직접 가겠다!”
<예썰!>
쒸이잉~
10분 후, 수직이착륙기 “해동청”이 마하 1.9의 속도로 쏘아져 갔다.
해동청은 100명의 특공대원을 태우고 속도는 마하 1.9, 무기는 미사일 두 발과 20mm 벌컨포 1정이 설치되어 있다.
또 소음장치가 되어 조용한 스텔스기이다.
***
그 시각, 이준은 이미 핵미사일기지 8km 앞에서 차를 세우고 숲속을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소리도 없이 60m가 넘는 나무 위에 다람쥐처럼 붙어 기지를 훑어보고 있었다.
촤르르륵~
이준의 머릿속에만 들리게 그의 눈에 장착된 미래의 최첨단 장치들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핵기지의 모든 곳이 투시되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부의 요원들도, 바깥의 어둠 속에 있는 핵기지 경비 대대 보초들도 선명하게 나타났다. 드디어 그가 찾던 목표들이 나타났다.
모두 8명, 그들도 10여 분 전에 나타난 것 같다. 그렇다면 이준처럼 차를 타고 온 것이 아니라 달려온 것이 분명했다.
터미네이터들은 그 정도 달릴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한 명은 터미네이터가 아니라 인간이다.
아마도 “스카이 트레이드”의 사장이 길 안내를 위해 왔을 것이다.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거나···.
터미네이터들은 둘씩 갈라졌다. 그리고 4개 조로 나뉘어 접근하기 시작했다. 핵사일로의 지하 기지에 있는 사령실을 접수하고 핵을 발사하려는 것이다.
스르르르~
이준이 나무에서 지상으로 내려섰다. 그의 발이 땅을 박찼다. 순간, 핏,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신형이 미사일처럼 쏘아져 갔다.
제일 첫 번째 목표는 “스카이 트레이드”사장의 조였다. 그들은 터미네이터가 하나다. 일단 터미네이터를 제압하고 사장을 잡아 목적을 알아내야 했다.
또 배후도 알아내야 하고···.
하지만 이준이 터미네이터를 너무 얕보았다. 터미네이터는 이준이 대기를 가르고 쏘아져 오는 소리를 100m에 다다르자 순식간에 감지해냈다.
터미네이터가 홱 몸을 돌리더니 팔에서 7.62mm 미니건이 나타났다.
투르르르르, 투르르르르~
팟팟팟팟~
총알이 빗발쳤다.
순간, 이준의 몸이 지그재그로 사방에 나타났다. 그리고 터미네이터에게 접근한 이준의 손이 새하얀 빛에 휩싸였다.
서걱~
순간, 총 소리가 멎었다. 마치 무처럼 잘린 터미네이터의 머리통이 툴렁 떨어져 내렸다.
“스카이 트레이드”사장의 집에서 이준은 광선을 지풍형태로 쏘아 터미네이터를 공격했었다. 그때 터미네이터들은 폭발했다.
그것은 단 1초도 터미네이터에게 시간을 주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터미네이터의 모든 신경회로는 머리에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폭 신호를 내리기 전에 머리를 잘라 버린 것이다.
쿠당탕~
“세, 세상에···.”
터미네이터의 목이 싹둑 잘리고 통나무처럼 쓰러지자 스카이 트레이드 사장의 입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그는 터미네이터의 무서움을 확실히 알고 있는 몇 명 중의 한 명이다. 사람이 아니라 기계로 만들어진 최첨단 로봇! 그것이 바로 터미네이터이다.
저들은 지칠 줄도 모르며 목표를 지적해주면 그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멈출 줄 모른다.
그리고 앞에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은 파괴해버린다.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전차도 저들의 앞을 막지는 못한다.
그런 터미네이터를 그것도 인간이 무처럼 베어 버렸다.
이게 과연 말이나 되는 일인가?
게다가 사장 판블료치가 놀란 것은 어둠 속에서 나타나 터미네이터의 목을 자른 사람이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다, 당신은 최, 최고 의장?”
‘마, 말도 안 돼! 이건 꿈이야!’
판블료치는 맨붕 상태였다. 분명 눈앞에 나타난 자는 새로운 국가 “시베리아합중국”의 최고 의장 아르진 리였다.
그냥 머리만 좀 좋은 인간인줄로만 알았던 아르진 리가 최강의 병기 터미네이터를 간단하게 처치했다. 사람이라면, 절대 터미네이터를 저리 간단하게 처리할 수가 없다.
그러자 한 가지 확신이 떠올랐다.
“서, 설마 당신도 터, 터미네이터?”
순간, 이준이 판블료치의 얼굴을 후려쳤다.
퍽,
쿠당탕~
“난 사람이다. 이 개자식아!”
이준은 일단 정신을 잃은 놈의 몸을 뒤졌다. 그래서 놈의 조를 제일 먼저 공격한 것이다.
<